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꾼
"우린 꽃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거예요."
독일, 브레멘.
"플로라" 식물 연구소.
안젤리아 씨, guten Morgen!
오늘도 안색이 좋아 보이시네요!
기다리게 했군.
아뇨 아뇨, 이 정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아요! 안젤리아 씨를 위해 봉사하는 게 지금 제 일인걸요.
그리고, 당신처럼 우수한 분 옆에서 견학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기쁘답니다!
아, 홉스 씨도 수고 많으세요!
...아닙니다, 저도 업무이니.
아침 일찍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주석님이 신뢰하시는 우수한 인재신데 당연하죠!
안젤리아 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달라고 누누이 당부하셨거든요.
참, 오시는 길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그럭저럭 괜찮았어, 이 보디가드 씨가 미행하는 차량을 따돌리느라 시간 좀 걸린 거 빼곤.
그래서, 여기야?
네, 여기가 바로 플로라 식물 연구소입니다.
브레멘에서 제일 큰 식물원도 있어서, 1년 사계절 내내 온갖 꽃을 볼 수 있답니다.
흥미 있으시면, 관람 안내해드릴까요?
그렇군...
호의는 고맙지만 나중에.
주석님께서 안젤리아 씨의 요구는 최대한 응해 달라고 말씀하셨지만, 설마 식물 연구에 관심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갑자기 여길 견학하고 싶으시다길래 깜짝 놀랐다니까요.
아, 저도 꽃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과학 연구시설치곤 규모가 상당한걸.
네! 플로라의 연구 빌딩은 브레멘이 자랑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랍니다.
여기 말고도 도시 반대편에 연구소 소유의 꽃밭도 있는데, 거기에 실험이나 연구용 화초를 기른대요.
그렇군.
그런데...
인형분들은 같이 안 오셨나요?
혼자 외출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냥 견학만 하러 온 거니까. 걔네는 있어봤자 시끄럽기만 해.
그리고 그쪽에서 이미 든든한 보디가드를 붙여 줬잖아?
......
그건 그렇네요!
홉스 씨는 보기만 해도 안심이 된다니까요?
특히, 저 멋진 수염!
...수염이?
연구소랑은 연이 없어서, 저도 안에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에요.
실내 화원이 엄청 예쁘네요!
우리와 회면할 사람은 누구지?
아, 잠시만요. 예정을 분명히 잡아 뒀는데...
네! 이쪽이에요!
......
소개드릴게요.
플로라 식물 연구소의 2급 연구원, 리오니 씨세요.
주로 초본식물 분야의 연구를 맡고 계신다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젤리아입니다.
알아요.
범유럽 재건 상호협조 위원회의 조사팀이시라고요. 여긴 무슨 볼일이신진 모르겠지만.
책임자치곤 상당히 젊으시군요.
정말 유능하신가 봐요?
...과찬이십니다.
전 그저 꽃을 돌보는 연구원일 뿐일걸요.
업무 중에 갑작스레 들이닥쳐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연구 작업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구경하세요.
네? 안내 안 해 주세요?
죄송하지만, 전 가이드가 아니라 연구원이라서요.
누구나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죠.
...그래도 제 일자리가 이 온실이니, 궁금한 것 있으시면 개의치 말고 물어보세요.
아... 그렇군요...
그,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다지 환영받는 분위긴 아니군요.
그럴 리가요, 울릭 주석님의 손님이신데요.
그리고 브레멘 시정부도 저희의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해 줬거든요.
이 정도 요구쯤, 들어드릴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당신이 담당하는 연구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만.
...플로라 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식물 배양과 변이 관련 연구입니다.
인류의 과오로 인해 파괴된 이 세상에, 붕괴 오염 속에서 살 수 있는 건 식물뿐이니까요.
달리 말하자면, 저희는 식물에서 "미래"를 찾고 있는 거죠.
"미래"를 찾는다고요?
연구원답지 않은 말이네요, 리오니 씨는 의외로 낭만적이신가 봐요.
낭만적인가요?
객관적으로도 가장 정확한 묘사라 생각합니다만.
현재, 인류에게선 전혀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사람보다 훨씬 먼저 절망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냈죠.
지금부터라도 배우지 않으면, 우리는 멸종이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게 될 겁니다.
식물에게서 미래로의 길을 찾는다...
기상천외한 발상이군요.
아무리 기다려도 변하지 않는 인류보단, 느리지만 묵묵히 성장하는 식물이 훨씬 믿을 만하죠.
그래서, 이 꽃에선 무슨 성과라도 얻으셨나요?
아주... 많은 성과를 얻었죠.
...너무 오래 얘기했군요.
나머지는 여러분 마음대로 구경해 주시기 바랍니다.
리오니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온실의 반대편으로 가 온도계를 확인했다.
