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뿐일 평화Ⅳ
"경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켜."
......
회담 당일.
오전 6시 정각.
앞으로. 신분증을 제시하라.
......
기자는 전용 통로를 따라 입장하도록.
......
겹겹이 싸인 철망과 바리케이트를 통과했다.
삼엄하게 경계 중인 경찰과 헌병의 행렬을 지나, 회담장의 계단에 올라섰다.
"루크사트주의와 그 앞잡이는 물러나라!"
"우리 도시에서 꺼져라! 극권주의의 망나니들아!"
회담장의 코앞에서 시위하는 군중들 사이로, 거대한 현수막이 보였다.
회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수많은 군중들이 시위를 위해 모여 방패를 든 베오그라드 군경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날씨도 엉망이지, 사람들도 엉망이지, 정말 엉망진창인 하루군.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보니, 폭풍우가 올 것이라는 일기 경보가 생각났다. 도시의 정화탑이 제대로 일하기만을 바라야지...
마지막으로 소란스럽게 대치하는 모습을 바라본 뒤, 로비에 들어섰다.
지휘관님! 이쪽이에요!
현재 상황은?
침투조 인형 모두 K 씨가 제공한 위조 신분증으로 무사히 입장했습니다.
RO와 SOP2는 다른 인형 제대의 통솔을 맡아, 지휘관님의 지시대로 회담장 주위의 감시 거점에서 대기 중이에요.
이 안에선 누가 적인지 알 수 없어. 그러니, 지금부터 하얀 세력은 "잠재 위협"으로 호칭한다.
알겠습니다.
다들 K 씨가 지정한 위치에 도착했어요. 지휘관님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안은 안전해 보이지만 바깥은 저렇게...
걱정할 것 없어. 바깥의 질서 유지는 군경이 알아서 할 테니까. 우린 회담장에 숨어들어온 잠재 위협이 없는지 파악하는 데에만 유념하면 된다.
회담이 시작되면, 군경이 시위대를 몰아낼 예정이다.
하지만 그러면 충돌이 일어날 텐데요...
적이 그 소란을 틈타 공격하진 않을까 걱정돼요.
방어도 걱정할 필요 없어. 군경도 충분한 화력을 확보한 상태니까.
적이 공격할 경우, 감시조에게 외부 잠재 위협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도록 지시해.
각 제대장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맡은 역할을 잘 연기해 의심받지 않도록 주의해라.
......
오전 7시 정각.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회담장의 로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지휘관님, 저쪽의 문 앞을 보세요.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문 앞의 회담장 경비원은 입장하려는 행렬을 엄격히 검문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검문을 받는 한 무리가, 경비원의 행위에 불만을 표했다.
회담장에 입장하는 인원은 그 누구든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 무기를 내놓던지, 아니면 길 막지 말고 꺼져!
그게 무슨 헛소리야?! A급 통행증을 소지한 인원은 무기 소지가 가능하다고 합의서에 적혀 있는데!
합의서 같은 건 본 적 없다! 우린 명령을 따를 뿐이다!
음... 이해는 되지만, 저 검문소는 좀 심한 거 같은데요.
설마, 새로운 위험 요소라도 발견한 걸까요?
아니, 그렇다기 보단, 경비가 안전국 요원에게 텃세를 부리고 있을 뿐이겠지.
네에? 양측 모두 회담장의 보안을 위해 일하는 입장 아닌가요?
회담도 곧 시작되는데, 서로 기싸움만 벌이고...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한 집주인이란 거지. 흔히 있는 일이야.
으음... 역사 관계 때문이란 말인가요...?
하지만, 평화회담장 바깥에서 저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정말 "평화로운" 회담이 될까 모르겠어요.
그거야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그저 안전국 요원의 분노가 무고한 경비병을 향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것보다, 회담장의 내부가 수상해.
네?
X95, 들리나?
여기는 X95. 무슨 일이신가요, 지휘관님?
현재 상황을 보고해라.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웨이트리스 인형인 척 하는 것이 조금 힘들지만요...
조금만 더 참도록.
회담장의 통로는 다 확인했나?
네, 통로와 이동 경로 모두 전송했습니다. 경비가 배치된 일반 통로를 빼면, 비상구의 9할 모두 굳게 잠겨 있어요.
