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밑의 방울 소리
카모나, 다크존, 운하 서쪽 도로.
블랙골드 특공대의 추적을 피한 지휘관은 운전석으로 이동해 얼마 남지 않은 탄약을 싣고 카모나의 평원을 달렸다.
다리는 정말 괜찮아?
봐.
지휘관은 왼쪽 다리의 바지통에서 다리에 딱 맞는 강철판을 빼내 옆으로 치워버렸다. 철판에는 총알 구멍이 선명하게 뚫려 있었다.
대박.
넌 왜 돌아왔어?
으으... 그게...
생각해 보니까, 너희 허접 쉐리들 내가 없으면 금방 죽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잠시 쩔해 주려고 돌아왔지.
응, 네 말 맞아.
믿고 있었어.
야이씨 진심이거든!?
우리도 진심인데? 에헤헤.
하하하.
야!
그래 그래, 그만 웃을게. 고마워 쿠로.
......엉.
확실하게 말해 두겠는데, 나는 의뢰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돌아온 거야.
응! 쿠로 최고!
쿠로가 여전히 부끄러워하자, 미틸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으윽, 숨막혀!
어서 와!
밤바람에 양쪽의 풍차가 소리 없이 돌아가는 길 사이로 자동차의 불빛은 앞길을 선명하게 비추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카모나의 황야를 홀로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플로란피노 해안가는 도스가 지배하는 곳이지. 벨루가가 헤카테를 피해서 상자를 가지고 돌아가려면, 녀석이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야.
794번 다리!
맞아. 그렇게 지체된 건 아니야. 지름길로 가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가서 어디 한번 도스의 개 노릇이 그렇게 좋은지 물어나 보자고.
30분 후, 세 사람은 차를 몰고 버려진 도시를 지나갔다.
뒷좌석에서 웃고 떠들던 미틸이 갑자기 조용히 창 밖을 빤히 쳐다봤다.
왜 그래?
...여기 우리 집이야.
......
울퉁불퉁한 도로에는 군용 차량의 바퀴 자국이 가득했다. 양쪽 건물은 포화로 파괴되어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도로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지휘관은 깊은 구덩이와 장애물을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차의 속도를 조금 더 늦췄다.
이곳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나는 집과 가족을 잃었어. 그치만 운 좋게도 따라오라는 대원을 만났어. 그 사람이 나에게 사격술도 가르쳐 줬고.
그런데... 몇 년 전 의뢰를 받고 떠난 후로 영영 돌아오지 않았어. 떠나기 전에 내게 이 총을 남겼는데, 이걸로 난 내 첫 번째 임무를 완수했지.
그 후로는 열심히 의뢰를 받으면서 물건도 이것저것 많이 줍고, 돈도 잔뜩 모았어.
밀입국을 도와줄 중개인을 찾았으니까, 이제 이 일만 마무리하고 보수를 받으면 카모나를 떠날 수 있어. 다시는 돌아올 필요도 없고.
미틸은 차 안쪽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이 항상 메고 다니는 거대한 가방을 툭툭 치려다, 강변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곤 들어올렸던 손을 빈 자리에 내려놓았다.
괜찮아, 이따 내가 더 큰 가방 하나 루팅해줄게.
미틸이 마지못해 웃었다.
근데 네가 말한 그 브로커 믿을 만은 해? 요즘들어 다크존에서 빠져나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속지 않도록 조심해.
에이 설마, 마룰로스의 에비타라는 의뢰인인데... 예전에 그녀한테 임무를 받은 적도 있는걸.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아.
에비타? 그 사람이면 나도 아는데. 확실히 그 사람이라면 여길 빠져나갈 연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까 나도 그 사람을 최근에 한 번 만났어. 그 사람이 날 도와준 게 아니었음 이 임무 받을 일 없었을 거야.
...!
지휘관이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오른쪽 앞바퀴가 거대한 돌멩이 위를 지났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들이 미끄러져 차가 한쪽 흙더미로 돌진했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찢어지는 급정거음을 내면서 차가 흙더미 앞에 겨우 정지했다.
