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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공각기동대

인터넷 중독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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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Z64 구역, 미니플렌티의 물자 창고.

390호는 구석의 시계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이 시계는 초침도 돌기를 멈춘 지 한참이었다.

390호

지휘관님, 여기는 저희가 물자를 배급하는 곳입니다. 2Z64 구역의 주민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여기서 지급받습니다.

지휘관

TPS...

390호

아, 387호. 물자 지급받으러 왔나요?

387호

응. 근데 이 사람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지휘관

......

390호

오늘 방문객으로 오신 콜네임 지휘관님입... 앗, 387호! 2Z64 스트리밍 채널 꺼내지 마세요! 이 분은 당신 구독 안 합니다!

387호

에~이, 이왕 만난 김에 구독 좀 눌러 주면 뭐 어때!

387호

지휘관, 그 고사리손으로 내 채널 구독 버튼 좀 눌러 줘~

지휘관

...그래.

390호

지휘관님...?

의아해하는 390호의 주시를 받으며, 계속 과묵하던 지휘관이 387호의 말에 따라 그녀의 2Z64 구역 스트리밍 계정을 구독했다.

387호

고마워, 내 새로운 구독자!

지휘관

너... 이제 게임은 스트리밍 안 하니?

387호

게임...? 그런 걸 왜?

390호

2Z64 구역에서 게임은 금지된 오락 중 하나입니다.

지휘관

...그거 아니? 네가 그렇게 기대하던 게임의 후속작, 나왔어.

387호

기대하던 거라니, 내가 게임을 왜 기대해...?

풉, 되게 별난 사람이네.

지휘관

......

387호

난 원래부터 내 일상 생활을 방송하길 좋아해. 딱히 변화는 없지만, 나 자신의 매일을 기록하는 것도 제법 보람 넘치거든!

지휘관

새로운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진 않아?

387호

으음, 그게 누가 한 말이었더라...

대충 뜻만 말하자면, 기대란 실망의 리스크가 있으니까, 기대하지 않으면 언제나 실망할 일 없이 즐거울 수 있다는 거~~

지휘관

......

387호

그럼 난 갈게. 390호 안녕, 지휘관도 안녕~

390호

안녕히 가세요, 390호.

그리폰 기지 정기 순시 기록 기록 부관 - HK433

오전 10 30분 ~ 10시 45분, 순시 지점 - 보급 창고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높은 언성이 들려왔다."

TPS

<size=50>내가 주문한 새 컨트롤러 아직도 안 왔어!?</size>

팬들이 공략 보고 싶다고 아우성이란 말야! 빨리 방송하지 않으면——

QBU191

기지 인근의 도로가 파손되어 물자 수송에 큰 지장이 생겼어요. 지금은 전진 기지의 친구들을 통해 조금씩 이송할 수밖에 없답니다.

당신의 소포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거예요.

TPS

그딴 말 벌써 질리도록 들었다고!

QBU191

지휘관, 오셨군요.

지휘관

따오기, 기지의 수송로 아직도 복구 안 됐어?

QBU191

네, 지금은 도로를 복구할 인력도 자금도 부족해서...

TPS

어떻게 좀 해봐 지휘관! 다른 스트리머들은 벌써 다 클리어했는데 나만 아직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HK433

지금 지휘관님은 다른 고민도 산더미입니다, 오락 활동의 어려움은 좀 참으세요.

TPS

<size=50>아 오락 활동은 안 중요해!?</size>

즐길거리가 없으면 모두가 불안하고 우울해할 때 뭘로 주의를 분산시켜!

QBU191

......

지휘관

......

알았어, 어떻게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볼게.

TPS

역시 지휘관밖에 없다니까! 좋은 소식 기다릴게!

그리고 TPS는 촐랑대며 창고의 셔터 문을 열고 사라졌다.

QBU191

지휘관, 그렇게 스스로 일을 늘리지 않으셔도 돼요.

물류 수송로 복구가 늦어지는 걸로 기지 운영에 지장은 없답니다. 단순히 일부 인형들에게 불만이 조금 생길 뿐이에요.

HK433

네, 어차피 중요 물자는 당분간 전진 기지가 운송을 대신 맡았으니까요.

지휘관

"늦어진다"는 얼핏 보면 즐거움을 누리는 때가 그냥 좀 미뤄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는 과정에서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점점 무너지고 말지. 그러다 마지막엔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어.

QBU191

......

HK433

지휘관님,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세요...

지휘관

그럴지도. 하지만 난 TPS가 하염없기 기다리다 기대감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아.

모두 기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데, 고작 이런 소소한 즐거움 하나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그건 내 직무유기지.

390호

지휘관님?

지휘관

......

가지런히 정리정돈된 창고에 지휘관이 흥미를 보이리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눈살에 주름만 늘었다.

이러니 390호는 어쩔 줄 몰랐다. 임무의 하락세를 어떻게든 반전시키고자, 다시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390호

지휘관님, 저희도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