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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좀비랜드 사가

무채색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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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시작까지 앞으로 15분.

당신은 당신에게 마련된 특별석에 앉았다. 공연장에서 전경이 가장 좋은 이 자리는 프랑슈슈의 공연을 감상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좌우로 앉은 익숙한 얼굴들이 없었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테지만.

스크립터

오늘 콘서트, 자신 있나?

지휘관

음... 그럭저럭?

스크립터

제발, 난 엄청 기대하고 있다고...

열성팬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한 콘서트라도 안티가 끼어들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마련이야.

하물며 나이트 카페와 그레이 트리를 서포트로 불렀는데, 두 팬덤이 도장깨기 하고 싶어서 안달 났음 어떡할래?

지휘관

에이 설마 그 정도까지는...

열성팬

내기할까?

지휘관

무슨 내기?

열성팬

이따 공연 시작되고 관객석서 야유 한 번 터질 때마다 네가 10엔.

끝까지 한 번도 안 나오면 내가 10만 엔.

스크립터

그거 구미가 당기는걸... 나도 하겠어.

지휘관

좋아, 미리 입금할 준비나 하라고!

공연장의 조명이 점점 어두워져, 곧 무대가 시작될 것을 알렸다.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응원 패널을 치켜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약 2시간 후.

당신은 어림잡아 6,770만 엔을 떼였다.

지휘관

......

스크립터

......

저 무대 위 프랑슈슈의 괴로운 표정을 바라보는 당신은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당신은 언제나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차라리 인간을 그만두고 모래 알갱이가 되어 땅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관중

<size=50>내려와라 그냥! 뭐하는 거야, 음정 맞는 게 하나도 없잖아!</size>

미나모토 사쿠라

히익...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휘관

......

당신을 그저 입을 뻐끔거릴 뿐이었다.

이렇게 실수 잔뜩에 엉망진창인 무대이니, 반박조차 할 수가 없었다.

턱이 빠진 듯 멍하니 바라보던 은발의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열성팬

쟤네... 혹시 외계인한테 바꿔치기당했거나 그런 거야...?

지휘관

어쩌면...

스크립터

너... <size=50>대체 프로듀서 짓을 어떻게 한 거야?!</size>

지휘관

난...

관중

<size=50>그냥 때려쳐라 때려쳐!</size>

지휘관

......

실망감에 격분한 관객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퍼부어댔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쿠라와 릴리를 유우기리가 꾹 참으며 다독였다.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는 아이와 준코도, 무너지기 직전인 표정으로 노발대발하는 사키를 붙잡아 말리는 중이었다.

결국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급히 무대의 막이 내려졌다.

열성팬

......이걸로 끝?

지휘관

......

스크립터

이건 프랑슈슈에게 더없이 중요한 콘서트였어!

<size=50>이렇게 망쳐버려서는 재기불능이라고!</size>

지휘관

......

그때, 어디선가 프랑슈슈의 응원 패널이 당신을 향해 날아왔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패널은 조각나 버렸고, 거기에 그려진 프랑슈슈의 환한 미소도 조각나 버렸다.

스크립터

......

난 먼저 간다.

스크립터는 더는 당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관객들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열성팬

저 사람 엄청 속상해 보이는데...

지휘관

...엄청 실망했곘지.

열성팬

아니 솔직히 나도 영문을 모르겠어.

저번에 그레이 트리랑 맞붙었을 땐 엄청 잘했잖아, 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거야?

지휘관

......

그 말에 당신은 이 며칠간을 돌이켜보았다.

당신은 처음부터 프랑슈슈의 트레이닝을 극복해야 할 난제로 보지 않았다.

그저 가끔씩 보컬과 안무 연습을 도왔을 뿐, 그들이 그레이 트리를 꺾은 것을 보곤 자만에 빠져 트레이닝을 소홀히한 것이었다.

지휘관

그게... 이렇게...

