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점심
바쁜 오후, 저택의 거실.
거실의 테이블 앞에 앉은 당신은 한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어깨에는 전화기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펜을 들고 통화 중요한 내용을 쉬지 않고 적었다.
예, 야외 예능 공연... 토요일...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끝내면 곧바로 다른 전화가 들어오는 상황이 점심 내내 이어졌다.
슬슬 수화기란 내려놓으면 울리는 물건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보세요, 프랑슈슈입니다...
그래도 착실하게 전화를 받아, 중요 사항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지금 신문사마다 프랑슈슈의 자선 콘서트를 보도하고, 프랑슈슈의 팬덤이 부지런히 갖은 인터넷 커뮤니티서 홍보 활동을 벌이는데 어찌 혼자서 쉴 수 있으랴.
당신은 뿌듯한 마음으로 뻐근한 목과 어깨를 풀면서, 오늘 밤 있을 콘서트도 생각했다.
당신과 프랑슈슈가 지금까지 들인 모든 노력이 이 공연에 반영될 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휘관, 일도 좀 쉬면서 하세요.
난 괜찮아.
부드러운 두 손이 당신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고, 누군가 빈 커피잔도 채워 주었다.
지휘관님, 일에 너무 몰두하시네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는 건 어떨런지요?
맞아 맞아, 이따가 엄청 더 바빠질 거잖아!
응, 이것만 얼른 처리――
아 꾸물거리다 해 다 지겄네!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기를 또 받으려던 그때, 사키가 전화선을 확 뽑아버렸다.
수화기를 든 채 굳어버린 당신은 그 순간 깨달았다. 누군가 당신이 일을 덜 하길 바라는 것은 이게 처음임을.
어서 외출해요, 날씨가 정말 좋아요!
빨리 일어나!
모두가 밀고 당기는 통에, 당신은 푹신푹신한 소파에서 햇빛이 쨍쨍한 바깥으로 끌려 나왔다.
확실히 외출하기 좋은 때였다. 잔잔한 해수면 위로 물결이 반짝이고, 해안가의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는 상큼하고, 바닷가임에도 공기는 더없이 신선했다.
긴장이 풀리자 몸에 쌓인 피로가 단숨에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
정말 멋진 날이네요...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으련만.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 순간을 기념하게 뭐라도 남기자!
좋네요, 그걸 볼 때마다 오늘을 떠올릴 수 있겠어요.
그럼 뭘 하면 좋을까?
벽에다 손바닥으로 그림을 그리자.
손바닥이요?
오, 나 그거 알아! 손에다 물감 묻혀서 벽에 찍는 그거 말이지?
정답.
아, 마침 얼마 전에 제가 물감을 조금 가져왔는데, 지금 객실에 있어요!
난 그림 잘 못 그리는데...
릴리도 손바닥으로는 그림 그려본 적 없어.
퀄리티는 중요치 않아, 마음을 담으면 돼.
그치만 멀 어떻게 그릴지도 모르겄는디요...
그러니까——
지휘관님의 뜻을 알 것 같사와요. 모두의 손바닥을 나무에 활짝 핀 꽃처럼 찍는 것이지요?
그 말에 모두가 눈앞의 하얀 벽을 바라봤다. 정신을 집중하니 왠지 모르게 정말 벽에 우뚯 솟은 나무가 나타나, 나뭇가지에 모두의 손바닥 모양인 꽃이 잔뜩 핀 듯한 광경이 그려졌다.
갖고 왔다! 이거 맞제?
물감 찾았어?
어! 근디 빨간색만 있던데?
켁...
온통 새빨간 손자국인 벽을 상상하곤 생각을 바꾸려 했지만, 프랑슈슈가 이미 물감 쟁탈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내 예술 실력으로 캐리해 보는 수밖에...
......
몇 분 후, 당신이 그린 구불구불한 나뭇가지에 모두가 손바닥을 찍었다.
그리고 침묵에 빠졌다.
...하지 말아야 했는데.
아하핫, 시뻘건 게 깨 자극적이구마!
그, 그러게...
릴리 소름 돋았어...
당신은 시뻘건 손자국들에서 물감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벽에서 눈을 슬쩍 돌렸다.
그래도, 예상보다 엉망이긴 해도, 당신과 프랑슈슈가 함께 남긴 기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대충 그럴싸하게 보였다.
제가 좀 다듬어 볼까요...?
일단 이건 공연 끝나고 돌아와서 생각하자, 빨리 물건 챙기고 출발해야 해.
공연장에 가서 단단히 준비해야죠?
응! 빨리 가자!
모두가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 마지막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어... 어아아! 오아오어아! (뭔가 본 것 같다.)
왜 그래?
그런데 타에가 흥분해 난간에 매달려서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를 가리켰다.
모두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끄어... 아아아... (뭐라는지 모르겠음.)
생선이라믄 나중에 실컷 구워 줄 테니께 얼렁 가자고!
타에가 질질 끌려가면서도 바다에서 눈을 떼질 않으니, 당신도 궁금해서 잠시 지켜보았다.
