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밖에서Ⅰ
"그대의 이름은 잊혀도, 그대의 공훈은 영원하리라."
...자아, 잡담은 여기까지.
우리가 할 일을 시작하자.
AK12, 현재 격리벽 주변 상황은 어떻지?
격리벽으로부터 3km, 부채꼴 구역에 감염생물이 모인 곳이 총 다섯. 몰려든 이유는 불명.
육안 관찰 결과, 저 감염생물들의 상태는 불안정해. 그런데도 격리벽 부근 방위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그리고 최신 일기예보에 의하면, 머지않아 폭풍우가 몰려올 거야. 그로 인해 주변의 복사 강도가 큰 폭으로 상승하겠지.
폭풍우라... 끝내주는구만.
폭풍우로 인해 저 감염생물들이 더 흥분할 수도 있어.
내가 만약 저 격리벽 담당 장교였다면, 진작에 저 괴물들을 화력투사로 몰아냈을 거야.
그건 불가능해.
어째서?
지금 도시 안에서는 중요한 국제회담이 열리고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눈치가 보이는 거지.
그리고 붕괴액 오염으로 인해, 이 도시는 이 나라의 수도가 아니게 됐어. 주둔 병력이 충분한지조차 의문이야.
지금의 베오그라드는 그저, 오염 구역 변경에 위치한 평범한 도시에 불과해.
그러니까, 버려진 옛 수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단 뜻이야?
그래... 그래서 베오그라드의 수비 병력은 비교적 약해.
다른 도시에 비해서, 각 세력의 영향력도 약하고.
이번 회담을 여기서 개최하게 된 것도, 그런 요소를 고려한 결과겠지.
감염생물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는데도?
이익 추구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야.
그리고, 감염생물보다 더 주의해야 할 놈들은 따로 있어.
아, 그 하얀 세력 말이지?
그래... 그리고 어쩌면, 놈들뿐만이 아닐 수도 있어.
산 아래의 도시를 바라보는 안젤리아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때, 통신이 들어왔다.
안전국이 도착했다.
그리폰도 테스트를 통과했어.
내가 그리폰은 문제 없을 거라 했잖아.
앞으로 테스트는 한참 남았어.
안전국 요원팀이 네게 시간을 벌어줄 테니까, 실망시키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움직여.
알았어.
안젤리아가 통신을 끊었다.
수도가 아니게 됐음에도 이렇게 번화한 도시지만... 언제까지 저 모습이 유지될 수 있을까...
......
............
리벨리온은 기념비 근처에 집합, 격리벽의 상황을 계속해서 감시했다.
그와중, AK12가 기념비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안젤리아의 눈에 띄었다.
AK12, 왜 그래?
이 비석 말이야.
왜 아무 이름도 새겨져 있지 않은 거야?
이런 비석 하나로는, 추모할 사람들의 이름을 다 적을 수 없어서야.
공백은 일종의 경고란 뜻인가.
그런데 안젤리아, 여기엔 아무도 안 와?
왜 그렇게 생각해?
죽은 동료를 기리는 곳이잖아. 그럼 추모하러 올 사람도 있는 게 정상이잖아?
...그래, 그게 정상이지.
하지만 여긴 오래전에 사람들에게 잊혀졌어.
잊혀져?
너도 알다시피, 인간이란 건망증이 심한 생물이야.
대부분은 과거의 일부를 잊고 나서야 미래와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기념비는 그안에 담겨진 이름들처럼, 잊어야 하는 쪽으로 분류된 거지.
이름뿐만 아니라,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까지 잊혀지다니...
왠지 불쌍하게 느껴지네.
겨우 "동정심"을 얻자고 희생한 게 아니야.
"그대의 이름은 잊혀도, 그대의 공훈은 영원하리라."
모든 이들이 자신의 국가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는 않아.
그 이유가 어떻든, 우릴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이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돼.
