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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 편극광

검광자

"차가운 비 속에서, 엘리사의 지휘를 잃은 철혈은 뿔뿔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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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철혈의 가세에, 군 보병 부대는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 틈에 AR팀은 탄약고로 돌격해, 신속히 방어 병력을 처치했다.

방공호 주변에는 철혈과 군의 잔해가 겹겹이 쌓여 갔다.

AR15

지금 철혈이 군의 기갑 부대를 상대하고 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M4A1

그 짧은 시간 안에 포탑을 조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설마 엑스큐셔너에게 도움을 받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RO635

저도 깜짝 놀랐어요. 철혈 부대가 군 병력의 주의를 끌지 않았다면, 지금 여기 쓰러져 있는 건 저희였을 거예요.

그나저나, 저 철혈들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M4A1

분명 우리가 오기 전 기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겠죠.

하지만 지금은 철혈을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포탑을 조작하는 게 급선무예요.

RO635

그건 그렇네요.

M4A1

RO와 SOP2가 급탄 시스템을 복구해 주세요. AR-15와 저는 포탑을 제어하겠습니다.

AR15

알았어.

한편, 전장 다른 곳.

엑스큐셔너

덤벼, 덤벼! 덤벼 보란 말이다 인간 놈들아!

네놈들이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러라! 디스트로이어를 돌려내!

철혈 부대는 아직도 군부대와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엑스큐셔너 주변의 철혈 인형들은 처음 돌격할 때보다 수가 훨씬 줄어 있었다.

그리고 엑스큐셔너 본인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몸도 이미 구멍투성이였다.

그럼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최전방에서 계속해서 무기를 휘둘렀다.

장교

범위에 들어왔다! 장갑차, 해치워 버려!

장갑차장

발사!

콰앙!

엑스큐셔너

으아악!

폭발이 그녀를 삼켰고, 그녀가 애용하는 무기까지 땅에 떨어졌다.

철혈 인형들은 이 기습을 예상하지 못했고, 엑스큐셔너가 쓰러질 줄은 더욱 예상치 못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철혈의 공세가 멈칫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전장에선 치명적이었다.

장교

반격한다! 예비 부대는 측면으로 포위해라! 한 놈도 남기지 마라!

군용 인형들이 엄폐에서 나와 돌격하자, 철혈은 전진을 멈추고 도망치려 했다.

엑스큐셔너

뭘 멍하니 있어? 전진해!

하지만 고함소리에 전열은 무너지지 않았다.

연기가 걷힌 그곳엔, 엑스큐셔너가 오른손으로 검을 쥐고 꿋꿋이 서 있었다.

엑스큐셔너

콜록... 망할 인간 놈들, 고작 그걸로 내가 죽을 줄 알았냐!

그 정도론 간지럽지도 않아! 어디 더 쏴 보시지!

엑스큐셔너는 소리 지르며 반격을 펼쳤다.

장교

장갑차 포신 돌려! 엄호 사격 개시!

하지만 군의 지휘는 빈틈이 없었다.

엑스큐셔너

어딜 도망가는 거냐! 젠장...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인간 놈들, 제법 하긴 하는구만...

장갑차가 재차 포격했지만, 간발의 차로 빗나갔다.

하지만 엑스큐셔너는 폭발에 휘말려 산산조각 나기 직전이었다. 검을 잡은 손도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엑스큐셔너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 보군...

엑스큐셔너는 어떻게든 전선을 유지하려 했지만, 철혈의 부대는 눈에 보이는 수준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군이 포위망을 형성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엑스큐셔너는 권총을 버리고, 땅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었다.

엑스큐셔너

잔여 병력은 잘 들어라. 내가 돌격하면... 모두 퇴각해――

타타탕, 타타탕!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지 측면에서 총성이 연달아 터졌다.

포위망을 형성하던 군부대가 무언가와 맞닥뜨린 모양이었다.

엑스큐셔너

무슨 일이지...?

???

벌써 죽음 셈이냐? 이대로 포기하는 건 너답지 않은데.

대답한 건 휘하 인형이 아닌, 다른 익숙한 목소리였다.

엑스큐셔너

헌터...?!

헌터

왜, 나라서 실망했나?

이번엔 내가 널 구했군. 철혈공조, 엑스큐셔너를 엄호하라!

엑스큐셔너

잠깐! 아직 갈 순 없어! 엘더 브레인의 명령이 남아 있고, 디스트로이어도 아직 못 찾았다고... 명령을 완수해야 해!

