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 무덤
"꽃줄기를 빨아먹는 진딧물이, 자신이 잘못했다 생각할까요?"
독일, 브레멘.
플로라 연구소 산하 화원.
으음~ 향기 좋네요~
설마 너랑 한 조를 짜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
인간과 대화해야 하는 임무인데, 에르빈이랑 안티아는 서투르잖아요.
저나 당신처럼 말주변이 좋은 인형이 적임이죠.
말주변 좋은 건 나 하나로 충분하거든?
넌 지금 권총도 안 챙겨 왔잖아, 싸움이라도 나면 그냥 짐짝이지.
이 임무는 총 쓸 일도 없는데 들고 와봤자 거추장스러운걸요, 그래서 에르빈의 케이스에 넣어 뒀죠.
그리고 믿음직한 우리 루치아 선배가 있는데, 제가 빈손이어도 아무 문제 없을 텐데요 뭐.
말 나와서 말인데, 왜 내가 네 선배야?
너, 나보다 얼마나 늦게 출고됐길래 그래?
언제나 존경스럽고 믿음직한 대장이잖아요, 에르빈한테서 자주 들었어요.
셋이서 함께 훈련하던 이야기를요... 정말 부럽더라니까요.
걔가 그런 걸 추억이랍시고 이야기할 리가 없는데...
아니, 애당초 걔가 잡담을 할 리가 없잖아.
대체 그건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어?
글쎄요, 과연 어떨까요?
어쩌면 제가 에르빈한테 들려 달라 졸랐을 수도 있고, 저희 둘이 선배의 생각보다 훨씬 돈독한 관계일 수도 있죠.
또 어쩌면 에르빈은 전혀 말한 적 없고, 제가 단순히 망상을 지껄였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좋지만 표정 관리는 좀 하지?
너 웃는 거 진짜 징그럽거든.
네에? 너무하시네요, 전 최대한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는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싫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생존 방식을 선택했잖아.
그럼 당연히 타인에게 배척받을 각오도 했겠지?
"이런 생존 방식"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는 제 스타일에 문제 있다고 느낀 적 없어서요.
꽃줄기를 빨아먹는 진딧물이, 자신이 잘못했다 생각할까요?
...그럼 그냥 터놓고 말하지 뭐.
너한테선 항상 위험한 냄새밖에 안 나.
너와 잘 어울릴 수 있겠다 싶은 사람도 있기는 있겠지만...
나한테 너는 맹독 범벅인 캣닙으로 밖에 안 보여.
헤에...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선배도 비유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화법이 마음에 드나요?
전 그런 인간의 화법이 참 좋아요.
어떤 일을 다른 일에 비유해 돌려 말하는 것.
마치 제가 세상을 얼마나 아는지 시험하는 기분이에요.
그냥 어쩌다 나온 소리야.
그리고 비유법도 내가 너보다 잘 써.
저쪽에 누가 있네요.
잡담은 이쯤 해야겠네요.
가서 인사해봐야죠.
으음?
아이고, 정말 예쁜 아가씨들이네요.
어머나, 칭찬 고마워요.
그런데 처음 보는 여성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호색한 이탈리아인인 줄 알걸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여기선 아리따운 여성을 볼 일이 드물어서 말이죠.
두 분은 이런 곳에 무슨 일이신가요?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
미녀와 꽃, 잘 어울리잖아요?
꽃향기도 좋은 걸 보니, 당신 같은 분들이 정성들여 키운 덕분이겠네요.
아, 그러시군요...
자기 입으로 미녀라 하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자기 입으로 미녀라니, 과연 선배네요.
왜, 틀린 말도 아니잖아. 그쵸?
어우, 아무렴요!
그걸 대놓고 토다는 사람까지 있네!
저 꽃밭이 다 플로라 연구소에 예속된 거라면서요?
굉장하네요, 이렇게 직접 보니 사진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커서 깜짝 놀랐어요.
그야 물론입죠! 자랑은 아닙니다만, 이 나라 어디를 둘러봐도 이렇게 큰 화초 재배지는 또 없을 겁니다!
저렇게 많은 꽃을, 플로라 연구소가 다 연구에 쓰나요?
하하하, 설마요.
대략 5~6할 정도 납품합니다.
5~6할이라... 그래도 엄청난 양이네요.
그걸 다 어디다 쓴대요?
