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3
A-S-3
...12시간 전.
지휘관님, IOP로부터 연락이...
드디어 왔군. 암호화 채널로 연결해 줘.
네, 잠시만요.
...삐익.
아이고, 존경하는 우리 지휘관. 참 오랜만이로구먼.
결국 재난을 막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자책할 것 없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잔뜩 겪게 될 테니... 미리 마음의 준비나 해두게.
...말은 참 쉽군요.
정신 건강도 챙겨야지. 아니면 이 미쳐 버린 세계에서 오래 못 버틸 게야.
게다가 이건 하루이틀 새에 끝날 일도 아니니, 장기전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할 걸세.
빈말로라도 "즐거웠다"고는 못 하겠군요.
어허, 왜 그러시나? 시민 대부분 제때 대피할 수 있었고, 격리벽의 구멍도 더 큰 피해 없이 메웠어. 이제 오염 정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지 않나.
자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네.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해도 될 일이야.
베오그라드에서 벌어진 참상과 희생자들을... 그런 한두 마디로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전 그 일을 공로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 요즘 같은 시대에, 자네처럼 뜨거운 마음을 가진 이들은 보기 드물지. 하지만 어쩌겠나, 비정하게 들려도 이게 현실인걸.
...이거야 원, 너무 무심하게 말한 것 같구먼. 이 늙은이를 용서해 주게나.
젊었을 적부터 봐 온 것이 너무 많아서, 옛날옛적에 감성이 메말라 버렸지 뭔가.
어쨌든 안부 인사는 이쯤 하지. 자네나 나나 바쁜 사람이니.
흐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먼저 안전국의 반응부터 말해 주는 게 좋겠군.
간단히 말하자면, 안전국은 자네의 활약에 매우 만족하고 있네. 시국이 시국이라 축하 연회만 없는 수준이지.
정말입니까...? 민간인 피해는 물론 붕괴 오염까지 막지 못한 것 때문에 바로 처형당할 줄 알았습니다만.
정말로 책임을 추궁할 작정이었다면, 자네 목이 달아나기 전에 정보분석관을 비롯한 간부 수십 명이 먼저 처형됐을걸세.
유능한 자네를 지금 당장 문책할 바에야, 차라리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겠지.
로쉬친 대사마저 희생됐는데 말입니까?
역시 안타까운 일이네만,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수적인 손실에 불과해. 전 세계의 눈이 그 허연 테러 집단에 향했고 무엇보다 울릭 주석이 무사했으니, 자네는 안전국이 내린 임무를 원만하게 완수한 셈이지.
결과적으로, 모든 게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일세.
그 부수적인 손실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국이 처음부터 저희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제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워워, 그쯤 하게, 지휘관.
안전국에게 의견이 있는 건 자네만이 아닐세. 나는 물론이고, 그들의 방식에 불만이 있는 자들은 잔뜩 있어.
하지만 직접 상대해봤으니 잘 알겠지? 아무리 불평해 봤자 아무 소용 없네. 나한테 하소연이나 하는 건 더더욱 소용없고.
내가 자네의 하소연을 들어서 뭘 어찌하겠나? 국장 나으리한테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를 바라나?
게다가... 자네도 따로 심산이 있잖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안 속네, 이 사람아. 안젤리아와 따로 뭔가를 꾸미고 있지?
하벨 씨가 하신 것 중 가장 재밌는 농담이군요.
당신이 제공한 정보를 따라 베오그라드의 안팎을 동분서주했지만, 안젤리아와 마주치기는커녕 종적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안젤리아와 무슨 일을 꾸민단 말입니까?
지휘관... 내가 비록 인형 지휘하는 실력은 자네보다 못하더라도, 분석 능력과 눈썰미라면 자네는 한참 멀었다네.
의도적으로 안젤리아에 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리는데, 당시의 작전 기록을 보니... 안젤리아의 리벨리온 소대와의 연계가 빈틈이 없더구먼.
