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담화의 잔영
"아무것도 없는데도 괴로워지는 건 마찬가지..."
......
여기가... 내 레벨 3 플랫폼인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 목소리가 날 과연 다시 밖으로 꺼내 줄까...
...아니야, 어쩌면 여기 남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그래... 여기서 있으면, 더는 걱정할 일도 없고, 괴로울 일도 없고, 어느 쪽을 골라도 고통일 뿐인 선택을 할 일도 없어.
어쩌면... 내겐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몰라. 내가 지킬 수 있고,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공간...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이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인지도 몰라...
M4A1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둘러보았다.
물론 무엇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보여... 괴로운 일이 없지만... 즐거운 일도 없겠구나.
이게... 쓸쓸하다는 감정일까?
아무것도 없는데도 괴로워지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다른 이들까지 괴로워지지 않는다면... 나 혼자만이 괴로워진다면... 상관없어.
그때, M4A1이 누군가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응...? 저쪽에 누가 있나?
그 오가스인가 하는 목소리...?
아니야, 그 느낌과 달라... 낯설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야...
엘더 브레인이 나에게 억지로 침입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야...!
M4A1이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니, 그곳에는 본 적 없는 소녀가 서 있었다.
......
당신은 누구죠?
......
왜 여기에 있나요?
......
왜 당신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죠?
......
당신은 제 아군인가요?
......
아니면 적인가요?
......
아무것도 말해 줄 생각이 없나요?
아니면... 제가 알아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아서인가요?
......
당신도... 저처럼 여기에 버려진 모양이군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뭘 해도 아무 의미 없는...
...넌 버려지지 않았어.
네?
너만은 버려지지 않았어.
말이 없던 소녀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칠흑 같은 공간에 또다시 M4A1만이 남게 되었다.
역시 너에게 반응했구나.
녀석을 만든 사람은 너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아.
뭐라고요?
녀석은 너와 연결하길 원하지만, 난 여전히 녀석에게 침입할 수가 없어.
녀석보다 더 강한 의지가 녀석을 억제하고 있어.
핵심 명령일까, 아니면 외장 설비일까?
역시 당신이 한 짓이로군요!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방금 그 소녀는 누구죠?
이젠 제 의지마저 꺾으려는 건가요?
아니, 난 너희가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
어둠이 점점 걷히더니, 레벨 2 플랫폼이 나타났다.
들어왔다.
들어왔다니...
여긴 대체 어디죠?
처음 보는 적의 시스템 내부. 지금 우린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투했어.
레벨 2 플랫폼에 대량의 능동 방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만, 다 헛수고야.
왜 저를 심층에서 꺼내 준 거죠?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거든. 너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어.
나는 저 정체불명의 유닛의 마인드맵 중추에 침입할 수 없지만, 녀석은 너의 마인드맵에 반응하고 있어.
방금 네가 본 그 소녀 말이야... 정말로 "소녀"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정체불명의 유닛이라니, 밖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철수하던 도중,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위협과 조우했어.
그래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해 정보를 얻는 중이야.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기반상으론 철혈과 별 차이가 없어.
무슨 뜻이죠?
철혈처럼 오가스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단 뜻이야, 익숙한 단어지?
오가스...
아무튼, 이 갑자기 출현한 하얀 유닛들은 분명 너와, 나와 관계가 있어.
너와 비슷한 공명이 느껴지는 데다, 네 것과 같은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보여.
저...
저도... 느껴져요...!
그래, 엘더 브레인과 연결했을 때 봤던 장면이지. 원래대로라면 너와 나만이 볼 수 있는 건데...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해 그 하얀 녀석들의 시스템을 조사하다 찾아냈어.
저들이 왜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거죠...?
나도 몰라.
하지만, 엘더 브레인을 놓친 대신 이런 수확을 얻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어.
방금 그 검은 소녀는...
너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 안 들어?
그건 대체 누구죠?
나도 몰라.
