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와 바다Ⅰ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거야. 준비는 됐어?"
베오그라드 시내.
격리벽이 파괴된 지 1시간이 지났다. 총성과 비명소리는 사라졌고, 대신 광풍이 거리를 휩쓸었다.
드넓은 거리와 우뚝 선 빌딩 사이로, 움직이는 사람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단 두 명을 빼고.
전방 양호. 전진.
라저.
두 인형은 앞뒤로 나란히 거리 사이를 가로질렀다.
한 명은 앞을 주시하고, 다른 한 명은 뒷걸음질로 뒤를 경계하면서, 서로의 등을 맡긴 채 달렸다.
정지. 드론이 전방에 감염자 관측.
우회합니까?
별로 많지도 않고 시간도 촉박하니까, 그대로 돌파하자.
전투 준비. 넌 왼쪽, 난 오른쪽.
알겠습니다.
총성은 소음기와 폭풍에 묻혀, 들리는 건 인형의 발소리와 탄피가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인형은 인간과 ELID 감염자들의 시체로 가득한 거리를 지나 다음 블록에 들어섰다.
전투만 보면, 너도 꽤 괜찮은 전우인데 말이지.
그게 무슨 뜻이죠?
아, 네 친구한테서 네 옛날 이야기를 몇 가지 들었거든. 그래서 처음엔 네가 얼마나 잘 싸울지 딱히 기대도 안 했어.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던 탈영병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소문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함부로 타인의 정보를 캐는 사람은 더욱 믿을 수 없다는 것도 교훈으로 삼으세요.
에이, 오해하진 말아줘. 난 정말 네게 흥미가 있다고. 앞으로도 널 계속 관찰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안젤리아? 무슨 일이야?
AN94와 AR15의 신호는 잡혀?
아니. 아직까진 아무 신호도, 연락도 받지 못했어.
그쪽도 여전히 연락이 안 되나 봐?
그러니까 너희한테 묻는 거 아니야.
마지막 연락 후 벌써 30분째야. 아무 소식이 없으니 이거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오페라 극장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직선 거리상... 도착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도중에 아무 일도 없다면 말이지만.
안젤리아 씨는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셨습니까?
지금 여기보다 더 안전한 데는 없으니까 걱정 마. 너희는 AN94와 AR15를 찾는 것에만 집중해.
정말 그렇길 바랄게. 거기서 ELID가 나타났다고 소리질러도 지금 여기서는 못 돌아가.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킬 테니까 빨리 이동이나 해.
새로운 진전이나 정보가 있으면 곧장 내게 연락하도록. 이상.
통신 종료.
... 정말 괜찮을까요?
별일 있기야 하겠어?
안젤리아가 문제 없다면 문제 없는 거야.
단순명료한 대답이군요.
지금 리벨리온에 혼잣말만 하는 인형이 두 명인데, 나라도 말수를 줄여야 하지 않겠어?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는 두 인형은, 수많은 거리와 골목을 지나, 한 광장 앞에 도착했다.
저기가 그 오페라 극장인가요...
응, 맞아. 기마병 동상이 있는 광장의 건너편. 바로 저 건물이야.
하지만 이 지형으로 봐선... 정면으로는 못 들어가겠는걸?
서둘러 지원하라고 명령받지 않았습니까?
지각이 결석보단 낫지. 빨리 지원하러 가는 것과 빨리 함정에 뛰어드는 건 전혀 다른 거야.
좁은 길거리는 은엄폐가 쉽지만, 탁 트인 광장은 적이 고지에서 상황 파악은 물론 공간 장악을 하기 쉬워.
철혈이든 하얀 녀석이든, 싸움에서 이긴 쪽은 지금 불청객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을 거야.
그럼 어쩌라는 거죠? 여기까지 와서 그냥 눈뜨고 지켜보란 말입니까?
일단 극장 주변을 정찰하고, 안에서 이상 징후가 있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하자.
들어가긴 해야 하지만, 가기도 전에 벌집이 되긴 싫잖아?
거만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지만, 아주 신중한 계획이었다.
AK12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지나, 천천히 우회하며 극장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기나 긴 우회 경로 때문에, M4A1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지금 AR1... AN94가 걱정되지는 않나요?
조금은. 그래도 네가 AR15를 걱정하는 만큼은 아니야.
으으...
항상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너희랑은 다르게, AN94는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잘 알고 있어.
