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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 Arena Breakout

네 번째 돌

-73-A-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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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여기라면 안전할 거야, 좀 쉬자.

강기슭에 닿은 구명 보트에서 두 소녀가 폴짝 뛰어내렸다.

뒤이어 벨루가가 내리려 하자, 미틸이 손을 뻗었다.

벨루가

...고마워.

미틸

아까 날 구해 줬지? 정말 고마워!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미틸의 눈빛은 마치 그 너머로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이는 듯했다.

미틸

어...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벨루가

아니, 그냥 예전 일이 생각나서.

지휘관

아는 사이야?

벨루가

...전혀.

지휘관

배에서 막 만난 사인데 벌써 꽤 친해졌네.

미틸

그런데 그 후안이란 사람은 왜 두고 왔어?

지휘관

우릴 따라와 봤자 더 위험해질 뿐이니까. 무기도 줬으니 그 배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는 편이 훨씬 나아.

벨루가

맞는 말이야.

지휘관이 무작정 상자에서 보트를 밀어 내리려 하자, 벨루가가 도우려고 손을 뻗었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상자가 모래 위로 쿵 내려앉았다.

벨루가

조심해!

지휘관

그럴게.

벨루가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상자를 들었고, 미틸도 와서 도와줬다.

그러자 지휘관도 쿠로도 덩달아 상자의 한 쪽을 맡았다.

네 사람은 상자를 둘러싸 각자 한 모서리씩 들었다. 벨루가는 각자의 위치를 보더니 갑자기 손을 놓았다.

갑자기 무게 중심이 쏠린 지휘관은 급히 상자를 바로잡았다.

지휘관

우왓? 뭐야, 왜 그래?

벨루가

상자를 이런 식으로 들면... 운이 달아나.

지휘관

뭐?

벨루가

...아냐, 아무것도.

벨루가는 고개를 돌려 앞쪽의 건조한 잔디밭으로 향했다.

벨루가

바람을 등지고 이쪽으로 와.

바위로 가려진 공터를 찾아낸 지휘관 일행은 상자를 내려놓고 불을 피워 몸을 녹였다.

미틸

후아아 살 것 같다아...

미틸

진짜 아슬아슬했어. 그 녀석들 분명히 서로 싸워댔는데, 왜 갑자기 우릴 공격했지?

쿠로

왜겠어, 상자 노린 거지.

쿠로

우리가 출발한 지 5시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저렇게 좀도둑들이 쫓아와? 장난해 지금?

쿠로가 휴대폰의 버튼을 마구 두들겼다.

쿠로

저게 누군지 정보도 하나도 없고 말이야.

지휘관

그래도 이대로만 가면 오늘 오후 중으로――

벨루가

난 저쪽에 있지.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려 하자 벨루가가 자리를 비켜 주려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미티가 만지작대던 나뭇가지를 놓고 벨루가의 팔을 잡아당겼다.

벨루가

우리... 오늘 처음 본 사이일 텐데?

미틸

그치만 날 구해줬는걸!

미틸

이 상자도 의뢰도 다 벌어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잖아?

미틸

그러니까 피할 이유도 없어, 누군지도 모를 의뢰인보단 눈앞의 내 생명의 은인이 더 중요해.

쿠로

이걸로 우리 "나카마"다로?

벨루가

......

지휘관

같이 들어도 돼, 좋든 싫든 너도 이미 우리와 엮여버렸잖아.

지휘관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을 테고.

벨루가는 반응하기 전에 먼저 세 사람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들에게서 보인 성실함과 솔직함, 그리고 믿음에, 벨루가는 눈을 감으며 답했다.

벨루가

좋아.

지휘관

그럼 설명부터 할게. 오늘 우리는 마룰로스에서 익명의 의뢰인으로부터 19시에 출발해 24시간 내로 이 상자를 노스리지 호텔까지 호송해 달라는 임무를 받았어.

지휘관

상자의 내용물도, 의뢰인이 누군지도 우린 몰라.

지휘관이 발치에서 작은 돌 하나를 주워 바닥에 내려놓았다.

지휘관

이게 의뢰인.

지휘관

이동을 위해 부두로 갔을 때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습격받았는데, 놈들의 목표는 우리가 호송하는 상자였지.

돌을 하나 더 놓았다.

지휘관

이건 부두에서 조우했던 놈들. 일단은 특전대라 부르자.

지휘관

다음은 배에서 본 안토니오 패밀리. 놈들은 우릴 쫓아온 특전대와 먼저 맞닥뜨려서 서로 전투를 벌였는데,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우리와 상자부터 노리기 시작했어.

지휘관

그러니 안토니오 패밀리는 제3세력이라 봐도 되겠지.

세 번째 돌이 놓여 삼각형을 이뤘다.

지휘관

의뢰인, 정체불명의 특전대, 안토니오 패밀리 모두 이 상자를 노리고 있어.

지휘관

대체 안에 든 게 뭐길래?