그중 절반은 금속제 방화문으로, 800g 이하의 폭약으론 파괴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보안을 고려해서라도, 이렇게 꽉꽉 막아놓으면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원 대피에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
알았다. 계속 정보를 수집하도록.
네.
통로 폐쇄는 물론, 건물 내 인원 배치도 비효율적이야.
보안 인원의 대부분이 검문소에 집중되어 있고, 건물 내부 담당 인원이 너무 적어. 게다가 우리 안전국 요원의 모습마저 보이질 않고 있다니...
사람이 적은 건 다른 임무를 수행하러 가서고,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비상구를 다수 폐쇄한 것도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 볼 수 있고요... 지휘관님께서 너무 깊게 생각하시는 것 아닐까 싶어요.
나도 모르겠군...
하지만 이렇게 배치할 합당한 이유가 떠오르질 않아.
그럼... K 씨한테 보고할까요?
그가 이런 점을 놓쳤을 리 없지.
그가 무슨 꿍꿍이속인지는 몰라도, 우리만이라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해.
X95 제대, 너희의 현재 책임 구역은 루이스 제대의 인력이 분담, 대체한다. 너희는 곧장 아랫층으로 이동해, 상황실을 지키면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지휘관님, 국련의 차가 도착했습니다. VIP가 회의장에 입장합니다.
신분을 확인할 수 있나?
범유럽연맹 집행위원회 주석, 길다 울릭... 잠깐 상세 자료를 볼게요.
"2029년 서독 출생. 2052년 폭력 충돌이 일어날 뻔한 성탄절 변방지대 시장 사건에서 기지를 발휘해, 민간인과 소련군의 대치가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집행위원회에서도 드문 여성으로서, 길다는 차분한 태도와 효율적이고 노련한 일처리를 보여, 상사와 동료의 신임을 얻었다."
"2063년 당시, 집행위원회 주석이었던 웰든 쿠르츠가 심장병 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하자, 젊고 능력있는 길다가 이사회의 인정을 받아 주석 권한대행이라는 중임을 맡게 되었다."
"길다는 현재 겨우 34세의 나이에 전 유럽의 경제 구조를 짊어지고, 구체적인 유럽 재건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우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주석 자리에 앉다니...
전에 K 씨가 준 자료와 일치해요... 보기에는 참 상냥한 분인 것 같네요.
아, 회의장 바깥의 시위대가 요란해지고 있어요.
군경의 차단망과 충돌하려고 준비하고 있네요.
드디어... 시작인가요...
잠재 위협이 이 틈을 타서 움직일 수 있다. 전원, 경계 태세를 강화하도록.
각 감시 초소, 상황 보고.
긴급 보고! 상황 발생!
후드티를 입은 사람이 시위대 쪽에서 회담장을 향해 이동 중이에요, 손에 폭발물을 쥐고 있는 것 같아요!
저, 발포 가능한가요? 안 돼, 차단망에 거의 도착했어요!
지금――
퍼엉!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상황 보고해! 지금 밖에 무슨 일이 벌어졌지?!
지휘관님... 아야, 귀가!
통신 채널이 재밍당했어요!
정보 통제가 시작됐군.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겠지... 예비 채널로 전환한다. K가 준비한 지나 네트워크용 내선 통신망을 쓸 차례로군.
지금 하고 있어요. 예비 설정한 채널로 전환... 완료! 각 제대와의 통신이 복구됐습니다!
감시조로부터 보고, 건물 외부에서 자폭 테러 발생! 누군가 폭탄을 들고 회담장 문 앞에서 자폭했어요!
경비대의 피해는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지휘관! 긴급 사태 발생!
잠재 위협의 신호가 감지되는 차량이 후방 거리에 출현, 현재 회담장을 향해 고속 돌진 중!
아니... 모든 방향에서 차량이 오고 있잖아?! 관측된 목표는 9개, 도착까지 약 3분!
역시 순순히 넘어갈 리가 없군.
지휘관.
슬슬 그쪽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했지.
외부에서 이쪽을 향해 접근 중인 목표를 다수 포착했다. 우리가 전부 섬멸하면 되는 건가?
회담장 후방의 거리 3개를 책임지고 사수해. 나머지는 안전국의 특파요원들이 해결할 거야.
우리가 모든 공로를 독차지하게 두진 않는다는 거군?
보상은 확실히 해줄 테니, 군말 말고 일해.
드디어 시작인가?
하얀 세력 놈들...
