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
조용한 아침. 오직 창밖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커튼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들렸다.
당신은 따뜻한 이불을 덮은 채로 기지개를 켰다. 오늘 오전은 급하게 처리할 일도 없으니, 실컷 뒹굴다 언제든지 일어나도 됐다.
......
아니, 사실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잘 알고 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자꾸 미루는 것.
당신은 이불 속 따뜻한 어둠에 대고 가볍게 한숨을 푹 쉬고서, 침대 밖으로 나와 옷을 개어 둔 탁자 옆으로 갔다.
...응?
반듯하게 개어 둔 옷 옆에 오징어채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그건 분명 타에가 준 목재로 만든 접시였다. 위에 새긴 꽃무늬가 준코에게 도움받아 당신이 직접 그린 것이어서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상한데...
당신은 접시에 듬뿍 쌓인 오징어를 한 줌 집어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봤다.
냄새가 이상하지도 않고, 싱싱해... 타에가 바로 꿀꺽할 물건인데...
...왜 이게 여기 있지?
타에는 후각도 아주 예리하고, 당신의 방쯤이야 손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이 오징어채 한 접시가 왜 여기 이렇게 멀쩡하게 놓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타에? 혹시 있어?
혹시나 싶어 불러봤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당신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와 타에를 찾았다.
그런데 저택의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타에가 보이지 않았다. 산책이라도 나간 것일까?
침실로 돌아온 당신은 다시 탁자 옆으로 가, 그 수상한 오징어 한 접시를 다시 살펴봤다.
어라... 조금 줄어든 거 같다?
당연히 오징어채가 대답해 줄 리 만무했다.
결국 당신은 고개를 젓고선 짐 정리를 하기로 했다.
이것이 당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폰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
처음부터 이 여정의 종착역은 매우 뚜렷했으니, 이제 정할 것은 "어떻게"만 남았다.
당신은 반듯하게 갠 옷들과 중요한 물품들을 한자리에 놓고, 침대 밑에서 프랑슈슈가 당신을 위해 준비해 준 짐가방을 꺼냈다.
다 넣으면 돌아갈 채비는 끝난다.
끄응... 근데 가방이 뭐 이리 무거워?
......
...설마.
당신은 뇌리를 번쩍 스치는 추측을 붙잡았다.
짐가방을 바닥에 살살 내려놓고, 지퍼를 천천히 열고, 그리고..
활짝!
어아... 으응... (인사하는 것 같다.)
역시 너였냐!
이번엔 내 짐 어디다 숨겼어! 말해!
으에... 어응... (억울하다는 얼굴이다.)
어휴...
당신은 못 이기겠다는 듯 짐가방 옆에 앉아, 타에가 짐가방에 가지고 들어간 오징어채를 입에 쓸어담는 것을 지켜봤다.
저번에도 그러고 말이야...
그때, 당신은 배낭을 메고 유우기리가 소개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어어... 으에...?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묻는 것 같다.)
어라, 타에구나?
당시 그녀는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날의 저녁 식사 재료 심부름을 나온 모양이었다.
심부름이야? 수고 많네, 어서 돌아가렴. 유우기리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
하지만 타에가 당신의 배낭을 물끄러미 바라보길래, 먹을 게 있다 생각하는 것 같아 당신이 직접 열어 안을 보여 주었다.
자, 보이지? 안에 먹을 거 없어, 다 짐이야.
어으... 으어어? (이상해한다.)
응? 웬 가방이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중이야. 언젠간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지.
......
타에가 당신을 멍하니 바라봤다. 방금 한 말이 그녀로선 이해하기 좀 어려웠을까?
못 알아듣겠어도 괜찮아, 저녁에 돌아와서 천천히 설명해 줄게.
당신은 다시 배낭을 메고 유우기리가 적어 준 주소를 찾으러 움직였...는데 배낭이 어째 확 무거워졌다.
......
타에에에... 이거 놔!
