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변주
재주는 있군.
치열한 전투 끝에, 이제 몇 남지 않은 보디가드들은 공격을 포기하고 도스의 주위로 모여 방어에 전념했다.
다만 반대편의 지휘관 일행도 마지막 탄창만 남은 상태였다.
우리 거 꿀꺽할 생각일랑 꿈 깨시지?
남은 총알은 있고?
......
그래서, "물건"은?
벨루가가 차의 트렁크 쪽으로 고갯짓했다.
그러자 보디가드 한 명이 트렁크를 열어 세심하게 확인한 후, 도스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좋아, 적어도 이번 일에 있어서 너는 정말 잘 해 줬어.
나머지는 너에게 맡기마. 네가 제안한 일이니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게 맞겠지?
도스가 지팡이를 까딱이자 보디가드 두 명이 상자를 차에서 들어 옮겼다.
언젠가 또 보자고, 내가 직접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긴... "충직한 부하"여.
벨루가가 자리에 남아 지휘관 일행과 계속 대치하는 사이...
도스 안토니오는 보디가드들의 호위를 받으며, 상자를 가지고 다리의 반대편 끝까지 물러났다.
두 발의 총성이 동시에 울렸다.
쿠로가 총을 들어 도스 안토니오를 향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벨루가가 예측했다는 듯이 단 한 발로 쿠로의 총을 맞힌 것이었다.
쿠로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기관단총을 떨어뜨릴 뻔했고, 사선이 틀어진 탄환은 목표를 향해 날아가지 못했다.
총알 낭비하지 마.
벨루가의 충고를 무시하고 균형을 되찾은 쿠로가 다시 총으로 도스를 쫓았지만, 사선이 이미 보디가드들의 벽에게 가로막힌 뒤였다.
지휘관과 미틸은 남은 탄약이 하나도 없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포기해라, 내가 능력이 없어서 너희를 직접 안 죽이는 게 아니니까.
오늘 밤 달빛이 참 아름다워서 내 기분이 좋은 것에 고마워하라고.
분명 "도주"하는 형세이건만, 도스는 그 순간에도 신사의 품격을 유지하며 손수건을 꺼내 초연이 묻은 지팡이를 스윽 닦았다.
운하에서 생쥐단의 사업을 주도한 게 너냐?
생쥐단?
다리 끝에 도착한 도스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지휘관을 돌아보았다.
곳곳의 마을에서 적당한 사람들을 납치해서, 운하를 통해 광산으로 팔아버린 게 너냐고.
다 너희 안토니오 패밀리가 벌이는 "사업"이야?
엄마! 아빠! 대체 누가 한 거야... 누구냐고!
놔! 놓으라고!
글쎄, 모르겠군. 그런 자질구레한 일은 기억하지 않은 편이라서.
도스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 가던 길로, 타고 왔던 차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벨루가가 지휘관의 발치에 경고 사격을 날렸다.
움직이지 마, 난 아직 탄약 남았으니까.
흥.
벨루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휘관은 탄약이 바닥난 총을 홱 던지고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들었다.
!
탄약이 바닥난 미틸 대신 쿠로가 벨루가를 향해 사격해 지휘관에게 틈을 만들어 주었다.
지휘관은 회피하는 벨루가를 제치고 다리 위를 내달렸지만, 도스는 이미 다리를 건너 거리를 어느 정도 벌린 뒤였다.
퍼어엉!!
묵직한 폭음. 도스가 다리를 폭파시켰다.
...!
빵 빠――앙!
눈앞의 길이 사라져 버린 지휘관에게, 건너편에서 도스의 차량들이 조롱하듯 경적을 울리며 떠나갔다.
차량들의 불빛은 점점 멀어져 갔고, 경적 소리도 작아지다 이내 들리지 않게 되어, 결국 전부 카모나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휘관은 몸을 돌려 벨루가를 향해 비수를 움켜쥐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사이의 일을 좀 정리해볼까?
먹구름이 달을 가리고, 다리 언저리에서 충돌이 일촉즉발인 상황.
다리까지 폭파된 이상 너희가 뒤쫓을 수도 없어.
그러니 이만 포기해. 어차피 너희와는 아무 관계 없는 일이잖아.
벨루가는 다리 앞에 서서 당황하는 기색없이 세 사람을 마주했다.
관계 없긴 개뿔이, 우리가 받은 의뢰거든?
얼굴도 들이밀지 않는 의뢰인의 임무 따위, 어떻게 돼도 내 알 바 아니긴 해. 근데 말야...
