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D 감염자
"가자, 지휘관이 구하러 올 때까지 버텨보자고."
2분 동안...
... 의식이 없었다.
10분 동안...
...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며 기어 일어나 엄폐물에 기대어, 없는 것보단 나은 정도의 응급처치를 하였다.
1분 동안...
... 생각했다.
...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10초 후 결론을 내렸다.
아직 살아있지만,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콜록 콜록!
케엑!
최악이군...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아...
M4A1...
AK12...
내 말 들리나? 지금 어떻게 됐지? 엘더브레인은 잡았나?
...
노이즈만 들린다.
쳇... 통신이 안 될 정도로 복사가 심한가. 여길... 벗어나야 해...
지금 이런 몸으로... 싸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 안젤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통신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난 전혀 외모를 꾸밀 줄 모르는 녀석이라서 지금 내 얼굴이 어떤지는 전혀 알고 싶지 않지만.
다만 이 두 손을 보면... 분명 괴물 같은 얼굴이겠지.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죽는 것 말고도... 또 어떻게 될까...
커헉! 콜록 콜록!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어...
끄어어어어어어!!!
...!
저 멀리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 놈들이야, 저 불길한 소리, 세계대전 이전부터 퍼져 있던 악몽들.
내 기침 소리에 끌려오고 있어,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
안젤리아는 엄폐물 사이로 숨었다. 이때 갑자기 통신이 들어왔다.
안젤리아! 지금 괜찮아? 한참 응답이 없어서 네가 이미...
콜록... 그렇게 손쉽게 네 생각대로 되지는 않아...
안젤리아, 무사할 줄 알았네...
흥, 물론 거짓말이지, 분명 죽어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니. 두 번이나 나를 놀라게 하는군.
생각하시는 대로 죽지 못해 죄송하군요. 정보 공유를 하죠, 전 지금 아직 오염구역에 있습니다. 리벨리온과 통신이 되지 않고요.
만약 그들이 임무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예비 방안의 예비 방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죽든 말든 관심 없으시겠지만. 하벨 씨, 그래도 일단 물어보죠, 지원을 제공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뭐든지 좋으니까.
나도 안전국의 권한을 넘어 협력해줄 수는 없다네. 다시 자네 국장에게 말해보는 게 어떤가?
농담 마십시오!
이미 그 오염탄까지 터뜨린 상황에서 무슨 권한을 못 넘는단 말입니까!?
진정하게 젊은이, 너무 흥분했다간 감염속도가 빨라질 걸세.
... 제가 감염된 것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붕괴액 폭탄이 터진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분명 광역성 저복사 감염의 영향을 받고 말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자네 저항체질에 달렸네, 다만 지금 자네 상태를 보아하니 체질이 꽤 괜찮은 모양이군.
그것 참 과한 칭찬이군요...
성급해 하지 마, 안젤리아. 하벨 씨도 지금 전까지 계속 지원을 조달하고 있었어, 끝까지 들어봐.
알겠어... 케엑... 일단 들어보지...
미안하군, 본론을 말하지. 자네 국장 젤린스키와 연락을 해보겠네.
하지만 자네도 예상하다시피, 그 양반들이 직접 지원을 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네. 자네도 아니까 그에게 연락하지 않은 게 아닌가?
확실히 기대할 수 없죠, 특히 오염탄을 터뜨린 이상 국장님과는 이미 적대관계가 됐습니다...
적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보겠네. 그런고로 나와 페르시카가 이미 자네에게 해결책을 찾는 중일세.
남한테 기대기 보단, 먼저 스스로 생각해 보게. 자네가 설명하게나, 페르시카.
미안 안젤리아, 저번에 네가 인형의 무장으론 군을 상대할 수 없다고 할 때부터...
이전에 그리폰의 지휘관이 한 철혈 보스를 포획한 일 기억해?
그러니까... 그... "아키텍트"라는 인형 말이야?
기억력도 좋군, 녀석은 참 괜찮은 기술 샘플이지, 그리고 협력도 잘하고 있고 말이야.
페르시카가 녀석과 그 무기에서 여러 데이터를 추출해서, 새 물건을 몇 개 만들었지.
적의 소체로 무기를 개발했단 말입니까?
녀석에게 고맙다는 말은 안 했네.
페르시카는 이전부터 녀석을 이용해 상응한 연구를 했었네. 이론상 인형에게 일부 중화기를 장착시킬 수 있게 됐지.
강력하지만, 개발 비용도 물론 엄청나지, 여러 인형이 서로 협력해서 복잡한 무기를 다루게 하는 AI는 결코 값싸지 않아.
중화기를 운용한다고요? 그건 이미 PMC의 무기 조약을 위반한 거 아닙니까?
비싸고, 위험하고, 불법이지. 이렇게 내다 팔지도 못할 물건은 투자자인 내가 페르시카가 연구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마땅했겠지.
하지만 당신은 꼭 그런 위험한 물건을 좋아하시죠...
"자극적이지 못하면 값어치도 없다!" 내가 이런 성격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게나. 내 이런 성격 때문에 네가 살아남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케윽, 진짜 눈물이 날 정도군요...
다만 한가지 오산을 하셨군요, 하벨 씨. 제가 여길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이 지원해야 할 상대는 그리폰의 지휘관입니다. 그 비싸고 위험하고 불법인 물건을 그에게 넘기세요, 그러면 그리폰만이라도 포위를 뚫을 수 있을지 모르니...
무슨 말이야? 지금 가장 도움이 필요한 건 너잖아!
내가? 인제 와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지금 오염지대 한가운데에서 겨우 숨만 붙어 있지. 엘더브레인을 잡으러 갈 수도 없고, 군에게 대항할 인형도 없고...