만약 AR15가 무슨 엉뚱한 짓을 저지르려 해도 걔가 어떻게든 말릴 거야.
그래서 그렇게 여유가 있었군요...
...잘 생각해보니, 전 계속 함께였던 AR15에 대해서조차 잘 몰라요.
재회하고 나서도 제대로 대화해본 적도 없고요...
그럼 내 관찰 동호회에 가입할래? 지금이라면 두 번째 회원이 될 수 있어. 회비도 깎아줄게.
...웃으라고 하는 말인가요?
그래, 그 방어 의식 넘치는 반응도, 내겐 일종의 수확이야.
정말이지... 당신의 태도는 진지한 건지 장난치는 건지 도저히 감을 못 잡겠습니다.
이래 뵈도 항상 진지하거든?
아무튼, 사주 경계를 할 테니 통신 채널에 뭐라도 잡히는지 봐봐.
...아무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도, AR15와 AN94의 신호가 전혀 잡히질 않아요.
철혈이나 하얀 녀석들의 통신이라도 좋으니까 피아식별을 꺼봐.
근처에서 잡히는 건 긴급 라디오 채널밖에 없습니다.
아직 대피하진 못한 시민들은 대성당으로 대피하라는 것 같습니다.
어머, 그렇게 대놓고 방송해? 그거 절대 K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닐 거야.
보아하니, 그리폰의 지휘관도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닌 거 같네.
네... 그분은 항상 나설 필요가 없는 일도 자발적으로 도와주셨죠.
그래도 너네 지휘관의 방송 덕분에, 이 안은 어떤 상황인지 알았어.
극장 안에는 매복이 있을 거야. 분명해.
정말 확신하시나요?
아직 밖에서 라디오 방송이 나돌고 있다는 건, 폭풍이 아직 이 구역의 통신을 마비시킬 정도로 거세지 않다는 뜻이야.
하지만 이 극장 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해.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극장 안에 신호 차단기가 있다는 뜻이네요.
빙고. 슬슬 리벨리온의 템포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됐네? 기특해라.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거야. 준비는 됐어?
언제든지요.
두 인형은 마주보고 웃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은 극장의 현관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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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 시내.
격리벽이 파괴된 지 1시간이 지났다. 총성과 비명소리는 사라졌고, 대신 광풍이 거리를 휩쓸었다.
드넓은 거리와 우뚝 선 빌딩 사이로, 움직이는 사람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단 두 명을 빼고.
전방 양호. 전진.
라저.
두 인형은 앞뒤로 나란히 거리 사이를 가로질렀다.
한 명은 앞을 주시하고, 다른 한 명은 뒷걸음질로 뒤를 경계하면서, 서로의 등을 맡긴 채 달렸다.
정지. 드론이 전방에 감염자 관측.
우회합니까?
별로 많지도 않고 시간도 촉박하니까, 그대로 돌파하자.
전투 준비. 넌 왼쪽, 난 오른쪽.
알겠습니다.
총성은 소음기와 폭풍에 묻혀, 들리는 건 인형의 발소리와 탄피가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인형은 인간과 ELID 감염자들의 시체로 가득한 거리를 지나 다음 블록에 들어섰다.
전투만 보면, 너도 꽤 괜찮은 전우인데 말이지.
그게 무슨 뜻이죠?
아, 네 친구한테서 네 옛날 이야기를 몇 가지 들었거든. 그래서 처음엔 네가 얼마나 잘 싸울지 딱히 기대도 안 했어.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던 탈영병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소문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함부로 타인의 정보를 캐는 사람은 더욱 믿을 수 없다는 것도 교훈으로 삼으세요.
에이, 오해하진 말아줘. 난 정말 네게 흥미가 있다고. 앞으로도 널 계속 관찰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안젤리아? 무슨 일이야?
<color=#00CCFF>AN94와 AR15의 신호는 잡혀?</color>
아니. 아직까진 아무 신호도, 연락도 받지 못했어.
그쪽도 여전히 연락이 안 되나 봐?
<color=#00CCFF>그러니까 너희한테 묻는 거 아니야.</color>
<color=#00CCFF>마지막 연락 후 벌써 30분째야. 아무 소식이 없으니 이거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color>
<color=#00CCFF>오페라 극장까지는 얼마나 남았지?</color>
직선 거리상... 도착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도중에 아무 일도 없다면 말이지만.
안젤리아 씨는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셨습니까?