내 눈앞에서 나한테 맡겨진 물건을 내 눈앞에서 뺏어가는 건.... 어쨌든 해명은 들어야 속이 풀리겠어서.
다리는 폭파되어 길이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지휘관 일행이 타고 온 차는 벨루가가 펑크를 내 버려서, 도스 안토니오를 뒤쫓으려면 그녀의 차를 빼앗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 물어보자.
도스 밑에서 일하는 네가, 왜 배에 있던 민간인들을 풀어 준 거지?
그 질문에 벨루가는 답하지 않았다.
대화는 여기까지인가 보네.
내가 차를 뺏을게, 녀석의 발을 묶어 줘.
두 소녀에게 작은 소리로 부탁한 지휘관은 달려갈 준비를 했다.
“탕!” 또 한 발의 총탄이 지휘관 앞으로 날아왔다.
총 내려 미틸, 탄약 없는 거 알아.
......
쿠로 너도, 내 계산이 맞다면 이제 4발밖에 안 남았을 텐데... 그걸로 날 막으려고?
한 발이면 충분하지롱.
다시 한 번 말하겠어. 돌아가. 상자는 잊어버려.
상자에 뭐가 들었는진 몰라도, 분명 의뢰인도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겠지.
그리고 그 반대편은 도스라... 훗...
만약 둘 중 한쪽을 선택한다면, 난 절대 도스 같은 인물한테 넘기지 않아!
지휘관은 왠지 벨루가가 웃는 것 같다고 느꼈다.
조심해!
벨루가의 총구가 살짝 움직여 지휘관을 향했고, 한쪽 입꼬리가 살며시 위로 올라갔다.
타앙!
총성이 흩어지고,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숲에 숨어 있던 도스의 보디가드였다.
벨루가의 총구는 아직도 어둠 속에서 옅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무슨...?
다시 배신하는 벨루가를 본 지휘관과 미틸, 쿠로는 잠시 넋을 잃었다.
이제야 꼬리를 다 끊었군.
벨루가는 총을 거두고 운전석으로 가 시동을 걸었다. 세 사람이 움직이지 않자 고개를 내밀었다.
뭐해? 얼른 타.
벨루가를 따라온 지휘관 일행은 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속 깊숙한 곳에 버려진 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 오두막에 다다랐다.
들어와.
벨루가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고, 지휘관과 쿠로, 미틸은 밖에서 잠시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아니...?!
읭? 뭐야, 왜 그래?
앞장선 지휘관이 들어가려다 말고 문앞에서 멈춰서자, 쿠로와 미틸이 앞으로 나와 오두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분명히 안토니오 패밀리가 가져갔던 상자가, 오두막에 놓여 있었다.
문 막지 말고 들어와.
않이 뭐야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도스가 가져가지 않았어? 근데 왜 여깄지? 아까 네가 죽인 보디가드는 왜 거기 있었는데?
...질문이 너무 많은데.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 쿠로는 상자를 빙빙 맴돌며 이리저리 살펴봤다.
겉보기엔 틀림없어 보이는데... 이거 진짜 맞아?
쿠로가 손을 뻗어 상자를 퉁퉁 두드려 보며 물었다.
진짜야.
앉아서 살펴보던 지휘관이 일어섰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상자의 자물쇠 아래에다 표시를 남겼어. 왼쪽에 세 줄, 오른쪽에 한 줄.
너희를 포함해서 아무도 안 볼 때 몰래 한 거라 누군가가 위조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돼.
우와, 정말 흠집이 있어!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처음엔 너희를 못 믿어서... 아니다, 아무튼 표시하길 잘했네.
벨루가도 몸을 굽혀 내려다본 뒤 일어서며 지휘관을 힐끗 바라봤다.
그래, 나도 여기에 이렇게 표시해 놓은 건 몰랐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 설명해 줄 거야?
너희 생각대로, 도스가 가져간 건 다른 상자야.
다른 상자?
응, 너희의 의뢰인은 최소 6개 팀을 동시에 고용해서, 똑같이 생긴 상자를 호송하는 의뢰를 맡겼어.
...!
이 6개 팀은 출발지도 목적지도 전부 다르고, 모두 19시 정각에 출발하도록 해서 누가 진짜를 옮기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
그런데, 너희의 상자가 진짜라는 유출 정보가 있었어. 내 생각엔 의뢰인이 너희를 미끼로 쓰려고 고의로 흘린 거 같지만 말이야.
그 말에 쿠로가 상자를 쾅 내리쳤다.
