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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Arena Breakout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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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를 나타내는 밝은 달빛을 받으며, 화물선은 마룰로스와 광산을 잇는 운하를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쿠로는 선실에 남아 상자를 지키고, 미틸은 화물선 내부의 구조를, 지휘관은 갑판을 조사하기로 했다.

선루부터 마스트, 구명 보트까지. 지휘관은 갑판 위의 구조를 낱낱이 파악해 나갔다.

???

지형 파악하는 티가 너무 나는데?

난간에 기댄 정장 차림의 소녀는 너무나도 여유로운 분위기여서, 찰나에 생사가 오가는 다크존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지휘관은 목소리를 들은 척도 않고, 눈길이 수면에 비친 달빛에 이끌린 척 뒤로 숨겨진 소녀의 오른손부터 흘깃 확인했다.

???

여기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데.

지휘관

아, 나한테 말하는 거였어?

???

여전히 연기 참 못하는구만.

지휘관

"여전히"라니, 우리 언제 만난 적 있던가?

지휘관도 한껏 여유로운 척 소녀와 1m 거리를 유지하며 난간에 기댔고, 그 사이에 여차하면 계선주를 엄폐물로 쓸 계획까지 세웠다.

???

다크존에서는 처음 보는 거긴 해.

지휘관

그럼 어디서 만나봤는데?

???

뭐, 신경 쓸 것 없어. 넌 누구지?

지휘관

이 배의 승객들은 서로에 대해서 묻지 않는 게 예의다만.

지휘관이 잔뜩 경계하는 가운데, 저 신비스러운 소녀가 뒤로 가렸던 오른손을 내보였다.

벨루가

"벨루가"다.

벨루가

너와 같은... 대원이지.

지휘관

...자기 패는 절대 안 보여 줄 셈이군.

소녀가 손을 내밀어 지휘관도 바지에 손바닥을 닦고 악수하려던 그때, 소녀가 갑자기 손을 거뒀다.

지휘관

?

벨루가

누가 있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간 지휘관은 운하 양쪽의 어두컴컴한 숲 속에서 자동차의 불이 켜지는 것을 보았다.

벨루가

시간 낭비하지 않겠어. 이 배엔 있어선 안 될 물건이 있어.

지휘관은 팔짱을 끼고 시치미를 뗐다.

지휘관

무슨 소린지 모르――

쾅!

지휘관

?!

거적때기 같은 옷을 입은 남자가 비틀대며 갑판으로 뛰쳐나와 그대로 잡동사니에 부딪혔다.

선장

잡아와!

그리고 분노 어린 포효를 내지르는 선장과 선원 서너 명이 쫓아왔다.

지휘관

무슨...?

남자

비켜!

도망치는 남자는 가까운 난간을 향해 달려가더니, 냅다 강으로 뛰어들려 했다.

지휘관

위험해!

지휘관이 끌어당기며 말려도 남자는 배 밖으로 몸을 던지려고 몸부림쳤다.

그리고 벨루가는 마치 코미디를 보듯 이 상황을 감상했다.

지휘관

한밤중에 물로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라고!

뛰어내리려던 남자가 지휘관에게 저지당한 그 기회를 선원들은 놓치지 않고 달려와 남자를 끌어냈다.

남자

놔! 놓으라고!

남자는 필사적으로 바둥댔지만 결국 머릿수에 밀려 제압당했고, 씩씩대는 선장에게 발길질을 맞고서야 조용해졌다.

선장

후우... 끌고 가.

선원들은 남자를 밧줄로 단단히 포박하고는 욕설을 내뱉으며 질질 끌고 갔다.

그런데, 남자의 눈에서 빛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알아챈 지휘관이 선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휘관

잠깐만요,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선장

노예야, 방심한 틈을 타서 도망쳐 나온 노예.

토니

저 말고도 같이 갇힌 사람들이 있었는데, 낮에 모두 부두로 끌려갔어요.

