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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공각기동대

너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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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 기지, 지휘실.

소령과 바토가 AR 디바이스 옆에 서서, 그 안에서 잠든 듯이 누워있는 지휘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토

역시 에뮬레이팅은 인간에게 부담이 큰가 보군. 지휘관은 아직 로그아웃 프로세스 실행 중이야.

쿠사나기 모토코

게다가 의체 개조도 전혀 받지 않은 인간이지. 전뇌조차 없으니 부담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

쿵!

구석에 세워 둔 티테이블이 갑자기 엎질러졌다.

???

아차...

바토

타치코마냐?

쿠사나기 모토코

이제야 왔군.

파란 사고 전차가 광학 위장을 해제하고 그 덩치를 드러냈다.

타치코마

소령, 바토 씨!

두 분의 지시를 받고서 바로 접속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근데 찾아오는 게 너무 힘들어서...

쿠사나기 모토코

조사는 어느 정도 됐어?

타치코마

후후후, 지휘관의 프로필 정리 다 끝났어요! 이상형이 어떤 타입인지까지 상세하게 조사했다고요!

소령과 바토는 타치코마가 공유한 프로필을 살펴봤다.

바토

...소령, 이제 어떻게 할 셈이지?

쿠사나기 모토코

우린 에사키의 임무를 도우러 온 것뿐이야. 그리폰 기지의 일은 우리와는 상관이 없어.

그건 지휘관 본인이 결정할 일이지.

바토

응, 그야 물론이지.

쿠사나기 모토코

할말 있으면 그냥 시원하게 해.

바토

지휘관은 아직 헤매고 있어... 이런 상황에선 자칫 한심한 결정을 내리기가 아주 쉬워.

조금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쿠사나기 모토코

어떻게 결정하든 마지막 결과는 다 지휘관과 그리폰 기지가 감당해야 해, 우리는 간섭할 권리가 없어.

지휘관이 인형들을 포기하든 되찾으려 하든, 우리는 우리 할일만 제대로 하면 돼.

바토

......

소령은 지휘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쿠사나기 모토코

타치코마, 그리폰 기지의 물자 재고 리스트 보내 줘.

타치코마

라저~!

소령의 발소리가 지휘실 밖으로 사라졌다.

타치코마

바토 씨, 지휘관을 이렇게 내버려둬도 괜찮은 거예요?

바토

같이 다닌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소령의 말을 이해 못하겠어?

타치코마

...네?

바토

소령의 말은, 지휘관을 이끌어 주는 건 괜찮아도 최종적인 결정은 지휘관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뜻이야.

타치코마

아하! 그런 거였군요!

바토가 타치코마의 몸을 텅텅 두드렸다.

바토

빨리 광학 위장 켜고 밖에서 대기해, 지휘관이 곧 깨어난다.

기도비닉 주의하고, 시마무라 놈들한테 들키지 않게.

타치코마

알았어요~

몇 분 후.

지휘관이 마침내 AR 디바이스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이마를 짚고 어지러움을 달랬다.

지휘관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쿠사나기 모토코

그리폰 기지야, 네 본거지.

바토

받아.

바토가 술 한 병을 지휘관에게 건넸다.

바토

이 기지, 이것저것 부족한 것치고 술은 넉넉하더만.

지휘관

......

바토

그렇게 째째하게 굴지 말고, 우리가 댁을 엄청나게 도와줬잖아.

지휘관

그게 아니라.

원래 내일 밤을 위해 준비한 술이라는 게 생각나서.

쿠사나기 모토코

내일이 무슨 특별한 날인가?

지휘관

S09 지역 기지 창설 기념일이야, 이미 버려진 곳이긴 하지만...

바토

아하, 알겠다. 저번에 댁이 이 의체를 데리고 간 거기 말이지?

이 의체의 행동 기록을 확인해 봤거든. 거기 쑥대밭이 따로 없더구만, 전쟁 하나에 쓸 미사일을 전부 때려박은 것 같았다고!

쿠사나기 모토코

바토.

바토

어이쿠, 혼자 나불나불대서 미안하군.

지휘관, 건배나 한 번 하자.

쨍~

잔을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기지의 정적을 잠시 깨뜨렸다.

바토

음... 꽤 괜찮은 술이네.

지휘관

모두가 여기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쿠사나기 모토코

......

소령은 홀로 창가에 앉아, 밤의 장막에 뒤덮인 바깥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썰렁한 방 안, 바토와 지휘관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바토

댁은 이제부터 어쩔 셈이지?