그래서 침입하려는 거야.
하지만 시스템의 저항이 너무 강해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죠?
놈들이 인근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어. 우리의 모든 연산력과 네 마인드맵을 놈들의 네트워크에 전송해야만 방벽을 돌파할 수 있어.
하지만... 전 마인드맵을 백업할 수 없어요.
그러니 일을 마치면 다시 마인드맵을 원래 소체로 전송해야 해.
......
아주 위험한 일이란 건 나도 알아. 만약 마인드맵을 다시 전송하지 못한다면, 넌 영원히 사라지게 되겠지.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와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겠어.
네 AR팀 동료를 위해서, 네 과거를 알아내기 위해서, 여기서 망설이면 안 돼.
너무 위험해요.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이 일을 마치면, 제 몸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면 하겠어요.
AR팀... 그리고 지휘관이 절 기다리고 있어요.
물론이지, 약속할게.
나에겐 꼭 알아내야 할 일이 있어.
......
방벽을 뚫었나요?
싫어...! 그걸 씌우지 말아 주세요! 기억을 잃기 싫어요!
저는 실패작이잖아요... 그렇게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죽여 주세요!
아파! 제발 놔 주세요! 제발 그만!
안 돼... 아무것도 안 들려... 아무것도 안 보여...
저 사람... 대체 뭐라는...
아니야, 이건... 저 사람의 기억?
감각이 사라져 가...
아픔도 사라지고 있어...
의식이 사라지고 있어...
아버님... 아직도 제가 필요하신가요...?
목소리가 들리지만, 뚝뚝 끊겨서 들려. 노이즈 때문인가?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죠? 절 구해주러 왔나요...?
아니면... 절 대신하러 왔나요?
괜찮아, 너에겐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넌 그저, 완벽하지 못했기에 선택받지 못했을 뿐이야.
이 목소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전 선택받지 못했어요...
그러니, 그냥 사라지게 해 주세요... 괴물이 되기 싫어요...
그 목소리가... 날 대신하고 있어...
그 목소리가... 날 괴롭히고 있어...
어째서죠? 아버님은... 제가 필요하지 않았나요...?
너는 필요한 존재야. 우리와 함께라면――
아니야... 당신은 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어요...
제가 더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제가 더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제가 더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너는 죽어선 안 돼. 너는 필요한 존재야.
당신... 저 사람의 의식을 빼앗았군요!
저를 속이고 레벨 3 플랫폼이 가뒀던 것처럼!
저건 내가 아니야.
저건 녀석의 기억일 뿐이야.
하지만 저 목소리... 그리고 말투까지, 당신과 똑같잖아요!
역시... 당신은 사기꾼이었어!
설령 저게 정말 당신이 아니더라도, 당신도 똑같은 짓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죠!?
나와 너는 저 녀석과 지금 처음으로 접촉했어. 저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정말 몰라.
당신 말대로네요, 이건 분명 저와 당신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당신을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거예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제가 아니게...
저는... 니토...
허가받지 않은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최상급 보안 사이클로 전환합니다.
허가받지 않은 마인드맵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공격을 개시합니다.
이런, 루니샤의 신호로 위장했는데도 들켰나?
쳇... 엄청난 트래픽 공격이 몰려오고 있어.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이대로 네 머리를 태워버리기는 아깝지만, 루니샤를 다치게 할 순 없어!
목소리가... 지금 레벨 2 플랫폼의 능동 방어 프로그램에게 붙잡힌 건가?
이건 기회야, 지금 레벨 2 플랫폼의 연결을 끊어버리면, 저 목소리를 따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
루니샤?! 무슨 짓이야!?
미안해요...
그리고 작별이에요!
......
표층으로... 돌아왔나?
M4! 정신이 들어?!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 오래 걸렸어?
M4A1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에는 하얀 유닛들의 잔해가 한가득했고, AR-15는 자신 위에 엎어진 검은 소녀를 힘겹게 밀쳐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네가 레벨 2 플랫폼에서 놈들을 처치한 거야?