모두의 시선이 상자로 쏠렸다.

길이 약 180cm, 너비 약 50cm의 직사각형 상자.

최첨단 지문 인식형 자물쇠 2개와 손잡이 4개, 그리고 측면의 쿠로가 들여다보려고 바둥대는 통풍구 2개까지 나 있는 이 상자는 대체 무엇일까?

쿠로

역시 안 보이네...

미틸

나도 그 의뢰인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 사람 말이 맞아. 알면 알수록 위험해질 거야.

쿠로

이미 충분히 위험하거든? 그리고 모르는 게 약이긴 개뿔, 아는 게 힘이라구.

미틸

그치만 달리 방법이 없잖아... 이거 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쿠로

……

벨루가

억지로 부술 생각은 하지 마.

벨루가가 자물쇠와 상자의 비교적 약해 보이는 연결부를 살펴보며 말했다.

벨루가

내용물이 다치지 않게 하면서 이걸 억지로 열 방법은 자물쇠를 따는 것뿐이야.

지휘관

노스리지 호텔까지 절반 정도 왔으니까, 적당한 차만 찾으면 날이 밝는대로 도착할 수 있어.

지휘관

내용물은 신경 끄자, 어차피 우리와는 관계 없는 물건이니까.

미틸

벨루가, 우리랑 같이 갈래? 아, 너무 위험하려나?

미틸

그럼 대신 이 임무 끝나면 너 보러 가도 돼?

쿠로

와아, 너 아무한테나 막 들이대는 녀석이었구나? 어머나 남사시러버라~

미틸

뭐야아!? 너 일루와잇!

미틸이 벌떡 일어나 지휘관을 넘어 다가오자, 쿠로는 냉큼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다.

그렇게 벌어진 추격전에 지휘관은 눈앞이 어지러웠다.

지휘관

...그만해, 애도 아니고.

쿠로

쟤부터 말려 보던가~!

뒤쫓던 미틸이 쿠로를 앞지르려고 지휘관을 넘으려다, 말리려는 지휘관의 손에 걸려 모닥불 위로 엎어졌다.

지휘관

우와앗 위험해!

지휘관이 미틸을 홱 잡아당기는 동시에 미틸이 쿠로를 붙잡아, 셋은 그대로 뒤엉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지휘관

......

벨루가

풉...

난데없는 코미디를 지켜본 벨루가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미틸

푸훕... 하하하핫!

그리고 모두가 잠시 벌레 울음소리가 묻힐 정도로 폭소했다.

지휘관

하하하... 그래도 미틸의 말이 맞아, 우리와 동행하는 건 너무 위험해.

벨루가

여기서 위험하지 않은 짓이 있긴 하고?

쿠로

마자마자, 어딘들 안전하겠어? 적어도 우리랑 같이 가면 엄한 일에 엮여서 통수 맞는 것보다는야 훨씬 안전할걸?

미틸

그야 물론이지, 우린 동료니까!

지휘관

일단 일어나고 말하면 안 될까?

미틸

앗, 미안!

뒤엉켰던 세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휘관은 옷의 먼지를 털고, 벨루가는 모닥불에 마른 나뭇가지를 몇 개 더 넣었다. 쿠로는 잠자코 불씨를 뒤적였고, 미틸은 가방에서 에너지바를 꺼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생사의 위협 없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밤이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벌레의 울음소리와 모닥불이 튀기는 불똥뿐.

벨루가

...나뭇가지 더 가져올게.

벨루가가 그 적막함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나 풀숲 쪽으로 걸어갔다.

지휘관

조금만 더 쉬었다가 바로 출발하자.

미틸

응.

지휘관

벨루가 넌 어떡할래?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지휘관은 두 눈을 의심했다.

어느새 벌레의 울음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벨루가는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지휘관

콜록... 너...

쿠로

켈록켈록켈록, 뭐, 뭐야?!

호흡기를 자극해 격하게 기침하고, 찌르는 듯한 통증에 눈을 뜨기도 버거운 화학 물질... 최루탄이었다.

미틸

으으... 내 방독면...!

아무리 손을 휘저어도 미틸은 애용하는 방독면을 찾지 못했다.

벨루가 뒤의 숲속에서, 마찬가지로 방독면을 쓰고 시꺼면 양복 차림인 10명 가량의 괴한들이 나타났다. 배에서 보았던 도스 안토니오의 킬러들과 똑같았다.

지휘관

안토니오 패밀리...!

킬러들은 상자를 가져갔고, 벨루가가 손짓하자 그중 한 명이 다가와 지휘관 일행을 기절시켰다.

벨루가

미안해.

벨루가

지금 난 너희의 동료가 아니야.

땅바닥에 쓰러져 눈을 감기 전까지, 지휘관은 벨루가의 얼굴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녀의 발 아래로, 삼각형을 그리며 세 세력을 나타내는 돌 옆에 조용히 놓여진 네 번째 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