지휘관

......

지휘관

...당신 배에서 이런 장사도 합니까?

선장

하, 물건 나르는 것보다 벌이가 짭짤한데 당연한 거 아니야? 결국은 돈이라고, 안 그래?

지휘관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이내 입가를 씰룩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

그럼요, 결국은 다 돈이죠.

맑은 밤하늘 아래의 운하는 고요했다. 하지만 이곳은 카모나. 다크존이다.

선장

이따 부두에 정박해서 갑판도 청소하고 물건 더 실을 예정이니 너흰 선실 밖으로 나올 생각 마. 다 너희를 위해 하는 얘기야.

선장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지.

선장이 눈짓하자, 선원들은 남자를 끌고 선실 아래로 사라졌다. 그들의 욕지거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선장은 지휘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떠났다.

다시 조용해진 갑판엔 지휘관과 벨루가만 남았다. 바닥이 피로 물든 것만 아니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했다.

벨루가

왜 그래?

차가운 목소리가 침묵을 깨, 지휘관은 갑작스레 나타나 호의를 표하는 이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녀를 다시 한 번 위아래로 훑었다.

밤바람에 외투가 펄럭이는 그녀는 지금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이 여전히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생각해 보니, 그 남자가 난데없이 나타났을 때부터 그녀는 움직이지도,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지휘관은 남자가 끌려간 방향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바람이 차네, 먼저 들어갈게.

쿠로

뭐 하다 이제 옴?

선실로 돌아오니 쿠로와 미틸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틸

가볼 수 있는 곳은 다 조사했어. 선원들 감시가 삼엄하긴 하지만 무장도 거의 없는 걸로 봐선 평범한 밀수선 같아.

미틸

갑판은 어땠어?

지휘관

방금...

쿠로

뭐? 사람?!

지휘관

응, 이 배는 그런 사업도 하는 모양이야.

미틸이 자신의 경단 머리를 긁적였다.

미틸

그러고 보니 아까 맨 아래층 선실로 식사를 가져가는 선원을 봤어. 아주 짜증나 죽을려 하던데, 아무래도 잡혀온 사람한테 주러 가는 거였나 보네.

쿠로

오? 정확히 어디?

미틸

선미 쪽이었어.

알아낸 바를 공유한 세 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처음 만난 "동료", 위험천만한 "여행", 갑작스런 "사고"...

바람이 크게 불었는지 물살이 순간 강해져, 선체가 흔들리면서 선실에 채워진 자물쇠가 부딪혀 메아리쳤다.

세 명은 은근한 기대감을 품은 눈으로 서로 눈치를 보다, 쿠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쿠로

있잖아... 거짓말 하기 없기다?

쿠로

솔직히, 못 참겠지?

미틸이 말로 답하는 대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잔뜩 긴장했던 표정이 풀리면서 그녀의 입꼬리도 절로 올라갔다.

그리고 두 소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지휘관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지휘관

...나도, 하지만――

쿠로

오케이 결정!

쿠로가 지휘관의 말을 끊곤 휴대폰을 손에서 한 바퀴 빙글 돌리면서 모자를 고쳐 썼다.

쿠로

내가 어지간해선 남의 일에 끼기 싫어하는데~ 다들 하고 싶다니 어쩔 수 없네에~ ...뭐야 너 표정 왜 그래.

쿠로

말을 해 말을. 뭐 맘에 안 들어?

지휘관

응? 아, 아니.

지휘관이 급히 아무것도 아닌 척했다.

쿠로

흐응?

미틸

...정말 의외다.

쿠로

뭐가?

미틸

다크존에서 너네 같은 사람 지인짜 오랜만에 봐.

미틸

우릴 모이게 한 의뢰인한테 고마울 정도야.

자신을 바라보는 미틸의 묘한 눈빛에 쿠로가 입만 뻐끔거리다 어색하게 애꿎은 휴대폰만 두 바퀴 더 돌렸다.