고민이 많아 보이네. 임무 외에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
아니... 잠깐 애수에 잠긴 것뿐이야. 이 묘비를 보니, 내 친구들이 떠올랐거든.
친구...였던 사람들.
무슨 말인지 이해 가지?
음... 아니, 인형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워.
인간은 참 이상하단 말이야.
하... 모른 척 하긴.
쓸데없는 잡담은 적당히 하자 했더니, 또 해 버렸네.
어찌 되었든, 지금 여기는 우리가 숨어서 관찰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니, 잘 이용하자고.
맡은 임무 외에 다른 걱정거리도 없으면, 왜 하나밖에 없는 소대를 둘로 나눴어?
녀석들의 수완이라면, 도시에서 발각되지 않고 움직이는 건 식은 죽 먹기지. 그리고 우리에겐 또 다른 도우미가 있으니까.
임무 진행보다, 정화탑과 격리벽 쪽이 더 걱정돼. 그래서 우리의 최강 전력을 예비로 남겨둔 거야.
최강 전력? 제일 불안정한 요소를 곁에 두려는 게 아니라?
AK12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멀리서 보초를 서고 있는 M4A1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고생해서 쟤랑 AR15를 겨우 찾아냈더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말하지 않고 말이야.
그래도 M4는 과거의 일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거야.
그 뭔지도 모를 일은 둘째 치더라도, 지난번 정규군과의 전투만으로도 나쁜 영향이 있었을 거라고 봐.
그 폭발에 한때 몸을 담갔던 그리폰까지 휩쓸렸으니, 말은 안 해도 자책하고 있는 게 느껴지는걸.
게다가, 같은 AR팀 동료였던 인형과도 싸웠고.
저 아이의 선량함이 충격을 더했겠지.
M4의 선량함은 내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선량하기만 해선, 아무것도 지키지 못해.
책임을 짊어진 이상,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동시에 자신에게도 더 큰 상처를 입히게 되지.
그 전투에서 M4는 충분히 잘 해냈어. 하지만...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저 상태로는 과연 전술인형으로서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런지 걱정이야.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물어보지 그래?
흥, 귀찮은 일은 꼭 나한테 떠넘기더라.
M4A1은 무명비 근처에서 사주 경계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AK12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죠?
아니, 그냥 네가 심심해 보이길래 부대원이나 챙겨줄까 해서 왔지.
제게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각자 맡은 임무에 집중하세요.
너, 돌아온 뒤로 점점 차가워진다?
부대로 복귀한 소감은 어때?
......
지금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혼잣말하는 게 그렇게 좋은가 보구나.
무슨 말씀이죠?
무슨 말일까나~?
전 혼잣말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그저 현 상황에서...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닙니다.
임무에 집중하고 싶어서야? 아니면... 대화 상대가 또 하나의 네가 아니라서 싫은 거야?
............
뭐, 상관없어. 지금 그 모습도 나쁘지 않아.
네가 신비해질수록, 나도 관찰하기 재밌어지니까.
말을 마치고, AK12는 M4에게서 멀어졌다.
설마... 눈치챈 건가...?
너는 정말 무엇 하나 숨길 줄을 모르는구나.
아무리 무표정으로 있어도 바로 생각을 읽히고 말이야.
닥치세요. 당신만 없었으면 저도 이럴 필요 없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 신뢰 관계가 두터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전 당신을 믿은 적 없습니다. 기껏해야 서로 이용하고 있던 거죠.
그거 참 속상해지는 말이네. 저번에는 우리 서로 잘 맞지 않았어?
칫... 그땐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였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수도 없이 네 앞을 가로막을 거야.
하지만 적어도, 이젠 나의 존재를 받아들였구나.
걱정 마렴. 내 인내심은 바다와 같으니까.
당신이 절 속인 일을 잊지 않았어요. 원하는 걸 얻고 싶다면, 얌전히 제게 복종하세요, 오가스.
우리 모두 자아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거잖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매끼리 함께 잘 해보자.