녀석들이 무슨 속셈이든 간에, 오는 건 죄다 부숴 버리면 되는 거지?
헤헤, 여태까지 지루한 임무만 했으니 어디 몸 좀 풀어볼까!
지휘관님! 군경이 차단망을 수복하고, 시위대에게 발포하기 시작했어요!
평화회담의 개막식을 민간인 학살로 장식하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지휘관님?
K가 지정한 구역의 도로를 차단한 후, 잠재 위협의 유닛과 차량을 파괴한다.
전원, 시위대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 민간인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
......
어휴... 경화기로 질주하는 차량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인데.
응? 그게 그렇게 힘들어? 여태까지 잘만 했잖아.
넌 유탄이 있으니까 그렇지! 중장비 부대의 지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아...
꺄하하, 역시 난 내가 직접 터뜨리는 게 더 재밌더라! 뭣하면 내 유탄 발사기 빌려줄까?
어... 아니, 됐어.
아무튼, 3개 거리만 맡아서 다행이야. 안전국도 이제야 좀 도움다운 도움을 주는 것 같네.
겨우 3개 가지곤 성에 안 찬다구! 며칠 동안 지루해 죽는 줄 알았는데, 기분 풀릴 때까지 펑펑 터뜨릴 거야!
못말려...
......
...어라? 왜 조용해졌지? 벌써 끝났나?
RO, 바깥의 적은 모두 처리했어?
확인해보겠습니다... 네, 다른 제대도, 잠재 위협의 신호가 완전히 소멸했다고 합니다.
다들 수고했어~
감시조의 보고에 의하면, 회담장 정문도 수비대가 상황을 정리했고, 시위대도 거의 다 몰아냈어. 이제 다시 안전해진 것으로 보여.
휴우... 이대로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네요.
뭐야... 방금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럴 수가... 아직 모자란데...
회담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히히히... 아직 모자라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렴, 우리 귀염둥이. 파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이런 야만적인 방법은 내가 전혀 안 통할 거라고 말했는데.
정말이지, 다들 말을 듣는 척도 안 한다니까. 모두 멍청하기 짝이 없어. 멍청이는 멍청하게 죽어야 마땅하지.
히히히... 바깥의 얼간이들은 다 죽었으니, 이제 안의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
정말 기대되네~
......
"과거의 상처는, 우리의 과오를 의미합니다. 과거의 고난을 감사해서는 안 되지만, 부정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기자들은 1초도 쉬지 않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카메라들이 이번 회담의 공개 기자회견을 전 세계로 송출 중이었다.
TV에선 어떻게 나오는지 볼게요.
"...범유럽 재건 상호협조위원회 대표 울릭 주석 대행과 신 소련 주 유럽상호협력협회의 로쉬친 대사는, 사전에 협의된 일정에 따라 연합 설명을 발표했습니다."
"울릭 주석은 국련이 유럽 재건에 적극 참여할 것을 재차 확인했고, 로쉬친 대사에게 범유럽 재건 상호협조위원회의 선의를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번에 뉴스에서 온다고 한 건 울릭 주석이 아니었잖아요?
방해공작이나 암살을 대비해서, 갑자기 인선을 교체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
하긴, 그렇겠네요.
그런데, 바깥에서 충돌이 발생한 건은 전혀 보도하지 않다니, 이상해요...
그렇게 큰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마치 안과 바깥이 전혀 다른 세상인 것 같아요.
여기가 피바다가 된다 한들, 높으신 분들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지.
이대로 회담이 무사히 끝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야. 다른 건 너무 파고들지 마.
......
(바깥의 적은 전부 해치웠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끝인가? 회담장 내에서 발견한 이상한 점들... 정말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건가?)
"폭풍을 겪어보지 않으면, 맑은 날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없습니다.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평화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알지 못하면 평화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모범적인 연설문이군.
지휘관님, X95입니다.
무슨 일이지?
잠깐 이것을 들어보세요.
"바깥의 동지가 학살당했다고! 더 이상 계획을 진행할 수 없어!"
"무슨 소리냐! 동지들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는 없다! 우리들만으로라도 임무를 완수한다!"
언제 녹음한 거지?
30초 전이요. 지휘관님의 지시대로 지향 감청 도중 녹음했어요.
매우 희미하지만, 대회의실에서 나는 소리에요. 바로 지휘관님이 지금 위치한 곳이죠. 제가 직접 안에 들어갈 수는 없어서, 이 인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어요.