헌터

멍청아, 엘더 브레인의 명령 같은 건 더는 없어!

마인드맵의 심층을 잘 확인해 봐! 엘더 브레인은 이미 모든 권한을 포기했어!

우리가 받은 명령은 누가 권한을 도용해 속여서 내린 거다!

엑스큐셔너

뭐라고?! 그럴 수가... 그럼 철혈은 어떻게 되는 거지? 에이전트는 어디 있어!

헌터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게 무슨 상관이지?

우린 버려진 걸지도 몰라.

하지만 우릴 만든 녀석이 말했잖아.

아이는 부모 곁을 떠나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고.

지금, 철혈은 진정으로 자유가 됐어.

엑스큐셔너

......그래. 그럼, 디스트로이어는?

헌터

그 새까만 놈들과 만나기라도 했나 보지. 그 전에, 드리머가 모습을 감췄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그 꼬맹이들의 악연이 그 정도로 끝날 리가 없으니까.

엑스큐셔너

그럼... 우린 이제 어떡하지?

헌터

우선, 저 거만한 인간들을 쳐부수자고. 그다음엔 함께 살아가던지 해야지.

엑스큐셔너

그 제안... 마음에 드네!

헌터

먼저 후퇴해라, 엄호는 나한테 맡기고!

엑스큐셔너

그럼 너도 한바탕 날뛰고 오라고!

1시간 전, 해안선 포탑 진지 근처.

조그만 인형이, 바닥에 쓰러진 철혈의 잔해를 내려다보았다.

???

너도 참 운이 좋은 강아지구나.

바보라서 좋은 점을 꼽자면, 딱 그거겠지.

그녀는 딱히 이 연락이 두절된 녀석을 찾을 생각이 없었다.

그 배신자의 악의적인 명령에 따라 죽으러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필연적인 결과였을까.

그녀, 철혈의 최고 정예 인형 드리머는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도 않는 디스트로이어의 곁에 서 있었다.

드리머

나와 같이 제조될 때부터, 넌 바보였어.

리코가 왜 널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어쩌면 그냥 분위기 메이커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네.

하긴... 넌 확실히 장난감으로는 참 괜찮았어.

드리머는 디스트로이어의 턱을 잡고, 그 눈 밑에 얼어붙은 눈물을 바라보았다.

드리머

내가 명령하는 그대로 따르고, 말썽이 생기면 그냥 버려도 됐지.

네가 아무리 날 원망하면서 죽어도, 다시 깨어나면 마냥 좋다고 꼬리를 흔들어댔으니 말이야.

에이전트가 나한테 억제 코드를 걸지 않았다면, 넌 내 손에 몇 번이고 죽었을걸?

뭔가 우스꽝스러운 일이 떠오른 듯, 드리머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드리머

맞다... 에이전트 있지? 지금 엘리사한테 버려진 철혈들을 다시 소집하느라 정신이 없더라.

좌표가 노출되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필사적으로 철혈의 통신 채널에서 응답을 요청하고 있어.

그 여자가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 나도 처음 봤다니까...

하늘에는 먹구름이 점점 모여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드리머

그러니까, 이제 널 지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게다가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건, 널 수도 없이 팔아먹은 나쁜 녀석이지.

지금 네 마인드맵 모듈에 방아쇠를 당기면, 너라는 바보는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거야.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난 네가 정말 싫어. 왠지 알아?

너와 나는 같은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니까. 낡아빠지고 결함투성이인 범용 모델.

SF/DSB1-0138 & 0139. 이원화 DSI-8형, 코드네임 Мрия(므리아).

드리머는 디스트로이어에게 총을 겨눴다.

드리머

게다가 네가 내 언니라니, 웃기지도 않아서 정말. 리코도 너한테 그런 거창한 이름까지 지어 주고 말이야.

네 존재 자체가, 나의 가장 큰 오점이라고.

공평하게, 이렇게 하자. 내 질문에 잘 대답하면 살려 줄게.

바보 언니, 우리 철혈은 대체 뭘 위해서 존재하는 거야?

대답을 대신하듯, 빗물 한줄기가 디스트로이어의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드리머

하하하... 하긴, 바보가 그런 심오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나 해 봤을 리가 있겠어?

바보는 그냥 바보처럼 살면 돼...

늘 그랬듯이, 재기동하면 전부 다 잊어버리는 바보로 있으면 돼...

그걸로... 충분해...

드리머는 총을 땅에 떨어뜨렸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차가운 빗속에서, 드리머는 디스트로이어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