그 무슨 중화기를 보내와봤자 저복사감염자를 상대하는 정도지 의미도 없어... 하벨 씨도 이런 보답 없는 곳에 투자하시지는 않으시겠죠?
...
그래도...
사실대로 말한 거야. 난 언제나 결과만을 보고 계획을 짜니까.
정말로 그럴 겐가? 정말 네 목숨으로 교환할 정도로 그 지휘관을 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교환이 아니라 취사선택입니다... 그리고 저도 아직 자포자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지금 제 상태로는 지휘를 하기가 힘듭니다. 차라리 그 지휘관에게 맡기는 게 더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지휘관은 군을 상대할 때 이미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습니다. 리벨리온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분명 내버려두지 않겠죠...
설령 임무에 실패해도... 그리폰만큼은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폰을 위해서라, 나도 감동해야 할까?
저도 한 때 신세를 졌던 곳입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죠...
서두르세요, 더 이상 머뭇거리면 그리폰마저 구할 수 없게됩니다.
통신기 너머로 하벨의 긴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난 자네를 포기하지 않을 걸세. 하지만 자네의 결정도 이해하네.
어느 지휘관을 말하는 건지는 알지만, 어디 있는지는 모르네.
그리폰이 아직 이동하지 않았다면 지휘관은 지금 임시지휘부에 있을 겁니다.
거긴 폭심지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니 그리폰 부대에 생존한 인형과 직원이 있을 겁니다. 화력 지원 말고도, 그들이 철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해도 지금 위성통신이 가능한 자네를 빼고 지휘관과 연결할 방법이 없다네.
어디 통신소를 찾아서 채널을 열어보죠... 과연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럼 서두르게, 어쩌면 자네의 감염도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일세.
난 잠깐 수송기 통행 권한을 조율하러 가지, 그때까지 살아있기를 바라지.
하벨이 자리를 비웠다.
지금 그리폰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그들이 통제 중인 구역까지 이동해서...
알아, 마지막 기회지. 일단 내 말대로 해... 가능한 그쪽으로 이동할 테니까.
지금 감염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나도 움직여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
기다려줘, 안젤리아. 우리가 최선을...
안젤리아가 통신을 끊었다.
지금 내 얼굴을 보면 너도 헛수고라는 걸 알겠지.
물론, 얼마 안 있어 이 면상마저 사라질 수도 있고...
안젤리아는 벽에 기대 한숨을 쉬었다.
아 귀찮아... 한 발짝도 움직이기 싫어...
... 발소리와 울음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칫, 들키고 말았나...
어차피 오래 못 살겠지만... 여기서 죽기엔 너무 꼴불견이니까.
좀 더 움직여보자고, 안젤리아...
안젤리아는 다른 엄폐물로 자리를 옮기지만 괴물들의 울부짖는 소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체력이 없어...
이제 몸도 버티지 못하는 걸까...
으어어어어--
어디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대체 어디지!
...!!
뒤구나!
안젤리아는 뒤돌아 권총으로 그 괴물을 쏘아 맞혔다!
하지만.
끄아아아악!!!
안 죽었나?
과연!
E!
L!
I!
D!
감염자구나!
...
... 괴물이 쓰러졌다.
허억...!
흐읍...!
콜록...
그래도... 죽일 순 있긴 하네.
크아아아아아!!!
더 많은 감염자가 엄폐 밖에서 기어 나왔다.
총소리에 끌려온 건가?
안젤리아가 방아쇠를 당기지만 총알이 바닥났다.
이럴 줄 알았어...
안젤리아는 무기를 땅에 버리고, 양팔을 벌렸다.
여기까지군,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네.
끄아아아악!!!
어머... 벌써 유언까지 정했나요?
죄송합니다, 너무 일찍 온 겁니까?
너희들...
아직 내가 창피할 기운이 있는 동안 정리해놔.
...
...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찾았냐...
그쪽에서 계속 불렀잖아? 통신은 안 통해도, 위치를 추적할 수는 있었어.
얼마 못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쌩쌩하네. 그 때문에 이것들을 상대하면서 쫓아왔잖아.
쯧, 움직이기 귀찮았던 감이 옳았네.
설마 정말로 존재할 줄이야. 이전엔 쓸데없는 훈련이라 생각했는데.
AK12이 한 감염자의 시체를 발로 굴렸다.
뭐, 그래봤자 징그럽고 쓸모없는 괴물일 뿐이네.
이것이 광역성 저복사 감염자...
통칭 ELID라고 하지, 너희들은 처음보지? 확실히 3차 대전 이후 보기 드물어진 물건이지.
저항능력이 낮은 일반인은 피폭되는 순간 즉사하지만, 체질이 좋은 사람은 감염이 심해지면서 이런 몰골로 변이하지. 육체가 규소화되고, 이성을 상실하고, 진정으로 죽을 때까지 공격성만 남게 되지.
아직 그게 터진 지 얼마 안 될 걸 다행히 어겨라. 오염구역에 오래 있을수록, 저 인간들은 점점 끔찍해지니까.
저 감염자들, M4A1이 터뜨린 붕괴액 오염탄에 휘말린 군의 병사야?
맞아, 아직 오래 지나지 않아서 폭심지 주변에 있는 사람만 변이했지.
다만 점점 오염이 퍼지고 있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저들의 동료가 될 거야...
... 나라던가.
아직은 아니다. 지금 간단하게 치료를 할 테니 견뎌내야 한다.
AK12가 바닥의 권총을 집었다.
그거 이제 총알 없어.