으그그그그긁! (배낭을 문 채로 고개를 세차게 젓는 중.)
나 돌아가는 방법 수소문해야 한다고! 넌 얼른 저택에 돌아가!
으을윽...! (고집부리는 중.)
오오냐 오늘에야말로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당신은 배낭을 물고 안 놓는 타에를 그대로 질질 끌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의아해하는 시선을 한몸에 받는 것도 아랑곳 않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만큼 체력이 금방 바닥나서, 결국 싱글벙글한 타에에게 저택으로 끌려갔다.
그날 이후로 타에는 유난히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같았다"라 한 이유는 심증만 있어서였다. 그저 타에와 마주치는 빈도가 조금 늘고, 그녀가 당신의 말에 더 자주 반응할 뿐이었으니까.
에에에어웨. (당당하게 뭔가 따지는 듯하다.)
응?
타에가 대뜸 손가락으로 당신을 가리키고, 탁상 위에 오징어채가 한가득인 접시를 가리켰다가, 짐가방을 퉁퉁 쳐댔다.
얘가 또 뭔 말을...
당신은 타에의 몸동작과 그 의미를 기록한 노트를 꺼내 대조해봤다.
약 10분 후, 대충 파악해냈다.
어... 설마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오징어 줬으니까 이 짐가방에 들어갈 권리가 있단 뜻이야?
응응응으응!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으이구, 내가 졌다 졌어.
당신은 너털웃음 섞인 한숨을 쉬면서 탁자의 오징어채를 가져왔다.
옜다, 다 먹어.
꿀꺽. (당신 손 위의 오징어채만 한입에 삼켰다.)
뭐야, 네가 들고 먹어야지. 내가 먹여 줘야겠니?
흠흠흠. (기대하는 눈빛이다.)
그러더니 웬걸, 타에가 오징어채 한 가닥을 집어 당신의 입가로 불쑥 들이댔다.
어... 나한테 먹여 주는 거야?
............ (눈을 반짝이며 지그시 바라보는 중.)
그럼 사양 않고 잘 먹을게.
당신은 그 오징어채 한 가닥을 꼭꼭 씹어 먹었다.
안 돼, 타에. 나 이거 한 가닥도 안 건드렸어.
어어... 아아아아! (황급히 오징어채에 달려들었다.)
그래그래, 너 다 먹어. 나는――컥?!
타에는 탁상의 오징어채 한 접시를 들기만 하고, 당신에게 돌아오더니 대뜸 당신의 목을 움켜잡았다.
크헉!?
으어어어! (오징어채 한 접시를 번쩍 들었다.)
크헉켁켁?! (통째로 내 입에 쑤셔넣을 셈이야?! 안 돼, 멈춰!)
의외로 바로 알아들었는지 타에가 멈췄다. 당신도 한시름 놓으려던 찰나...
그녀가 살며시 접시를 내려놓고는 손가락으로 오징어채 한 가닥을 집어, 당신의 입에 천천히 넣었다.
어아으으응! (어째 우쭐한 표정.)
.....
당신은 하는 수 없이 복잡한 심정으로 그 오징어채를 꼭꼭 씹어 먹었다.
나머진 너 다 먹어도 돼.
......!
오아어!
"고마워"...? 맞나...
우걱우걱우걱... (씹고 뜯고 맛을 즐기는 중.)
게걸스럽게 오징어채를 먹는 타에를 보고 있으니, 당신도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꽉꽉 눌러 담았던 행낭 같던 마음은 지금 텅텅 빈 짐가방처럼 가벼워졌다.
결국 이곳을 떠나게 된다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어쩌면 내일도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지금 곁의 즐거움을 만끽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타에,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으러 마트 가자.
꼬끼오—— 꼬꼬——!
그 말을 들은 타에가 깨끗이 핥은 접시를 내려놓고 포효했다.
평범하고도 약간 소란스러운 오후는 그렇게 시작됐다.
