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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5 · 이중난수

막이 오른다 Ⅱ

"규칙이란 깨뜨리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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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레멘 시청.

검은 리무진은 전용 주차장에 멈춰 섰고, 비서 차림의 여성이 먼저 차에서 내려 손님들에게 문을 열어 주려 했다.

하지만 그 손님들은 이미 차에서 내린 뒤였다.

안젤리아

......

AK12

그 울릭이란 사람이랑 얘기해본 적 있어?

안젤리아

아니, 이번이 처음 만나는 거야.

하지만 베오그라드에서의 일은 들었지.

그 지휘관과 함께 겪었다는 일들도.

AK12

믿을 만하다 생각해?

안젤리아

정말 믿어도 될지는 직접 보고 판단해야지.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렇게 브레멘의 길바닥을 걷는 것도 다 그 사람이 허가한 덕분이긴 해.

AK12

그렇구나~

몰리도

안젤리아 씨! 이쪽이에요!

AK12

이런 직장에서 여간 힘든 게 아닐 텐데, 비서님은 정말 열심이시네요.

몰리도

괘, 괜찮아요, 전 제 일이 정말 좋거든요.

주석님께 작게나마 제 힘을 보탤 수 있는걸요.

그분이 추구하시는 이념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존을 도모하는 올바른 길이라고, 저는 믿어요.

뭐... 지금으로선 이렇게, 그분 대신 허드렛일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중일 뿐이지만요.

안젤리아

고용주에 대한 존경심이 상당하군요.

몰리도

그렇긴 하지만, 그분은 제 상사시죠. 제 고용주는 이 나라랍니다.

그래도 그토록 훌륭하신 분 밑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요.

AK12

와우.

안젤리아랑 너무 오래 지내서 나도 비관적이 됐나? 이렇게나 순수한 사람은 진작에 멸종한 줄 알았더니만.

안젤리아

지금은 됐지만 너 이따 말조심해라.

첫날부터 쫓겨나긴 싫으니까.

......

똑똑똑.

몰리도

주석님, 몰리도입니다.

안젤리아 씨를 모셔왔습니다.

울릭

들어오세요.

............

울릭

안젤리아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젤리아

...저야말로.

울릭

이쪽 분이 AK-12시겠죠?

이름은 익히 들었습니다, 전술인형 중에서도 군계일학의 엘리트란 명성이 자자하더군요.

AK12

하하하, 인형한테도 칭찬이 아낌없으시네요.

그래도 이 자리선 "루치아"라 불러 주시겠어요?

울릭

루치아요?

안젤리아

이번 임무에서의 코드네임입니다.

울릭

아하, 늑대 무리와 함께이시군요.

몰리도

죄, 죄송합니다 주석님...

안젤리아 씨만 모셔오라고 하셨는데...

울릭

괜찮습니다. 안젤리아 씨는 특별한 입장이시니, 신중을 기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특히나, 저처럼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할 땐 말이죠.

안젤리아

제 업무에 대한 양해와 지원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울릭

같은 목적이니 서로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당신이 수행할 임무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되니까요.

당신이 바라는 결과를, 저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젤리아

그래서, 저 같은 요원 나부랭이에게 무슨 말씀이 하고 싶어 부르셨습니까?

방금 전까지 전 난민 무리에 섞여서 입경 심사를 받았습니다.

지금 이런 곳에서 대화를 나눌 만한 상태가 아니죠.

저야 상관없지만, 사무실이 더러워져도 책임 못 집니다.

울릭

정말 죄송합니다, 입경하자마자 억지로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 불만이신 건 알지만,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예의상 제가 직접 당신을 마중 나갔어야 하지만...

제 현 신분으로선 그러기가 매우 까다로워서요.

당신도 아시겠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시선이 이 사무실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안젤리아

팔디스키에서의 일 때문이겠죠.

울릭

당신은 중요한 증인입니다. 당신의 상사께서도, 저희와의 정보 공유를 위해 일부러 당신을 파견했으리라 봅니다만.

안젤리아

유감스럽게도, 전 지금 상급자가 없는 몸인지라.

울릭

그렇기에 다름 아닌 당신이 오신 겁니다.

안젤리아

그럼 제가 정보를 거저 드리러 온 게 아니란 것도 아시겠군요.

저도 원하는 게 있습니다.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 걸 주고받아야죠.

울릭

물론입니다, 당장 정보를 제공하실 거란 근시안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저 예의상, 당신 같은 분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안젤리아

이렇게 몇 분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목적은 달성됐겠지만 말입니다.

울릭

당신은 항상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정치란 다 그런 거잖아요, 부디 양해해 주길 바라요.

안젤리아

제가 주석님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리폰의 지휘관이 당신을 괜찮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면, 윌리엄의 행각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시겠죠?

울릭

그야 물론입니다.

안젤리아

그럼 충분합니다. 나머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 주길 바라죠.

울릭

도와드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지원을 약속드립니다.

안젤리아

저도,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정보 공유를 약속드리죠.

울릭

감사합니다.

사실, 그러지 않겠다 하시더라도 전 당신을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안젤리아

...어째서죠?

울릭

지금 같은 시대에 선의를 품은 사람은 너무나도 적어요.

당신은 냉정한 모습으로 감추려 하지만, 내면의 열정은 숨길 수 없습니다.