적어도 어느 좀비가 당신인지는 알아야지.
안젤리아는 아픔을 참으며 웃고, 무기를 받았다.
큭... 총으로 신분을 구별하다니 너무 비효율적인데.
가만히 있어라, 안젤리아, 아직 소독 중이다.
쓸모 없어, 크흑... 붕괴피폭 증상이야... 피부 표면이 썩어 문드러지고 규소화되지. 소독해봤자 도움이 안 돼...
신체의 근육과 혈관도 점점 굳어져가고... 너희같은 인형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이야...
너희가 올 때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기적이지. 너흰 분명 M4A1을 따라간 줄...
M4A1은 엘더브레인을 쫓아 군의 대륙간열차에 올라 탔다.
AR15도 따라갔어, 우리는 말릴 수 없었고.
그럼 너희도 따라갔어야지, 그게 너희 임무잖아.
그때 우리는 M4A1이 열차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엄호하고 있었다. 열차는 이미 떠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우리는 임무를 완수하였고, 지금 중요한 건 당신이다.
나 말야? 그냥 날 버리고 가는 편이 좋아, 통신기를 가지고 페르시카와 연결해. 녀석 말에 따라서 철수하고.
포기할 셈이야? 언제부터 그렇게 비관적이 됐어?
한 손으로 날 부축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적을 맞출 자신 있어?
이 좀비 영화 엑스트라 말고도, 군까지 상대해야 해. 겨우 폭탄 하나로 무너질 놈들이 아니야.
그리고 예고르가 아직 살아있다면, 놈에게 남은 목적은 단 하나, 바로 보복하는 거야.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우릴 해치우러 올 거야.
그럼 빨리 이곳을 벗어나 철수하자.
어쩌면 도중에 재가동해서 쓸만한 그리폰 더미인형을 찾을 수도 있다. 아직 끝은 아니다.
오염구역의 모든 신호는 심각하게 교란을 받고 있고, 통신과 위치추적 설비도 고장 났지. 나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몰라.
그냥 이걸로 됐다... 이젠 지쳤어... 좀 자게 내버려줘...
안젤리아!
찰싹!
AK12가 안젤리아의 따뀌를 강하게 때렸다.
방금 우리보고 위성통신기를 가지고 페르시카와 연결하라고 했지, 그 말은 이미 생각해둔 계획이 있다는 거잖아. 이 오염구역을 벗어나면 철수할 수 있다는 말이지?
...
지금 괴로운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는 건 전혀 당신답지 않아.
돌아가면 한턱 쏜다고 했잖아. 그렇게까지 편해지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이러는 편이 좀 더 편하게 죽을 수 있을 테니.
AK12가 안젤리아의 머리를 겨누었다.
AK12... 안 돼!
공기마저 굳어버린 것처럼 수 초간 이대로 대치했다.
흐... 흥...
흐하하하하...
아야야야야...
아이 씨, 너무 크게 웃었네...
AK12의 총을 쥔 손이 조금씩 떨렸다.
내 지령을 어기려는 것만 해도, 마인드 모듈이 과부하될 지경이지. 여기서 회로가 타버리면 누가 날 데리고 나가주냐?
아무래도, 허세를 부리는 것만으론 안 되겠구나.
피아식별의 지령은 내가 직접 입력한 거니까. 근데 설마 네가 진심으로 그럴 줄은 몰랐네.
"거역"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잖아? 당신의 이전 부하 인형들과 똑같이 보지 말라고.
흥...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런 쓰잘데기 없는 일까지 잊을 뻔했네.
AN94, 치료는 됐으니까, 바로 움직이자.
아직 감염된 부분을 싸매지 못했다...
됐어, 싸매봤자 별로 쓸모 없으니까, 그럴 시간에 움직여야지.
이전처럼 자신만만하게 작전 브리핑은 안 하는 거야?
작전? 그냥 북쪽으로 쭉쭉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거야.
왜 북쪽이야? 그리고 정말로 일직선으로 갈 생각이야? 지금 바깥엔 온통 감염자인데, 우회하며 이동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지금 유일하게 안전지대가 있을만한 곳이 북쪽이야, 그리고 인간들은 초등학교부터 직선으로 가는 게 더 빠르다고 배우니까. 한번 해봐야지.
시키는대로 하지 뭐. 94, 주변에 감염자가 한 20명 있으니까 전투준비해.
난 돌격하며 길을 청소할 테니까, 넌 안젤리아를 데리고 이동해, 계속 꼭 붙어 있어야 돼.
알았다, 전력으로 호위하겠다.
그럼 움직이자!
리벨리온은 목적지도 없이 도망치다가 한 통신 거점을 발견했다.
여기야, 크윽... 빨리 들어가!
안 돼, 여기 오염수준은 여전히 심각해, 멈출 수는 없어!
내 말대로 해! 빨리... 켁켁!
리벨리온은 통신 거점에 진입했다.
여기 붕괴선 농도가 너무 높아, 그리고 언제든지 새로운 감염자가 생겨날 수 있고. 오래 있을 수는 없어.
콜록... 시키는 대로 해...
지금 당장 통신 설비를 켜서 신호 확인해!
하고 있어. 아직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고, 지금 재가동 중이야...
군이 남기고 간 설비네, 방화벽은 이미 뚫었어. 94, 잠깐 여기 네트워크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해 봐...
알았다, 지금 분석 중이다...
나쁜 소식으로, 전장 정보를 해킹해 재구성한 결과, 근처에 군의 식별 신호를 가진 물체가 이동하고 있다.
이동 속도와 조직성을 보아, 감염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남은 병력을 다시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이미 우리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안 들켰기를 바라야지. 안 그럼 우린 여기서 끝이야... 콜록...