전체 대사 보기 (88줄)
조용한 아침. 오직 창밖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커튼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들렸다.
당신은 따뜻한 이불을 덮은 채로 기지개를 켰다. 오늘 오전은 급하게 처리할 일도 없으니, 실컷 뒹굴다 언제든지 일어나도 됐다.
......
아니, 사실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잘 알고 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자꾸 미루는 것.
당신은 이불 속 따뜻한 어둠에 대고 가볍게 한숨을 푹 쉬고서, 침대 밖으로 나와 옷을 개어 둔 탁자 옆으로 갔다.
...응?
반듯하게 개어 둔 옷 옆에 오징어채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그건 분명 타에가 준 목재로 만든 접시였다. 위에 새긴 꽃무늬가 준코에게 도움받아 당신이 직접 그린 것이어서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상한데...
당신은 접시에 듬뿍 쌓인 오징어를 한 줌 집어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봤다.
냄새가 이상하지도 않고, 싱싱해... 타에가 바로 꿀꺽할 물건인데...
...왜 이게 여기 있지?
타에는 후각도 아주 예리하고, 당신의 방쯤이야 손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이 오징어채 한 접시가 왜 여기 이렇게 멀쩡하게 놓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타에? 혹시 있어?
혹시나 싶어 불러봤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당신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와 타에를 찾았다.
그런데 저택의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타에가 보이지 않았다. 산책이라도 나간 것일까?
침실로 돌아온 당신은 다시 탁자 옆으로 가, 그 수상한 오징어 한 접시를 다시 살펴봤다.
어라... 조금 줄어든 거 같다?
당연히 오징어채가 대답해 줄 리 만무했다.
결국 당신은 고개를 젓고선 짐 정리를 하기로 했다.
이것이 당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폰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
처음부터 이 여정의 종착역은 매우 뚜렷했으니, 이제 정할 것은 "어떻게"만 남았다.
당신은 반듯하게 갠 옷들과 중요한 물품들을 한자리에 놓고, 침대 밑에서 프랑슈슈가 당신을 위해 준비해 준 짐가방을 꺼냈다.
다 넣으면 돌아갈 채비는 끝난다.
끄응... 근데 가방이 뭐 이리 무거워?
......
...설마.
당신은 뇌리를 번쩍 스치는 추측을 붙잡았다.
짐가방을 바닥에 살살 내려놓고, 지퍼를 천천히 열고, 그리고..
활짝!
어아... 으응... (인사하는 것 같다.)
역시 너였냐!
이번엔 내 짐 어디다 숨겼어! 말해!
으에... 어응... (억울하다는 얼굴이다.)
어휴...
당신은 못 이기겠다는 듯 짐가방 옆에 앉아, 타에가 짐가방에 가지고 들어간 오징어채를 입에 쓸어담는 것을 지켜봤다.
저번에도 그러고 말이야...
그때, 당신은 배낭을 메고 유우기리가 소개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어어... 으에...?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묻는 것 같다.)
어라, 타에구나?
당시 그녀는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날의 저녁 식사 재료 심부름을 나온 모양이었다.
심부름이야? 수고 많네, 어서 돌아가렴. 유우기리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
하지만 타에가 당신의 배낭을 물끄러미 바라보길래, 먹을 게 있다 생각하는 것 같아 당신이 직접 열어 안을 보여 주었다.
자, 보이지? 안에 먹을 거 없어, 다 짐이야.
어으... 으어어? (이상해한다.)
응? 웬 가방이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중이야. 언젠간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지.
......
타에가 당신을 멍하니 바라봤다. 방금 한 말이 그녀로선 이해하기 좀 어려웠을까?
못 알아듣겠어도 괜찮아, 저녁에 돌아와서 천천히 설명해 줄게.
당신은 다시 배낭을 메고 유우기리가 적어 준 주소를 찾으러 움직였...는데 배낭이 어째 확 무거워졌다.
......
