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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공각기동대

채널 속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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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린의 마인드맵 영역.

상대가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지휘관은 제압당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새삼 또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지금 지휘관 일행은 정면으로 맞붙었다간 불핗요한 소모가 발생하기에 산개 전술을 펼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형세는 점점 푸린에게 기울어 갔다.

에사키 푸린

언제까지 도망다닐 셈이죠, 지휘관님?

지휘관은 HK433과 QBU-191이 잉여 데이터를 쌓아 만든 임시 엄폐물 뒤로 숨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푸린을 주시했다.

지휘관

......

소령, 들려?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감도 양호, 암호화 채널은 아직 쓸 수 있어서 다행이네.</color>

지휘관

그쪽 상황은?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녀석은 지금 너만 노리고 있어서 우린 아직 안전해.</color>

<color=#00CCFF>지원이 필요해? 도착하려면 약 5분 정도 걸릴 거야.</color>

지휘관

일단 합류하자, 녀석의 화력이 너무 강하고 약점도 알아내지 못해서 섣불리 공격해선 안 되겠어.

쿠사나기 모토코

<color=#00CCFF>알았어.</color>

통신을 끊자 푸린의 모습이 안 보였다.

지휘관

어디 갔지...?

HK433

소령 쪽으로 갔습니다.

지휘관

응, 그녀의 동향을 놓치지 마.

지휘관

보이스, 너는 괜찮아?

보이스

난 괜찮다, 제법 수복했어.

그런데 지휘관, 몇 분 전부터 정체불명의 신호가 계속 나에게 통신을 시도 중이다.

지휘관

소령인가?

HK433

혹시 푸린이 이것으로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려는 것 아닐까요?

보이스

둘 다 아닌 것 같다. 이 신호는 이 영역 밖에서 오고 있어.

QBU191

현재 상황에서 보이스와 통신하려는 자가 또 누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지휘관, 연결해 볼까요?

지휘관

연결해.

지휘관

보이스, 보안 조치 단단히 해.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 있으면 바로 통신 끊어.

보이스

알았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보이스가 통신을 받았다.

보이스

누구냐, 신원을 밝혀라.

치직...

잠깐 노이즈가 흐르더니, 간신히 쥐어 짜낸 듯한, 모기처럼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

<color=#00CCFF>...관님, 저예요.</color>

지휘관

......

지휘관은 당혹스러웠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지휘관

대체... 누구야?

???

<color=#00CCFF>누구인진 중요치 않아요, 중요한 건 여러분과 끝까지 싸우기로 약속했단 거죠.</color>

지휘관

......

???

<color=#00CCFF>지휘관님, 즉시 엄폐물에서 떨어지세요!</color>

지휘관

뭐?!

아주 조금 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휘관은 거의 본능적으로 인형들을 데리고 엄폐물에서 떨어졌다.

콰앙!

그러기가 무섭게, 열풍이 지휘관의 등을 스쳤다.

HK433

지휘관님!

QBU191

조심해요!

에사키 푸린

역시 여기 있었군요!

지휘관

달려!

???

<color=#00CCFF>전방으로 달리세요, 30m 지점에서 2시 방향으로 꺾으면 그 주변에 잠시 숨을 만한 엄폐물이 있어요!</color>

보이스

...넌 대체 누구지?

???

<color=#00CCFF>지금은 설명할 시간 없어요! 그냥 제 말대로 해요!</color>

<color=#00CCFF>지휘관님, 상대의 코어 AI를 데이터와 분리시키면 형체가 붕괴될 거예요!</color>

QBU191

그 말은, 상대의 마인드맵 내 AI에게 DDoS 공격을 가해서 기존 연결 데이터를 밀어내란 뜻인가요?

???

<color=#00CCFF>네, 하지만 단숨에 해치워야만 승산이 있어요.</color>

보이스

지휘관, 어떡할까?

HK433

그 정도의 데이터 공격을 가하려면, 저희 셋이 동시에 공격해야 해요. 소령과 바토 씨의 도움도 필요할지도...

