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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좀비랜드 사가

6일차·점심

-5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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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의 한 촬영 스튜디오.

어젯밤 프랑슈슈의 콘서트 컨셉이 정해진 뒤, 당신은 이를 홍보해 프랑슈슈의 반짝임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자고 마음먹었다.

지금 이곳에 앉아 긴장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잠시 후 당신은 준비를 마쳤고, 프랑슈슈도 똑같이 각오가 됐으리라 믿었다.

스크립터

준비됐으면 시작하도록.

지휘관

............

프랑슈슈가 당신에게 맡긴 운명의 무게가 느껴졌다.

타인의 운명을 짊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번에 당신에게 맡겨진 것은 소녀들의 꿈, 어쩌면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꿈이었으니까.

그리고 당신은 이제 그들의 꿈을 위해 싸워야 한다.

지휘관

준비됐어.

스크립터

좋아, 그럼 스타아――트!

삐이――

촬영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고개를 들어, 자신감 있게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최대한 성실하고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스크립터

――하지 말고 잠깐 스톱!

지휘관

엉?

스크립터

...뭐라 말할 건지 간단하게 설명 좀 해봐.

지휘관

어... 전문적인 노선을 타려고. 프랑슈슈의 실력을 확실하게 어필해야 시청자들이 라이브 콘서트 표도 예매할 마음이 들겠지.

스크립터

그럼 어디 몇 마디 해봐.

지휘관

...프랑슈슈. 저희는 누가 보기엔 그저 흔한 아이돌 그룹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르죠.

당신이 목소리를 한껏 낮게 깔고 소개를 시작했다.

지휘관

허나 소화 가능한 장르는 로큰롤부터 힙합, 랩, 재즈 R&B에 레게까지, 저희는 못 하는 것이 없습니다.

저희의 멤버, 프랑슈슈 3호는 천부적인 댄스 재능의 소유자로, 아무리 어려운 춤동작이라도 한 번 보면 바로 따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창의력 넘치는 4호는 24시간만에 자작곡을 50개나 창작 가능하며, 0호는 무려 3단 고음을 넘는 7단 고음을――

스크립터

스톱.

스크립터가 무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스크립터

무슨 투명 드래곤이냐?! 프랑슈슈 얘기 맞아!?

지휘관

하지만 엄청 대단해 보이는 건 사실이잖아?

내가 시청자라면 궁금해서라도 바로 표 살 거 같은데.

스크립터

......

착각일까, 스크립터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진 것처럼 보였다.

지휘관

보는 이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리는 노선을 타려고, 프랑슈슈가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비를 뛰어넘어 여기까지 왔는지를 중점으로.

스크립터

그럼 어디 몇 마디 해봐.

지휘관

프랑슈슈는... 크흠...

그룹명만 말했을 뿐인데 바로 목이 메였다.

지휘관

프랑슈슈는... 처음엔 출연료도 없는 길거리 라이브로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명 그룹이었습니다.

끼니를 굶는 건 일상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무대에서 무시당하더라도 반박조차 제대로 못 했죠...

하지만 갖은 수모와 조롱에도 굴하지 않고, 저희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희의 꿈, 그건 바로 사가를――

스크립터

스톱.

스크립터가 무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스크립터

무슨 인간극장 스페셜이냐?! 그리고 그거 프랑슈슈 얘기 맞아!?

지휘관

적당히 부풀려서 보기 좋게 포장하는 건 연예계의 공공연한 비밀 아니야?

스크립터

......

착각일까, 스크립터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진 것처럼 보였다.

지휘관

청중에게 다가가는 친근한 노선을 탈까 해. 유머감 있는 이야기로 하여금 듣는 이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호감도를 높여 콘서트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스크립터

그럼 어디 몇 마디 해봐.

지휘관

흠흠... 프랑슈슈는 말이죠, 모두 일반인들 중에서 선발한 아이들입니다.

당신은 자상한 미소를 띄우며 최대한 부드럽고 밝은 목소리로 소개를 시작했다.