빨리, 그리폰 지휘관의 통신 채널 기억하지? 연결 시도해봐.
진심이야? 데이터 블랙 영역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정도라면 별일 없지만, 군의 시설로 통신을 보내는 순간 바로 들키고 말 거야. 그 즉시 저희를 포위섬멸할 게 분명하다고.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야...
이렇게 된 이상 계속 도박을 할 수밖에 없어, 즉시 호스트 채널을 열어. 재빨리 일을 끝내면 군이 반응하기 전에 벗어날 수도 있어!
좋아, 지금 호스트 채널을 열고 있어, 연결될 때까지 30초.
아직 이 통신기에 배터리가 남아있는 동안에... 페르시카, 페르시카 들려?
잡음이 좀 있지만 들려. 안젤리아 거기 상황은 어때?
위성통신기 전기가 얼마 없으니까, 짧게 말할게.
리벨리온이 날 찾아냈고 아직은 안전해. 지금 군의 시설로 호스트 채널을 열었고, 그리폰의 지휘관이 받을 수 있을지는 운을 봐야겠어.
호스트 채널 개통했어. 자아, 빨리 좀 걸려라...
신호엔 노이즈뿐이다.
치이이이익...
......
그리폰은 이미 떠난 건가...
결국... 이렇게 되다니...
안젤리아...
하아...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잠깐만! 응답이 왔어!
뭐! 누군데?
지휘관이야! 지휘관, 내 말 들려? 페르시카야!
안젤리아야...
으음... 누군지는 알 거야, 나머진 그 본인이 말해줄 거야.
후훗, 난 걱정 말고, 너희 걱정이나 해.
지금 안젤리아가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벌써 너희 수석기술자를 잊은 거야? 월급 깎는다.
지금 농담할 시간이 아니야, 안젤리아가 할 말이 있어.
반가워 지휘관.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내 이름을 밝히는 건 처음이겠지.
내 이름은 "안젤리아". 물론 내 작전 코드네임이지만, 그래도 꽤 좋아하는 이름이니까 이대로 불러도 돼.
난 국가안전국의 특수요원이야, 우린 지금까지 이미 여러 번 협력했었고. 분명 의문투성이겠지만, 일단 같은 편이라는 것만 알아줘.
내가 보장할게. 나하고 오래 지낸 사이야, 좀 성격이 지독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좀 조용히 해 페르시카... 지금 통신 시간이 얼마 없으니, 내 말 잘 들어.
지금 그쪽도 손실이 엄청 큰 건 알아. 그래서 페르시카가 당신에게 새로운 중화기부대를 보내서 전력을 보충해줄 거야.
페르시카에게 지원이 필요한 좌표를 보내줘, 어떻게든 중화기부대를 보낼 테니까. 페르시카, 하벨 씨의 철수 계획은 어떻게 됐어?
하벨 씨가 방금 철수 지점 좌표를 보냈어. 하지만 수송기를 거기에 보낼 수 있게 조율할 시간이 필요해.
지휘관, 여기가 그 좌표야. 철수 지점을 잘 지켜, 수송기가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바랄게.
안젤리아, 군에게 들켰어. 지금 통신에 끼어들었어.
안젤... 치지지지... 너일 줄 알았다... 네년이 한 짓에 대가를 치를 것이... 파지지지직!
강제 통신을 끊어, 녀석과 수다 떨 시간 없어.
응.
예고르의 통신이 끊어졌다.
보다시피 지휘관, 지금 상황이 아주 안 좋아. 우리 모두 최악의 상황에 준비해야 해.
지휘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다 했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랄게. 그러니까, 부탁할게, 제발 안젤리아를...
지휘관, 전장에서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우선 그리폰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 우리를 구할지 생각해.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보낼게. AK12, 전송통로를 열어.
알았어.
내가 살아서 여길 떠나지 못한다면 리벨리온을 부탁할게. AR팀도 되찾아서 우리의 미래를 파괴하려는 적들을 막아주기를 바라.
안젤리아, 방금 탐지된 군 병력이 이곳으로 접근 중이다.
쳇... 정말 뼛속까지 미운털이 박혔나 보군. 지휘관, 아침까지 기다리지, 당신이 어떻게 결단을 내리든 비난하지 않을 테니까, 건투를 빈다.
정보 전송하고 있어. 60초 후 이동 가능해.
페르시카... 그만 갈게. 만약 살아서 돌아온다면, 고양이 한 마리 기를 셈이야.
그럼 만져봐도 될까?
사룟값만 내준다면야...
낼게, 그러니까 꼭 살아서 돌아와.
이번만큼은 보장 못 하겠어...
전송 완료, 이동 가능해.
그렇다는 건 우린 한동안 어떤 통신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헤매보던가 그리폰의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나도 알아... 가자, 지휘관이 구하러 올 때까지 버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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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동안...
... 의식이 없었다.
10분 동안...
...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며 기어 일어나 엄폐물에 기대어, 없는 것보단 나은 정도의 응급처치를 하였다.
1분 동안...
... 생각했다.
...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10초 후 결론을 내렸다.
아직 살아있지만,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콜록 콜록!
케엑!
최악이군...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아...
M4A1...
AK12...
내 말 들리나? 지금 어떻게 됐지? 엘더브레인은 잡았나?
...
노이즈만 들린다.
쳇... 통신이 안 될 정도로 복사가 심한가. 여길... 벗어나야 해...
지금 이런 몸으로... 싸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 안젤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통신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난 전혀 외모를 꾸밀 줄 모르는 녀석이라서 지금 내 얼굴이 어떤지는 전혀 알고 싶지 않지만.