그러면 지휘관님을 지킬 사람이 없어요!

지휘관

......

뒤에서 지칠 줄 모르고 쫓아오는 죽음의 위협에, 지휘관은 쉬지 않고 달려야만 했다.

이성은 통신의 말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 경고했지만, 몸은 계속 자신을 떠밀었다.

이런 자신과의 갈등에 지휘관은 가슴 속 불안감이 격렬하게 고동쳤다.

???

<color=#00CCFF>믿어 주세요 지휘관님, 저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속인 적 없어요!</color>

지휘관

......

저 말대로 해.

HK433

지휘관님?

지휘관

내가 너희를 엄호할 테니까.

적어도 소령이 합류할 때까진 버틸 수 있을 거야.

보이스

지휘관...

QBU191

...최대한 빨리 해치울게요.

인형들이 모두 엄폐물 뒤로 숨은 것을 확인한 다음, 지휘관은 혼자 모습을 드러내고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

<color=#00CCFF>믿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지휘관님.</color>

지휘관

......

에사키 푸린

찾았다!

허허벌판을 달리면서, 지휘관은 쫓아오는 푸린을 계속 뒤돌아보았다.

지휘관이 일부러 유도한 바이긴 했지만, 푸린은 결국 지휘관을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고속으로 흐르는 데이터 스트림. 저 일격에 맞았다간 분명 한순간에 쓰러질 것이라, 지휘관은 확신이 들었다.

에사키 푸린

왜 도망치세요?

지휘관

......

에사키 푸린

여기에 남는 게 그렇게 괴로우세요?!

지휘관

......

지휘관은 빠져나갈 길 없는 주위를 둘러보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지휘관

하하... 푸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니?

나는 정신이 나가서, 기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인형들을 찾아 헤맸지.

그리고 너는 지금처럼 내 뒤를 바짝 따르면서, 날 다독여 주고 대신 방법을 생각해내 줬잖아.

에사키 푸린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푸린이 열심히 지휘관님을 쫓아와서, 진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시라 다독이고 있잖아요.

지휘관

사람이 다시 기운내길 바라는 것과 자신의 뜻대로 선택하길 바라는 건 전혀 다른 일이야.

에사키 푸린

...푸린은 당신이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가서, 끝없는 절망뿐인 현실을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지휘관

그럼 너는? 너는 어두운 현실을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했는데?

에사키 푸린

푸린은 여기에 왔어요. 어둠이 들지 않는 깨끗한 정토를 찾았어요.

지휘관

아니야. 너는 그런 현실 도피를 하는 사람이 아니야.

에사키 푸린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사실인데, 도피가 뭐가 잘못인데요!?

지휘관의 고집에 싫증이 났는지, 푸린은 거친 손짓으로 구속 장치를 불러내어 지휘관을 단단히 포박했다.

지휘관은 몸부림치지 않고, 다가오는 푸린을 태연하게 바라봤다.

지휘관

바토가 말해 줬어, 넌 한때 어두운 심연에 빠졌었다고. 하지만 너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빠져나왔다고.

그런 너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아주 작은...

에사키 푸린

작은... 뭔데요?

???

<color=#00CCFF>푸딩이요.</color>

<color=#00CCFF>푸딩이요.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바토 씨가 주신 푸딩이요. </color>

지휘관

역시 너였구나...

???

<color=#00CCFF>지휘관님, 조금만 더 버티세요. 금방 끝나요.</color>

에사키 푸린

지휘관님은... 여전히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계시군요...

푸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가, 돌연 잔인한 미소가 피어났다.

에사키 푸린

괜찮아요, 전뇌화를 받고 다 잊으면——

퍼엉!

예고도 없이 날아온 공격에, 푸린의 몸이 그대로 흐트러질 뻔했다.

방금까지 입에 걸렸던 웃음기가 싹 가신 푸린은 공격이 온 방향을 돌아봤다.

에사키 푸린

말도 안 돼! 말도안돼말도안돼——

지휘관

......