지휘관

무대 위에선 눈부시게 반짝반짝 빛나지만, 일상에선 여러분과 별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녀들이에요.

덤벙대며 머리를 집에 두고 온다던가, 아기처럼 다른 사람 머리를 물어버린다던가...

하지만 그들이 공연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

스크립터

스톱.

스크립터가 무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스크립터

넌 네가 아주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냐?

지휘관

응.

당신은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

이렇게 이야기를 풀면 시청자들이 프랑슈슈에게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마치 친가에 귀향하듯 라이브 콘서트를 보러 올 거라 생각하는데.

스크립터

......

착각일까, 스크립터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진 것처럼 보였다.

스크립터

그러냐, 알았다. 넌 가서 머리나 더 다듬어라. 소개문은 내가 작성해 줄 테니.

지휘관

그럴게, 수고하게 만들어서 미안한걸.

스크립터

...잠깐. 왠지 낚인 기분이 드는데.

지휘관

그럼 내가 더 머리를 굴려 볼――

스크립터

아냐아냐아냐 넌 그냥 나가서 기다려!

스크립터가 괴로워하며 펜을 드는 모습을 보며, 당신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촬영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당신에게 제공된 VVVIP 대기실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매우 익숙한 인물이 창가에 기댄 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리나?

오랜만이에요, 지휘관 씨. 설며 프랑슈슈가 겨우 며칠만에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어요.

지휘관

어이쿠 카리나 엔터테인먼트의 CEO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이신지?

카리나?

초면엔 반말하시더니~? 그렇게 거리 두지 마세요~

금빛으로 눈동자를 반짝이며, 카리나가 냉큼 테이블에 앉자고 권했다.

카리나?

서로에게 윈-윈인 장사 얘기나 해볼까 해서요~

지휘관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매우 바쁜지라. 다음에 하도록 하죠.

당신이 먼저 일어나 문으로 "모시려" 했지만, 카리나가 당신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카리나?

그때 당신이 말했던 그리폰이란 데, 엄청 흥미로웠어요!

카리나?

그래서 관련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이런 것뿐이더라고요?

카리나?

"서브컬처 전략 RPG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 AI 로봇 자율인형을 매개로 한 갈등과 자아를 가진 로봇의 고뇌 등, 철학적 고민을 담은 이야기!"

"총이 좋아? 소녀가 좋아? 여러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수백 명의 미소녀 대집결! 그리폰의 지휘관이 되어 인형들과 함께 아포칼립스 세계를 헤쳐 나가라!"

카리나?

"지휘관님! 명령을 내려 주세요!"

지휘관

......

카리나?

그러니까, 여기 나오는 그리폰의 지휘관님이시란 거죠?

인형을 수백 명이나 부하로 뒀다는데, 이 애들 전부 아이돌로 프로듀싱하면... 아님 아예 아이돌 베이스캠프를 차리거나! 하면 대박날 거예요!

지휘관

......

카리나?

괜찮은 생각 아닌가요? 왜 대답 없으세요?

괜찮으시다면 구경 좀 시켜 주세요, 그 부관직도 맡아볼 만하면 해볼 테니――

머릿속에 지난 며칠 동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프랑슈슈와 함께 울고 웃었던 일들, 그리폰 인형들과 재회했지만 곤혹스럽고 실망스럽기만 했던 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어젯밤 공연이 끝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웃는 프랑슈슈였다.

소녀들이 당신을 감싸 부둥켜안고, 지금까지 응원해 준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던 그 모습이.

지휘관

...그리폰의 지휘관?

어깨를 짓누르는 운명에 당당히 저항하듯, 당신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휘관

지금의 나는 프랑슈슈의 지휘관이다!

카리나?

네...?

지휘관

프랑슈슈 홍보로 바빠서 촬영 스튜디오로 돌아가야 하니, 그럼 이만.

카리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당신은 촬영 스튜디오로 발을 옮겼다.

당신이 아는 카리나가 아니란 것쯤이야 당연히 알지만, 그래도 과거를 떨쳐낸 것 같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비로소 아무 거리낌 없이 프랑슈슈와 함께 서게 되었음을.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