다만 이 두 손을 보면... 분명 괴물 같은 얼굴이겠지.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죽는 것 말고도... 또 어떻게 될까...
커헉! 콜록 콜록!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어...
끄어어어어어어!!!
...!
저 멀리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 놈들이야, 저 불길한 소리, 세계대전 이전부터 퍼져 있던 악몽들.
내 기침 소리에 끌려오고 있어,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
안젤리아는 엄폐물 사이로 숨었다. 이때 갑자기 통신이 들어왔다.
<color=#00CCFF>안젤리아! 지금 괜찮아? 한참 응답이 없어서 네가 이미...</color>
콜록... 그렇게 손쉽게 네 생각대로 되지는 않아...
<color=#00CCFF>안젤리아, 무사할 줄 알았네...</color>
<color=#00CCFF>흥, 물론 거짓말이지, 분명 죽어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니. 두 번이나 나를 놀라게 하는군.</color>
생각하시는 대로 죽지 못해 죄송하군요. 정보 공유를 하죠, 전 지금 아직 오염구역에 있습니다. 리벨리온과 통신이 되지 않고요.
만약 그들이 임무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예비 방안의 예비 방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죽든 말든 관심 없으시겠지만. 하벨 씨, 그래도 일단 물어보죠, 지원을 제공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뭐든지 좋으니까.
<color=#00CCFF>나도 안전국의 권한을 넘어 협력해줄 수는 없다네. 다시 자네 국장에게 말해보는 게 어떤가?</color>
농담 마십시오!
이미 그 오염탄까지 터뜨린 상황에서 무슨 권한을 못 넘는단 말입니까!?
<color=#00CCFF>진정하게 젊은이, 너무 흥분했다간 감염속도가 빨라질 걸세.</color>
... 제가 감염된 것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color=#00CCFF>붕괴액 폭탄이 터진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분명 광역성 저복사 감염의 영향을 받고 말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자네 저항체질에 달렸네, 다만 지금 자네 상태를 보아하니 체질이 꽤 괜찮은 모양이군.</color>
그것 참 과한 칭찬이군요...
<color=#00CCFF>성급해 하지 마, 안젤리아. 하벨 씨도 지금 전까지 계속 지원을 조달하고 있었어, 끝까지 들어봐.</color>
알겠어... 케엑... 일단 들어보지...
<color=#00CCFF>미안하군, 본론을 말하지. 자네 국장 젤린스키와 연락을 해보겠네.</color>
<color=#00CCFF>하지만 자네도 예상하다시피, 그 양반들이 직접 지원을 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네. 자네도 아니까 그에게 연락하지 않은 게 아닌가?</color>
확실히 기대할 수 없죠, 특히 오염탄을 터뜨린 이상 국장님과는 이미 적대관계가 됐습니다...
<color=#00CCFF>적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보겠네. 그런고로 나와 페르시카가 이미 자네에게 해결책을 찾는 중일세.</color>
<color=#00CCFF>남한테 기대기 보단, 먼저 스스로 생각해 보게. 자네가 설명하게나, 페르시카.</color>
<color=#00CCFF>미안 안젤리아, 저번에 네가 인형의 무장으론 군을 상대할 수 없다고 할 때부터...</color>
<color=#00CCFF>이전에 그리폰의 지휘관이 한 철혈 보스를 포획한 일 기억해?</color>
그러니까... 그... "아키텍트"라는 인형 말이야?
<color=#00CCFF>기억력도 좋군, 녀석은 참 괜찮은 기술 샘플이지, 그리고 협력도 잘하고 있고 말이야.</color>
<color=#00CCFF>페르시카가 녀석과 그 무기에서 여러 데이터를 추출해서, 새 물건을 몇 개 만들었지.</color>
적의 소체로 무기를 개발했단 말입니까?
<color=#00CCFF>녀석에게 고맙다는 말은 안 했네.</color>
<color=#00CCFF>페르시카는 이전부터 녀석을 이용해 상응한 연구를 했었네. 이론상 인형에게 일부 중화기를 장착시킬 수 있게 됐지.</color>
<color=#00CCFF>강력하지만, 개발 비용도 물론 엄청나지, 여러 인형이 서로 협력해서 복잡한 무기를 다루게 하는 AI는 결코 값싸지 않아.</color>
중화기를 운용한다고요? 그건 이미 PMC의 무기 조약을 위반한 거 아닙니까?
<color=#00CCFF>비싸고, 위험하고, 불법이지. 이렇게 내다 팔지도 못할 물건은 투자자인 내가 페르시카가 연구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마땅했겠지.</color>
하지만 당신은 꼭 그런 위험한 물건을 좋아하시죠...
<color=#00CCFF>"자극적이지 못하면 값어치도 없다!" 내가 이런 성격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게나. 내 이런 성격 때문에 네가 살아남을지도 모르니 말일세.</color>
케윽, 진짜 눈물이 날 정도군요...
다만 한가지 오산을 하셨군요, 하벨 씨. 제가 여길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이 지원해야 할 상대는 그리폰의 지휘관입니다. 그 비싸고 위험하고 불법인 물건을 그에게 넘기세요, 그러면 그리폰만이라도 포위를 뚫을 수 있을지 모르니...
<color=#00CCFF>무슨 말이야? 지금 가장 도움이 필요한 건 너잖아!</color>
내가? 인제 와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지금 오염지대 한가운데에서 겨우 숨만 붙어 있지. 엘더브레인을 잡으러 갈 수도 없고, 군에게 대항할 인형도 없고...