<color=#00CCFF>지금 여기보다 더 안전한 데는 없으니까 걱정 마. 너희는 AN94와 AR15를 찾는 것에만 집중해.</color>
정말 그렇길 바랄게. 거기서 ELID가 나타났다고 소리질러도 지금 여기서는 못 돌아가.
<color=#00CCFF>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킬 테니까 빨리 이동이나 해.</color>
<color=#00CCFF>새로운 진전이나 정보가 있으면 곧장 내게 연락하도록. 이상.</color>
통신 종료.
... 정말 괜찮을까요?
별일 있기야 하겠어?
안젤리아가 문제 없다면 문제 없는 거야.
단순명료한 대답이군요.
지금 리벨리온에 혼잣말만 하는 인형이 두 명인데, 나라도 말수를 줄여야 하지 않겠어?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는 두 인형은, 수많은 거리와 골목을 지나, 한 광장 앞에 도착했다.
저기가 그 오페라 극장인가요...
응, 맞아. 기마병 동상이 있는 광장의 건너편. 바로 저 건물이야.
하지만 이 지형으로 봐선... 정면으로는 못 들어가겠는걸?
서둘러 지원하라고 명령받지 않았습니까?
지각이 결석보단 낫지. 빨리 지원하러 가는 것과 빨리 함정에 뛰어드는 건 전혀 다른 거야.
좁은 길거리는 은엄폐가 쉽지만, 탁 트인 광장은 적이 고지에서 상황 파악은 물론 공간 장악을 하기 쉬워.
철혈이든 하얀 녀석이든, 싸움에서 이긴 쪽은 지금 불청객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을 거야.
그럼 어쩌라는 거죠? 여기까지 와서 그냥 눈뜨고 지켜보란 말입니까?
일단 극장 주변을 정찰하고, 안에서 이상 징후가 있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하자.
들어가긴 해야 하지만, 가기도 전에 벌집이 되긴 싫잖아?
거만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지만, 아주 신중한 계획이었다.
AK12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지나, 천천히 우회하며 극장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기나 긴 우회 경로 때문에, M4A1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지금 AR1... AN94가 걱정되지는 않나요?
조금은. 그래도 네가 AR15를 걱정하는 만큼은 아니야.
으으...
항상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너희랑은 다르게, AN94는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잘 알고 있어.
만약 AR15가 무슨 엉뚱한 짓을 저지르려 해도 걔가 어떻게든 말릴 거야.
그래서 그렇게 여유가 있었군요...
...잘 생각해보니, 전 계속 함께였던 AR15에 대해서조차 잘 몰라요.
재회하고 나서도 제대로 대화해본 적도 없고요...
그럼 내 관찰 동호회에 가입할래? 지금이라면 두 번째 회원이 될 수 있어. 회비도 깎아줄게.
...웃으라고 하는 말인가요?
그래, 그 방어 의식 넘치는 반응도, 내겐 일종의 수확이야.
정말이지... 당신의 태도는 진지한 건지 장난치는 건지 도저히 감을 못 잡겠습니다.
이래 뵈도 항상 진지하거든?
아무튼, 사주 경계를 할 테니 통신 채널에 뭐라도 잡히는지 봐봐.
...아무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도, AR15와 AN94의 신호가 전혀 잡히질 않아요.
철혈이나 하얀 녀석들의 통신이라도 좋으니까 피아식별을 꺼봐.
근처에서 잡히는 건 긴급 라디오 채널밖에 없습니다.
아직 대피하진 못한 시민들은 대성당으로 대피하라는 것 같습니다.
어머, 그렇게 대놓고 방송해? 그거 절대 K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닐 거야.
보아하니, 그리폰의 지휘관도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닌 거 같네.
네... 그분은 항상 나설 필요가 없는 일도 자발적으로 도와주셨죠.
그래도 너네 지휘관의 방송 덕분에, 이 안은 어떤 상황인지 알았어.
극장 안에는 매복이 있을 거야. 분명해.
정말 확신하시나요?
아직 밖에서 라디오 방송이 나돌고 있다는 건, 폭풍이 아직 이 구역의 통신을 마비시킬 정도로 거세지 않다는 뜻이야.
하지만 이 극장 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해.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극장 안에 신호 차단기가 있다는 뜻이네요.
빙고. 슬슬 리벨리온의 템포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됐네? 기특해라.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거야. 준비는 됐어?
언제든지요.
두 인형은 마주보고 웃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은 극장의 현관 너머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