전체 대사 보기 (76줄)
...자아, 잡담은 여기까지.
우리가 할 일을 시작하자.
AK12, 현재 격리벽 주변 상황은 어떻지?
격리벽으로부터 3km, 부채꼴 구역에 감염생물이 모인 곳이 총 다섯. 몰려든 이유는 불명.
육안 관찰 결과, 저 감염생물들의 상태는 불안정해. 그런데도 격리벽 부근 방위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그리고 최신 일기예보에 의하면, 머지않아 폭풍우가 몰려올 거야. 그로 인해 주변의 복사 강도가 큰 폭으로 상승하겠지.
폭풍우라... 끝내주는구만.
폭풍우로 인해 저 감염생물들이 더 흥분할 수도 있어.
내가 만약 저 격리벽 담당 장교였다면, 진작에 저 괴물들을 화력투사로 몰아냈을 거야.
그건 불가능해.
어째서?
지금 도시 안에서는 중요한 국제회담이 열리고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눈치가 보이는 거지.
그리고 붕괴액 오염으로 인해, 이 도시는 이 나라의 수도가 아니게 됐어. 주둔 병력이 충분한지조차 의문이야.
지금의 베오그라드는 그저, 오염 구역 변경에 위치한 평범한 도시에 불과해.
그러니까, 버려진 옛 수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단 뜻이야?
그래... 그래서 베오그라드의 수비 병력은 비교적 약해.
다른 도시에 비해서, 각 세력의 영향력도 약하고.
이번 회담을 여기서 개최하게 된 것도, 그런 요소를 고려한 결과겠지.
감염생물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는데도?
이익 추구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야.
그리고, 감염생물보다 더 주의해야 할 놈들은 따로 있어.
아, 그 하얀 세력 말이지?
그래... 그리고 어쩌면, 놈들뿐만이 아닐 수도 있어.
산 아래의 도시를 바라보는 안젤리아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때, 통신이 들어왔다.
<color=#00CCFF>안전국이 도착했다.</color>
<color=#00CCFF>그리폰도 테스트를 통과했어.</color>
내가 그리폰은 문제 없을 거라 했잖아.
<color=#00CCFF>앞으로 테스트는 한참 남았어.</color>
<color=#00CCFF>안전국 요원팀이 네게 시간을 벌어줄 테니까, 실망시키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움직여.</color>
알았어.
안젤리아가 통신을 끊었다.
수도가 아니게 됐음에도 이렇게 번화한 도시지만... 언제까지 저 모습이 유지될 수 있을까...
......
............
리벨리온은 기념비 근처에 집합, 격리벽의 상황을 계속해서 감시했다.
그와중, AK12가 기념비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안젤리아의 눈에 띄었다.
AK12, 왜 그래?
이 비석 말이야.
왜 아무 이름도 새겨져 있지 않은 거야?
이런 비석 하나로는, 추모할 사람들의 이름을 다 적을 수 없어서야.
공백은 일종의 경고란 뜻인가.
그런데 안젤리아, 여기엔 아무도 안 와?
왜 그렇게 생각해?
죽은 동료를 기리는 곳이잖아. 그럼 추모하러 올 사람도 있는 게 정상이잖아?
...그래, 그게 정상이지.
하지만 여긴 오래전에 사람들에게 잊혀졌어.
잊혀져?
너도 알다시피, 인간이란 건망증이 심한 생물이야.
대부분은 과거의 일부를 잊고 나서야 미래와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기념비는 그안에 담겨진 이름들처럼, 잊어야 하는 쪽으로 분류된 거지.
이름뿐만 아니라,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까지 잊혀지다니...
왠지 불쌍하게 느껴지네.
겨우 "동정심"을 얻자고 희생한 게 아니야.
"그대의 이름은 잊혀도, 그대의 공훈은 영원하리라."
모든 이들이 자신의 국가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는 않아.
그 이유가 어떻든, 우릴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이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돼.