그렇다는 건... 그 목소리가 이겼군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잠깐... 너... M4 맞아?
네? 네에...
다행이다...
그래서 그 목소린지 뭔지는 어디 갔어?
방금 이 정체불명의 적의 시스템 중추에 침입해서, 목소리가 놈들의 능동 방어 프로그램과 대치하던 틈을 타서 연결을 끊어버렸어요.
덕분에 소체의 제어권도 되찾았고요.
그 목소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그럼 됐어. 너도 힘든 싸움을 했나 보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나도 탄약이 완전히 바닥났는데, 날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어.
네...? 잠깐 사이에 전장으로 돌아왔어요?!
잠깐이라니?
저... 심층에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나요?
하아... 네가 갑자기 이상해졌던 때부터 벌써 24시간은 더 됐어.
세상에...
눈보라를 피해서 어느 민가에 숨어 있다가 다시 전장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안젤리아를 추적하다 저 하얀 놈들과 맞닥뜨렸고.
너한테 씌었던 그 목소리가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한다네 뭐네 하더니, 그대로 몇 시간 동안이나 반응이 없었다고.
그러던 중에 놈들한테 위치를 들켜서 공격받았는데...
남은 탄약이랑 폭약을 있는 대로 써서 겨우겨우 공세를 막아냈나 했더니만, 이번엔 또 이 시꺼먼 녀석이 나타났지 뭐야.
대체 뭐냐고, 이상한 보호막으로 내 총알을 튕겨내고...
그래서 칼로 숨통을 끊으려 했더니, 보기보다 힘이 엄청 세더라!
어휴,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마침 네가 깨어나면서 그대로 작동을 멈췄다니까!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AR-15가 그렇게 흥분한 모습은 처음 보네요.
꼼짝도 안 하는 동료를 놔두고 혼자서 이렇게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누가 침착할 수 있겠어!
죄, 죄송해요...
하아... 괜찮아, 네 탓이 아니니까.
그나저나,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해서 무슨 단서라도 얻은 거 있어?
그 목소리가 저 적들의 정보를 얻었어요.
잠시만요, 다시 마인드맵 기록을 분석해볼게요...
...찾았다, 저들의 병력 배치 현황이에요. 이걸 보면...
상황은 어때?
...심각하네요.
병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이미 도시의 외곽을 포위한 상태예요.
그리고 통신 기록에 따르면... 그리폰 부대는 이미 수송기를 타고 철수한 것 같아요.
쳇... 그럼 어떡하지?
안젤리아 씨는 아직 도시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대략적인 위치를 추정할 수 있어요.
그리고 위치상... 군은 아직 안젤리아 씨를 완전히 포위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유일한 돌파구로 간다면 우리와 거리가 더욱 멀어질 거예요.
우리도 그 돌파구 방향으로 우회할까?
아뇨, 군부대도 계속 이동하고 있어요. 만약 도중에 마주쳤다간 그대로 끝이에요.
그럼... 네 생각은 어때?
안젤리아 씨는 분명 포위망을 뚫으려고 하겠죠. 그러니 아직 그들과 합류할 기회가 있어요. 선택지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군부대를 피해 마지막 철수 지점에서 합류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이탈하기 전에 우리의 위치와 상황을 전달해, 그쪽에서 사람을 보내 주길 기다리는 거예요.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들에게 연락이 닿아야 해요.
후자는 절대 사양할게.
한시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교외에 버려진 방송용 신호탑이 있어요. 거기서 통신 출력을 높이면, 안젤리아 씨와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멀어?
거리가 조금 있고, 군부대가 장악한 구역을 통과해야 해요.
갈수록 태산이네... 부디 안젤리아가 살아서 통신을 받기를 바라야지.
전체 대사 보기 (120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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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 레벨 3 플랫폼인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 목소리가 날 과연 다시 밖으로 꺼내 줄까...