그거야 저도 모르죠.
솔직히 관심도 없고요! 그걸 무침으로 만들어 먹는다더라도 저희랑 무슨 상관입니까?
고생해서 기른 아이들일 텐데, 매정하시군요.
그럼 나머지는요? 다 버리나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깝게스리.
다 다른 데다 팔죠. 꽃집이나 예식장처럼 꽃이 잔뜩 필요한 데다가요.
플로라 연구소 산하긴 하지만, 단순한 계약 관계거든요.
그러니 그쪽의 요구량만 채우고 나면 나머진 저희 마음대로 해도 된답니다.
......
두 인형은 잠깐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봐요.
억, 과, 관리자님!
일하다 말고 웬 농땡인가요 아저씨...
여기서 농땡이 부려도 되는 건 저뿐이라고요.
수확에 지장 생겨도 몰라요... 어라? 누군가요 이 예쁘장한 아가씨들은. 아저씨가 데려온 꽃 판매원인가요?
와아, 저 사람 어쩜 저렇게 선배보다 말을 예쁘게 할 수 있죠?
저 사람 입을 좀 더 크게 벌려 줘도 괜찮을까요?
마음대로 해.
오우, 아름다운 여인이 입술을 만져 주신다니 과분한 포상인데요.
우와아... 저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징그러운 사람이에요.
당신이 이 분들의 상사신가요?
네, 제가 이곳의 관리자입니다.
...그렇죠, 아저씨?
어...
그, 그야 물론입죠!
플로라에서 파견 나온 관리자십니다.
들으셨죠?
그렇대요.
왠지 모르게 얼빵한 사람이네.
아까 전부터 옆에서 지켜봤는데 말이죠...
두 분 뭡니까? 느닷없이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설마, 산업 스파이인가요?
그런 거였어요!?
아까 전부터 훔쳐봤다고요?
정말 변태같네요.
관리자분께서 켕기는 게 없으시다면, 당당하게 말을 걸지 그러셨어요.
슬금슬금, 저희가 뭘 물어보나 궁금하신 것처럼.
산업 스파이는 사실 당신 아니에요?
네에? 제가요?
에이, 그럴 리가요... 하하하...
꽤 많은 걸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잠깐 예쁜 아가씨들이랑 얘기 좀 나누실래요?
조금 신경쓰여서 말이에요.
이 아저씨가 참 재밌는 말을 했거든요.
여성의 부탁을 거절하진 않으시겠죠?
저, 전 아무것도 안 말했습니다!
그,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기괴해진 분위기를 눈치챈 듯, 농부는 부리나케 도망갔다.
버리고 갔네요.
저기 잠깐만요!
저 아저씨 너무하네, 친해진 줄 알았더니만!
거짓말은 그만하시죠, 관리자 씨?
저 아저씨들이랑 안 익숙하죠?
딱 봐도 낯설어하던데, 서로 알게 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겠죠?
...아.
어때요, 관리자 씨?
당신이 아는 걸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야아...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네.
그럼 두 분, 따라오시죠.
여기입니다... 들어가시죠.
...음?
어머나.
두 인형이 방 안으로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뒤에서 문이 쾅 닫혔다.
미리 경고했잖습니까.
여긴 아가씨들 같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니라고요.
어머나, 속았네.
이런, 함정이었군요.
안의 완전무장한 병사들을 보면서, 두 인형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전체 대사 보기 (75줄)
독일, 브레멘.
플로라 연구소 산하 화원.
으음~ 향기 좋네요~
설마 너랑 한 조를 짜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
인간과 대화해야 하는 임무인데, 에르빈이랑 안티아는 서투르잖아요.
저나 당신처럼 말주변이 좋은 인형이 적임이죠.
말주변 좋은 건 나 하나로 충분하거든?
넌 지금 권총도 안 챙겨 왔잖아, 싸움이라도 나면 그냥 짐짝이지.
이 임무는 총 쓸 일도 없는데 들고 와봤자 거추장스러운걸요, 그래서 에르빈의 케이스에 넣어 뒀죠.
그리고 믿음직한 우리 루치아 선배가 있는데, 제가 빈손이어도 아무 문제 없을 텐데요 뭐.
말 나와서 말인데, 왜 내가 네 선배야?
너, 나보다 얼마나 늦게 출고됐길래 그래?