고민이 많아 보이네. 임무 외에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
아니... 잠깐 애수에 잠긴 것뿐이야. 이 묘비를 보니, 내 친구들이 떠올랐거든.
친구...였던 사람들.
무슨 말인지 이해 가지?
음... 아니, 인형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워.
인간은 참 이상하단 말이야.
하... 모른 척 하긴.
쓸데없는 잡담은 적당히 하자 했더니, 또 해 버렸네.
어찌 되었든, 지금 여기는 우리가 숨어서 관찰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니, 잘 이용하자고.
맡은 임무 외에 다른 걱정거리도 없으면, 왜 하나밖에 없는 소대를 둘로 나눴어?
녀석들의 수완이라면, 도시에서 발각되지 않고 움직이는 건 식은 죽 먹기지. 그리고 우리에겐 또 다른 도우미가 있으니까.
임무 진행보다, 정화탑과 격리벽 쪽이 더 걱정돼. 그래서 우리의 최강 전력을 예비로 남겨둔 거야.
최강 전력? 제일 불안정한 요소를 곁에 두려는 게 아니라?
AK12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멀리서 보초를 서고 있는 M4A1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고생해서 쟤랑 AR15를 겨우 찾아냈더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말하지 않고 말이야.
그래도 M4는 과거의 일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거야.
그 뭔지도 모를 일은 둘째 치더라도, 지난번 정규군과의 전투만으로도 나쁜 영향이 있었을 거라고 봐.
그 폭발에 한때 몸을 담갔던 그리폰까지 휩쓸렸으니, 말은 안 해도 자책하고 있는 게 느껴지는걸.
게다가, 같은 AR팀 동료였던 인형과도 싸웠고.
저 아이의 선량함이 충격을 더했겠지.
M4의 선량함은 내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선량하기만 해선, 아무것도 지키지 못해.
책임을 짊어진 이상,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동시에 자신에게도 더 큰 상처를 입히게 되지.
그 전투에서 M4는 충분히 잘 해냈어. 하지만...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저 상태로는 과연 전술인형으로서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런지 걱정이야.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물어보지 그래?
흥, 귀찮은 일은 꼭 나한테 떠넘기더라.
M4A1은 무명비 근처에서 사주 경계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AK12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죠?
아니, 그냥 네가 심심해 보이길래 부대원이나 챙겨줄까 해서 왔지.
제게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각자 맡은 임무에 집중하세요.
너, 돌아온 뒤로 점점 차가워진다?
부대로 복귀한 소감은 어때?
......
지금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혼잣말하는 게 그렇게 좋은가 보구나.
무슨 말씀이죠?
무슨 말일까나~?
전 혼잣말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그저 현 상황에서...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닙니다.
임무에 집중하고 싶어서야? 아니면... 대화 상대가 또 하나의 네가 아니라서 싫은 거야?
............
뭐, 상관없어. 지금 그 모습도 나쁘지 않아.
네가 신비해질수록, 나도 관찰하기 재밌어지니까.
말을 마치고, AK12는 M4에게서 멀어졌다.
설마... 눈치챈 건가...?
너는 정말 무엇 하나 숨길 줄을 모르는구나.
아무리 무표정으로 있어도 바로 생각을 읽히고 말이야.
닥치세요. 당신만 없었으면 저도 이럴 필요 없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 신뢰 관계가 두터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전 당신을 믿은 적 없습니다. 기껏해야 서로 이용하고 있던 거죠.
그거 참 속상해지는 말이네. 저번에는 우리 서로 잘 맞지 않았어?
칫... 그땐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였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수도 없이 네 앞을 가로막을 거야.
하지만 적어도, 이젠 나의 존재를 받아들였구나.
걱정 마렴. 내 인내심은 바다와 같으니까.
당신이 절 속인 일을 잊지 않았어요. 원하는 걸 얻고 싶다면, 얌전히 제게 복종하세요, 오가스.
우리 모두 자아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거잖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매끼리 함께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