지휘관

그곳에 다시 가서 보이스를 구해내야 해.

바토

그럼 다른 인형들은?

지휘관

......

지휘관은 술병의 라벨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 병 안의 맑은 액체 너머로, 탁상의 단체 사진 속 인형들의 얼굴이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지휘관

그 애들이 뭐라고 대답할지는 모르겠어.

나야 당연히 모두가 당장 여기로 돌아왔으면 하지.

하지만 만약에...

바토

설마...

그들이 2Z64 구역에서 지내는 게 더 행복하다면 포기하겠다는 거냐?

지휘관

왜, 안 돼? 행복한 삶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쿠사나기 모토코

......

바토가 입을 다물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쿠사나기 모토코

바토, 이건 지휘관 개인의 일이야. 우리는 끼어들 자격 없어.

바토

그야 알고 있지...

그래도, 그냥 이대로 손을 놔 버리는 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아?

지휘관

이기적이라고?

바토

부하들이 뭐라 대답할지도 모르면서 자기 멋대로 대신 결정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바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말로 알고 있는 거 맞아?

지휘관

그 애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면 왜 굳이...

쿠사나기 모토코

타인의 행복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기적이라는 거야.

지휘관

......

바토

댁에 관해서 조사해 봤다. PMC에 입사한 지 고작 2년만에 웬만한 베테랑 병사보다 훨씬 풍부한 경력을 쌓았더군.

댁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댁이 더 잘 알겠지, 그저 내가 묻고 싶은 건——

댁이 여기서 지금까지 일한 건, 이 일이 행복해서인가?

지휘관

...아니.

바토

그럼 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지?

지휘관

아직 다하지 못한 사명이, 지키지 못한 약속이 남아있어서...

하루하루가 고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을 좋아해.

바토

잘 알고 있구만.

바토

인형들도 같은 입장에서 각자 생각이 있을 텐데, 그렇게 눈 딱 감고 대신 정해버리려는 건가?

지휘관

...가능하다면 그 애들이 그만 고생했으면 좋겠어.

바토

댁 심정은 이해한다.

나도 아는 꼬맹이가 하나 있거든. 예전에 정말 많이 고생했지만, 다행히도 애가 똑똑해서 19살에 MIT 박사 학위까지 따냈어.

그런데, 편한 길은 다 내버려두고 가장 힘들고 어두운 길을 선택했지...

지휘관

......

바토

나도 그 애가 편하고 즐거운 삶을 살길 바랐는데, 녀석은 끝끝내 그러지 않았어.

"그 애"의 옹고집이 떠올랐는지, 바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은 술잔에 남은 술을 들이켰다. 화끈한 감각이 입 안에 퍼졌다.

지휘관

그래 알아... 그 느낌...

바토

소중한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야.

바토

하지만 때로는, 우린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을 하지.

괴로운 사랑이라 해도 말이야.

지휘관

그렇지...

두 사람은 말없이 술잔을 나눴다. 방 안의 분위기가 또 썰렁해졌다.

쿠사나기 모토코가 창가에서 내려와 다가오더니, 탁상의 술병을 집어 단숨에 비웠다.

쿠사나기 모토코

그럼, 지휘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지?

지휘관

......

보이스를 구해내고...

그리고 원래 계획을 속행해서 인형들의 기억을 되돌린다.

...그들의 대답을 직접 듣겠어.

...다음날.

2Z64 구역의 어딘가.

약속 시간에 맞춰, 지휘관은 가상 구역에 접속하여 바로 소령과 합류하기로 했다.

390호

<color=#00CCFF>안녕히 주무셨나요, 지휘관님?</color>

<color=#00CCFF>오늘의 행동 방침을 정하겠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세요.</color>

지휘관

오늘은 가게 문 닫고 하루 쉬자.

390호

<color=#00CCFF>신장개업 2일만에 휴업이라니... 확실한가요?</color>

지휘관

마침 잘 됐다, 가서 이 근처 시장조사 좀 해 줘.

나는 피곤해서 말야. 요 앞에 산책이나 하면서 하루 쉴래.

390호

<color=#00CCFF>알겠습니다, 전면적인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드리겠어요.</color>

통신을 끊고 지휘관은 목적지로 걸음을 옮겼다.

에사키 푸린

지휘관님, 좋은 아침입니다!