님 왜 그래?
미안, 그냥 좀 놀랐을 뿐이야...
당분간은 마룰로스에 머물지 말고 밖으로 다녀. 외부로 나가는 임무를 찾는 게 좋겠다.
후진으로 차를 뺀 후, 지휘관은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 모두 에비타와 아는 사이고, 이 임무를 받기 전 그녀를 만났다고?
그게 문제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에비타는 다크존에서 유명한 의뢰인잖아, 우리 모두 그 사람이랑 얼굴 튼 게 이상할 것까지야.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그 사람은 네가 어떻게 알았어?
누구?
헤카테.
헤카테? 아까 우릴 저세상으로 보내려 했던 그 무시무시한 여자 말이야?!
......
내가 차를 찾아 돌아왔을 때 블랙골드 녀석들이 몰려가는 걸 봤거든? 그래서 잠시 숲속에 숨어있었는데, 너희가 보였어.
그리고 넌 헤카테를 봤을 떄 분명히 녀석을 바로 알아본 눈치였고. 그치?
......그래, 맞아.
확실히 만난 적 있어.
4년 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작전의 목표는 산 정상의 캠프에 갇힌 인질들을 구출하고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넵!
카모나의 어느 골짜기 밀림에서 군복 차림의 장교가 훈시를 하고 있다. 그의 앞에는 군복을 입은 병사들과 나태한 대원 여섯 명이 서 있었다.
인질들은 삼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산꼭대기의 캠프에 갇혀 있다. 북동쪽의 완만한 경사면이 진입하기 수월할 것이다.
이 오르막은 숲과 바위들이 많아 지형이 복잡하기 때문에, 이곳 지형에 익숙한 6명의 대원에게 작전 수행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자세 봐라!
장교는 한쪽의 느슨한 대원 몇 명을 발견하고 호통을 쳤다. 몇 몇은 곧장 똑바로 섰다.
계급의 힘은 대단하네...
조용히 해.
거기! 안 들린다, 크게 말해라!
예! 대원으로서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흠!
"초청"받은 6명의 대원들 중, 지휘관은 함께 온 자신의 친구와 함께 한껏 목소리를 낮추고 시시덕댔다.
이번 작전은 매우 중요하다! 공을 세운 이들에게는 훈장이 수여될 것이다! 그리고 훈장 수훈자는 1계급 특진이다!
질문 있습니다! 대원은 어떻게 됩니까?
지금 농담하는 거냐, 대원? 그래, 너희가 먼저 공로를 세운다면 아주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대시켜 주마! 다른 질문 있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지휘관 옆에 있던 오랜 친구가 팔로 지휘관을 치면서 수근댔다.
입대! 입대시켜 준대!
들었으니까 조용히 해.
입대만 한다면 카모나를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정규군에 입대하기가 어디 쉬운가, 다 헛소리야.
신이시여, 전 어디라도 갈 수 있습니다. 다크존을 떠나게만 해 주세요...
오랜 친구는 지휘관의 말이 들리지도 않고 아름다운 미래 상상에 잠겨 있었다.
야, 저 사람 좀 봐. 저기 머리카락 검은 사람.
지휘관이 저 앞줄의, 제식 군복 위에 등산 장비를 입은 검은 단발머리 소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어쨌는데?
방금 대장님이 "그림의 떡"같은 얘기 할 떄 어깨를 으쓱하더라, 쟤도 안 믿는 거지, 하하...
조용!
커흠...
오늘은 강한 바람이 불어 헬리콥터가 이륙할 수 없으니, 북동쪽의 완만한 비탈이 적의 유일한 퇴로다. 우리는 이 비탈에서 산꼭대기로 올라가 적들을 포위한다.
대장님!