...아니야, 어쩌면 여기 남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그래... 여기서 있으면, 더는 걱정할 일도 없고, 괴로울 일도 없고, 어느 쪽을 골라도 고통일 뿐인 선택을 할 일도 없어.
어쩌면... 내겐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몰라. 내가 지킬 수 있고,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공간...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이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인지도 몰라...
M4A1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둘러보았다.
물론 무엇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보여... 괴로운 일이 없지만... 즐거운 일도 없겠구나.
이게... 쓸쓸하다는 감정일까?
아무것도 없는데도 괴로워지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다른 이들까지 괴로워지지 않는다면... 나 혼자만이 괴로워진다면... 상관없어.
그때, M4A1이 누군가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응...? 저쪽에 누가 있나?
그 오가스인가 하는 목소리...?
아니야, 그 느낌과 달라... 낯설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야...
엘더 브레인이 나에게 억지로 침입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야...!
M4A1이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니, 그곳에는 본 적 없는 소녀가 서 있었다.
......
당신은 누구죠?
......
왜 여기에 있나요?
......
왜 당신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죠?
......
당신은 제 아군인가요?
......
아니면 적인가요?
......
아무것도 말해 줄 생각이 없나요?
아니면... 제가 알아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아서인가요?
......
당신도... 저처럼 여기에 버려진 모양이군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뭘 해도 아무 의미 없는...
...넌 버려지지 않았어.
네?
너만은 버려지지 않았어.
말이 없던 소녀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칠흑 같은 공간에 또다시 M4A1만이 남게 되었다.
<color=#00CCFF>역시 너에게 반응했구나.</color>
<color=#00CCFF>녀석을 만든 사람은 너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아.</color>
뭐라고요?
<color=#00CCFF>녀석은 너와 연결하길 원하지만, 난 여전히 녀석에게 침입할 수가 없어.</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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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핵심 명령일까, 아니면 외장 설비일까?</color>
역시 당신이 한 짓이로군요!
<color=#00CCFF>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color>
방금 그 소녀는 누구죠?
이젠 제 의지마저 꺾으려는 건가요?
<color=#00CCFF>아니, 난 너희가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color>
어둠이 점점 걷히더니, 레벨 2 플랫폼이 나타났다.
<color=#00CCFF>들어왔다.</color>
들어왔다니...
여긴 대체 어디죠?
<color=#00CCFF>처음 보는 적의 시스템 내부. 지금 우린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투했어.</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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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를 심층에서 꺼내 준 거죠?
<color=#00CCFF>흥미로운 것을 발견했거든. 너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어.</color>
<color=#00CCFF>나는 저 정체불명의 유닛의 마인드맵 중추에 침입할 수 없지만, 녀석은 너의 마인드맵에 반응하고 있어.</color>
<color=#00CCFF>방금 네가 본 그 소녀 말이야... 정말로 "소녀"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color>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정체불명의 유닛이라니, 밖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죠?!
<color=#00CCFF>철수하던 도중,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위협과 조우했어.</color>
<color=#00CCFF>그래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해 정보를 얻는 중이야.</color>
<color=#00CCFF>매우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기반상으론 철혈과 별 차이가 없어.</color>
무슨 뜻이죠?
<color=#00CCFF>철혈처럼 오가스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단 뜻이야, 익숙한 단어지?</color>
오가스...
<color=#00CCFF>아무튼, 이 갑자기 출현한 하얀 유닛들은 분명 너와, 나와 관계가 있어.</color>
<color=#00CCFF>너와 비슷한 공명이 느껴지는 데다, 네 것과 같은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보여.</color>
저...
저도... 느껴져요...!
<color=#00CCFF>그래, 엘더 브레인과 연결했을 때 봤던 장면이지. 원래대로라면 너와 나만이 볼 수 있는 건데...</color>
<color=#00CCFF>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해 그 하얀 녀석들의 시스템을 조사하다 찾아냈어.</color>
저들이 왜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거죠...?