그건 페르시카 씨가 개발한 마인드맵 덕분이겠죠.
그때 워낙에 혼란한 상황이었기에, 전투 중 대부분의 판단은 지휘 모듈을 지닌 인형에게 일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그때 성당에서 적과 대치 중이라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마침 말 잘했네. 그럼 안젤리아의 휘하에 있던 그 "지휘 모듈을 지닌 인형"이 그리폰으로 복귀했을 때, 그녀의 행방을 물어보기는 했나? 내가 의뢰한 임무는 분명 안젤리아를 찾는 것이었을 텐데, 설마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쳇...
하하하, 누구나 히든카드 하나 정도는 쥐고 싶어 하는 법이지. 자네도, 나도, 안전국도 예외가 없지.
비밀이 한두 가지 있는 건 나쁜 일이 아닐세. 다만, 전략전술에 문외한인 나도 눈치챌 수 있는 속셈을 그 독종 젤린스키가 과연 모르고 넘어갔겠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뭐라 변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겠군요. 하지만 정말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허어, 입이 참 무겁구먼. 안젤리아가 스피라에나 노드의 탈취를 시도하는 반역 행위까지 저질렀는데 말이야... 역시 내가 눈여겨 둔 인물이로군.
안심하게나, 자네가 얌전히 노드의 코어를 내놨기 때문에 안전국은 아직 그리폰의 충성심을 의심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거대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스피라에나 노드를 확보하려 한 의도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들도 자네와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다네. 의문을 품는 대상이 군일 뿐이지.
안전국은 자네가 회수한 코어의 분석을 끝마쳤고, 군의 심중을 대강 파악했어... 곧 각지의 보관 기지로 요원들을 파견할 테고, 군의 음모는 저지되겠지.
...그걸로 끝인가요? 그렇게 간단하게 말입니까?
그래, 그렇게 간단하게 끝일세. 그 후의 일은 나와 자네, 그리고 그리폰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
적어도 안전국은 그렇게 판단 중이네.
이제 "하지만"이 나올 차례군요.
하하하! 정답이야!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네. 지금부터 자네는 에스토니아의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로 이동해 줘야겠어.
내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그 기지 인근에서 패러데우스의 움직임이 포착됐고, 군부대도 지금 그곳으로 향하는 중일세.
...방금 스피라에나 노드를 확보하려는 군의 음모는 안전국이 저지할 거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그건 사실일세.
그럼 왜 그리폰을 대륙 절반을 지나야 있는 곳으로 파견하는 겁니까?
거기엔 노드가 없기 때문이지.
그게 무슨...?
우선 하나 물어봄세. "리코리스"란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철혈공조의 수석 기술자 말씀입니까? 페르시카 씨에게서 받은 자료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 바로 그 사람. 철혈의 엘더 브레인... 즉, "엘리사"를 설계한 장본인이지. 이 정도야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말해 주자면, 리코가 엘리사를 제작할 때 참고한 것이 바로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에 보관됐던 A-51-241번 스피라에나 노드라네.
그렇다면 엘리사는...
아, 물론 완전히 베낀 건 아니네. 리코 그 친구가 역설계하면서 자신의 발상도 많이 집어넣었거든. 나도 깜짝 놀랐을 정도로 정교했어.
하지만 기본 프레임까지 뜯어고치진 않았어. 쉽게 말하자면, 그 스피라에나 노드는 엘리사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지.
안전국도 처음엔 그저 수많은 노드 중에서 평범한 하나라 생각했다네. 내가 여태까지 나비 사건이 그저 평범한 사고였다 생각한 것처럼 말일세.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많은 일들... 철혈, 군, 그리고 패러데우스까지... 전부 한 데 놓고 보니, 그들의 관계는 결코 어쩌다 얽힌 평행선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네.
분명 팔디스키 기지가 모든 것의 시작점이 틀림없어.