방금 어깨를 으쓱한 검은 머리의 소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늘 낮 남쪽 절벽을 탐사하다가 등반 가능한 길을 발견했습니다. 절벽으로 철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이라고? "가능성"일 뿐이지 않나! 그 가파른 절벽으로 인질들을 데리고 어떻게 내려온단 말인가? 남쪽을 탐사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대장님! 남쪽에는 통행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북동쪽의 완만한 비탈에서만 진격해 오는 걸 보고 다른 방향으로 퇴각한다면 작전은 실패할 것입니다.
그러니...
남쪽도 나도 가봤다. 거기로 철수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장교는 짜증스럽다는 듯 검은 머리 소녀의 말을 끊었다.
네놈들이 사관학교에서 얼마나 우수했는지,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여긴 다크존. 카모나다! 여긴 훈련장이 아냐!
장교의 장황한 잔소리 연설이 시작되자 검은 머리 소녀는 잠시 말을 거두었다.
재밌네.
뭐가?
저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또 너냐! 안 들린다! 할 말 있으면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해라!
다시 호명되자, 지휘관은 마지못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대장님! 저 여자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흑발 소녀가 바로 헤카테야? 장교가 너희 말을 들었어?
차를 몰아 마을을 빠져나온 지휘관 일행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794번 다리에 도착할 터였다.
그리고...
앞에 봐!
미틸이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어두운 도로 저 끝자락에서, 무언가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다. 따라잡았어.
지휘관은 헤드라이트를 끄고, 저 빛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준비해.
지휘관 일행이 차를 몰아 쫓아간 그 빛은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맞았지만, 모두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멈춰 있는 차였다.
그리고 벨루가는 그 차 앞에 기대어, 헤드라이트로 지휘관이 오는 길을 비추며 기다렸다는 듯이 서 있었다.
달빛 아래의 다리 앞에서, 차 한 대와 한 명. 도스 안토니오의 킬러들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지...?
지휘관이 차를 세우고, 세 사람은 무기를 들고 차에서 내리며 벨루가와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경계했다.
상자는?
벨루가는 답하지 않았다.
왜 우리를 배신한 거야? 우리 분명... 분명 같이...
나는 너희 편이라고 말한 적 없어.
......
확실히, 벨루가는 그때까지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전부 자신의 일방적인 소망이었음을 깨달은 미틸은 천천히 총을 겨누었다.
상자를 돌려줘... 죽이진 않을게.
훗...
다른 놈들은? 왜 너 혼자 여기에 있지?
바보들만 있는 건 아니군...
벨루가는 차 트렁크 쪽으로 몸을 돌려, 세 사람을 향해 무방비한 상태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트렁크를 열고 멈춰 서서 다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또 뭔 수작을――?!
다리 건너편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을 향해 대열을 갖춰 몰려오는 차량의 행렬이었다.
벨루가는 트렁크를 쾅 닫은 뒤, 그대로 양복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지휘관에게 겨누었다.
너...!
총을 든 지휘관 일행은 벨루가를 경계하는 동시에 저 다리 반대편에서 멈추는 저 차량의 무리도 주시했다.
여러 대의 차량에서 우르르 내리는 "보디가드"들과 함께, 멋들어진 양복과 가죽 구두를 신고 지팡이까지 든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멋지군. 내가 타이밍 좋게 왔나 봐?
보디가드들에게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어두운 밤인데도 선글라스를 쓴 그는 자신에게 3개의 총구를 향해 마치 정원을 거닐듯 여유롭게 걸어왔다.
저 보디가드들의 벽과, 그의 손가락 사이로 은은히 반짝이는 반지의 문양으로, 그의 정체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도스 안토니오...!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러 왔다.
손에 넣었습니다.
좋아, 아주 잘했어. 그럼, 나머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알려 줘야 하진 않겠지?
벨루가는 한 발로 지휘관 차의 오른쪽 앞바퀴를 터뜨리는 동시에 도스의 보디가드들이 부채꼴로 흩어져, 무수한 총구들이 세 사람을 향했다.
전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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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나, 다크존, 운하 서쪽 도로.
