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자매 Ⅵ
"당사자가 얼마나 깨끗하게 처리했어도, 과거의 핏자국과 죗값은 씻어낼 수 없지."
여긴... 어디지...?
안나...
누구세요...?
나란다, 파월 아저씨야.
오늘 출발하는 거 잊었니?
출발이요?
그래, 행복한 새 집으로 가는 날이지.
보렴, 새 집의 부모님이 마중 나오셨잖니.
자, 어서 이 약 먹고 여기서 나가 새 집으로 가렴.
시, 싫어요! 가기 싫어요! 모두랑 같이 있을 거예요!
울지 마렴, 안나야. 모두 너와 함께 간단다.
안나가 뒤를 보니, 어린아이의 체격에 맞춰 제작된 목제 상자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그 안의 아이들 모두 그저 잠들었을 뿐이지만, 안나에겐 마치 그들을 위해 짜여진 관 같았다.
싫어! 싫어!
안나의 입에 약이 쑤셔넣어졌고, 순식가에 혀끝이 쓴맛으로 마비되었다.
쉬잇... 아저씨가 들려준 이야기, 기억하니?
어린이는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씨앗이란다.
심어진 씨앗들은... 어떤 건 곧바로 화려한 꽃을 피우고, 또 어떤 건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피어나기도 하지.
그런데, 내가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게 있었구나. 어떤 씨앗은... 영원히 어둠 속에 잠길 운명이란다.
영원히, 영원히, 흙속에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싫어... 싫...
제라토우스트 제약 회사, 3층의 어느 사무실.
안나, 안나!
휴우... 정신이 들어?
416 언니...
괜찮아? 어디 아픈 덴 없고?
응... 괜찮아...
안나가 자다가 일어나면 다 달려들어서 괜찮냐고 묻는데, 왜 난 발로 차...?
그야 쟤는 아직 어린애고, 넌 이미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니까지.
그동안 일하는 도중에 잔 시간만큼 급여도 안 깠는데,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니?
으으...
45 언니... 나, 아주 중요한 게 떠올랐어.
그리폰 임시 기지.
그러니까,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 밑의 실험실에 있던 니토들은 대부분이 고아원에서 왔다고?
고아원들은 윌리엄과 협력 관계를 맺어, 정기적으로 원내 아동을 윌리엄에게 공급했겠군.
그리고 그 "파월"이란 인물이 바로 윌리엄과 고아원의 중개인이고.
그런 것 같아. 고아원에 관한 단서는 안젤리아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용의주도하군...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으니 저항도 못하지.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 고아원은 항상 사람이 넘쳐나서 고생일 테니, 아이 몇 명 실종되더라도 아무도 눈치 못 챌 테고...
잔인한 말이지만, 확실히 이득밖에 없는 장사인 거지.
......
그럼 파월이 접선한 제약 회사는 협력자의 위치였나?
자료에 의하면, 제라토우스트는 금지된 약물을 생산했어. 분명 윌리엄이 수송되는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지시한 거겠지.
안나의 말에 따르면, 그 약은 깊게 잠들게 하는 동시에 호흡 빈도까지 낮추게 한다는데...
일반적인 검문소는 통과할 수 없겠지만, 변방의 작은 검문소는 식은 죽 먹기였겠지.
내 경험상으로도, 그런 작은 데의 검사원을 매수하기는 꽤 쉬워.
그들이 상자에 뭐가 들었는지 알았다면, 과연 마음 편히 침대에 발 뻗고 잘 수 있을까?
지휘관, 모든 인간이 양심이 있는 건 아니야.
그 점에 대해선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잖아.
......
너희가 회수한 약물은 분석에 넘겼어.
우선 안나의 진술에 따르면 이 약엔 결함이 있어, 복용한 아이들 중 일부가 도중에 깨어나기도 한다더군. 이때 협소한 공간에 갇힌 공포로, 상자 벽을 긁는 등의 난동을 부려 산소를 급격하게 소진했겠지.
그리고... 복용 후에 다신 깨어나지 못한 아이들도 있고...
.......
상자 안에서 깨어나지 못한 아이들이 더 운이 좋은 건지, 실험에 동원됐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아이들이 더 운이 좋은 건지...
미안하다, 그런 역겨운 범죄 현장에 보내서.
괜찮아, 현장 자체는 아주 깔끔하게 뒤처리됐거든.
물론... 당사자가 얼마나 깨끗하게 처리했어도, 과거의 핏자국과 죗값은 씻어낼 수 없겠지만.
......
보고는 이상이야.
그럼 우린 그리폰 재건 임무를 속행할게.
그래, 수고해 줘.
보고를 마친 UMP45은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를 배웅한 지휘관은 시선을 창밖에서 놀고 있는 안나와 아이들에게 돌렸다.
천진난만하게 아이들의 얼굴엔, 먹구름 한 점 없었다.
