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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5 · 이중난수

유령자매 Ⅳ

"더는 약 먹기 싫어! 약 먹기 싫어! 나갈래... 내보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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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89줄)

제라토우스트 제약 회사 건물 3층의 어느 사무실.

디스트로이어는 로프에 끌려 올라왔다.

그리고 망가진 가구들을 넘어, 드리머를 찾아 두리번댔다.

디스트로이어

드리머~! 나 왔어!

빨리 충전시켜 줘! 벌써 눈앞이 핑 돌기 시작했다구!

하지만 디스트로이어의 외침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디스트로이어

드으~리이~머어~! 나 왔다니까!

이번에도 대답이 없자, 어느새 움직이질 못하는 디스트로이어에게 고독감이 엄습해 왔다.

디스트로이어

으... 야! 드리머!

나, 날 버리고 간 건 아니지?

나 벌써 못 움직인단 말이야! 빨리 충전해 줘!

이윽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디스트로이어

드리머... 결국 내가 걸림돌만 된다고 질린 거야...?

이제 더는 고쳐 주기 싫어서――

드리머

......

어느 집 멍멍이가 서글프게 우나 해서 나와봤더니... 역시 너구나.

디스트로이어

훌쩍... 너어어! 어디 있었어? 빨리 충전해 줘!

드리머는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는 디스트로이어를 충전 포트로 끌고 가, 케이블을 꽂아 주었다.

잠시 후, 충전된 디스트로이어는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드리머

됐지? 넌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난 저 유년체랑 얘기 좀 할게.

디스트로이어

...응? 무슨 유년체?

드리머

......

안나

풀어 줘! 빨리 풀어 달란 말이야 이 꼬맹이들아!

이따가 416 언니네가 오면 내가 너희 다 밟아 죽일 거야!

디스트로이어

......

드리머

......

드리머가 안나의 입에 종이 뭉치를 쑤셔넣었다.

안나

읍읍...!

<color=#A9A9A9>416 언니! 45 언니! 9 언니! G... 아무튼 빨리 구해 줘!</color>

같은 시각.

지하 3층의 창고.

HK416

이 폐허 더미에서 언제 길을 만들어? 그 사이에 저 땅꼬마 녀석들 다 도망가겠다!

UMP9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는걸?

G11

어두워... 피곤해...

HK416

야! UMP45!

무슨 방법 좀 생각해 봐!

UMP45

방법이야 있지만, 네가 금지라며.

HK416

......

UMP9

엘리베이터는 파괴됐잖아?

버튼은 고사하고, 박스 뚜껑밖에 없는걸?

UMP45

그걸로 충분해♪

UMP45의 미소를 보며, 세 인형은 오한을 느꼈다.

디스트로이어

나, 가동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이젠 5분만 움직여도 눈 돌아갈 지경이야...

빨리 수복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나 정말 유선 인형이 되고 말 거야!

드리머

이제 막 목줄을 채웠으니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 말, 지금 5분 내내 17번이나 반복했어.

디스트로이어

......진짜? 잘못 센 게 아니라?

드리머

하아... 너하고 수다나 떨고 있을 시간 없어. 이 작은 입에서 정보를 캐내야 해.

안나

웁웁웁!

드리머

잘 들으렴, 꼬마야. 난 참을성이 정말정말 모자라단다.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질문할 테니, 2초 안으로 대답해, 알았지?

만약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내면, 그때마다 네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어.

더는 말을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말이야...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이렴.

안나는 울먹이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드리머는 흡족해하며 종이 뭉치를 안나의 입에서 꺼냈다.

드리머

좋아, 그럼――

안나

45 언니, 416 언니!!! 나 여깄어!!! 구해 줘!!!

곧바로 안나의 입에 다른 종이 뭉치가 쑤셔넣어졌다.

드리머

이게 좋게좋게 말하니까 못 알아듣는구나? 내가 꼭 이런 때에까지 도구를 써야겠어?