그 무슨 중화기를 보내와봤자 저복사감염자를 상대하는 정도지 의미도 없어... 하벨 씨도 이런 보답 없는 곳에 투자하시지는 않으시겠죠?
<color=#00CCFF>...</color>
<color=#00CCFF>그래도...</color>
사실대로 말한 거야. 난 언제나 결과만을 보고 계획을 짜니까.
<color=#00CCFF>정말로 그럴 겐가? 정말 네 목숨으로 교환할 정도로 그 지휘관을 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color>
교환이 아니라 취사선택입니다... 그리고 저도 아직 자포자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지금 제 상태로는 지휘를 하기가 힘듭니다. 차라리 그 지휘관에게 맡기는 게 더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지휘관은 군을 상대할 때 이미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습니다. 리벨리온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분명 내버려두지 않겠죠...
설령 임무에 실패해도... 그리폰만큼은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color=#00CCFF>그리폰을 위해서라, 나도 감동해야 할까?</color>
저도 한 때 신세를 졌던 곳입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죠...
서두르세요, 더 이상 머뭇거리면 그리폰마저 구할 수 없게됩니다.
통신기 너머로 하벨의 긴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color=#00CCFF>난 자네를 포기하지 않을 걸세. 하지만 자네의 결정도 이해하네.</color>
<color=#00CCFF>어느 지휘관을 말하는 건지는 알지만, 어디 있는지는 모르네.</color>
그리폰이 아직 이동하지 않았다면 지휘관은 지금 임시지휘부에 있을 겁니다.
거긴 폭심지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니 그리폰 부대에 생존한 인형과 직원이 있을 겁니다. 화력 지원 말고도, 그들이 철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color=#00CCFF>그렇게 말해도 지금 위성통신이 가능한 자네를 빼고 지휘관과 연결할 방법이 없다네.</color>
어디 통신소를 찾아서 채널을 열어보죠... 과연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color=#00CCFF>그럼 서두르게, 어쩌면 자네의 감염도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일세.</color>
<color=#00CCFF>난 잠깐 수송기 통행 권한을 조율하러 가지, 그때까지 살아있기를 바라지.</color>
하벨이 자리를 비웠다.
<color=#00CCFF>지금 그리폰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그들이 통제 중인 구역까지 이동해서...</color>
알아, 마지막 기회지. 일단 내 말대로 해... 가능한 그쪽으로 이동할 테니까.
지금 감염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나도 움직여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
<color=#00CCFF>기다려줘, 안젤리아. 우리가 최선을...</color>
안젤리아가 통신을 끊었다.
지금 내 얼굴을 보면 너도 헛수고라는 걸 알겠지.
물론, 얼마 안 있어 이 면상마저 사라질 수도 있고...
안젤리아는 벽에 기대 한숨을 쉬었다.
아 귀찮아... 한 발짝도 움직이기 싫어...
... 발소리와 울음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칫, 들키고 말았나...
어차피 오래 못 살겠지만... 여기서 죽기엔 너무 꼴불견이니까.
좀 더 움직여보자고, 안젤리아...
안젤리아는 다른 엄폐물로 자리를 옮기지만 괴물들의 울부짖는 소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체력이 없어...
이제 몸도 버티지 못하는 걸까...
으어어어어--
어디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대체 어디지!
...!!
뒤구나!
안젤리아는 뒤돌아 권총으로 그 괴물을 쏘아 맞혔다!
하지만.
끄아아아악!!!
안 죽었나?
과연!
E!
L!
I!
D!
감염자구나!
...
... 괴물이 쓰러졌다.
허억...!
흐읍...!
콜록...
그래도... 죽일 순 있긴 하네.
크아아아아아!!!
더 많은 감염자가 엄폐 밖에서 기어 나왔다.
총소리에 끌려온 건가?
안젤리아가 방아쇠를 당기지만 총알이 바닥났다.
이럴 줄 알았어...
안젤리아는 무기를 땅에 버리고, 양팔을 벌렸다.
여기까지군,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네.
끄아아아악!!!
어머... 벌써 유언까지 정했나요?
죄송합니다, 너무 일찍 온 겁니까?
너희들...
아직 내가 창피할 기운이 있는 동안 정리해놔.
...
...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찾았냐...
그쪽에서 계속 불렀잖아? 통신은 안 통해도, 위치를 추적할 수는 있었어.
얼마 못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쌩쌩하네. 그 때문에 이것들을 상대하면서 쫓아왔잖아.
쯧, 움직이기 귀찮았던 감이 옳았네.
설마 정말로 존재할 줄이야. 이전엔 쓸데없는 훈련이라 생각했는데.
AK12이 한 감염자의 시체를 발로 굴렸다.
뭐, 그래봤자 징그럽고 쓸모없는 괴물일 뿐이네.
이것이 광역성 저복사 감염자...
통칭 ELID라고 하지, 너희들은 처음보지? 확실히 3차 대전 이후 보기 드물어진 물건이지.
저항능력이 낮은 일반인은 피폭되는 순간 즉사하지만, 체질이 좋은 사람은 감염이 심해지면서 이런 몰골로 변이하지. 육체가 규소화되고, 이성을 상실하고, 진정으로 죽을 때까지 공격성만 남게 되지.
아직 그게 터진 지 얼마 안 될 걸 다행히 어겨라. 오염구역에 오래 있을수록, 저 인간들은 점점 끔찍해지니까.
저 감염자들, M4A1이 터뜨린 붕괴액 오염탄에 휘말린 군의 병사야?
맞아, 아직 오래 지나지 않아서 폭심지 주변에 있는 사람만 변이했지.
다만 점점 오염이 퍼지고 있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저들의 동료가 될 거야...