아이 참, 마중까지 나왔으면서 동행은 안 해 주네요.
홉스 씨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그런 걸까요?
그 말엔 동의할 수 없군요.
히익, 노려보지 말아 주세요!
농담이에요, 농담.
직접 들어와서 보니 더 확실하게 체감되네, 규모가 터무니없어.
화초 연구에 이렇게나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다니...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
그렇게 무작정 단정하면 안 돼요, 안젤리아 씨.
시대가 이런 만큼, 우린 항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느라 바쁘잖아요?
하지만 꽃은 아니죠.
향기도 색도 다 생명으로서의 요소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에요.
물론 생존에는 실속이 아주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품격을 버려서도 안 되죠.
그렇기에 우린 꽃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거예요.
좋은 말이긴 한데, 내 질문하곤 전혀 상관없지 않아?
그, 그냥 제 생각이에요!
이 연구소의 규모가 이렇게 큰 이유는, 독일의 항 ELID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이 여기서 진행되고 있어서예요.
벌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데요!
제 말 맞죠, 리오니 씨?
......
들은 척도 안 하네요...
왠지 일부러 피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역시 저희가 너무 갑작스레 방문해서 화난 걸까요?
그렇게 단순한 이유라면 좋겠는데 말이지.
으음... 제가 봐도 리오니 씨는 방금 말다툼으로 화낼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아니야.
그 정도는 말다툼도 아니지. 그냥 내 질문을 저쪽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을 뿐이야.
안젤리아가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렇게나 큰 온실인데, 우리 말곤 아무도 안 보인다고.
이상하지 않아?
네?
...너무 조용하군.
제 말이 틀립니까, 리오니 씨?
......
안젤리아의 질문에, 몇 걸음 밖의 리오니는 움찔했다.
다른 연구원들은 어디 있습니까?
이만한 온실을 당신 혼자 관리한다는 뻔한 거짓말은 안 하겠죠?
갑작스런 불청객인지라... 관계 없는 인원은 조기 퇴근시켰습니다.
불청객이라.
참 가시 돋친 호칭이군요.
저희가 아주 잠시 견학하러 온 것 가지고 하루치 일과를 통째로 미루다니, 아주 후한 대접인걸요?
그야, 당신은 울릭 주석의 귀빈이니까요.
수법이 너무 뻔해.
척.
눈 깜짝할 사이에, 안젤리아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어 리오니에게 겨눴다.
리오니는 이에 당황했고, 홉스도 반사적으로 손을 허리춤에 댔다.
어어?! 저 저, 잠깐만요! 왜 갑자기 총을 뽑으세요?!
안젤리아 씨!?
묻잖아, 다른 직원들 다 어디 갔냐고.
......
리오니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입은 전혀 열지 않았다.
뚜우우――
안젤리아의 통신기가 스산하던 분위기를 깼다.
어때, 뭣 좀 찾았어?
연구소 지하에서 대기 중인 무장 인원 다수 발견.
함정이다. 안젤리아, 당장 빠져나와라.
...알았다.
오자마자 본격적으로 나오다니, 이거 준비운동할 여유도 없겠군.
저기요.. 함정이라뇨? 무장 인원?
대체 무슨 소리예요? 대체 무슨 일이냐고요!
사태 파악이 끝난 홉스도 재빨리 총을 뽑아 리오니를 조준했다.
손 들고 엎드려!
흥...
두 사람의 총부리가 향해 눈에 띄게 동요하던 리오니가, 대뜸 콧방귀를 뀌었다.
승부는... 당신이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정해졌어.
리오니의 말과 함께, 안젤리아의 머리 위에서 치익 소리가 났다.
바람과 함께 연황색 가루가 뿌려져, 순식간에 온실 안을 가득 채웠다.
이건... 꼬, 꽃가루?!
크윽!
코를 찌르는 냄새에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눈앞이 소용돌이치더니, 순식간에 주위의 경치가 변했다.
무슨...?!
안젤리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역겨운 자식...
식물이 인류의 미래네 뭐네 지껄인 주제에, 그걸로 사람을 농락해?
난데없는 폐허에서, ELID 감염자들이 기어나와 안젤리아에게 달려들었다.
꽃가루에 환각 작용이 있는 꽃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하다니... 개량된 품종인가?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헛것임을, 안젤리아는 잘 알았다.
다 환각이야... 다 가짜라고...
모를 리 없었지만...
다가오는 감염자들을 보며, 안젤리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엉뚱한 녀석이 맞을 수도 있지만, 원망 마라...
그리고 총구를 저 "감염자들"에게 돌려,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었다.
——!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비틀어 권총을 놓쳐 버렸다.
손목의 통증과 함께, 그녀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전체 대사 보기 (103줄)
독일, 브레멘.