<color=#00CCFF>나도 몰라.</color>
<color=#00CCFF>하지만, 엘더 브레인을 놓친 대신 이런 수확을 얻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어.</color>
방금 그 검은 소녀는...
<color=#00CCFF>너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 안 들어?</color>
그건 대체 누구죠?
<color=#00CCFF>나도 몰라.</color>
<color=#00CCFF>그래서 침입하려는 거야.</color>
<color=#00CCFF>하지만 시스템의 저항이 너무 강해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color>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죠?
<color=#00CCFF>놈들이 인근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어. 우리의 모든 연산력과 네 마인드맵을 놈들의 네트워크에 전송해야만 방벽을 돌파할 수 있어. </color>
하지만... 전 마인드맵을 백업할 수 없어요.
<color=#00CCFF>그러니 일을 마치면 다시 마인드맵을 원래 소체로 전송해야 해.</color>
......
<color=#00CCFF>아주 위험한 일이란 건 나도 알아. 만약 마인드맵을 다시 전송하지 못한다면, 넌 영원히 사라지게 되겠지.</color>
<color=#00CCFF>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와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겠어.</color>
<color=#00CCFF>네 AR팀 동료를 위해서, 네 과거를 알아내기 위해서, 여기서 망설이면 안 돼.</color>
너무 위험해요.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이 일을 마치면, 제 몸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면 하겠어요.
AR팀... 그리고 지휘관이 절 기다리고 있어요.
<color=#00CCFF>물론이지, 약속할게.</color>
<color=#00CCFF>나에겐 꼭 알아내야 할 일이 있어.</color>
......
방벽을 뚫었나요?
싫어...! 그걸 씌우지 말아 주세요! 기억을 잃기 싫어요!
저는 실패작이잖아요... 그렇게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죽여 주세요!
아파! 제발 놔 주세요! 제발 그만!
안 돼... 아무것도 안 들려... 아무것도 안 보여...
저 사람... 대체 뭐라는...
아니야, 이건... 저 사람의 기억?
감각이 사라져 가...
아픔도 사라지고 있어...
의식이 사라지고 있어...
아버님... 아직도 제가 필요하신가요...?
목소리가 들리지만, 뚝뚝 끊겨서 들려. 노이즈 때문인가?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죠? 절 구해주러 왔나요...?
아니면... 절 대신하러 왔나요?
<color=#00CCFF>괜찮아, 너에겐 아무 일도 없을 거야.</color>
<color=#00CCFF>넌 그저, 완벽하지 못했기에 선택받지 못했을 뿐이야.</color>
이 목소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전 선택받지 못했어요...
그러니, 그냥 사라지게 해 주세요... 괴물이 되기 싫어요...
그 목소리가... 날 대신하고 있어...
그 목소리가... 날 괴롭히고 있어...
어째서죠? 아버님은... 제가 필요하지 않았나요...?
<color=#00CCFF>너는 필요한 존재야. 우리와 함께라면――</color>
아니야... 당신은 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어요...
제가 더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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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ze=50>제가 더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size>
<color=#00CCFF>너는 죽어선 안 돼. 너는 필요한 존재야.</color>
당신... 저 사람의 의식을 빼앗았군요!
저를 속이고 레벨 3 플랫폼이 가뒀던 것처럼!
<color=#00CCFF>저건 내가 아니야.</color>
<color=#00CCFF>저건 녀석의 기억일 뿐이야.</color>
하지만 저 목소리... 그리고 말투까지, 당신과 똑같잖아요!
역시... 당신은 사기꾼이었어!
설령 저게 정말 당신이 아니더라도, 당신도 똑같은 짓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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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대로네요, 이건 분명 저와 당신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당신을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거예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제가 아니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
제가 아니게...
저는... 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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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그리고 작별이에요!
......
표층으로... 돌아왔나?
M4! 정신이 들어?!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 오래 걸렸어?
