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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 이성질체

상어와 바다Ⅱ

"우리 철혈 손에 있는 카드는 결코 인간들보다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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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 지하.

피아 식별 경고가 전자 지도를 가득 채운 채, 쉬지 않고 경보를 울려댔다.

하지만 AR15와 AN94는 이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AR15

...왜 철혈 편으로 돌아 선 거야, M16?

M16A1

나야말로 그렇게 묻고 싶은데. 가장 먼저 AR팀을 떠난 탈영병은 내가 아니잖아.

AR15

그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M16A1

그래, 어쩔 수 없었겠지.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는 다 비슷비슷한데, 불행한 사람들은 저마다 어쩔 수 없었다고만 말하지.

AR15

너, 원래 그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녀석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M16A1

그랬나? 시간이 참 많은 것을 바꾸긴 하지. 술맛도, 인형도.

그러는 너도, 예전처럼 툭하면 성질부리는 꼬맹이가 아니게 됐구나.

AR15

네 눈엔 내가 그렇게 보였구나...

AN94

놈들에게 정보를 누설하지 마라, AR15. 이 철혈들은 분명 무슨 목적이 있을 거다.

AR15

나도 알아, 오히려 그러니까..

비크

히히히, 듣자듣자 하니 웃기네 이 바보들.

입 좀 놀리면 살려줄 줄 알고? 그리고 입 다물고 있어도 박살 안 낼 거 같아?

AR15

해볼 테면 해봐.

M16A1

긴장 풀어.

애초에 죽일 셈이었으면 진작에 죽였어.

너흰 아직 쓸모가 있거든.

갑자기 저 앞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주위에서 호위하던 철혈 인형들은 즉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M16A1

미끼 부대를 보내 주의를 끌어라. 우린 계속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지시를 내리자, 철혈 인형들은 아무 말 없이 지하통로 앞으로 달려가 전투에 참가했다.

그리고 M16과 철혈 보스는 리벨리온의 두 인형을 따라, 옆길로 빠져 고대 요새로 향했다.

사격음은 전혀 잦아들 기미가 없었고, 비좁은 지하 미로 속에서 점점 더 격렬해져갔다.

비크

저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우리 부대가 완전 녹고 있는데?

M16A1

예상보다 적이 많으니, 어쩔 수 없지.

AR15

우릴 쫓던 때보다 몇 배는 더 많아... 저 햐안 놈들, 분명 철혈이 오리라 예측한 게 분명해.

M16A1

아니면, 어떻게든 "스피라에나 노드"를 손에 넣기 위해 병력을 추가로 파견했든가.

마치... 곰과 호랑이가 굴 속에서 마주친 상황과 같은 거다.

AR15

아무래도 철혈은 "오늘도" 고전하는 거 같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모처럼 재회했으니... 어디, 서로 얼마나 강해졌나 보고 싶지 않아?

AN94

그게 무슨 뜻이지, AR15?!

M16A1

재미있군. 나도 마침 그려던 참이었어.

비크

뭐어!?

비크

야, 너 오기 전에 얼마나 마셨어!? 지금 네가 누구 편인지도 잊은 거야?!

M16A1

이 녀석들은 요새 쪽에서 왔어. 그러니까... 돌아가는 길을 안다는 소리지.

M16A1

녀석들을 앞장세우면, 스피라에나가 있는 곳까지 최단 경로로 갈 수 있을 거다.

비크

일리가 있기는 한데...

AR15

내가 만약 일부러 너희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면 어쩌려고?

M16A1

마음대로 해, 앞장서서 달리는 건 너희니까.

만약 함정이 있다면, 너희가 가장 먼저 밟게 되겠지.

그리고 만약 딴 길로 샌다면, 저 하얀 놈들이 모든 걸 가져가겠지.

그 말에, AR15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무기를 들었다.

AR15

선봉을 맡기다니 거참 황송하기 그지없네...

딱 하나 곤란한 점이라면, 너희 같은 고철덩이들은 우릴 죽어도 못 따라잡는단 거야!