"플로라" 식물 연구소.
안젤리아 씨, guten Morgen!
오늘도 안색이 좋아 보이시네요!
기다리게 했군.
아뇨 아뇨, 이 정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아요! 안젤리아 씨를 위해 봉사하는 게 지금 제 일인걸요.
그리고, 당신처럼 우수한 분 옆에서 견학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기쁘답니다!
아, 홉스 씨도 수고 많으세요!
...아닙니다, 저도 업무이니.
아침 일찍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주석님이 신뢰하시는 우수한 인재신데 당연하죠!
안젤리아 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달라고 누누이 당부하셨거든요.
참, 오시는 길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그럭저럭 괜찮았어, 이 보디가드 씨가 미행하는 차량을 따돌리느라 시간 좀 걸린 거 빼곤.
그래서, 여기야?
네, 여기가 바로 플로라 식물 연구소입니다.
브레멘에서 제일 큰 식물원도 있어서, 1년 사계절 내내 온갖 꽃을 볼 수 있답니다.
흥미 있으시면, 관람 안내해드릴까요?
그렇군...
호의는 고맙지만 나중에.
주석님께서 안젤리아 씨의 요구는 최대한 응해 달라고 말씀하셨지만, 설마 식물 연구에 관심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갑자기 여길 견학하고 싶으시다길래 깜짝 놀랐다니까요.
아, 저도 꽃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과학 연구시설치곤 규모가 상당한걸.
네! 플로라의 연구 빌딩은 브레멘이 자랑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랍니다.
여기 말고도 도시 반대편에 연구소 소유의 꽃밭도 있는데, 거기에 실험이나 연구용 화초를 기른대요.
그렇군.
그런데...
인형분들은 같이 안 오셨나요?
혼자 외출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냥 견학만 하러 온 거니까. 걔네는 있어봤자 시끄럽기만 해.
그리고 그쪽에서 이미 든든한 보디가드를 붙여 줬잖아?
......
그건 그렇네요!
홉스 씨는 보기만 해도 안심이 된다니까요?
특히, 저 멋진 수염!
<color=#A9A9A9>...수염이?</color>
연구소랑은 연이 없어서, 저도 안에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에요.
실내 화원이 엄청 예쁘네요!
우리와 회면할 사람은 누구지?
아, 잠시만요. 예정을 분명히 잡아 뒀는데...
네! 이쪽이에요!
......
소개드릴게요.
플로라 식물 연구소의 2급 연구원, 리오니 씨세요.
주로 초본식물 분야의 연구를 맡고 계신다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젤리아입니다.
알아요.
범유럽 재건 상호협조 위원회의 조사팀이시라고요. 여긴 무슨 볼일이신진 모르겠지만.
책임자치곤 상당히 젊으시군요.
정말 유능하신가 봐요?
...과찬이십니다.
전 그저 꽃을 돌보는 연구원일 뿐일걸요.
업무 중에 갑작스레 들이닥쳐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연구 작업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구경하세요.
네? 안내 안 해 주세요?
죄송하지만, 전 가이드가 아니라 연구원이라서요.
누구나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죠.
...그래도 제 일자리가 이 온실이니, 궁금한 것 있으시면 개의치 말고 물어보세요.
아... 그렇군요...
그,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다지 환영받는 분위긴 아니군요.
그럴 리가요, 울릭 주석님의 손님이신데요.
그리고 브레멘 시정부도 저희의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해 줬거든요.
이 정도 요구쯤, 들어드릴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당신이 담당하는 연구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만.
...플로라 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식물 배양과 변이 관련 연구입니다.
인류의 과오로 인해 파괴된 이 세상에, 붕괴 오염 속에서 살 수 있는 건 식물뿐이니까요.
달리 말하자면, 저희는 식물에서 "미래"를 찾고 있는 거죠.
"미래"를 찾는다고요?
연구원답지 않은 말이네요, 리오니 씨는 의외로 낭만적이신가 봐요.
낭만적인가요?
객관적으로도 가장 정확한 묘사라 생각합니다만.
현재, 인류에게선 전혀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사람보다 훨씬 먼저 절망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냈죠.
지금부터라도 배우지 않으면, 우리는 멸종이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게 될 겁니다.
식물에게서 미래로의 길을 찾는다...
기상천외한 발상이군요.
아무리 기다려도 변하지 않는 인류보단, 느리지만 묵묵히 성장하는 식물이 훨씬 믿을 만하죠.
그래서, 이 꽃에선 무슨 성과라도 얻으셨나요?
아주... 많은 성과를 얻었죠.
...너무 오래 얘기했군요.
나머지는 여러분 마음대로 구경해 주시기 바랍니다.
리오니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온실의 반대편으로 가 온도계를 확인했다.
