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난수
EP.13.25 · 이중난수

알레르기 Ⅴ

"철혈인형이 하는 말은 마침표 하나도 믿을 수가 없어!"

-41-2-5First

1 / 76
전체 대사 보기 (75줄)

다 무너져 가는 철혈 기지.

단독 행동 중인 RO635는 조심조심 상황실로 진입했다.

RO635

SOP2 쪽도 별다른 상황은 없어 보이고... 여기도 정말 철혈이 몇 안 남은 모양이네.

통신 설비를 다시 검사한 뒤, RO635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기지 안을 헤매지 않고, 정확히 상황실을 찾아왔음을 확인했다.

RO635

다른 철혈 기지랑 별 차이점이 없구나.

...아, 메인 콘솔은 이쪽이네.

다행이다, 아직 작동해. 연결 개시... 성공. 좋았어.

다운로드 시작...

M16A1은 철혈이 되고서 대체 무슨 일을 겪었을까? 그녀가 실종된 후의 정보는 그리폰은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철혈은 수직형 관리 체계로 인해, 권한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본부의 서버에 접속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그래서 지휘관은 RO635에게 단독 임무를 내렸다.

철혈의 기지에 잠입해, 상황실의 콘솔을 통해 철혈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M16A1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이는 M16A1뿐만이 아니라, M4A1의 행방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RO635

M16은 과연 그때 무슨 심정으로 철혈이 되었을까?

그때부터 모든 일을 계획한 걸까?

다운로드는 순조로웠다.

기지는 거의 다 파괴되었지만, 핵심부의 설비는 아직 멀쩡하게 작동했다.

RO635

내가 조금만 더 눈치가 빨라서 그때 M16을 말렸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RO는 고개를 저었다.

RO635

...이제 와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봤자야.

빨리 다 받고 SOP2와 합류해야지.

아키텍트랑 단둘이면 무슨 사고를 칠까 걱정이――

우웅――

RO635가 정신을 집중하던 그때, 기지의 방송 스피커에서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게이저

<color=#00CCFF>경고한다.</color>

RO635

게이저...?

드디어 미끼를 물었나?

게이저

<color=#00CCFF>그리폰의 인형들, 잘 들어라.</color>

<color=#00CCFF>네놈들은 이미 내 함정에 빠졌다.</color>

<color=#00CCFF>당장 아키텍트를 내놓아라.</color>

<color=#00CCFF>불복한다면... 기지 주위의 포탑들이 현재 너희를 조준 중이다.</color>

<color=#00CCFF>5분 주겠다. 그때까지 아키텍트를 내놓지 않는다면, 남김없이 초토화시켜 버리겠다.</color>

<color=#00CCFF>반복한다, 즉시 아키텍트를 내놓아라.</color>

RO635

——!

밖의 저 포탑들, 아직 움직이는 거였어?!

방송이 툭 끊어지는 동시에, RO635도 다운로드를 끝마쳤다.

RO635

당장 SOP2와 합류해야――?!

게이저

!?

상황실 문 앞에서, RO635는 게이저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둘 다 설마 여기서 상대와 맞닥뜨릴 줄은 예상치 못해 잠시 머뭇했지만...

이내 총구를 들어 상대에게 겨눴다.

타타탕!

두 인형은 말 대신 총탄을 상대에게 퍼부어댔다.

타타타타탕!

그런 와중, RO635는 지금 자신의 상태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게이저와 정면으로 맞붙기 시작하면서, 불안하던 마음이 오히려 한결 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녀를 짓누르는 책임감, 억지로 아키텍트와 어울리느라 쌓인 스트레스가 계속 그녀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 모든 스트레스를 총알과 함께 토해냈다.

"역시 난 전술인형으로 사는 게 편해!" 그녀는 생각했다.

RO635

이 끈질긴 녀석!

비좁은 상황실에서, 서로의 총탄은 금속제 벽면에 튕겨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비록 RO635는 이미 필요한 정보를 확보했지만, 저 눈먼 총알이 이곳의 예민한 기기를 망가뜨리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진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험성이 막 떠오른 그 순간, 총탄 한발이 제어 콘솔의 굵다란 케이블에 명중했다.

파지직!

그러자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게이저

앗?! 큰일――

게이저가 당황하면서, RO635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쿠웅!

상황실에 두꺼운 차단벽이 떨어졌고, 실내의 조명도 동시에 전부 꺼졌다.

게이저

이게 무슨 짓이냐!

갑작스런 상황에, 두 인형은 동시에 공격을 멈추고 엄폐했다.

깜깜해진 상황실은 이제 누전으로 인한 스파크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번, 그리고 우연찮게, RO635와 게이저가 동시에 엄폐물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 두 인형은 또 동시에 무기를 들었다.