당신, 그리고 베오그라드에서 저를 구해 주신 그리폰의 지휘관님. 두 분처럼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려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세상도 더 좋아질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악인 한두 명을 처단하는 것으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규율로 이 악의를 만들어내는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안젤리아

"세상을 새로 쓸 칼날"로 말입니까?

그럼 저도 충고 하나 해드리죠. 세상을 바꾸려면 당연히 힘이 필요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힘은 자멸을 초래합니다.

제 조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귀하의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울릭

귀담아듣도록 하겠습니다.

안젤리아

흠, 왜 당신이 베오그라드까지 갔는지 납득이 가는군요.

울릭

인정해 주신다니 고마워요.

몰리도 씨, 안젤리아 씨를 거처로 모셔다드리세요.

몰리도

네!

울릭

참, 한 가지 더. 깜빡할 뻔했군요.

똑똑똑.

울릭

들어오세요.

???

실례하겠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거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부르셨습니까, 주석님.

울릭

안젤리아 씨, 브레멘에서 행동하시는 동안 여기 홉스 씨가 당신을 경호해드릴 겁니다.

안젤리아

도망칠 생각 없습니다만.

울릭

그저 당신의 안전을 지켜드리려 하는 겁니다.

AK12

아하하하! 독일인의 개그 센스는 독특하다더니 정말이네!

홉스

...경호실 소속, 홉스라고 합니다.

울릭

홉스 씨는 GSG9에서 사관으로 전역하셨습니다. 여기서는 반년 정도 일하셨죠.

실전 경험도 있는 유능한 분이시니, 믿으셔도 됩니다.

물론 당신의 인형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시내에서 불시에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간이 대처하는 편이 좋거든요.

울릭

그리고 사무 연락이나 지원 요청은 언제든지 몰리도 씨께 부탁하세요.

이제 막 오신 참이니, 브레멘에서 많이 불편한 점이 분명 있겠죠.

몰리도

잘 부탁드립니다!

울릭

현지 사정에도 능통하니, 모든 방면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AK12

실력은 확실한가 보네. 그치, 안젤리아?

안젤리아

알겠습니다.

울릭

그럼, 브레멘에서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 보내시길.

안젤리아

그러도록 하죠.

이쪽에서 소란을 피우게 되더라도 부디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울릭

...노력하겠습니다.

......

몰리도

안젤리아 씨, 은신처로 모셔다드릴게요.

홉스 씨도 같이 가실 건가요?

홉스

제 임무는 브레멘에서의 체류 기간 안젤리아 씨를 경호하는 겁니다.

다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치지 않도록 당부받았습니다.

안젤리아

친절도 하셔라. 그래서요?

홉스

동행 허가를 요청합니다.

안젤리아

피곤한 타입이구만. 루치아, 타.

......

몇 분 후, 울릭이 제공한 임시 거처.

몰리도

좀 난잡하긴 해도, 안전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해요.

저와 홉스 씨는 밖에서 대기할 테니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불러 주세요!

몰리도는 회의실 문을 닫았다.

AN94

왔구나, 안젤리아.

안젤리아

그래... 음?

K는 어디 갔어?

AN94

우리를 여기로 데려다준 후 먼저 떠났다.

아직 업무가 더 남은 듯했다.

AK15

주석과의 만남은 어땠습니까?

안젤리아

딱히 이렇다 할 것도 없었지.

이제 겨우 첫날인걸, 시간은 아직 많아.

AK12

일이 그렇게 생각대로 잘 풀리면 좋겠는데 말이지.

유감이지만, 대화를 들어보니 그 주석님도 전부 다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

안젤리아

연맹의 주석이지, 독일의 총리는 아니니까. 진심으로 도와주려 한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야.

내가 미리 파악한 바로는, 브레멘 내만 따져도 그녀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적지 않더군.

시 정부도 마냥 한마음 한뜻일 순 없단 뜻이지.

AK12

어딜 가도 인간은 똑같다니까.

안젤리아

그래서 의미 없는 분쟁이 1할만 줄어들어도 세상은 천국이 된다는 거야.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독일까지 먼 길을 온 목적을 잊지 말자고.

AK15

이제부터 어떡하겠습니까, 안젤리아?

안젤리아

주변 환경은 대강 파악했으니, 어떻게 움직일지부터 생각하자고.

윌리엄... 하벨 씨한테서 받은 정보는 브레멘을 가리켰지만, 그래도 여전히 범위가 너무 넓어.

그 작자는 아주 교활해, 어딜 가도 놈들이 행동한 결과만 남기고 그들의 목적은 철저히 숨기고 있지.

RPK16

그럼, 어떻게 할지는 이미 정해졌네요.

안젤리아

없는 것보단 낫지만, 지금 우리에겐 단서가 너무 부족해.

적어도 여기가 중요하단 걸 알았으니, 여기저기 들쑤시다 보면 분명 윌리엄의 꼬리를 밟을 수 있을 거야.

RPK16

그렇죠, 여우는 꼬리부터 찾아내야죠.

AK12

풉, 그 말을 네가 하니 웃기다 야.

AN94

그럼 바로 수색을 시작할까?

안젤리아

아니, 현재 상황에서 움직이려는 건 우리만이 아니야.

조급해할 거 없어. 지금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