... 나라던가.
아직은 아니다. 지금 간단하게 치료를 할 테니 견뎌내야 한다.
AK12가 바닥의 권총을 집었다.
그거 이제 총알 없어.
적어도 어느 좀비가 당신인지는 알아야지.
안젤리아는 아픔을 참으며 웃고, 무기를 받았다.
큭... 총으로 신분을 구별하다니 너무 비효율적인데.
가만히 있어라, 안젤리아, 아직 소독 중이다.
쓸모 없어, 크흑... 붕괴피폭 증상이야... 피부 표면이 썩어 문드러지고 규소화되지. 소독해봤자 도움이 안 돼...
신체의 근육과 혈관도 점점 굳어져가고... 너희같은 인형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이야...
너희가 올 때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기적이지. 너흰 분명 M4A1을 따라간 줄...
M4A1은 엘더브레인을 쫓아 군의 대륙간열차에 올라 탔다.
AR15도 따라갔어, 우리는 말릴 수 없었고.
그럼 너희도 따라갔어야지, 그게 너희 임무잖아.
그때 우리는 M4A1이 열차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엄호하고 있었다. 열차는 이미 떠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우리는 임무를 완수하였고, 지금 중요한 건 당신이다.
나 말야? 그냥 날 버리고 가는 편이 좋아, 통신기를 가지고 페르시카와 연결해. 녀석 말에 따라서 철수하고.
포기할 셈이야? 언제부터 그렇게 비관적이 됐어?
한 손으로 날 부축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적을 맞출 자신 있어?
이 좀비 영화 엑스트라 말고도, 군까지 상대해야 해. 겨우 폭탄 하나로 무너질 놈들이 아니야.
그리고 예고르가 아직 살아있다면, 놈에게 남은 목적은 단 하나, 바로 보복하는 거야.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우릴 해치우러 올 거야.
그럼 빨리 이곳을 벗어나 철수하자.
어쩌면 도중에 재가동해서 쓸만한 그리폰 더미인형을 찾을 수도 있다. 아직 끝은 아니다.
오염구역의 모든 신호는 심각하게 교란을 받고 있고, 통신과 위치추적 설비도 고장 났지. 나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몰라.
그냥 이걸로 됐다... 이젠 지쳤어... 좀 자게 내버려줘...
안젤리아!
찰싹!
AK12가 안젤리아의 따뀌를 강하게 때렸다.
방금 우리보고 위성통신기를 가지고 페르시카와 연결하라고 했지, 그 말은 이미 생각해둔 계획이 있다는 거잖아. 이 오염구역을 벗어나면 철수할 수 있다는 말이지?
...
지금 괴로운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는 건 전혀 당신답지 않아.
돌아가면 한턱 쏜다고 했잖아. 그렇게까지 편해지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이러는 편이 좀 더 편하게 죽을 수 있을 테니.
AK12가 안젤리아의 머리를 겨누었다.
AK12... 안 돼!
공기마저 굳어버린 것처럼 수 초간 이대로 대치했다.
흐... 흥...
흐하하하하...
아야야야야...
아이 씨, 너무 크게 웃었네...
AK12의 총을 쥔 손이 조금씩 떨렸다.
내 지령을 어기려는 것만 해도, 마인드 모듈이 과부하될 지경이지. 여기서 회로가 타버리면 누가 날 데리고 나가주냐?
아무래도, 허세를 부리는 것만으론 안 되겠구나.
피아식별의 지령은 내가 직접 입력한 거니까. 근데 설마 네가 진심으로 그럴 줄은 몰랐네.
"거역"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잖아? 당신의 이전 부하 인형들과 똑같이 보지 말라고.
흥...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런 쓰잘데기 없는 일까지 잊을 뻔했네.
AN94, 치료는 됐으니까, 바로 움직이자.
아직 감염된 부분을 싸매지 못했다...
됐어, 싸매봤자 별로 쓸모 없으니까, 그럴 시간에 움직여야지.
이전처럼 자신만만하게 작전 브리핑은 안 하는 거야?
작전? 그냥 북쪽으로 쭉쭉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거야.
왜 북쪽이야? 그리고 정말로 일직선으로 갈 생각이야? 지금 바깥엔 온통 감염자인데, 우회하며 이동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지금 유일하게 안전지대가 있을만한 곳이 북쪽이야, 그리고 인간들은 초등학교부터 직선으로 가는 게 더 빠르다고 배우니까. 한번 해봐야지.
시키는대로 하지 뭐. 94, 주변에 감염자가 한 20명 있으니까 전투준비해.
난 돌격하며 길을 청소할 테니까, 넌 안젤리아를 데리고 이동해, 계속 꼭 붙어 있어야 돼.
알았다, 전력으로 호위하겠다.
그럼 움직이자!
리벨리온은 목적지도 없이 도망치다가 한 통신 거점을 발견했다.
여기야, 크윽... 빨리 들어가!
안 돼, 여기 오염수준은 여전히 심각해, 멈출 수는 없어!
내 말대로 해! 빨리... 켁켁!
리벨리온은 통신 거점에 진입했다.
여기 붕괴선 농도가 너무 높아, 그리고 언제든지 새로운 감염자가 생겨날 수 있고. 오래 있을 수는 없어.
콜록... 시키는 대로 해...
지금 당장 통신 설비를 켜서 신호 확인해!
하고 있어. 아직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고, 지금 재가동 중이야...
군이 남기고 간 설비네, 방화벽은 이미 뚫었어. 94, 잠깐 여기 네트워크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해 봐...
알았다, 지금 분석 중이다...