역시, 어린애는 저렇게 웃어야지.
전체 대사 보기 (40줄)
여긴... 어디지...?
안나...
누구세요...?
나란다, 파월 아저씨야.
오늘 출발하는 거 잊었니?
출발이요?
그래, 행복한 새 집으로 가는 날이지.
보렴, 새 집의 부모님이 마중 나오셨잖니.
자, 어서 이 약 먹고 여기서 나가 새 집으로 가렴.
시, 싫어요! 가기 싫어요! 모두랑 같이 있을 거예요!
울지 마렴, 안나야. 모두 너와 함께 간단다.
안나가 뒤를 보니, 어린아이의 체격에 맞춰 제작된 목제 상자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그 안의 아이들 모두 그저 잠들었을 뿐이지만, 안나에겐 마치 그들을 위해 짜여진 관 같았다.
싫어! 싫어!
안나의 입에 약이 쑤셔넣어졌고, 순식가에 혀끝이 쓴맛으로 마비되었다.
쉬잇... 아저씨가 들려준 이야기, 기억하니?
어린이는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씨앗이란다.
심어진 씨앗들은... 어떤 건 곧바로 화려한 꽃을 피우고, 또 어떤 건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피어나기도 하지.
그런데, 내가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게 있었구나. 어떤 씨앗은... 영원히 어둠 속에 잠길 운명이란다.
영원히, 영원히, 흙속에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싫어... 싫...
제라토우스트 제약 회사, 3층의 어느 사무실.
안나, 안나!
휴우... 정신이 들어?
416 언니...
괜찮아? 어디 아픈 덴 없고?
응... 괜찮아...
안나가 자다가 일어나면 다 달려들어서 괜찮냐고 묻는데, 왜 난 발로 차...?
그야 쟤는 아직 어린애고, 넌 이미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니까지.
그동안 일하는 도중에 잔 시간만큼 급여도 안 깠는데,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니?
으으...
45 언니... 나, 아주 중요한 게 떠올랐어.
그리폰 임시 기지.
그러니까, 팔디스키 잠수함 기지 밑의 실험실에 있던 니토들은 대부분이 고아원에서 왔다고?
고아원들은 윌리엄과 협력 관계를 맺어, 정기적으로 원내 아동을 윌리엄에게 공급했겠군.
그리고 그 "파월"이란 인물이 바로 윌리엄과 고아원의 중개인이고.
그런 것 같아. 고아원에 관한 단서는 안젤리아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용의주도하군...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으니 저항도 못하지.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 고아원은 항상 사람이 넘쳐나서 고생일 테니, 아이 몇 명 실종되더라도 아무도 눈치 못 챌 테고...
잔인한 말이지만, 확실히 이득밖에 없는 장사인 거지.
......
그럼 파월이 접선한 제약 회사는 협력자의 위치였나?
자료에 의하면, 제라토우스트는 금지된 약물을 생산했어. 분명 윌리엄이 수송되는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지시한 거겠지.
안나의 말에 따르면, 그 약은 깊게 잠들게 하는 동시에 호흡 빈도까지 낮추게 한다는데...
일반적인 검문소는 통과할 수 없겠지만, 변방의 작은 검문소는 식은 죽 먹기였겠지.
내 경험상으로도, 그런 작은 데의 검사원을 매수하기는 꽤 쉬워.
그들이 상자에 뭐가 들었는지 알았다면, 과연 마음 편히 침대에 발 뻗고 잘 수 있을까?
지휘관, 모든 인간이 양심이 있는 건 아니야.
그 점에 대해선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잖아.
......
너희가 회수한 약물은 분석에 넘겼어.
우선 안나의 진술에 따르면 이 약엔 결함이 있어, 복용한 아이들 중 일부가 도중에 깨어나기도 한다더군. 이때 협소한 공간에 갇힌 공포로, 상자 벽을 긁는 등의 난동을 부려 산소를 급격하게 소진했겠지.
그리고... 복용 후에 다신 깨어나지 못한 아이들도 있고...
.......
상자 안에서 깨어나지 못한 아이들이 더 운이 좋은 건지, 실험에 동원됐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아이들이 더 운이 좋은 건지...
미안하다, 그런 역겨운 범죄 현장에 보내서.
괜찮아, 현장 자체는 아주 깔끔하게 뒤처리됐거든.
물론... 당사자가 얼마나 깨끗하게 처리했어도, 과거의 핏자국과 죗값은 씻어낼 수 없겠지만.
......
보고는 이상이야.
그럼 우린 그리폰 재건 임무를 속행할게.
그래, 수고해 줘.
보고를 마친 UMP45은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를 배웅한 지휘관은 시선을 창밖에서 놀고 있는 안나와 아이들에게 돌렸다.
천진난만하게 아이들의 얼굴엔, 먹구름 한 점 없었다.
역시, 어린애는 저렇게 웃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