도스가 가져간 상자는?
임무를 포기한 팀 건데, 포기했단 건 아직 아무도 몰라.
그래서 내가 그 상자와 바꿔치기해서 도스에게 넘겼어.
안토니오 패밀리나 블랙골드 같은 세력에게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중요치 않아. 어차피 걔네는 6개 상자를 동시에 전부 추적 중이니까.
하지만 난 진짜를 찾아야만 해.
네가 그걸 차지하려고?
답을 하지 않은 벨루가는 조용히 눈앞의 상자를 주시하며 나뭇잎 몇 개를 털어냈다.
아니, 너희가 안전하게 전해 줬으면 해.
이럴 거면 왜 뺏어갔어?
도스가 너희의 상자를 빼앗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너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어이어이, 우리 꽤 강하거든녀? 아까만 해도 너랑 그놈들 거의 다 때려잡았거든? 아오 탄창이 한 두 개만 더 있었어도...
쿠로가 이를 드러내며 주먹을 붕붕 휘두르다 그만 상자를 잘못된 각도로 내리치고 말았다. 눈빛에서부터 아픈 티가 났지만, 이를 악물고 고통을 꾹 참으며 터프한 척을 했다.
풉!
......싀끄르...
푸흐흐흐흡...
오랜만에 모두 함께 웃음바다가 되어, 지난 몇 시간 동안의 음모와 갈등이 모조리 사라진 듯했다.
만약 우리가 그 팀처럼 상자를 포기하면 어쩔 셈인데?
그 팀의 상자를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왜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
......
물론, 난 너희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아무렴...
아무렴 뭐?
사람과 환경이 변해도, 인연은 변하지 않으니까.
어쨌든, 이걸로 시간은 충분히 벌어 줬다. 차를 가져가, 뒤에 탄약과 보급품도 있으니 쓰고.
뒷일은 너희에게 맡길게.
벨루가는 상자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어디로 가려고?
도스한테.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
잠깐! 질문 하나 더 있어.
어떻게 우리 상자가 진짜라고 확신하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 벨루가의 눈빛을 본 지휘관은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이 들었다.
이게 내 존재 의미니까.
얼른 상자 챙기고 출발해, 나머지 여정길도 마냥 순탄하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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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있군.
치열한 전투 끝에, 이제 몇 남지 않은 보디가드들은 공격을 포기하고 도스의 주위로 모여 방어에 전념했다.
다만 반대편의 지휘관 일행도 마지막 탄창만 남은 상태였다.
우리 거 꿀꺽할 생각일랑 꿈 깨시지?
남은 총알은 있고?
......
그래서, "물건"은?
벨루가가 차의 트렁크 쪽으로 고갯짓했다.
그러자 보디가드 한 명이 트렁크를 열어 세심하게 확인한 후, 도스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좋아, 적어도 이번 일에 있어서 너는 정말 잘 해 줬어.
나머지는 너에게 맡기마. 네가 제안한 일이니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게 맞겠지?
도스가 지팡이를 까딱이자 보디가드 두 명이 상자를 차에서 들어 옮겼다.
언젠가 또 보자고, 내가 직접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긴... "충직한 부하"여.
벨루가가 자리에 남아 지휘관 일행과 계속 대치하는 사이...
도스 안토니오는 보디가드들의 호위를 받으며, 상자를 가지고 다리의 반대편 끝까지 물러났다.
두 발의 총성이 동시에 울렸다.
쿠로가 총을 들어 도스 안토니오를 향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벨루가가 예측했다는 듯이 단 한 발로 쿠로의 총을 맞힌 것이었다.
쿠로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기관단총을 떨어뜨릴 뻔했고, 사선이 틀어진 탄환은 목표를 향해 날아가지 못했다.
총알 낭비하지 마.
벨루가의 충고를 무시하고 균형을 되찾은 쿠로가 다시 총으로 도스를 쫓았지만, 사선이 이미 보디가드들의 벽에게 가로막힌 뒤였다.
지휘관과 미틸은 남은 탄약이 하나도 없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포기해라, 내가 능력이 없어서 너희를 직접 안 죽이는 게 아니니까.
오늘 밤 달빛이 참 아름다워서 내 기분이 좋은 것에 고마워하라고.
분명 "도주"하는 형세이건만, 도스는 그 순간에도 신사의 품격을 유지하며 손수건을 꺼내 초연이 묻은 지팡이를 스윽 닦았다.
운하에서 생쥐단의 사업을 주도한 게 너냐?
생쥐단?