지휘관

흡......

푸린이 다짜고짜 등뒤에서 나타나 지휘관은 흠칫 놀랐다.

지휘관

푸린, 네가 여기에 무슨 일이지?

에사키 푸린

지나가던 길이에요, 오는 김에 지휘관님 장사 잘 되나 하고요.

방금 390호 씨랑 통신하는 거 들었어요, 오늘은 쉬실 셈인가 봐요?

지휘관

그래, 푸린. 나는 이제——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지휘관, 에사키를 계획에 다시 끌어들일 생각이라면 조금 더 고민하길 바라.</color>

지휘관

......

에사키 푸린

이제 뭐요?

지휘관

이제... 내 할일을 열심히 하려고.

에사키 푸린

그건... 지휘관님의 가게를 제대로 경영하시겠다는 말씀인가요?!

지휘관

응...

에사키 푸린

참 다행이에요!

푸린이 기뻐하며 지휘관의 손을 쥐었다.

에사키 푸린

드디어 2Z64 구역에 남아서 저희와 평생 함께하기로 하셨군요!

지휘관

축하하는 의미로 같이 푸딩이라도 먹을까?

에사키 푸린

푸딩이요? 축하하는데 왜 푸딩을 먹어요?

에사키 푸린

그거 말고 같이 식당에 가서 감자채볶음을 먹어요!

지휘관

......

에사키 푸린

푸린은 오늘 급한 일이 좀 남아있어서요, 늦게라도 다시 올 테니 같이 축하 파티해요!

지휘관

그래.

푸린은 폴짝폴짝 뛰어가다가 갑자기 또 되돌아왔다.

에사키 푸린

아참, 지휘관님. 소령님과 바토 씨는 아직 이쪽 의체에 액세스하지 않았나요?

지휘관

왜?

에사키 푸린

음, 어젯밤에 우락부락한 거한과 새끈한 여자가 미니러브 관할지에 잠입했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혹시 그게 소령님과 바토 씨가 아닐까 해서...

지휘관

......

지휘관은 잠깐 망설였다.

지휘관

아직 안 왔어.

그리고, 왔다 한들 그들의 의체가 어디 있는지 알 방법도 없는걸...

에사키 푸린

그렇군요... 푸린이 이따가 할일이, 그 두 거수자에 대해서 조사하는 거거든요.

그들이 무슨 짓을 할 셈인진 몰라도, 이곳의 평화를 깨뜨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에사키 푸린

여기 주민들은 이제 겨우 편안한 거처를 찾아 평범하고 화목한 일상을 누리게 됐는데.

누가 이런 세상을 망가뜨리려 한다면, 분명 모두한테 미움받겠죠.

지휘관

......

푸린, 네가 여기에 오기 전에 어떻게 지냈는지 살짝 말해줄 수 있을까?

에사키 푸린

음... 분명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닐 텐데, 왠지 벌써 까마득한 느낌이네요...

지휘관

그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있었던 일은 기억해?

에사키 푸린

그건 물론 기억하죠! 그때 푸린은 시마무라와 미즈카네를 쫓아서 페르시카 씨의 실험실 공방에서 달려나왔어요, 그때 분명 모두 엄청 놀라셨죠?

지휘관

아니, 내가 말하는 건 우리가 정말로 허심탄회하게 모여서 미래를 이야기하던 때 말이야.

그때 너는 네 필승의 보물을 들고 와서——

에사키 푸린

자꾸 과거에 얽매여서는 미래로 나아가지 못해요, 지휘관님.

지휘관

......

<color=#A9A9A9>(푸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color>

에사키 푸린

아무튼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혹시 수상한 사람의 단서를 발견하시면...

푸린이 지휘관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빵긋 웃었다.

에사키 푸린

푸린한테 꼭 알려주셔야 해요, 아셨죠?

지휘관

......

어서 일하러 가렴.

에사키 푸린

그래요, 그럼 나중에 봐요~!

지휘관이 연거푸 재촉하자, 결국 푸린은 어쩔 수 없이 떠났다.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지휘관은 소령과 합류하러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휘관

...소령, 지금 푸린을 의심하는 거야?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행동거지가 조금 이상해, 원인을 알기 전엔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color>

지휘관

그래.

합류 포인트에 거의 다 왔다.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못 보던 사이에 꼬리가 생겼네?</color>

지휘관

......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7시 방향, 하얀 지프차 뒤에.</color>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확실하게 떼어놓고 와.</color>

지휘관

......