에사키 푸린

지휘관님, 당신 짓이에요?!

지휘관

맞아.

에사키 푸린

왜 푸린한테 이러는 거예요?!

푸린이 인형들을 찾고, 2Z64 구역에서 평화롭게 지낼 곳도 찾아드렸잖아요!

지휘관

그래, 다 푸린이 나를 위해 해 준 일이지.

에사키 푸린

무슨 말을...

구속 장치가 효력을 잃고 풀리자, 지휘관은 중상을 입은 푸린에게 다가갔다.

지휘관

이래 봬도 난 쉬이 의심을 풀지 않는 사람이야. 그런데 희한하게도, 푸린은 본 순간부터 믿어 의심치 않았어.

아마 텅 빈 기지에서 깨어났을 때, 혼자서 내 곁을 지켜 줬기 때문이려나.

아, 대가 없이 내게 모든 것을 되찾아 주기 위해 도우려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 아무리 무모한 계획이라도, 아무 이득도 없더라도 상관없이.

에사키 푸린

그런데 왜 이러시는 거예요!

지휘관

왜냐면, 내가 아는 푸린은 고집 세고, 강하고, 굳센 사람이니까. 결코 도피하지 않고, 어떤 곤경과 마주쳐도 주저하지 않고 맞부딪히는.

튕겨나와 넘어지더라도, 푸딩 하나 먹으면 다시 희망을 되찾는 아이니까.

그런데, 너는 아니야. 너는 그저 거짓 뒤에 숨어 스스로를 기만하는 환상에 불과해.

바닥에 웅크린 "푸린"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듯 지휘관에게 손을 뻗었다.

HK433

<color=#00CCFF>지휘관님, 공격 성공했습니다!</color>

지휘관

응,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정말 잘했어.

HK433

<color=#00CCFF>재차 공격 필요한가요?</color>

지휘관

아니, 괜찮아. 여기부턴 내게 맡겨 줘.

에사키 푸린?

지휘관님... 살려 주세요...

푸린은 아직,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잔뜩이에요... 지휘관님과 함께 그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푸딩도 같이 먹으면서...

지휘관이 손에 쥔 총을 들었다.

지휘관

"너"는 푸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

비정한 총성.

그녀의 몸뚱이는 데이터로 화해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환각이 사라지자, 지휘관은 보이스가 감금되었던 수감실로 돌아왔다.

지휘관

후우... 구사일생이었네.

다 네 덕분이야.

지휘관이 통신기를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바로 대답했을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휘관

...푸린?

대신 뒤에서 무언가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뒤돌아보니, 바닥에 쓰러진 것은 작은 소녀였다.

지휘관

푸린!

에사키 푸린

지휘관...님...

지휘관

정말로 계속 내 곁에 있었구나...

에사키 푸린

푸린이... 도움이 됐죠...?

지휘관

그래... 지금은 말하지 마, 당장 소령한테 연락할게.

에사키 푸린

지휘관님... 방금 하신 말... 다 들었어요...

지휘관

......

에사키 푸린

그리폰 기지로 돌아가면... 또 같이, 푸딩... 먹는 거예요...?

지휘관

그래, 그러자.

하지만 지금은 체력을 보존하도록 해.

에사키 푸린

헤헤... 네...

지휘관의 품에 안긴 푸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수감소의 복도를 따라 온 소령도 도착했다.

지휘관

소령!

쿠사나기 모토코

지휘관, 무사해?

지휘관

난 무사하지만, 푸린이...

쿠사나기 모토코

내가 볼게.

......

밤의 장막이 드리웠음에도 집의 불은 꺼져 있었다.

넓지 않은 방은 한참이나 내버려둔 빨래통처럼 어질러지고 고약한 냄새까지 풍겼다.

에사키 푸린

......

푸린은 잠기지 않은 문 앞에 섰지만, 좀처럼 열지 못했다.

이 문 뒤로 아무것도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궁지에 몰리면 그녀는 항상 이곳으로 돌아왔다.

마치, 미로에 갇힌 유령처럼.