나쁜 소식으로, 전장 정보를 해킹해 재구성한 결과, 근처에 군의 식별 신호를 가진 물체가 이동하고 있다.
이동 속도와 조직성을 보아, 감염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남은 병력을 다시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이미 우리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안 들켰기를 바라야지. 안 그럼 우린 여기서 끝이야... 콜록...
빨리, 그리폰 지휘관의 통신 채널 기억하지? 연결 시도해봐.
진심이야? 데이터 블랙 영역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정도라면 별일 없지만, 군의 시설로 통신을 보내는 순간 바로 들키고 말 거야. 그 즉시 저희를 포위섬멸할 게 분명하다고.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야...
이렇게 된 이상 계속 도박을 할 수밖에 없어, 즉시 호스트 채널을 열어. 재빨리 일을 끝내면 군이 반응하기 전에 벗어날 수도 있어!
좋아, 지금 호스트 채널을 열고 있어, 연결될 때까지 30초.
아직 이 통신기에 배터리가 남아있는 동안에... 페르시카, 페르시카 들려?
<color=#00CCFF>잡음이 좀 있지만 들려. 안젤리아 거기 상황은 어때?</color>
위성통신기 전기가 얼마 없으니까, 짧게 말할게.
리벨리온이 날 찾아냈고 아직은 안전해. 지금 군의 시설로 호스트 채널을 열었고, 그리폰의 지휘관이 받을 수 있을지는 운을 봐야겠어.
호스트 채널 개통했어. 자아, 빨리 좀 걸려라...
신호엔 노이즈뿐이다.
치이이이익...
......
그리폰은 이미 떠난 건가...
결국... 이렇게 되다니...
<color=#00CCFF>안젤리아...</color>
하아...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잠깐만! 응답이 왔어!
뭐! 누군데?
<color=#00CCFF>지휘관이야! 지휘관, 내 말 들려? 페르시카야!</color>
……
<color=#00CCFF>안젤리아야...</color>
<color=#00CCFF>으음... 누군지는 알 거야, 나머진 그 본인이 말해줄 거야.</color>
<color=#00CCFF>후훗, 난 걱정 말고, 너희 걱정이나 해.</color>
<color=#00CCFF>지금 안젤리아가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color>
<color=#00CCFF>벌써 너희 수석기술자를 잊은 거야? 월급 깎는다.</color>
<color=#00CCFF>지금 농담할 시간이 아니야, 안젤리아가 할 말이 있어.</color>
반가워 지휘관.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내 이름을 밝히는 건 처음이겠지.
내 이름은 "안젤리아". 물론 내 작전 코드네임이지만, 그래도 꽤 좋아하는 이름이니까 이대로 불러도 돼.
난 국가안전국의 특수요원이야, 우린 지금까지 이미 여러 번 협력했었고. 분명 의문투성이겠지만, 일단 같은 편이라는 것만 알아줘.
<color=#00CCFF>내가 보장할게. 나하고 오래 지낸 사이야, 좀 성격이 지독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야.</color>
좀 조용히 해 페르시카... 지금 통신 시간이 얼마 없으니, 내 말 잘 들어.
지금 그쪽도 손실이 엄청 큰 건 알아. 그래서 페르시카가 당신에게 새로운 중화기부대를 보내서 전력을 보충해줄 거야.
페르시카에게 지원이 필요한 좌표를 보내줘, 어떻게든 중화기부대를 보낼 테니까. 페르시카, 하벨 씨의 철수 계획은 어떻게 됐어?
<color=#00CCFF>하벨 씨가 방금 철수 지점 좌표를 보냈어. 하지만 수송기를 거기에 보낼 수 있게 조율할 시간이 필요해.</color>
지휘관, 여기가 그 좌표야. 철수 지점을 잘 지켜, 수송기가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바랄게.
안젤리아, 군에게 들켰어. 지금 통신에 끼어들었어.
<color=#00CCFF>안젤... 치지지지... 너일 줄 알았다... 네년이 한 짓에 대가를 치를 것이... 파지지지직!</color>
강제 통신을 끊어, 녀석과 수다 떨 시간 없어.
응.
예고르의 통신이 끊어졌다.
보다시피 지휘관, 지금 상황이 아주 안 좋아. 우리 모두 최악의 상황에 준비해야 해.
<color=#00CCFF>지휘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다 했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랄게. 그러니까, 부탁할게, 제발 안젤리아를...</color>
지휘관, 전장에서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우선 그리폰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 우리를 구할지 생각해.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보낼게. AK12, 전송통로를 열어.
알았어.
내가 살아서 여길 떠나지 못한다면 리벨리온을 부탁할게. AR팀도 되찾아서 우리의 미래를 파괴하려는 적들을 막아주기를 바라.
안젤리아, 방금 탐지된 군 병력이 이곳으로 접근 중이다.
쳇... 정말 뼛속까지 미운털이 박혔나 보군. 지휘관, 아침까지 기다리지, 당신이 어떻게 결단을 내리든 비난하지 않을 테니까, 건투를 빈다.
정보 전송하고 있어. 60초 후 이동 가능해.
페르시카... 그만 갈게. 만약 살아서 돌아온다면, 고양이 한 마리 기를 셈이야.
<color=#00CCFF>그럼 만져봐도 될까?</color>
사룟값만 내준다면야...
<color=#00CCFF>낼게, 그러니까 꼭 살아서 돌아와.</color>
이번만큼은 보장 못 하겠어...
전송 완료, 이동 가능해.
그렇다는 건 우린 한동안 어떤 통신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헤매보던가 그리폰의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나도 알아... 가자, 지휘관이 구하러 올 때까지 버텨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