다리 끝에 도착한 도스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지휘관을 돌아보았다.
곳곳의 마을에서 적당한 사람들을 납치해서, 운하를 통해 광산으로 팔아버린 게 너냐고.
다 너희 안토니오 패밀리가 벌이는 "사업"이야?
<size=50>엄마! 아빠! 대체 누가 한 거야... 누구냐고!</size>
놔! 놓으라고!
글쎄, 모르겠군. 그런 자질구레한 일은 기억하지 않은 편이라서.
도스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 가던 길로, 타고 왔던 차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벨루가가 지휘관의 발치에 경고 사격을 날렸다.
움직이지 마, 난 아직 탄약 남았으니까.
흥.
벨루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휘관은 탄약이 바닥난 총을 홱 던지고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들었다.
!
탄약이 바닥난 미틸 대신 쿠로가 벨루가를 향해 사격해 지휘관에게 틈을 만들어 주었다.
지휘관은 회피하는 벨루가를 제치고 다리 위를 내달렸지만, 도스는 이미 다리를 건너 거리를 어느 정도 벌린 뒤였다.
퍼어엉!!
묵직한 폭음. 도스가 다리를 폭파시켰다.
...!
빵 빠――앙!
눈앞의 길이 사라져 버린 지휘관에게, 건너편에서 도스의 차량들이 조롱하듯 경적을 울리며 떠나갔다.
차량들의 불빛은 점점 멀어져 갔고, 경적 소리도 작아지다 이내 들리지 않게 되어, 결국 전부 카모나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휘관은 몸을 돌려 벨루가를 향해 비수를 움켜쥐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사이의 일을 좀 정리해볼까?
먹구름이 달을 가리고, 다리 언저리에서 충돌이 일촉즉발인 상황.
다리까지 폭파된 이상 너희가 뒤쫓을 수도 없어.
그러니 이만 포기해. 어차피 너희와는 아무 관계 없는 일이잖아.
벨루가는 다리 앞에 서서 당황하는 기색없이 세 사람을 마주했다.
관계 없긴 개뿔이, 우리가 받은 의뢰거든?
얼굴도 들이밀지 않는 의뢰인의 임무 따위, 어떻게 돼도 내 알 바 아니긴 해. 근데 말야...
내 눈앞에서 나한테 맡겨진 물건을 내 눈앞에서 뺏어가는 건.... 어쨌든 해명은 들어야 속이 풀리겠어서.
다리는 폭파되어 길이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지휘관 일행이 타고 온 차는 벨루가가 펑크를 내 버려서, 도스 안토니오를 뒤쫓으려면 그녀의 차를 빼앗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 물어보자.
도스 밑에서 일하는 네가, 왜 배에 있던 민간인들을 풀어 준 거지?
그 질문에 벨루가는 답하지 않았다.
대화는 여기까지인가 보네.
<size=25>내가 차를 뺏을게, 녀석의 발을 묶어 줘.</size>
두 소녀에게 작은 소리로 부탁한 지휘관은 달려갈 준비를 했다.
“탕!” 또 한 발의 총탄이 지휘관 앞으로 날아왔다.
총 내려 미틸, 탄약 없는 거 알아.
......
쿠로 너도, 내 계산이 맞다면 이제 4발밖에 안 남았을 텐데... 그걸로 날 막으려고?
한 발이면 충분하지롱.
다시 한 번 말하겠어. 돌아가. 상자는 잊어버려.
상자에 뭐가 들었는진 몰라도, 분명 의뢰인도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겠지.
그리고 그 반대편은 도스라... 훗...
만약 둘 중 한쪽을 선택한다면, 난 절대 도스 같은 인물한테 넘기지 않아!
지휘관은 왠지 벨루가가 웃는 것 같다고 느꼈다.
<size=50>조심해!</size>
벨루가의 총구가 살짝 움직여 지휘관을 향했고, 한쪽 입꼬리가 살며시 위로 올라갔다.
타앙!
총성이 흩어지고,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숲에 숨어 있던 도스의 보디가드였다.
벨루가의 총구는 아직도 어둠 속에서 옅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무슨...?
다시 배신하는 벨루가를 본 지휘관과 미틸, 쿠로는 잠시 넋을 잃었다.
이제야 꼬리를 다 끊었군.
벨루가는 총을 거두고 운전석으로 가 시동을 걸었다. 세 사람이 움직이지 않자 고개를 내밀었다.
뭐해? 얼른 타.
벨루가를 따라온 지휘관 일행은 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속 깊숙한 곳에 버려진 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 오두막에 다다랐다.