그러니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그 기지를 확보해 줬으면 하네. 겸사겸사 그 비밀 친구도 도와주고 말이야.
하벨 씨... 전...
간단한 일이 아니지. 나도 아네. 팔디스키에서 멀지 않은 탈린시는 오래전 폐허가 된 레드존이니까 말이야. 충분히 위험한 일이지.
그리고... 나비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질수록, 불구덩이로 발을 내딛는 거나 마찬가지지.
자넨 지금까지 운수가 참 좋았어. 그렇기에 나도 여태까지 자네를 두둔해 주었네만, 언제까지고 행운의 여신에게 축복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하벨 씨의 호의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으론――
이런이런, 자넨 아직 자신을 모르고 있구먼.
자네가 그렇게 오지랖 넓고 타인을 위해 목숨도 마다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걸세.
그 아가씨... 아, 페르시카 말일세. 그 아가씨도 자네가 팔디스키로 향한다는 걸 알아내곤 온갖 무리한 요구를 하러 올 게야.
가끔은 거절하는 법도 배우도록 하게, 지휘관... 행운이 바닥나 버리기 전에 말일세.
...제가 지금 이 일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하하, 배우는 것도 빠르단 걸 깜빡했구먼! 그래, 그래서 이번엔... 의뢰가 아니라 부탁을 하는 거라네.
몸 조심하게나, 지휘관. 다음에 볼 때도 그렇게 팔팔한 모습이길 바라네.
통신 종료.
...현재.
지휘관님, 주무시나요~?
들어오렴.
아직도 어제 하벨 씨와 나눈 이야기를 생각하고 계세요?
하아... 빈틈없이 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참 멀었더라.
그래도... 엄청 오래 이야기하셨잖아요. 분석할 만한 정보가 좀 있지 않을까요?
말한 건 많았지만... 다 우리에게 알려 주려 했던 정보들뿐이야. 그리고 항상 몇 수 앞을 읽고 있지.
그리폰과 같은 편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지금은 그래.
으...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요.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하자고요.
대륙간 열차는 약 10분 후 탈린시 교외에 도착할 예정이에요. 선발 정찰대로부터 정찰 보고도 들어왔어요.
지휘관님의 예상대로, 탈린시는 교통의 요지로서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로 통하는 유일한 경로인데, 붕괴 오염으로 파괴된 후 버려진 지 오래예요. 그 때문에 진입로가 완전히 봉쇄된 상태고요.
따로 경로 수색을 맡은 AR팀도 먼저 격리벽의 봉쇄부터 해제하지 않으면 열차의 전진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습니다. 지금 다들 지휘관님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어요.
벌써 도착했어? 한숨 더 잘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아이참, 특등석 열차 여행 즐기시라고 지휘 설비를 대륙간 열차에 실은 게 아니라고요.
각 제대, 준비 완료됐습니다. 열차가 멈추면 바로 작전 개시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베오그라드 때보다도 빠듯한 여행이 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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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전.
지휘관님, IOP로부터 연락이...
드디어 왔군. 암호화 채널로 연결해 줘.
네, 잠시만요.
...삐익.
<color=#00CCFF>아이고, 존경하는 우리 지휘관. 참 오랜만이로구먼.</color>
<color=#00CCFF>베오그라드 관광은 즐거웠나?</color>
결국 재난을 막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color=#00CCFF>너무 자책할 것 없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잔뜩 겪게 될 테니... 미리 마음의 준비나 해두게.</color>
...말은 참 쉽군요.
<color=#00CCFF>정신 건강도 챙겨야지. 아니면 이 미쳐 버린 세계에서 오래 못 버틸 게야.</color>
<color=#00CCFF>게다가 이건 하루이틀 새에 끝날 일도 아니니, 장기전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할 걸세.</color>
빈말로라도 "즐거웠다"고는 못 하겠군요.