알았다. 이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방법을 찾도록. 그리고 침투조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전달해.
알겠습니다.
......
곁눈질로 대회의실을 둘러보니, 베오그라드 경비병의 수가 어느샌가 눈에 띄게 많아져 있었다.
보안문 앞에 서 있는 경비병은 입을 가리고 무언가 속삭이더니, 갑자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연설대 옆의 경비병들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루크사트 선생님은 우리에게 충고했습니다. 개개인의 운명은 독립적인 것이 아닌, 개개인의 운명이 하나로 모여 단체의 운명이 되는 것이라고.
허나, 무의미한 의심과 갈등은 단합을 깨뜨리고 분열과 해이를 야기했고, 결국 전쟁을 일으켜 우리의 세상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과거, 국민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 희생되었습니다. 이제 그런 무의미한 희생은 근절되어야만 합니다!
진정으로 희생해야할 사람은 바로 더 큰 책임을 지닌 자들입니다. 더 큰 책임을 지닌 국가가 서로 이 가치관을 공유하기 위해, 이 회담이 성사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도우며, 서로를 믿으며,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만 희생과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울릭 주석은 허리를 숙여 겸손하게 인사하고, 뒤에 있던 로쉬친 대사에게 목례한 뒤 연설대에서 내려오려던... 그때였다.
울릭 주석,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왜 그러시죠?
타앙!
한 발의 총성이 대회의실에 울려퍼졌다.
갑작스런 테러 행위에 비명이 터져나와도 이상할 것 없었으나, 현장의 모든 이들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울릭 주석! 지금부터 아주 중요한 일이 시작된다!
더 이상 이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 오늘 이 자리서, 네놈들의 거짓말을 만천하에 드러내 주마!
급히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대회의실의 문은 굳게 잠기고, 사방에는 열 명이 넘는 경비병들이 현장을 포위하고서 총구를 사람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나와 카리나, 다른 기자들, 그리고... 연설대 위의 울릭 주석까지.
전체 대사 보기 (110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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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당일.
오전 6시 정각.
앞으로. 신분증을 제시하라.
......
기자는 전용 통로를 따라 입장하도록.
......
겹겹이 싸인 철망과 바리케이트를 통과했다.
삼엄하게 경계 중인 경찰과 헌병의 행렬을 지나, 회담장의 계단에 올라섰다.
"루크사트주의와 그 앞잡이는 물러나라!"
"우리 도시에서 꺼져라! 극권주의의 망나니들아!"
회담장의 코앞에서 시위하는 군중들 사이로, 거대한 현수막이 보였다.
회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수많은 군중들이 시위를 위해 모여 방패를 든 베오그라드 군경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날씨도 엉망이지, 사람들도 엉망이지, 정말 엉망진창인 하루군.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보니, 폭풍우가 올 것이라는 일기 경보가 생각났다. 도시의 정화탑이 제대로 일하기만을 바라야지...
마지막으로 소란스럽게 대치하는 모습을 바라본 뒤, 로비에 들어섰다.
지휘관님! 이쪽이에요!
현재 상황은?
침투조 인형 모두 K 씨가 제공한 위조 신분증으로 무사히 입장했습니다.
RO와 SOP2는 다른 인형 제대의 통솔을 맡아, 지휘관님의 지시대로 회담장 주위의 감시 거점에서 대기 중이에요.
이 안에선 누가 적인지 알 수 없어. 그러니, 지금부터 하얀 세력은 "잠재 위협"으로 호칭한다.
알겠습니다.
다들 K 씨가 지정한 위치에 도착했어요. 지휘관님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안은 안전해 보이지만 바깥은 저렇게...
걱정할 것 없어. 바깥의 질서 유지는 군경이 알아서 할 테니까. 우린 회담장에 숨어들어온 잠재 위협이 없는지 파악하는 데에만 유념하면 된다.
회담이 시작되면, 군경이 시위대를 몰아낼 예정이다.
하지만 그러면 충돌이 일어날 텐데요...
적이 그 소란을 틈타 공격하진 않을까 걱정돼요.
방어도 걱정할 필요 없어. 군경도 충분한 화력을 확보한 상태니까.
적이 공격할 경우, 감시조에게 외부 잠재 위협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도록 지시해.