RO635

무기 버리고 투항해, 넌 이제 아무 데도 못 가.

게이저

그건 내가 할 소리다, RO635. 무기를 버리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

두 인형은 대치하면서 출구 쪽의 차단벽을 곁눈질했다. 아무리 봐도 인형 둘이서는 절대 들어올리지 못할 듯했다.

이대로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두 인형 모두 서서히 이해했다.

지금은 더 싸워 봤자 의미가 없었다.

RO635

...정말 이렇게 쉽게 미끼를 물 줄은 몰랐는걸.

게이저

그것도 내가 할 소리다.

이 주변에 내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과연 누가 퍼뜨렸을 것 같나?

RO635

그럼 우리가 아키텍트를 데리고 올 테니까?

참 자신만만하네.

게이저

군에게 전멸 직전까지 몰린 그리폰쯤, 나 혼자서 충분하지.

RO635

내가 보기엔 철혈도 꼴이 우리보다 나은 게 없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지휘관님이 여기에 우리만 달랑 보내지 않으셨겠지.

게이저는 반박하지 못했다. 이 기지처럼, 철혈은 완전히 무너진 것이 현실이었다.

RO635

저 차단문, 어떡해야 열려?

게이저

전력 시스템을 다시 연결하지 않는 한은 못 치워.

예비 전원을 쓸 수도 있겠지만, 난 이곳의 통제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이 부족하다.

RO635

그렇군.

RO가 총구를 내렸다.

RO635

게이저, 내 말 잘 들어.

그리폰과 철혈의 싸움은 이제 끝났어. 우리가 이렇게 계속 싸워봤자 의미 없다고.

게이저

아니, 내겐 아직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아키텍트가 살아있는 이상, 내 싸움에는 의미가 있어.

RO635

흥...

그래서, 여기서 이대로 죽치고 있자고?

게이저

아키텍트도 분명 너희와 함께 왔겠지?

본디 녀석의 관할구역이었으니, 예비 전원에 연결할 수 있을 거다.

RO635

그렇구나. 하지만 나 혼자 왔을 수도 있지.

게이저

헛소리 마라.

이 근방에 함정을 수도 없이 설치해 둔 상태다.

아키텍트의 도움 없이 네놈들이 여기까지 도달했을 리가 없어!

RO635

정말로 같이 왔더라도, 절대 녀석이 철혈의 네트워크에 손대게 하지 않을 거야.

멀쩡히 작동하는 포탑들이 저 밖에 있는데, 너희한테 수작 부릴 기회를 줄 것 같아?

게이저

전력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다. 예비 전원을 연결하더라도 포탑들은 가동할 수 없어.

RO635

그러니까, 이제 우린 계속 싸워봤자라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서, 나와 함께 그리폰으로 가겠다고 약속해. 그럼 내가 예비 전원을 연결해볼게.

게이저

너한테 철혈의 권한이 있다고...?

RO635

방금 침투했는데, 다시 한번 더 못할 것도 없지.

게이저

......아키텍트도 거기 있나?

내가 투항한다면, 아키텍트와 다시 만날 수 있나?

RO635

지휘관님께 요청해볼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만나게 해 줄 수 있어.

게이저는 체념한 듯 총을 내려놨다.

게이저

......알았다.

얼른 저 망할 문이나 열어 줘.

RO635는 의외로 순순한 게이저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면서, 다시 제어 콘솔 앞에 섰다.

그리고 시스템에 다시 접속해, 금방 예비 전원 제어 패널을 찾아냈다.

RO635

됐어.

방의 전등이 다시 불을 밝혔고, 굳게 닫혔던 차단벽도 천천히 올라갔다.

RO635와 게이저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RO635가 입을 열려는 그 순간, 게이저는 홱 돌아 도망쳤다.

RO635

야!!!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상황실 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천장의 콘크리트와 지지대가 무너져 내렸지만, 한층 더 민첩해진 RO635는 힘들이지 않고 회피해냈다.

RO635

주피터 포!?

게이저

한 문이라면 예비 전원으로도 움직일 수 있지!

RO635

이 빌어먹을 사기꾼이!

게이저

너 따위랑 그리폰으로 갈쏘냐!

반드시 아키텍트를 찾아내겠어! 넌 거기서 후회와 울분을 안고 파묻혀라!

콰앙!

포탄 한 발이 더 날아와, 상황실을 박살냈다.

RO635는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게이저를 따라잡기엔 이미 늦은 뒤였다.

RO635

제기랄... 일단 사거리에서 벗어나고 SOP2랑 합류한 뒤에 녀석을 어떻게 뒤쫓을지 생각해야겠어.

역시, 철혈의 말은 한 글자도 못 믿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