아이 참, 마중까지 나왔으면서 동행은 안 해 주네요.
홉스 씨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그런 걸까요?
그 말엔 동의할 수 없군요.
히익, 노려보지 말아 주세요!
농담이에요, 농담.
직접 들어와서 보니 더 확실하게 체감되네, 규모가 터무니없어.
화초 연구에 이렇게나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다니...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
그렇게 무작정 단정하면 안 돼요, 안젤리아 씨.
시대가 이런 만큼, 우린 항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느라 바쁘잖아요?
하지만 꽃은 아니죠.
향기도 색도 다 생명으로서의 요소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에요.
물론 생존에는 실속이 아주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품격을 버려서도 안 되죠.
그렇기에 우린 꽃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거예요.
좋은 말이긴 한데, 내 질문하곤 전혀 상관없지 않아?
그, 그냥 제 생각이에요!
이 연구소의 규모가 이렇게 큰 이유는, 독일의 항 ELID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이 여기서 진행되고 있어서예요.
벌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데요!
제 말 맞죠, 리오니 씨?
......
들은 척도 안 하네요...
왠지 일부러 피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역시 저희가 너무 갑작스레 방문해서 화난 걸까요?
그렇게 단순한 이유라면 좋겠는데 말이지.
으음... 제가 봐도 리오니 씨는 방금 말다툼으로 화낼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아니야.
그 정도는 말다툼도 아니지. 그냥 내 질문을 저쪽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을 뿐이야.
안젤리아가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렇게나 큰 온실인데, 우리 말곤 아무도 안 보인다고.
이상하지 않아?
네?
...너무 조용하군.
제 말이 틀립니까, 리오니 씨?
......
안젤리아의 질문에, 몇 걸음 밖의 리오니는 움찔했다.
다른 연구원들은 어디 있습니까?
이만한 온실을 당신 혼자 관리한다는 뻔한 거짓말은 안 하겠죠?
갑작스런 불청객인지라... 관계 없는 인원은 조기 퇴근시켰습니다.
불청객이라.
참 가시 돋친 호칭이군요.
저희가 아주 잠시 견학하러 온 것 가지고 하루치 일과를 통째로 미루다니, 아주 후한 대접인걸요?
그야, 당신은 울릭 주석의 귀빈이니까요.
수법이 너무 뻔해.
척.
눈 깜짝할 사이에, 안젤리아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어 리오니에게 겨눴다.
리오니는 이에 당황했고, 홉스도 반사적으로 손을 허리춤에 댔다.
어어?! 저 저, 잠깐만요! 왜 갑자기 총을 뽑으세요?!
안젤리아 씨!?
묻잖아, 다른 직원들 다 어디 갔냐고.
......
리오니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입은 전혀 열지 않았다.
뚜우우――
안젤리아의 통신기가 스산하던 분위기를 깼다.
어때, 뭣 좀 찾았어?
<color=#00CCFF>연구소 지하에서 대기 중인 무장 인원 다수 발견.</color>
<color=#00CCFF>함정이다. 안젤리아, 당장 빠져나와라.</color>
...알았다.
오자마자 본격적으로 나오다니, 이거 준비운동할 여유도 없겠군.
저기요.. 함정이라뇨? 무장 인원?
대체 무슨 소리예요? 대체 무슨 일이냐고요!
사태 파악이 끝난 홉스도 재빨리 총을 뽑아 리오니를 조준했다.
손 들고 엎드려!
흥...
두 사람의 총부리가 향해 눈에 띄게 동요하던 리오니가, 대뜸 콧방귀를 뀌었다.
승부는... 당신이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정해졌어.
리오니의 말과 함께, 안젤리아의 머리 위에서 치익 소리가 났다.
바람과 함께 연황색 가루가 뿌려져, 순식간에 온실 안을 가득 채웠다.
이건... 꼬, 꽃가루?!
크윽!
코를 찌르는 냄새에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눈앞이 소용돌이치더니, 순식간에 주위의 경치가 변했다.
무슨...?!
안젤리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역겨운 자식...
식물이 인류의 미래네 뭐네 지껄인 주제에, 그걸로 사람을 농락해?
난데없는 폐허에서, ELID 감염자들이 기어나와 안젤리아에게 달려들었다.
꽃가루에 환각 작용이 있는 꽃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하다니... 개량된 품종인가?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헛것임을, 안젤리아는 잘 알았다.
다 환각이야... 다 가짜라고...
모를 리 없었지만...
다가오는 감염자들을 보며, 안젤리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엉뚱한 녀석이 맞을 수도 있지만, 원망 마라...
그리고 총구를 저 "감염자들"에게 돌려,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었다.
——!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비틀어 권총을 놓쳐 버렸다.
손목의 통증과 함께, 그녀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