어디 보자... 흐음, 이 회사가 남긴 진정제는 어떨까? 스코폴라민 성분이 있으면 좋겠는데...

드리머가 뒷춤에서 회사 건물을 뒤지다 찾아낸 앰플을 꺼내 들었다.

안나는 그걸 본 순간 동공이 수축됐다.

디스트로이어

어... 쟤 표정이 좀 이상한데?

드리머

니토한테 엄청 잘 듣는 약인가 봐?

포장도 안 뜯었는데 바로 얌전해졌네.

디스트로이어

저게 뭐가 얌전해진 거야?

발작하잖아!

드리머

걱정 마 걱정 마, 발작하는 녀석을 다루는 건 내가 전문이니까.

디스트로이어

그런 이상한 스킬은 언제 배웠는데?

드리머

어느 비 오는 날에 똥강아지를 주워 왔을 때?

드리머는 안나의 입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안나는 몸을 격하게 부들부들 떨면서, 무어라 중얼댔다.

디스트로이어

쟤 뭐라는 거야?

드리머

강아지 싫어, 강아지 싫어 같은 말 아닐까.

디스트로이어

......

디스트로이어가 조심스레 귀를 기울여봤다.

안나

어두워...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안 보여...

디스트로이어

어두워? 불 켜져서 환한데?

안나

무서워... 무서워, 언니...

우리 대체 어디로 보내지는 거야...?

디스트로이어

......

안나

갑갑해... 숨이 안 쉬어져...

더는 약 먹기 싫어! 약 먹기 싫어!

나갈래... 내보내 줘!

디스트로이어

으아악!? 할퀴지 마!

안나는 두 손을 뻗어, 미친듯이 허공을 긁어댔다.

디스트로이어

얘 왜 이래?!

빨리 어떻게든 해 봐!

드리머

머저리 인형 하나 돌보는 것도 고생인데, 내가 머저리 인간까지 돌봐야 한다니...

디스트로이어

......

드리머는 안나의 양팔을 누른 후, 손으로 턱을 받쳤다.

드리머

자아 그럼... "인간 아동 응급처치 매뉴얼"에서 본대로. 인공호흡부터 실시.

콰앙!

굳게 잠긴 문이 거칠게 열리며 박살났다.

HK416

이 빌어먹을 철혈들, 다 죽어!

UMP9

안나를 내놔!

고함소리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UMP9

여기도 아니잖아!

HK416

젠장, 한 층 더 올라가!

UMP45

잠깐.

HK416

왜 또!

UMP45

이 건물의 네트워크에 침투했는데, 3층의 전력 소모량이 이상하게 높아.

우연인지 3층의 서버 신호도 가장 세네.

UMP9

거기가 놈들의 소굴이구나!

UMP45

빨리 가자, 소모량이 급변했어.

제약 회사 건물 3층의 사무실.

디스트로이어

우웩, 뭐야 그건?!

드리머는 침착하게 얼굴에 묻은 구토물을 닦아냈다.

드리머

인간은 진짜 싫어... 몇 살이든 다 똑같아...

디스트로이어

드리머... 괜찮아...?

드리머

그냥 무해한 약산성 혼합물이야. 냄새가 더티밤 수준으로 지독하지만. 당장에라도 이 녀석의 목을 뽑아버리고 싶어지는걸...

콰앙!

굳게 잠긴 문이 거칠게 열리며 박살났다.

HK416

이 빌어먹을 철혈들, 다 죽어!

UMP9

안나를 내놔!

UMP45

416은 안나를 회수하고, 9이랑 G11은 드리머를 견제. 디스트로이어는 내가 상대하겠어.

드리머

어머나, 내 예상보다 빨리 왔네.

디스트로이어

어, 어떡하지?!

드리머가 남은 철혈 병력을 모조리 가동시켰다.

드리머

이런 말이 있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