AR15

내 꽁무니 놓치지 않게 뛰어보라고, 이 얼간이들아!

M16A1

모두 주목. AR15와 AN94를 아군으로 표시한다. 공격하지 마라.

부대 전원, 저 둘의 이동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M16A1

비크, 저 둘을 놓치지 마.

비크

치잇, 진짜 열받네 정말!

AN94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앞서 달려가는 AR15을 바라보았다.

AN94

대체 무슨 생각이지?

AR15

그냥 임기응변이야. 이 다음 어떻게 할지는 가면서 생각해보자고.

날 한번 믿어봐.

AN94

알겠다. 일단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AN94

지금 이건 철혈의 앞잡이가 된 거나 다름없다.

AR15

너도 나도, 안젤리아의 지원이 오기 전에는 절대 죽어선 안 돼.

AR15

적어도, 아무 성과도 못 낸 채로는... 절대 죽을 수 없어.

격렬한 총성이 대화를 끊었다.

둘을 뒤따라 오던 철혈 부대는 하얀 유닛으로 한가득인 지하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고대의 통로는, 만들어진 이래 역대급의 성지순례객 무리로 온통 시끌벅적해졌다.

사방에서 튀는 총알과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본디 썰렁했던 지하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AR15

엄호!

AN94

라저!

철혈 부대의 최선두를 달리며, 두 리벨리온 멤버는 화살촉처럼 적진을 뚫고 나아갔다.

전진, 발포. 정지, 엄호. 서로 번갈아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서로 소통할 필요는 없었다. 마치 한치의 오차도 없는 시계처럼 움직였다.

AN94

엄호!

AR15

달려!

AR15

..으앗!

AN94

AR15?!

분명 안전을 확인했을 후방에서, 돌연 하얀 적이 나타났다. 몸을 스치는 총알을 가까스로 피하며, 반격하려던 그때였다.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AR15가 고개를 돌렸을 땐, 그 하얀 유닛은 이미 중형 바이크의 날카로운 범퍼에 들이받혀 벽에 처박힌 후였다.

비크

IOP와 군의 신예 인형이란 것들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돼?

이런 졸병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고, 실망이네 진짜.

AN94

괜찮나, AR15?

AR15

난 괜찮아. 그것보다... 쟤는 대체 어떻게 돼 먹은 녀석이야?

비크

야, 다 들리거든?!

철혈 보스는 바이크에서 내렸다. 그리곤 자신의 총을 들어 비밀 문이 있는 측면 통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이 격발할 때마다 총구에선 폭발이 일어났고, 벽은 적들의 잔해와 피로 얼룩졌다. 피비린내가 화약 냄새를 뒤덮는 건 순식간이었다.

비크

덤벼, 이 쓰레기들아.

비크

내가 오늘, 속이 터져서 환장해 죽을 것 같거든!?

눈앞의 철혈 보스가 압도적인 화력과 속도로 하얀 적들을 유린하는 모습을, AR15와 AN94는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AR15

...그리폰에서 너에 대한 자료는 본 적이 없는데, 너 정말 철혈 맞아?

비크

그리폰 인형 주제에 내가 철혈이 아닌지 의심하는 거야?

포로가 분수를 몰라도 너무 모르네!

AN94

철혈공조의 기존 모델이 아니라면... 자체 개발한 신형 모델이란 말인가?

엘더 브레인에게는 대체 히든 카드가 얼마나 더 있는 거지?

비크

어허, 유도심문하려는 거 다 보인다.

적어도 난 첫 번째는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라는 것만 알려줄게.

비크

우리 철혈 손에 있는 카드는 결코 인간들보다 적지 않아!

알았으면 계속 안내나 해, 인간의 똥개들아! 재미없으니까 금방 죽어 버리진 말라고!

AR15

저런 녀석한테 뒤를 맡기는 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AN94

...최악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나니... 이 인형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는군.

그런 말을 하며, AN94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걸 알아챈 AR15도 왠지 모르게 씨익 하고 웃었다.

그 자신있는 미소는, 역전의 기회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