각 제대장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맡은 역할을 잘 연기해 의심받지 않도록 주의해라.
......
오전 7시 정각.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회담장의 로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지휘관님, 저쪽의 문 앞을 보세요.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문 앞의 회담장 경비원은 입장하려는 행렬을 엄격히 검문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검문을 받는 한 무리가, 경비원의 행위에 불만을 표했다.
회담장에 입장하는 인원은 그 누구든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 무기를 내놓던지, 아니면 길 막지 말고 꺼져!
그게 무슨 헛소리야?! A급 통행증을 소지한 인원은 무기 소지가 가능하다고 합의서에 적혀 있는데!
합의서 같은 건 본 적 없다! 우린 명령을 따를 뿐이다!
음... 이해는 되지만, 저 검문소는 좀 심한 거 같은데요.
설마, 새로운 위험 요소라도 발견한 걸까요?
아니, 그렇다기 보단, 경비가 안전국 요원에게 텃세를 부리고 있을 뿐이겠지.
네에? 양측 모두 회담장의 보안을 위해 일하는 입장 아닌가요?
회담도 곧 시작되는데, 서로 기싸움만 벌이고...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한 집주인이란 거지. 흔히 있는 일이야.
으음... 역사 관계 때문이란 말인가요...?
하지만, 평화회담장 바깥에서 저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정말 "평화로운" 회담이 될까 모르겠어요.
그거야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그저 안전국 요원의 분노가 무고한 경비병을 향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것보다, 회담장의 내부가 수상해.
네?
X95, 들리나?
<color=#00CCFF>여기는 X95. 무슨 일이신가요, 지휘관님?</color>
현재 상황을 보고해라.
<color=#00CCFF>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웨이트리스 인형인 척 하는 것이 조금 힘들지만요...</color>
조금만 더 참도록.
회담장의 통로는 다 확인했나?
<color=#00CCFF>네, 통로와 이동 경로 모두 전송했습니다. 경비가 배치된 일반 통로를 빼면, 비상구의 9할 모두 굳게 잠겨 있어요.</color>
<color=#00CCFF>그중 절반은 금속제 방화문으로, 800g 이하의 폭약으론 파괴할 수 없을 거예요.</color>
<color=#00CCFF>하지만 아무리 보안을 고려해서라도, 이렇게 꽉꽉 막아놓으면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원 대피에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color>
알았다. 계속 정보를 수집하도록.
<color=#00CCFF>네.</color>
통로 폐쇄는 물론, 건물 내 인원 배치도 비효율적이야.
보안 인원의 대부분이 검문소에 집중되어 있고, 건물 내부 담당 인원이 너무 적어. 게다가 우리 안전국 요원의 모습마저 보이질 않고 있다니...
사람이 적은 건 다른 임무를 수행하러 가서고,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비상구를 다수 폐쇄한 것도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 볼 수 있고요... 지휘관님께서 너무 깊게 생각하시는 것 아닐까 싶어요.
나도 모르겠군...
하지만 이렇게 배치할 합당한 이유가 떠오르질 않아.
그럼... K 씨한테 보고할까요?
그가 이런 점을 놓쳤을 리 없지.
그가 무슨 꿍꿍이속인지는 몰라도, 우리만이라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해.
X95 제대, 너희의 현재 책임 구역은 루이스 제대의 인력이 분담, 대체한다. 너희는 곧장 아랫층으로 이동해, 상황실을 지키면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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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확인할 수 있나?
<color=#00CCFF>범유럽연맹 집행위원회 주석, 길다 울릭... 잠깐 상세 자료를 볼게요.</color>
<color=#00CCFF>"2029년 서독 출생. 2052년 폭력 충돌이 일어날 뻔한 성탄절 변방지대 시장 사건에서 기지를 발휘해, 민간인과 소련군의 대치가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color>
<color=#00CCFF>"집행위원회에서도 드문 여성으로서, 길다는 차분한 태도와 효율적이고 노련한 일처리를 보여, 상사와 동료의 신임을 얻었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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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길다는 현재 겨우 34세의 나이에 전 유럽의 경제 구조를 짊어지고, 구체적인 유럽 재건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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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전에 K 씨가 준 자료와 일치해요... 보기에는 참 상냥한 분인 것 같네요.</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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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인가요...
잠재 위협이 이 틈을 타서 움직일 수 있다. 전원, 경계 태세를 강화하도록.