<color=#A9A9A9>(...미즈카네인가? 아니면 푸린?)</color>

지휘관은 걸음을 멈추고는, 길을 헷갈린 척을 하며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지프차에 거의 달라붙을 듯 접근하자, 그 새하얀 장발이 눈에 들어왔다.

390호

......

지휘관

...뭐하러 따라왔어? 오늘은 가서——

390호가 파일 전송 요청을 보냈다.

30GB 크기의 시장조사 분석 압축 파일이었다.

지휘관

......

390호

동의도 구하지 않고 죄송하지만, 지휘관님의 각종 파라미터를 측정해야 해요.

지금 지휘관님은 아직 테스트 중인 디바이스로 전뇌를 에뮬레이팅해 2Z64 구역에 접속하신 상태죠. 미즈카네 씨께서는 지휘관님과 2Z64 구역의 연결이 점차 감쇠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매일 정기적으로 지휘관님의 감각 데이터를 측정해야 해요.

미즈카네 스즈카

......이 전뇌화 에뮬레이션도 체험감은 꽤 괜찮지만, 접속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곳의 감각은 점점 약해질 거야.

전뇌를 사용하면 이런 걱정도 없어지지.

지휘관

......

연결이 감쇠되면 어떤 증상이 생기지?

390호

이전 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은 시각이 손상됩니다. 픽셀이 열화된 이미지처럼 물건이 뭉개져 보일 거예요.

그 다음은 청각입니다. 소리가 점점 제대로 들리지 않고, 압축된 날카로운 소음처럼 느껴진다고 해요.

마지막은 촉각이에요. 물론 이 단계까지 오면 이미 활동을 유지할 수조차 없게 되죠.

지휘관

......

지휘관은 하늘에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았다. 전부 가상의 그래픽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손끝에 부드러운 꽃잎이 닿을 때면 내심 가슴이 움찔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지휘관

나는 감쇠 증상이 일어날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

390호

지휘관님이 여기에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진행 중이에요.

지휘관

......

390호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휘관님 곁을 지키면서 신체 상태를 면밀히 체크할 테니까요.

지휘관

따라오지 말아 줘, 잠시 혼자 있고 싶으니까.

390호

......

390호

제가 도울 일은 없는 건가요?

지휘관

넌 지금도 잘하고 있어, 필요한 일 있으면 부를——

지휘관은 390호를 쫓아내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자 생각을 바꿨다.

...인형들의 기억을 되돌린다.

...그들의 대답을 직접 듣겠어.

지휘관

사실 고민이 하나 있어. 이것 때문에 계속 골치가 아파. 너의 의견을 듣고 싶어.

390호

말씀하세요.

지휘관

만약 너에게, 잔혹한 현실 세계와 이상적인 가상 세계 중 살아갈 곳을 하나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고르겠어?

390호

잔혹한... 현실 세계요?

390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평온하고 깔끔한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지휘관

어... 일단 한번 상상해 봐. 너는 지금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살고 있어, 온갖 위험과 음모가 도사리는 세상에.

390호

알겠습니다. 나는 위험하고 어두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다...

지휘관

그리고 어느 날, 새로운 세상의 문이 네 앞에 활짝 열렸어. 아주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야, 마치 여기처럼. 하지만 가상의 세계야.

지금 네 앞엔 선택지가 있어. 어두운 현실 세계에서 계속 살아갈지, 아름다운 가상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지.

너는, 어느 쪽을 고를 거야?

390호

......

390호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한참 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390호

그 질문은 대답할 수가 없어요.

지휘관

왜지?

390호

그건 제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다르니까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삶이 즐거웠는지...

그리고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가상 세계가 줄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지휘관

그럼 네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뭐야?

390호

......

지휘관

아니면, 너의 삶의 목표는 뭐야?

390호

......

지휘관

왜 그래?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졌는데?

390호

......

지휘관님...

지휘관

그래, 여기 있어! 대체 무슨 일인데!?

390호는 그저 멍하니 지휘관이 있는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은 지휘관을 뚫고 저기 끝없이 먼 곳을 향했다.

줄곧 구석에 숨어서 지휘관이 합류하길 기다리던 소령과 바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휘관

어떻게 된 일이지...

쿠사나기 모토코

응답이 없어...

지휘관

소령, 얘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바토

마인드맵이 다운됐다.

쿠사나기 모토코

해킹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