<color=#00CCFF>어허, 왜 그러시나? 시민 대부분 제때 대피할 수 있었고, 격리벽의 구멍도 더 큰 피해 없이 메웠어. 이제 오염 정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지 않나.</color>
<color=#00CCFF>자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네.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해도 될 일이야.</color>
베오그라드에서 벌어진 참상과 희생자들을... 그런 한두 마디로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전 그 일을 공로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color=#00CCFF>그래 그래... 요즘 같은 시대에, 자네처럼 뜨거운 마음을 가진 이들은 보기 드물지. 하지만 어쩌겠나, 비정하게 들려도 이게 현실인걸. </color>
<color=#00CCFF>...이거야 원, 너무 무심하게 말한 것 같구먼. 이 늙은이를 용서해 주게나.</color>
<color=#00CCFF>젊었을 적부터 봐 온 것이 너무 많아서, 옛날옛적에 감성이 메말라 버렸지 뭔가.</color>
<color=#00CCFF>어쨌든 안부 인사는 이쯤 하지. 자네나 나나 바쁜 사람이니.</color>
<color=#00CCFF>흐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먼저 안전국의 반응부터 말해 주는 게 좋겠군.</color>
<color=#00CCFF>간단히 말하자면, 안전국은 자네의 활약에 매우 만족하고 있네. 시국이 시국이라 축하 연회만 없는 수준이지.</color>
정말입니까...? 민간인 피해는 물론 붕괴 오염까지 막지 못한 것 때문에 바로 처형당할 줄 알았습니다만.
<color=#00CCFF>정말로 책임을 추궁할 작정이었다면, 자네 목이 달아나기 전에 정보분석관을 비롯한 간부 수십 명이 먼저 처형됐을걸세.</color>
<color=#00CCFF>유능한 자네를 지금 당장 문책할 바에야, 차라리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겠지.</color>
로쉬친 대사마저 희생됐는데 말입니까?
<color=#00CCFF>역시 안타까운 일이네만,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수적인 손실에 불과해. 전 세계의 눈이 그 허연 테러 집단에 향했고 무엇보다 울릭 주석이 무사했으니, 자네는 안전국이 내린 임무를 원만하게 완수한 셈이지.</color>
<color=#00CCFF>결과적으로, 모든 게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일세.</color>
그 부수적인 손실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국이 처음부터 저희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제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color=#00CCFF>워워, 그쯤 하게, 지휘관.</color>
<color=#00CCFF>안전국에게 의견이 있는 건 자네만이 아닐세. 나는 물론이고, 그들의 방식에 불만이 있는 자들은 잔뜩 있어.</color>
<color=#00CCFF>하지만 직접 상대해봤으니 잘 알겠지? 아무리 불평해 봤자 아무 소용 없네. 나한테 하소연이나 하는 건 더더욱 소용없고.</color>
<color=#00CCFF>내가 자네의 하소연을 들어서 뭘 어찌하겠나? 국장 나으리한테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를 바라나?</color>
<color=#00CCFF>게다가... 자네도 따로 심산이 있잖나.</color>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color=#00CCFF>안 속네, 이 사람아. 안젤리아와 따로 뭔가를 꾸미고 있지?</color>
하벨 씨가 하신 것 중 가장 재밌는 농담이군요.
당신이 제공한 정보를 따라 베오그라드의 안팎을 동분서주했지만, 안젤리아와 마주치기는커녕 종적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안젤리아와 무슨 일을 꾸민단 말입니까?
<color=#00CCFF>지휘관... 내가 비록 인형 지휘하는 실력은 자네보다 못하더라도, 분석 능력과 눈썰미라면 자네는 한참 멀었다네.</color>
<color=#00CCFF>의도적으로 안젤리아에 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리는데, 당시의 작전 기록을 보니... 안젤리아의 리벨리온 소대와의 연계가 빈틈이 없더구먼.</color>
그건 페르시카 씨가 개발한 마인드맵 덕분이겠죠.