프랑슈슈의 트레이닝을, 지휘실의 탁상에 놓인 서류 더미처럼, 그냥 내버려둬도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 줄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여기는 그리폰이 아님을, 부지런히 대신 업무를 분담해 주는 부관도 없음을 망각하고 말았다.

열성팬

빨리 백스테이지 가서 애들 위로해 줘, 내가 봐도 안쓰럽다.

지휘관

응...

관중

<size=50>환불해! 환불해! 환불해!</size>

당신은 넋두리가 나간 채 분노하는 관객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이 뱉는 말에 차마 귀를 기울이지도,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잠시 후, VVVIP 대기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울한 기운이 당신을 덮쳤다.

프랑슈슈는 이미 화장도 지우고 소파에 모여 흐느끼고 있었다.

미나모토 사쿠라

지휘관... 어뜩해요...

공연... 공연 망쳐서...

미즈노 아이

......

지휘관

울지 마... 너흰 아직 앞날이 창창하잖니, 기회는 앞으로도 많을 거야...

무의미하고 뻔한 말로 애써 위로하며, 당신은 소파 옆에 주저앉았다.

콘노 준코

다들 우리를 보러 와 줬는데, 엄청 실망했겠죠...

니카이도 사키

아 한심한 소리 그만들 혀! 그래, 이번엔 못했지! 고럼 다음에 모두가 우릴 다시보게 만들 만큼 잘하면 될 거 아니여!

야마다 타에

질겅질겅... (기운 없이 오징어채만 씹는 중.)

호시카와 릴리

다음 공연... 보러 와 줄 사람 있을까...

유우기리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분명 누군가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의 반짝임을 볼 거예요.

다만 모두가 입을 다물었고, 잠시 울먹이고 훌쩍이는 소리만 방 안에 메아리쳤다.

뭐라도 말해 주고 싶었지만, 무슨 소용이랴. 이미 끝난 결말은 바꾸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후회뿐. 훈련을 소홀히 여긴 과거의 자신을 원망할 뿐이었다.

지휘관

미안해...

이것이 두 번째 사과였다.

하지만 결의에 찼던 처음과는 달리, 이번 것은 완전히 실의에 빠진 것이었다.

미나모토 사쿠라

아뇨, 지휘관 잘못이 아니에요...

콘노 준코

자책 마세요, 지휘관님...

당신의 손에 따듯한 손이 얹혔다, 지금 이 상황에서조차 그들은 당신을 믿고 있었다.

유우기리

그래요, 울지 마시와요.

호시카와 릴리

지휘관이 그러면 릴리도... 릴리도...!

프랑슈슈가 당신에게 모여 묵묵히, 하지만 단단히 포옹했다.

뜨거운 눈물과 슬픈 숨결이 옷을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절망적이고 괴로운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당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둠엔 눈물도, 울먹임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던 당신은 그제서야 이상함을 눈치챘다.

파도가 배의 밑바닥에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바닷가 특유의 짭조름한 공기에 섞인, 어렴풋한 꽃향기.

지휘관

여긴... 어디지?

등뒤에서 왠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그 아이들의 공연을 망쳤구나.

지휘관

나는...

???

만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떡할 거지?

지휘관

......

???

가라, 운명의 바퀴는 다시 돌기 시작했다.

지휘관

아직... 기회가 있어?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

이미 시작된 모든 것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파도가 부서지고, 수면을 가르는 소리. 이 배는 지금 바다 위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

눈을 떠 보니, 당신은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지휘관

......?

머릿속이 새하얬다. 엄청 긴 꿈을 꾼 것 같은데,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화면은 여전히 그 선택지 앞에 머물러 있었다.

<color=#FFFF00>[다음 중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무엇입니까?]</color>

지휘관

이건... 대체 뭐지...

갑자기 두통이 엄습해 주의를 흩트렸고, 두통약을 찾느라 당신은 보지 못했다.

화면 속 커서가 멋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딸깍.

운명의 바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