하지만 역시 파도 소리만 여전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타에가 잘못 봤겠지.
당신도 실내로 걸음을 옮겼고,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가 떠난 뒤,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이상한 남성이 난간 밑에서 조용히 기어 올라온 것을.
그는 남은 물감을 손에 묻히고, 벽에 그려진 나뭇가지에 자신의 손자국을 남겼다.
함께 단체 사진 찍자!
그거 좋네요, 생각해 보니 지휘관이랑 같이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요!
좋아, 그럼 이쪽으로 모여 봐.
아이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고, 작은 화면에 당신 곁에 모인 모두의 당황한 얼굴이 들어왔다.
내가 들고 있을게.
모두 준비됐어?
잠깐만잠깐만 릴리 머리 아직 정리 안 됐어!
이미 깔끔해요~
나, 나는? 얼굴 너무 크게 나오진 않어야?!
내가 보기엔 모두 딱이야!
아앙... (바로 앞의 머리를 물었다.)
꾸물대지 말고 자아, 치~즈!
결국 당신까지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사키가 셔터를 눌러버렸다.
아앗 나 아직 표정 못 잡았는데!
저도...
아 글쎄 괜찮다니까! 모두 들어오게 찍혔음 됐지!
갤러리를 확인하니, 당신을 포함한 모두가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은 사진이 찍혔다.
완벽하다곤 못 하지만, 이 순간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긴 표정들.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다.
화면이 너무 작아요, 저도 좀 보여 주세요.
나중에, 시간 보니까 빨리 정리하고 출발해야 해.
공연장에 가서 준비할 때가 왔군요.
응! 빨리 가자!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 같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 마지막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어... 어아아! 오아오어아! (뭔가 본 것 같다.)
왜 그래?
그런데 타에가 흥분해 난간에 매달려서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를 가리켰다.
모두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끄어... 아아아... (뭐라는지 모르겠음.)
생선이라믄 나중에 실컷 구워 줄 테니께 얼렁 가자고!
타에가 질질 끌려가면서도 바다에서 눈을 떼질 않으니, 당신도 궁금해서 잠시 지켜보았다.
하지만 역시 파도 소리만 여전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타에가 잘못 본 거겠지...
당신도 실내로 걸음을 옮겼고,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휴대폰으로 찍은 단체 사진 구석에,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이상한 남성이 있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내민 그는 왠지 불청객 같으면서도 묵묵한 수호신 같았다.
전체 대사 보기 (98줄)
바쁜 오후, 저택의 거실.
거실의 테이블 앞에 앉은 당신은 한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어깨에는 전화기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펜을 들고 통화 중요한 내용을 쉬지 않고 적었다.
예, 야외 예능 공연... 토요일...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끝내면 곧바로 다른 전화가 들어오는 상황이 점심 내내 이어졌다.
슬슬 수화기란 내려놓으면 울리는 물건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보세요, 프랑슈슈입니다...
그래도 착실하게 전화를 받아, 중요 사항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지금 신문사마다 프랑슈슈의 자선 콘서트를 보도하고, 프랑슈슈의 팬덤이 부지런히 갖은 인터넷 커뮤니티서 홍보 활동을 벌이는데 어찌 혼자서 쉴 수 있으랴.
당신은 뿌듯한 마음으로 뻐근한 목과 어깨를 풀면서, 오늘 밤 있을 콘서트도 생각했다.
당신과 프랑슈슈가 지금까지 들인 모든 노력이 이 공연에 반영될 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휘관, 일도 좀 쉬면서 하세요.
난 괜찮아.
부드러운 두 손이 당신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고, 누군가 빈 커피잔도 채워 주었다.
지휘관님, 일에 너무 몰두하시네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는 건 어떨런지요?
맞아 맞아, 이따가 엄청 더 바빠질 거잖아!
응, 이것만 얼른 처리――
<size=50>아 꾸물거리다 해 다 지겄네!</size>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기를 또 받으려던 그때, 사키가 전화선을 확 뽑아버렸다.
수화기를 든 채 굳어버린 당신은 그 순간 깨달았다. 누군가 당신이 일을 덜 하길 바라는 것은 이게 처음임을.
어서 외출해요, 날씨가 정말 좋아요!
빨리 일어나!
모두가 밀고 당기는 통에, 당신은 푹신푹신한 소파에서 햇빛이 쨍쨍한 바깥으로 끌려 나왔다.
확실히 외출하기 좋은 때였다. 잔잔한 해수면 위로 물결이 반짝이고, 해안가의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는 상큼하고, 바닷가임에도 공기는 더없이 신선했다.
긴장이 풀리자 몸에 쌓인 피로가 단숨에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
정말 멋진 날이네요...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으련만.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 순간을 기념하게 뭐라도 남기자!
좋네요, 그걸 볼 때마다 오늘을 떠올릴 수 있겠어요.
그럼 뭘 하면 좋을까?
흠...
벽에다 손바닥으로 그림을 그리자.
손바닥이요?