그때 워낙에 혼란한 상황이었기에, 전투 중 대부분의 판단은 지휘 모듈을 지닌 인형에게 일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그때 성당에서 적과 대치 중이라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color=#00CCFF>그래, 마침 말 잘했네. 그럼 안젤리아의 휘하에 있던 그 "지휘 모듈을 지닌 인형"이 그리폰으로 복귀했을 때, 그녀의 행방을 물어보기는 했나? 내가 의뢰한 임무는 분명 안젤리아를 찾는 것이었을 텐데, 설마 잊어버리진 않았겠지?</color>
쳇...
<color=#00CCFF>하하하, 누구나 히든카드 하나 정도는 쥐고 싶어 하는 법이지. 자네도, 나도, 안전국도 예외가 없지.</color>
<color=#00CCFF>비밀이 한두 가지 있는 건 나쁜 일이 아닐세. 다만, 전략전술에 문외한인 나도 눈치챌 수 있는 속셈을 그 독종 젤린스키가 과연 모르고 넘어갔겠나?</color>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뭐라 변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겠군요. 하지만 정말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color=#00CCFF>허어, 입이 참 무겁구먼. 안젤리아가 스피라에나 노드의 탈취를 시도하는 반역 행위까지 저질렀는데 말이야... 역시 내가 눈여겨 둔 인물이로군.</color>
<color=#00CCFF>안심하게나, 자네가 얌전히 노드의 코어를 내놨기 때문에 안전국은 아직 그리폰의 충성심을 의심하지 않고 있으니까.</color>
그래서, 이렇게 거대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스피라에나 노드를 확보하려 한 의도는 대체 무엇입니까?
<color=#00CCFF>그들도 자네와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다네. 의문을 품는 대상이 군일 뿐이지.</color>
<color=#00CCFF>안전국은 자네가 회수한 코어의 분석을 끝마쳤고, 군의 심중을 대강 파악했어... 곧 각지의 보관 기지로 요원들을 파견할 테고, 군의 음모는 저지되겠지.</color>
...그걸로 끝인가요? 그렇게 간단하게 말입니까?
<color=#00CCFF>그래, 그렇게 간단하게 끝일세. 그 후의 일은 나와 자네, 그리고 그리폰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color>
<color=#00CCFF>적어도 안전국은 그렇게 판단 중이네.</color>
이제 "하지만"이 나올 차례군요.
<color=#00CCFF>하하하! 정답이야!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네. 지금부터 자네는 에스토니아의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로 이동해 줘야겠어.</color>
<color=#00CCFF>내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그 기지 인근에서 패러데우스의 움직임이 포착됐고, 군부대도 지금 그곳으로 향하는 중일세.</color>
...방금 스피라에나 노드를 확보하려는 군의 음모는 안전국이 저지할 거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color=#00CCFF>그래, 그건 사실일세.</color>
그럼 왜 그리폰을 대륙 절반을 지나야 있는 곳으로 파견하는 겁니까?
<color=#00CCFF>거기엔 노드가 없기 때문이지.</color>
그게 무슨...?
<color=#00CCFF>우선 하나 물어봄세. "리코리스"란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color>
철혈공조의 수석 기술자 말씀입니까? 페르시카 씨에게서 받은 자료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color=#00CCFF>그래, 바로 그 사람. 철혈의 엘더 브레인... 즉, "엘리사"를 설계한 장본인이지. 이 정도야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color>
<color=#00CCFF>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말해 주자면, 리코가 엘리사를 제작할 때 참고한 것이 바로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에 보관됐던 A-51-241번 스피라에나 노드라네.</color>
그렇다면 엘리사는...