들어와.
벨루가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고, 지휘관과 쿠로, 미틸은 밖에서 잠시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아니...?!
읭? 뭐야, 왜 그래?
앞장선 지휘관이 들어가려다 말고 문앞에서 멈춰서자, 쿠로와 미틸이 앞으로 나와 오두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분명히 안토니오 패밀리가 가져갔던 상자가, 오두막에 놓여 있었다.
문 막지 말고 들어와.
않이 뭐야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도스가 가져가지 않았어? 근데 왜 여깄지? 아까 네가 죽인 보디가드는 왜 거기 있었는데?
...질문이 너무 많은데.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 쿠로는 상자를 빙빙 맴돌며 이리저리 살펴봤다.
겉보기엔 틀림없어 보이는데... 이거 진짜 맞아?
쿠로가 손을 뻗어 상자를 퉁퉁 두드려 보며 물었다.
진짜야.
앉아서 살펴보던 지휘관이 일어섰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상자의 자물쇠 아래에다 표시를 남겼어. 왼쪽에 세 줄, 오른쪽에 한 줄.
너희를 포함해서 아무도 안 볼 때 몰래 한 거라 누군가가 위조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돼.
우와, 정말 흠집이 있어!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처음엔 너희를 못 믿어서... 아니다, 아무튼 표시하길 잘했네.
벨루가도 몸을 굽혀 내려다본 뒤 일어서며 지휘관을 힐끗 바라봤다.
그래, 나도 여기에 이렇게 표시해 놓은 건 몰랐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 설명해 줄 거야?
너희 생각대로, 도스가 가져간 건 다른 상자야.
다른 상자?
응, 너희의 의뢰인은 최소 6개 팀을 동시에 고용해서, 똑같이 생긴 상자를 호송하는 의뢰를 맡겼어.
...!
이 6개 팀은 출발지도 목적지도 전부 다르고, 모두 19시 정각에 출발하도록 해서 누가 진짜를 옮기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
그런데, 너희의 상자가 진짜라는 유출 정보가 있었어. 내 생각엔 의뢰인이 너희를 미끼로 쓰려고 고의로 흘린 거 같지만 말이야.
그 말에 쿠로가 상자를 쾅 내리쳤다.
도스가 가져간 상자는?
임무를 포기한 팀 건데, 포기했단 건 아직 아무도 몰라.
그래서 내가 그 상자와 바꿔치기해서 도스에게 넘겼어.
안토니오 패밀리나 블랙골드 같은 세력에게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중요치 않아. 어차피 걔네는 6개 상자를 동시에 전부 추적 중이니까.
하지만 난 진짜를 찾아야만 해.
네가 그걸 차지하려고?
답을 하지 않은 벨루가는 조용히 눈앞의 상자를 주시하며 나뭇잎 몇 개를 털어냈다.
아니, 너희가 안전하게 전해 줬으면 해.
이럴 거면 왜 뺏어갔어?
도스가 너희의 상자를 빼앗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너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어이어이, 우리 꽤 강하거든녀? 아까만 해도 너랑 그놈들 거의 다 때려잡았거든? 아오 탄창이 한 두 개만 더 있었어도...
쿠로가 이를 드러내며 주먹을 붕붕 휘두르다 그만 상자를 잘못된 각도로 내리치고 말았다. 눈빛에서부터 아픈 티가 났지만, 이를 악물고 고통을 꾹 참으며 터프한 척을 했다.
풉!
......싀끄르...
푸흐흐흐흡...
오랜만에 모두 함께 웃음바다가 되어, 지난 몇 시간 동안의 음모와 갈등이 모조리 사라진 듯했다.
만약 우리가 그 팀처럼 상자를 포기하면 어쩔 셈인데?
그 팀의 상자를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왜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
......
물론, 난 너희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아무렴...
아무렴 뭐?
사람과 환경이 변해도, 인연은 변하지 않으니까.
어쨌든, 이걸로 시간은 충분히 벌어 줬다. 차를 가져가, 뒤에 탄약과 보급품도 있으니 쓰고.
뒷일은 너희에게 맡길게.
벨루가는 상자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어디로 가려고?
도스한테.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
잠깐! 질문 하나 더 있어.
어떻게 우리 상자가 진짜라고 확신하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 벨루가의 눈빛을 본 지휘관은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이 들었다.
이게 내 존재 의미니까.
얼른 상자 챙기고 출발해, 나머지 여정길도 마냥 순탄하진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