에사키 푸린

아빠, 엄마, 언니...

지금은 모두, 머나먼 곳으로 가버렸겠죠... 하지만 푸린은 아직 여기에 남아있어요.

온몸이 아팠다. 시마무라 타카시를 상대로 교전해 중상을 입고 간신히 도망쳤지만, 이젠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그저 흐릿한 의식에 의존해 여기까지 돌아온 것이었다.

에사키 푸린

아직, 푸린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의식은 이미 강렬한 태양빛을 맞는 빙하처럼 서서히 바닷물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지휘관

...난 너를 믿어.

에사키 푸린

......

푸린 무시하지 마세요, 아직 비장의 수가 잔뜩 있다고요...!

푸린은 자신이 데이터에서 분리해낸 2Z64의 AI를 불러냈다. 지금 그것은 옆에 얌전히 놓여있어, 무해한 빛의 구슬처럼 보였다.

에사키 푸린

당신에게... 모든 걸 걸겠어요...

잠시 후.

소령이 케이블을 뽑았다.

쿠사나기 모토코

......

상당히 무리했네.

바토

어떻게 된 일이야?

지휘관

왜 푸린을 복사한 것 같은 인물이 저쪽에 나타난 거지?

쿠사나기 모토코

지휘관을 2Z64 구역으로 끌어들인 에사키는 가짜였어. 빅 브라더가 그녀의 데이터를 이용해 만들어낸 가짜.

목적도 단순 명확해. 너를 얌전한 꼭두각시로 만들어서, 2Z64 구역에 남게 하는 것.

지휘관

그럼 푸린이 사라진 시기는——

쿠사나기 모토코

자세한 경과는 일이 전부 끝난 뒤에 천천히 알아보자.

소령이 지휘관의 질문을 가차없이 끊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푸린이 눈을 떴고, 어느 정도 기운이 회복된 듯 다시 일어섰다.

에사키 푸린

감사합니다 소령님, 이제 좀 나아졌어요.

쿠사나기 모토코

......

에사키 푸린

죄송해요, 또 두 분을 고생시켜 버렸네요...

바토

괜찮아, 네가 옳다고 생각한 일이라면 끝까지 하면 돼.

에사키 푸린

넵!

당차게 대답하고, 푸린은 지휘관에게 다가섰다.

에사키 푸린

지휘관님, 각오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지휘관

응, 계획을 속행해서, 인형들을 구하고 기억 봉인을 해제하겠어.

물론, 그들의 대답에 직접 귀기울여 들을 거고.

에사키 푸린

좋아요! 지휘관님이 각오하셨다니 푸린도 끝까지 어울려 드리겠어요!

HK433

......

에사키 푸린

아이, 안심하세요 HK433 씨! 저 진짜 에사키 푸린 맞아요!

QBU191

아까까지 저한테 이래저래 명령하던 푸린 씨와는 확실히 좀 다른 느낌인데, 당신이 진짜로군요?

보이스

정말 네가 맞나?

에사키 푸린

끄응... 좋아요, 결국 이것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푸린이 단말에서 사진을 하나 열었다.

네 소녀의 얼굴이 선명하게 담긴 사진이었다.

HK433

이건, 그때의...

QBU191

어머, 이렇게 다시 보니 제법 느낌 있네요.

보이스

그래도 결국 다시 모이게 됐군.

에사키 푸린

그렇죠, 모두 다시 한자리에 모였어요!

하지만 이번엔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시끌벅적한 인형들과 푸린을 지나, 지휘관은 소령과 바토에게 다가갔다.

쿠사나기 모토코

변수가 끼어들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어. 원래 계획대로 간다.

지휘관

응, 난 준비됐어.

바토

우리 계획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맡기지.

지휘관

걱정 마, 모두를 위해서도 절대 실수하지 않을 거니까.

그리고 지휘관이 고개를 돌려 인형들을 바라본 그때, 단말기에 알림이 떴다.

몇 시간 전 메일을 수신받았다는 알림이었다.

발신자는... 에사키 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