블랙골드 특공대의 추적을 피한 지휘관은 운전석으로 이동해 얼마 남지 않은 탄약을 싣고 카모나의 평원을 달렸다.
다리는 정말 괜찮아?
봐.
지휘관은 왼쪽 다리의 바지통에서 다리에 딱 맞는 강철판을 빼내 옆으로 치워버렸다. 철판에는 총알 구멍이 선명하게 뚫려 있었다.
대박.
넌 왜 돌아왔어?
으으... 그게...
생각해 보니까, 너희 허접 쉐리들 내가 없으면 금방 죽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잠시 쩔해 주려고 돌아왔지.
응, 네 말 맞아.
믿고 있었어.
야이씨 진심이거든!?
우리도 진심인데? 에헤헤.
하하하.
야!
그래 그래, 그만 웃을게. 고마워 쿠로.
......엉.
확실하게 말해 두겠는데, 나는 의뢰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돌아온 거야.
응! 쿠로 최고!
쿠로가 여전히 부끄러워하자, 미틸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으윽, 숨막혀!
어서 와!
밤바람에 양쪽의 풍차가 소리 없이 돌아가는 길 사이로 자동차의 불빛은 앞길을 선명하게 비추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카모나의 황야를 홀로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플로란피노 해안가는 도스가 지배하는 곳이지. 벨루가가 헤카테를 피해서 상자를 가지고 돌아가려면, 녀석이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야.
794번 다리!
맞아. 그렇게 지체된 건 아니야. 지름길로 가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가서 어디 한번 도스의 개 노릇이 그렇게 좋은지 물어나 보자고.
30분 후, 세 사람은 차를 몰고 버려진 도시를 지나갔다.
뒷좌석에서 웃고 떠들던 미틸이 갑자기 조용히 창 밖을 빤히 쳐다봤다.
왜 그래?
...여기 우리 집이야.
......
울퉁불퉁한 도로에는 군용 차량의 바퀴 자국이 가득했다. 양쪽 건물은 포화로 파괴되어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도로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지휘관은 깊은 구덩이와 장애물을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차의 속도를 조금 더 늦췄다.
이곳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나는 집과 가족을 잃었어. 그치만 운 좋게도 따라오라는 대원을 만났어. 그 사람이 나에게 사격술도 가르쳐 줬고.
그런데... 몇 년 전 의뢰를 받고 떠난 후로 영영 돌아오지 않았어. 떠나기 전에 내게 이 총을 남겼는데, 이걸로 난 내 첫 번째 임무를 완수했지.
그 후로는 열심히 의뢰를 받으면서 물건도 이것저것 많이 줍고, 돈도 잔뜩 모았어.
밀입국을 도와줄 중개인을 찾았으니까, 이제 이 일만 마무리하고 보수를 받으면 카모나를 떠날 수 있어. 다시는 돌아올 필요도 없고.
미틸은 차 안쪽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이 항상 메고 다니는 거대한 가방을 툭툭 치려다, 강변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곤 들어올렸던 손을 빈 자리에 내려놓았다.
괜찮아, 이따 내가 더 큰 가방 하나 루팅해줄게.
미틸이 마지못해 웃었다.
근데 네가 말한 그 브로커 믿을 만은 해? 요즘들어 다크존에서 빠져나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속지 않도록 조심해.
에이 설마, 마룰로스의 에비타라는 의뢰인인데... 예전에 그녀한테 임무를 받은 적도 있는걸.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아.
에비타? 그 사람이면 나도 아는데. 확실히 그 사람이라면 여길 빠져나갈 연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까 나도 그 사람을 최근에 한 번 만났어. 그 사람이 날 도와준 게 아니었음 이 임무 받을 일 없었을 거야.
...!
지휘관이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오른쪽 앞바퀴가 거대한 돌멩이 위를 지났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들이 미끄러져 차가 한쪽 흙더미로 돌진했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찢어지는 급정거음을 내면서 차가 흙더미 앞에 겨우 정지했다.