M4A1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에는 하얀 유닛들의 잔해가 한가득했고, AR-15는 자신 위에 엎어진 검은 소녀를 힘겹게 밀쳐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네가 레벨 2 플랫폼에서 놈들을 처치한 거야?
그렇다는 건... 그 목소리가 이겼군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잠깐... 너... M4 맞아?
네? 네에...
다행이다...
그래서 그 목소린지 뭔지는 어디 갔어?
방금 이 정체불명의 적의 시스템 중추에 침입해서, 목소리가 놈들의 능동 방어 프로그램과 대치하던 틈을 타서 연결을 끊어버렸어요.
덕분에 소체의 제어권도 되찾았고요.
그 목소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그럼 됐어. 너도 힘든 싸움을 했나 보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나도 탄약이 완전히 바닥났는데, 날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어.
네...? 잠깐 사이에 전장으로 돌아왔어요?!
잠깐이라니?
저... 심층에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나요?
하아... 네가 갑자기 이상해졌던 때부터 벌써 24시간은 더 됐어.
세상에...
눈보라를 피해서 어느 민가에 숨어 있다가 다시 전장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안젤리아를 추적하다 저 하얀 놈들과 맞닥뜨렸고.
너한테 씌었던 그 목소리가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한다네 뭐네 하더니, 그대로 몇 시간 동안이나 반응이 없었다고.
그러던 중에 놈들한테 위치를 들켜서 공격받았는데...
남은 탄약이랑 폭약을 있는 대로 써서 겨우겨우 공세를 막아냈나 했더니만, 이번엔 또 이 시꺼먼 녀석이 나타났지 뭐야.
대체 뭐냐고, 이상한 보호막으로 내 총알을 튕겨내고...
그래서 칼로 숨통을 끊으려 했더니, 보기보다 힘이 엄청 세더라!
어휴,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마침 네가 깨어나면서 그대로 작동을 멈췄다니까!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AR-15가 그렇게 흥분한 모습은 처음 보네요.
꼼짝도 안 하는 동료를 놔두고 혼자서 이렇게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누가 침착할 수 있겠어!
죄, 죄송해요...
하아... 괜찮아, 네 탓이 아니니까.
그나저나,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입해서 무슨 단서라도 얻은 거 있어?
그 목소리가 저 적들의 정보를 얻었어요.
잠시만요, 다시 마인드맵 기록을 분석해볼게요...
...찾았다, 저들의 병력 배치 현황이에요. 이걸 보면...
상황은 어때?
...심각하네요.
병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이미 도시의 외곽을 포위한 상태예요.
그리고 통신 기록에 따르면... 그리폰 부대는 이미 수송기를 타고 철수한 것 같아요.
쳇... 그럼 어떡하지?
안젤리아 씨는 아직 도시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대략적인 위치를 추정할 수 있어요.
그리고 위치상... 군은 아직 안젤리아 씨를 완전히 포위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유일한 돌파구로 간다면 우리와 거리가 더욱 멀어질 거예요.
우리도 그 돌파구 방향으로 우회할까?
아뇨, 군부대도 계속 이동하고 있어요. 만약 도중에 마주쳤다간 그대로 끝이에요.
그럼... 네 생각은 어때?
안젤리아 씨는 분명 포위망을 뚫으려고 하겠죠. 그러니 아직 그들과 합류할 기회가 있어요. 선택지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군부대를 피해 마지막 철수 지점에서 합류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이탈하기 전에 우리의 위치와 상황을 전달해, 그쪽에서 사람을 보내 주길 기다리는 거예요.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들에게 연락이 닿아야 해요.
후자는 절대 사양할게.
한시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교외에 버려진 방송용 신호탑이 있어요. 거기서 통신 출력을 높이면, 안젤리아 씨와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멀어?
거리가 조금 있고, 군부대가 장악한 구역을 통과해야 해요.
갈수록 태산이네... 부디 안젤리아가 살아서 통신을 받기를 바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