타에에에... 이거 놔!
으그그그그긁! (배낭을 문 채로 고개를 세차게 젓는 중.)
나 돌아가는 방법 수소문해야 한다고! 넌 얼른 저택에 돌아가!
으을윽...! (고집부리는 중.)
오오냐 오늘에야말로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당신은 배낭을 물고 안 놓는 타에를 그대로 질질 끌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의아해하는 시선을 한몸에 받는 것도 아랑곳 않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만큼 체력이 금방 바닥나서, 결국 싱글벙글한 타에에게 저택으로 끌려갔다.
그날 이후로 타에는 유난히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같았다"라 한 이유는 심증만 있어서였다. 그저 타에와 마주치는 빈도가 조금 늘고, 그녀가 당신의 말에 더 자주 반응할 뿐이었으니까.
에에에어웨. (당당하게 뭔가 따지는 듯하다.)
응?
타에가 대뜸 손가락으로 당신을 가리키고, 탁상 위에 오징어채가 한가득인 접시를 가리켰다가, 짐가방을 퉁퉁 쳐댔다.
얘가 또 뭔 말을...
당신은 타에의 몸동작과 그 의미를 기록한 노트를 꺼내 대조해봤다.
약 10분 후, 대충 파악해냈다.
어... 설마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오징어 줬으니까 이 짐가방에 들어갈 권리가 있단 뜻이야?
응응응으응!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
으이구, 내가 졌다 졌어.
당신은 너털웃음 섞인 한숨을 쉬면서 탁자의 오징어채를 가져왔다.
옜다, 다 먹어.
꿀꺽. (당신 손 위의 오징어채만 한입에 삼켰다.)
뭐야, 네가 들고 먹어야지. 내가 먹여 줘야겠니?
흠흠흠. (기대하는 눈빛이다.)
그러더니 웬걸, 타에가 오징어채 한 가닥을 집어 당신의 입가로 불쑥 들이댔다.
어... 나한테 먹여 주는 거야?
............ (눈을 반짝이며 지그시 바라보는 중.)
그럼 사양 않고 잘 먹을게.
당신은 그 오징어채 한 가닥을 꼭꼭 씹어 먹었다.
안 돼, 타에. 나 이거 한 가닥도 안 건드렸어.
어어... 아아아아! (황급히 오징어채에 달려들었다.)
그래그래, 너 다 먹어. 나는――컥?!
타에는 탁상의 오징어채 한 접시를 들기만 하고, 당신에게 돌아오더니 대뜸 당신의 목을 움켜잡았다.
크헉!?
으어어어! (오징어채 한 접시를 번쩍 들었다.)
크헉켁켁?! (통째로 내 입에 쑤셔넣을 셈이야?! 안 돼, 멈춰!)
의외로 바로 알아들었는지 타에가 멈췄다. 당신도 한시름 놓으려던 찰나...
그녀가 살며시 접시를 내려놓고는 손가락으로 오징어채 한 가닥을 집어, 당신의 입에 천천히 넣었다.
어아으으응! (어째 우쭐한 표정.)
.....
당신은 하는 수 없이 복잡한 심정으로 그 오징어채를 꼭꼭 씹어 먹었다.
나머진 너 다 먹어도 돼.
......!
오아어!
"고마워"...? 맞나...
우걱우걱우걱... (씹고 뜯고 맛을 즐기는 중.)
게걸스럽게 오징어채를 먹는 타에를 보고 있으니, 당신도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꽉꽉 눌러 담았던 행낭 같던 마음은 지금 텅텅 빈 짐가방처럼 가벼워졌다.
결국 이곳을 떠나게 된다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어쩌면 내일도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지금 곁의 즐거움을 만끽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타에,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으러 마트 가자.
꼬끼오—— 꼬꼬——!
그 말을 들은 타에가 깨끗이 핥은 접시를 내려놓고 포효했다.
평범하고도 약간 소란스러운 오후는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