님 왜 그래?
미안, 그냥 좀 놀랐을 뿐이야...
당분간은 마룰로스에 머물지 말고 밖으로 다녀. 외부로 나가는 임무를 찾는 게 좋겠다.
후진으로 차를 뺀 후, 지휘관은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 모두 에비타와 아는 사이고, 이 임무를 받기 전 그녀를 만났다고?
그게 문제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에비타는 다크존에서 유명한 의뢰인잖아, 우리 모두 그 사람이랑 얼굴 튼 게 이상할 것까지야.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그 사람은 네가 어떻게 알았어?
누구?
헤카테.
헤카테? 아까 우릴 저세상으로 보내려 했던 그 무시무시한 여자 말이야?!
......
내가 차를 찾아 돌아왔을 때 블랙골드 녀석들이 몰려가는 걸 봤거든? 그래서 잠시 숲속에 숨어있었는데, 너희가 보였어.
그리고 넌 헤카테를 봤을 떄 분명히 녀석을 바로 알아본 눈치였고. 그치?
......그래, 맞아.
확실히 만난 적 있어.
4년 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작전의 목표는 산 정상의 캠프에 갇힌 인질들을 구출하고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size=50>넵!</size>
카모나의 어느 골짜기 밀림에서 군복 차림의 장교가 훈시를 하고 있다. 그의 앞에는 군복을 입은 병사들과 나태한 대원 여섯 명이 서 있었다.
인질들은 삼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산꼭대기의 캠프에 갇혀 있다. 북동쪽의 완만한 경사면이 진입하기 수월할 것이다.
이 오르막은 숲과 바위들이 많아 지형이 복잡하기 때문에, 이곳 지형에 익숙한 6명의 대원에게 작전 수행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자세 봐라!
장교는 한쪽의 느슨한 대원 몇 명을 발견하고 호통을 쳤다. 몇 몇은 곧장 똑바로 섰다.
계급의 힘은 대단하네...
조용히 해.
거기! 안 들린다, 크게 말해라!
<size=50>예! 대원으로서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size>
흠!
"초청"받은 6명의 대원들 중, 지휘관은 함께 온 자신의 친구와 함께 한껏 목소리를 낮추고 시시덕댔다.
이번 작전은 매우 중요하다! 공을 세운 이들에게는 훈장이 수여될 것이다! 그리고 훈장 수훈자는 1계급 특진이다!
질문 있습니다! 대원은 어떻게 됩니까?
지금 농담하는 거냐, 대원? 그래, 너희가 먼저 공로를 세운다면 아주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대시켜 주마! 다른 질문 있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지휘관 옆에 있던 오랜 친구가 팔로 지휘관을 치면서 수근댔다.
입대! 입대시켜 준대!
들었으니까 조용히 해.
입대만 한다면 카모나를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정규군에 입대하기가 어디 쉬운가, 다 헛소리야.
<size=25>신이시여, 전 어디라도 갈 수 있습니다. 다크존을 떠나게만 해 주세요...</size>
오랜 친구는 지휘관의 말이 들리지도 않고 아름다운 미래 상상에 잠겨 있었다.
야, 저 사람 좀 봐. 저기 머리카락 검은 사람.
지휘관이 저 앞줄의, 제식 군복 위에 등산 장비를 입은 검은 단발머리 소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어쨌는데?
방금 대장님이 "그림의 떡"같은 얘기 할 떄 어깨를 으쓱하더라, 쟤도 안 믿는 거지, 하하...
<size=50>조용!</size>
커흠...
오늘은 강한 바람이 불어 헬리콥터가 이륙할 수 없으니, 북동쪽의 완만한 비탈이 적의 유일한 퇴로다. 우리는 이 비탈에서 산꼭대기로 올라가 적들을 포위한다.
대장님!