<color=#00CCFF>아, 물론 완전히 베낀 건 아니네. 리코 그 친구가 역설계하면서 자신의 발상도 많이 집어넣었거든. 나도 깜짝 놀랐을 정도로 정교했어.</color>
<color=#00CCFF>하지만 기본 프레임까지 뜯어고치진 않았어. 쉽게 말하자면, 그 스피라에나 노드는 엘리사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지.</color>
<color=#00CCFF>안전국도 처음엔 그저 수많은 노드 중에서 평범한 하나라 생각했다네. 내가 여태까지 나비 사건이 그저 평범한 사고였다 생각한 것처럼 말일세.</color>
<color=#00CCFF>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많은 일들... 철혈, 군, 그리고 패러데우스까지... 전부 한 데 놓고 보니, 그들의 관계는 결코 어쩌다 얽힌 평행선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네.</color>
<color=#00CCFF>분명 팔디스키 기지가 모든 것의 시작점이 틀림없어.</color>
<color=#00CCFF>그러니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그 기지를 확보해 줬으면 하네. 겸사겸사 그 비밀 친구도 도와주고 말이야.</color>
하벨 씨... 전...
<color=#00CCFF>간단한 일이 아니지. 나도 아네. 팔디스키에서 멀지 않은 탈린시는 오래전 폐허가 된 레드존이니까 말이야. 충분히 위험한 일이지.</color>
<color=#00CCFF>그리고... 나비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질수록, 불구덩이로 발을 내딛는 거나 마찬가지지.</color>
<color=#00CCFF>자넨 지금까지 운수가 참 좋았어. 그렇기에 나도 여태까지 자네를 두둔해 주었네만, 언제까지고 행운의 여신에게 축복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color>
하벨 씨의 호의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으론――
<color=#00CCFF>이런이런, 자넨 아직 자신을 모르고 있구먼.</color>
<color=#00CCFF>자네가 그렇게 오지랖 넓고 타인을 위해 목숨도 마다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걸세.</color>
<color=#00CCFF>그 아가씨... 아, 페르시카 말일세. 그 아가씨도 자네가 팔디스키로 향한다는 걸 알아내곤 온갖 무리한 요구를 하러 올 게야.</color>
<color=#00CCFF>가끔은 거절하는 법도 배우도록 하게, 지휘관... 행운이 바닥나 버리기 전에 말일세.</color>
...제가 지금 이 일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color=#00CCFF>하하하, 배우는 것도 빠르단 걸 깜빡했구먼! 그래, 그래서 이번엔... 의뢰가 아니라 부탁을 하는 거라네.</color>
<color=#00CCFF>몸 조심하게나, 지휘관. 다음에 볼 때도 그렇게 팔팔한 모습이길 바라네.</color>
통신 종료.
...현재.
지휘관님, 주무시나요~?
들어오렴.
아직도 어제 하벨 씨와 나눈 이야기를 생각하고 계세요?
하아... 빈틈없이 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참 멀었더라.
그래도... 엄청 오래 이야기하셨잖아요. 분석할 만한 정보가 좀 있지 않을까요?
말한 건 많았지만... 다 우리에게 알려 주려 했던 정보들뿐이야. 그리고 항상 몇 수 앞을 읽고 있지.
그리폰과 같은 편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지금은 그래.
으...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요.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하자고요.
대륙간 열차는 약 10분 후 탈린시 교외에 도착할 예정이에요. 선발 정찰대로부터 정찰 보고도 들어왔어요.
지휘관님의 예상대로, 탈린시는 교통의 요지로서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로 통하는 유일한 경로인데, 붕괴 오염으로 파괴된 후 버려진 지 오래예요. 그 때문에 진입로가 완전히 봉쇄된 상태고요.
따로 경로 수색을 맡은 AR팀도 먼저 격리벽의 봉쇄부터 해제하지 않으면 열차의 전진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습니다. 지금 다들 지휘관님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어요.
벌써 도착했어? 한숨 더 잘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아이참, 특등석 열차 여행 즐기시라고 지휘 설비를 대륙간 열차에 실은 게 아니라고요.
각 제대, 준비 완료됐습니다. 열차가 멈추면 바로 작전 개시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베오그라드 때보다도 빠듯한 여행이 될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