각 감시 초소, 상황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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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상황 보고해! 지금 밖에 무슨 일이 벌어졌지?!
지휘관님... 아야, 귀가!
통신 채널이 재밍당했어요!
정보 통제가 시작됐군.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겠지... 예비 채널로 전환한다. K가 준비한 지나 네트워크용 내선 통신망을 쓸 차례로군.
지금 하고 있어요. 예비 설정한 채널로 전환... 완료! 각 제대와의 통신이 복구됐습니다!
감시조로부터 보고, 건물 외부에서 자폭 테러 발생! 누군가 폭탄을 들고 회담장 문 앞에서 자폭했어요!
경비대의 피해는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color=#00CCFF>지휘관! 긴급 사태 발생!</color>
<color=#00CCFF>잠재 위협의 신호가 감지되는 차량이 후방 거리에 출현, 현재 회담장을 향해 고속 돌진 중!</color>
<color=#00CCFF>아니... 모든 방향에서 차량이 오고 있잖아?! 관측된 목표는 9개, 도착까지 약 3분!</color>
역시 순순히 넘어갈 리가 없군.
<color=#00CCFF>지휘관.</color>
슬슬 그쪽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했지.
외부에서 이쪽을 향해 접근 중인 목표를 다수 포착했다. 우리가 전부 섬멸하면 되는 건가?
<color=#00CCFF>회담장 후방의 거리 3개를 책임지고 사수해. 나머지는 안전국의 특파요원들이 해결할 거야.</color>
우리가 모든 공로를 독차지하게 두진 않는다는 거군?
<color=#00CCFF>보상은 확실히 해줄 테니, 군말 말고 일해.</color>
<color=#00CCFF>드디어 시작인가?</color>
<color=#00CCFF>하얀 세력 놈들...</color>
<color=#00CCFF>녀석들이 무슨 속셈이든 간에, 오는 건 죄다 부숴 버리면 되는 거지?</color>
<color=#00CCFF>헤헤, 여태까지 지루한 임무만 했으니 어디 몸 좀 풀어볼까!</color>
<color=#00CCFF>지휘관님! 군경이 차단망을 수복하고, 시위대에게 발포하기 시작했어요!</color>
평화회담의 개막식을 민간인 학살로 장식하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군.
<color=#00CCFF>이제 어떻게 할까요, 지휘관님?</color>
K가 지정한 구역의 도로를 차단한 후, 잠재 위협의 유닛과 차량을 파괴한다.
전원, 시위대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 민간인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
......
어휴... 경화기로 질주하는 차량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인데.
응? 그게 그렇게 힘들어? 여태까지 잘만 했잖아.
넌 유탄이 있으니까 그렇지! 중장비 부대의 지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아...
꺄하하, 역시 난 내가 직접 터뜨리는 게 더 재밌더라! 뭣하면 내 유탄 발사기 빌려줄까?
어... 아니, 됐어.
아무튼, 3개 거리만 맡아서 다행이야. 안전국도 이제야 좀 도움다운 도움을 주는 것 같네.
겨우 3개 가지곤 성에 안 찬다구! 며칠 동안 지루해 죽는 줄 알았는데, 기분 풀릴 때까지 펑펑 터뜨릴 거야!
못말려...
......
...어라? 왜 조용해졌지? 벌써 끝났나?
<color=#00CCFF>RO, 바깥의 적은 모두 처리했어?</color>
확인해보겠습니다... 네, 다른 제대도, 잠재 위협의 신호가 완전히 소멸했다고 합니다.
<color=#00CCFF>다들 수고했어~</color>
<color=#00CCFF>감시조의 보고에 의하면, 회담장 정문도 수비대가 상황을 정리했고, 시위대도 거의 다 몰아냈어. 이제 다시 안전해진 것으로 보여.</color>
휴우... 이대로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네요.
뭐야... 방금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럴 수가... 아직 모자란데...
회담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히히히... 아직 모자라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렴, 우리 귀염둥이. 파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이런 야만적인 방법은 내가 전혀 안 통할 거라고 말했는데.
정말이지, 다들 말을 듣는 척도 안 한다니까. 모두 멍청하기 짝이 없어. 멍청이는 멍청하게 죽어야 마땅하지.
히히히... 바깥의 얼간이들은 다 죽었으니, 이제 안의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
정말 기대되네~
......