방금 어깨를 으쓱한 검은 머리의 소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늘 낮 남쪽 절벽을 탐사하다가 등반 가능한 길을 발견했습니다. 절벽으로 철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이라고? "가능성"일 뿐이지 않나! 그 가파른 절벽으로 인질들을 데리고 어떻게 내려온단 말인가? 남쪽을 탐사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대장님! 남쪽에는 통행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북동쪽의 완만한 비탈에서만 진격해 오는 걸 보고 다른 방향으로 퇴각한다면 작전은 실패할 것입니다.
그러니...
남쪽도 나도 가봤다. 거기로 철수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장교는 짜증스럽다는 듯 검은 머리 소녀의 말을 끊었다.
네놈들이 사관학교에서 얼마나 우수했는지,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여긴 다크존. 카모나다! 여긴 훈련장이 아냐!
장교의 장황한 잔소리 연설이 시작되자 검은 머리 소녀는 잠시 말을 거두었다.
재밌네.
뭐가?
저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또 너냐! 안 들린다! 할 말 있으면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해라!
다시 호명되자, 지휘관은 마지못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대장님! 저 여자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흑발 소녀가 바로 헤카테야? 장교가 너희 말을 들었어?
차를 몰아 마을을 빠져나온 지휘관 일행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794번 다리에 도착할 터였다.
그리고...
앞에 봐!
미틸이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어두운 도로 저 끝자락에서, 무언가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다. 따라잡았어.
지휘관은 헤드라이트를 끄고, 저 빛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준비해.
지휘관 일행이 차를 몰아 쫓아간 그 빛은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맞았지만, 모두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멈춰 있는 차였다.
그리고 벨루가는 그 차 앞에 기대어, 헤드라이트로 지휘관이 오는 길을 비추며 기다렸다는 듯이 서 있었다.
달빛 아래의 다리 앞에서, 차 한 대와 한 명. 도스 안토니오의 킬러들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지...?
지휘관이 차를 세우고, 세 사람은 무기를 들고 차에서 내리며 벨루가와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경계했다.
상자는?
벨루가는 답하지 않았다.
왜 우리를 배신한 거야? 우리 분명... 분명 같이...
나는 너희 편이라고 말한 적 없어.
......
확실히, 벨루가는 그때까지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전부 자신의 일방적인 소망이었음을 깨달은 미틸은 천천히 총을 겨누었다.
상자를 돌려줘... 죽이진 않을게.
훗...
다른 놈들은? 왜 너 혼자 여기에 있지?
바보들만 있는 건 아니군...
벨루가는 차 트렁크 쪽으로 몸을 돌려, 세 사람을 향해 무방비한 상태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트렁크를 열고 멈춰 서서 다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또 뭔 수작을――?!
다리 건너편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을 향해 대열을 갖춰 몰려오는 차량의 행렬이었다.
벨루가는 트렁크를 쾅 닫은 뒤, 그대로 양복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지휘관에게 겨누었다.
너...!
총을 든 지휘관 일행은 벨루가를 경계하는 동시에 저 다리 반대편에서 멈추는 저 차량의 무리도 주시했다.
여러 대의 차량에서 우르르 내리는 "보디가드"들과 함께, 멋들어진 양복과 가죽 구두를 신고 지팡이까지 든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멋지군. 내가 타이밍 좋게 왔나 봐?
보디가드들에게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어두운 밤인데도 선글라스를 쓴 그는 자신에게 3개의 총구를 향해 마치 정원을 거닐듯 여유롭게 걸어왔다.
저 보디가드들의 벽과, 그의 손가락 사이로 은은히 반짝이는 반지의 문양으로, 그의 정체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도스 안토니오...!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러 왔다.
손에 넣었습니다.
좋아, 아주 잘했어. 그럼, 나머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알려 줘야 하진 않겠지?
벨루가는 한 발로 지휘관 차의 오른쪽 앞바퀴를 터뜨리는 동시에 도스의 보디가드들이 부채꼴로 흩어져, 무수한 총구들이 세 사람을 향했다.
전투 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