오, 나 그거 알아! 손에다 물감 묻혀서 벽에 찍는 그거 말이지?
정답.
아, 마침 얼마 전에 제가 물감을 조금 가져왔는데, 지금 객실에 있어요!
난 그림 잘 못 그리는데...
릴리도 손바닥으로는 그림 그려본 적 없어.
퀄리티는 중요치 않아, 마음을 담으면 돼.
그치만 멀 어떻게 그릴지도 모르겄는디요...
그러니까——
지휘관님의 뜻을 알 것 같사와요. 모두의 손바닥을 나무에 활짝 핀 꽃처럼 찍는 것이지요?
그 말에 모두가 눈앞의 하얀 벽을 바라봤다. 정신을 집중하니 왠지 모르게 정말 벽에 우뚯 솟은 나무가 나타나, 나뭇가지에 모두의 손바닥 모양인 꽃이 잔뜩 핀 듯한 광경이 그려졌다.
갖고 왔다! 이거 맞제?
물감 찾았어?
어! 근디 빨간색만 있던데?
켁...
온통 새빨간 손자국인 벽을 상상하곤 생각을 바꾸려 했지만, 프랑슈슈가 이미 물감 쟁탈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color=#A9A9A9>내 예술 실력으로 캐리해 보는 수밖에...</color>
......
몇 분 후, 당신이 그린 구불구불한 나뭇가지에 모두가 손바닥을 찍었다.
그리고 침묵에 빠졌다.
...하지 말아야 했는데.
아하핫, 시뻘건 게 깨 자극적이구마!
그, 그러게...
릴리 소름 돋았어...
당신은 시뻘건 손자국들에서 물감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벽에서 눈을 슬쩍 돌렸다.
그래도, 예상보다 엉망이긴 해도, 당신과 프랑슈슈가 함께 남긴 기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대충 그럴싸하게 보였다.
제가 좀 다듬어 볼까요...?
일단 이건 공연 끝나고 돌아와서 생각하자, 빨리 물건 챙기고 출발해야 해.
공연장에 가서 단단히 준비해야죠?
응! 빨리 가자!
모두가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 마지막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어... <size=50>어아아! 오아오어아!</size> (뭔가 본 것 같다.)
왜 그래?
그런데 타에가 흥분해 난간에 매달려서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를 가리켰다.
모두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끄어... 아아아... (뭐라는지 모르겠음.)
생선이라믄 나중에 실컷 구워 줄 테니께 얼렁 가자고!
타에가 질질 끌려가면서도 바다에서 눈을 떼질 않으니, 당신도 궁금해서 잠시 지켜보았다.
하지만 역시 파도 소리만 여전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타에가 잘못 봤겠지.
당신도 실내로 걸음을 옮겼고,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가 떠난 뒤,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이상한 남성이 난간 밑에서 조용히 기어 올라온 것을.
그는 남은 물감을 손에 묻히고, 벽에 그려진 나뭇가지에 자신의 손자국을 남겼다.
함께 단체 사진 찍자!
그거 좋네요, 생각해 보니 지휘관이랑 같이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요!
좋아, 그럼 이쪽으로 모여 봐.
아이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고, 작은 화면에 당신 곁에 모인 모두의 당황한 얼굴이 들어왔다.
내가 들고 있을게.
모두 준비됐어?
<size=50>잠깐만잠깐만 릴리 머리 아직 정리 안 됐어!</size>
이미 깔끔해요~
나, 나는? 얼굴 너무 크게 나오진 않어야?!
내가 보기엔 모두 딱이야!
아앙... (바로 앞의 머리를 물었다.)
꾸물대지 말고 자아, 치~즈!
결국 당신까지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사키가 셔터를 눌러버렸다.
<size=50>아앗 나 아직 표정 못 잡았는데!</size>
저도...
아 글쎄 괜찮다니까! 모두 들어오게 찍혔음 됐지!
갤러리를 확인하니, 당신을 포함한 모두가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은 사진이 찍혔다.
완벽하다곤 못 하지만, 이 순간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긴 표정들.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다.
화면이 너무 작아요, 저도 좀 보여 주세요.
나중에, 시간 보니까 빨리 정리하고 출발해야 해.
공연장에 가서 준비할 때가 왔군요.
응! 빨리 가자!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 같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 마지막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어... <size=50>어아아! 오아오어아!</size> (뭔가 본 것 같다.)
왜 그래?
그런데 타에가 흥분해 난간에 매달려서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를 가리켰다.
모두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끄어... 아아아... (뭐라는지 모르겠음.)
생선이라믄 나중에 실컷 구워 줄 테니께 얼렁 가자고!
타에가 질질 끌려가면서도 바다에서 눈을 떼질 않으니, 당신도 궁금해서 잠시 지켜보았다.
하지만 역시 파도 소리만 여전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타에가 잘못 본 거겠지...
당신도 실내로 걸음을 옮겼고,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휴대폰으로 찍은 단체 사진 구석에,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이상한 남성이 있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내민 그는 왠지 불청객 같으면서도 묵묵한 수호신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