쿠로

사실――

쿠웅.

화물선의 우현이 무언가와 충돌한 충격으로 선실이 조금 진동하자, 쿠로가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

쿠로

얼레? 배가 멈춘 거 같다?

지휘관

방금 선장이 화물을 더 실으려 하니 갑판으로 나오지 말라고――

지휘관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밀폐된 선체 안이라 그런지 아주 선명했다.

좁은 선실 안의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총을 쥐었다.

뚜벅뚜벅 규칙적인 저 발소리는 틀림없이 한 명만의 것이 아니었다.

발소리가 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 쿠로는 문틈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들려온 장전 손잡이가 당겨지는 소리에, 세 사람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여자

뭐야?

남자

아니, 잘못 들었나 봐.

발소리는 다시 들리기 시작해, 점점 멀어졌다.

미틸

휘유...

쿠로

홀리 XX X... 총 개머리판에 장미 문장 있었어!

미틸

장미? 그게 왜?

지휘관

안토니오 패밀리의 문장이야.

미틸

으엑?! 그럼 뭐야, 도스 안토니오가 이 상자를 노린단 거야?

지휘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지휘관

아직은 모르지. 그런데 사실 내가 얼마 전에 안토니오 패밀리랑 좀 마찰이 있었거든...

쿠로

의뢰인 때문에 그 안토니오 패밀리를 적으로 만들었다고?! 와 나, "차암 너답다"라 해도 시원찮을 판이네 이거.

지휘관

...미안.

지휘관

모두에게 위험할지 모르니 난 이 임무에서 빠질게.

쿠로

정신 차려 이 밥팅아, 저놈들 다 상자 노리고 온 거라고.

미틸

쿠로 말이 맞아, 겨우 대원 한 명 때문에 안토니오 패밀리가 큰 병력을 동원했다고 보긴 어려워.

지휘관

……

자리에서 일어선 지휘관이 일리 있는 지적에 어색함을 무마하려고 상자를 살펴보는 척했다.

미틸

어쨌든 우린 한 배를 탔어, 노스리지까지 상자 배달해야지! 아무도 도망갈 생각 마!

쿠로

딱 봐선 수도 적으니까, 여차하면 여기서 슥삭해 버리자구.

쿠로가 목을 스윽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휘관

안 돼.

지휘관

사방이 물인데 어떻게 빠져나가려고? 또 다른 적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중요한 건 임무니 일단은 여기서 기다리자.

미틸

맞아.

쿠로

...알았어, 그럼 일단 지켜보지 뭐.

마지못해 현실을 받아들인 쿠로는 총을 내려놓고 전술 조끼를 정리했다.

쿠로

소이탄 있고, 여분 탄창 충분하고...

미틸

이거 받아.

쿠로

읭?

미틸이 건넨 의료 키트와 진통제에 쿠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틸

왜 약이 하나도 없어? 자, 내 거 줄게.

미틸에게 받는 이런 호의가 처음인지 쿠로가 꽤 들뜬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전술 조끼는 이미 탄약으로 한가득이라 넣을 곳이 없었다.

쿠로

어... 고맙지만 됐어. 약 필요하면 쓰러뜨린 놈 거 훔쳐서 쓰면 되걸랑.

쿠로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틸에게 의료용품을 돌려주었다.

지휘관

배가 다시 움직이면, 밤을 틈타서 선미의 구명 보트를 타고 조용히 떠나자.

미틸

응!

쿠로

오케이~ 근데, 진짜로 이대로 그냥 갈 거야?

미틸

어... 아직 시간 좀 있지?

지휘관은 긴 한숨을 푹 내쉬곤 피식 웃었다.

조용히 떠나자 했더니 일찌감치 무장하고 전투를 준비하는 두 소녀의 모습을 보고 나온 헛웃음이었다.

지휘관

어휴... 하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