"과거의 상처는, 우리의 과오를 의미합니다. 과거의 고난을 감사해서는 안 되지만, 부정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기자들은 1초도 쉬지 않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카메라들이 이번 회담의 공개 기자회견을 전 세계로 송출 중이었다.
TV에선 어떻게 나오는지 볼게요.
"...범유럽 재건 상호협조위원회 대표 울릭 주석 대행과 신 소련 주 유럽상호협력협회의 로쉬친 대사는, 사전에 협의된 일정에 따라 연합 설명을 발표했습니다."
"울릭 주석은 국련이 유럽 재건에 적극 참여할 것을 재차 확인했고, 로쉬친 대사에게 범유럽 재건 상호협조위원회의 선의를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번에 뉴스에서 온다고 한 건 울릭 주석이 아니었잖아요?
방해공작이나 암살을 대비해서, 갑자기 인선을 교체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
하긴, 그렇겠네요.
그런데, 바깥에서 충돌이 발생한 건은 전혀 보도하지 않다니, 이상해요...
그렇게 큰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마치 안과 바깥이 전혀 다른 세상인 것 같아요.
여기가 피바다가 된다 한들, 높으신 분들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지.
이대로 회담이 무사히 끝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야. 다른 건 너무 파고들지 마.
......
(바깥의 적은 전부 해치웠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끝인가? 회담장 내에서 발견한 이상한 점들... 정말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건가?)
"폭풍을 겪어보지 않으면, 맑은 날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없습니다.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평화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알지 못하면 평화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모범적인 연설문이군.
<color=#00CCFF>지휘관님, X95입니다.</color>
무슨 일이지?
<color=#00CCFF>잠깐 이것을 들어보세요.</color>
<color=#00CCFF>"바깥의 동지가 학살당했다고! 더 이상 계획을 진행할 수 없어!"</color>
<color=#00CCFF>"무슨 소리냐! 동지들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는 없다! 우리들만으로라도 임무를 완수한다!"</color>
언제 녹음한 거지?
<color=#00CCFF>30초 전이요. 지휘관님의 지시대로 지향 감청 도중 녹음했어요.</color>
<color=#00CCFF>매우 희미하지만, 대회의실에서 나는 소리에요. 바로 지휘관님이 지금 위치한 곳이죠. 제가 직접 안에 들어갈 수는 없어서, 이 인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어요.</color>
알았다. 이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방법을 찾도록. 그리고 침투조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전달해.
<color=#00CCFF>알겠습니다.</color>
......
곁눈질로 대회의실을 둘러보니, 베오그라드 경비병의 수가 어느샌가 눈에 띄게 많아져 있었다.
보안문 앞에 서 있는 경비병은 입을 가리고 무언가 속삭이더니, 갑자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연설대 옆의 경비병들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루크사트 선생님은 우리에게 충고했습니다. 개개인의 운명은 독립적인 것이 아닌, 개개인의 운명이 하나로 모여 단체의 운명이 되는 것이라고.
허나, 무의미한 의심과 갈등은 단합을 깨뜨리고 분열과 해이를 야기했고, 결국 전쟁을 일으켜 우리의 세상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과거, 국민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 희생되었습니다. 이제 그런 무의미한 희생은 근절되어야만 합니다!
진정으로 희생해야할 사람은 바로 더 큰 책임을 지닌 자들입니다. 더 큰 책임을 지닌 국가가 서로 이 가치관을 공유하기 위해, 이 회담이 성사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도우며, 서로를 믿으며,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만 희생과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울릭 주석은 허리를 숙여 겸손하게 인사하고, 뒤에 있던 로쉬친 대사에게 목례한 뒤 연설대에서 내려오려던... 그때였다.
울릭 주석,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왜 그러시죠?
타앙!
한 발의 총성이 대회의실에 울려퍼졌다.
갑작스런 테러 행위에 비명이 터져나와도 이상할 것 없었으나, 현장의 모든 이들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울릭 주석! 지금부터 아주 중요한 일이 시작된다!
더 이상 이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 오늘 이 자리서, 네놈들의 거짓말을 만천하에 드러내 주마!
급히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대회의실의 문은 굳게 잠기고, 사방에는 열 명이 넘는 경비병들이 현장을 포위하고서 총구를 사람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나와 카리나, 다른 기자들, 그리고... 연설대 위의 울릭 주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