언제나 존경스럽고 믿음직한 대장이잖아요, 에르빈한테서 자주 들었어요.
셋이서 함께 훈련하던 이야기를요... 정말 부럽더라니까요.
걔가 그런 걸 추억이랍시고 이야기할 리가 없는데...
아니, 애당초 걔가 잡담을 할 리가 없잖아.
대체 그건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어?
글쎄요, 과연 어떨까요?
어쩌면 제가 에르빈한테 들려 달라 졸랐을 수도 있고, 저희 둘이 선배의 생각보다 훨씬 돈독한 관계일 수도 있죠.
또 어쩌면 에르빈은 전혀 말한 적 없고, 제가 단순히 망상을 지껄였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좋지만 표정 관리는 좀 하지?
너 웃는 거 진짜 징그럽거든.
네에? 너무하시네요, 전 최대한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는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싫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생존 방식을 선택했잖아.
그럼 당연히 타인에게 배척받을 각오도 했겠지?
"이런 생존 방식"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는 제 스타일에 문제 있다고 느낀 적 없어서요.
꽃줄기를 빨아먹는 진딧물이, 자신이 잘못했다 생각할까요?
...그럼 그냥 터놓고 말하지 뭐.
너한테선 항상 위험한 냄새밖에 안 나.
너와 잘 어울릴 수 있겠다 싶은 사람도 있기는 있겠지만...
나한테 너는 맹독 범벅인 캣닙으로 밖에 안 보여.
헤에...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선배도 비유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화법이 마음에 드나요?
전 그런 인간의 화법이 참 좋아요.
어떤 일을 다른 일에 비유해 돌려 말하는 것.
마치 제가 세상을 얼마나 아는지 시험하는 기분이에요.
그냥 어쩌다 나온 소리야.
그리고 비유법도 내가 너보다 잘 써.
저쪽에 누가 있네요.
잡담은 이쯤 해야겠네요.
가서 인사해봐야죠.
으음?
아이고, 정말 예쁜 아가씨들이네요.
어머나, 칭찬 고마워요.
그런데 처음 보는 여성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호색한 이탈리아인인 줄 알걸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여기선 아리따운 여성을 볼 일이 드물어서 말이죠.
두 분은 이런 곳에 무슨 일이신가요?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
미녀와 꽃, 잘 어울리잖아요?
꽃향기도 좋은 걸 보니, 당신 같은 분들이 정성들여 키운 덕분이겠네요.
아, 그러시군요...
<color=#A9A9A9>자기 입으로 미녀라 하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color>
자기 입으로 미녀라니, 과연 선배네요.
왜, 틀린 말도 아니잖아. 그쵸?
어우, 아무렴요!
<color=#A9A9A9>그걸 대놓고 토다는 사람까지 있네!</color>
저 꽃밭이 다 플로라 연구소에 예속된 거라면서요?
굉장하네요, 이렇게 직접 보니 사진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커서 깜짝 놀랐어요.
그야 물론입죠! 자랑은 아닙니다만, 이 나라 어디를 둘러봐도 이렇게 큰 화초 재배지는 또 없을 겁니다!
저렇게 많은 꽃을, 플로라 연구소가 다 연구에 쓰나요?
하하하, 설마요.
대략 5~6할 정도 납품합니다.
5~6할이라... 그래도 엄청난 양이네요.
그걸 다 어디다 쓴대요?
그거야 저도 모르죠.
솔직히 관심도 없고요! 그걸 무침으로 만들어 먹는다더라도 저희랑 무슨 상관입니까?
고생해서 기른 아이들일 텐데, 매정하시군요.
그럼 나머지는요? 다 버리나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깝게스리.
다 다른 데다 팔죠. 꽃집이나 예식장처럼 꽃이 잔뜩 필요한 데다가요.
플로라 연구소 산하긴 하지만, 단순한 계약 관계거든요.
그러니 그쪽의 요구량만 채우고 나면 나머진 저희 마음대로 해도 된답니다.
......
두 인형은 잠깐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봐요.
억, 과, 관리자님!
일하다 말고 웬 농땡인가요 아저씨...
여기서 농땡이 부려도 되는 건 저뿐이라고요.
수확에 지장 생겨도 몰라요... 어라? 누군가요 이 예쁘장한 아가씨들은. 아저씨가 데려온 꽃 판매원인가요?
와아, 저 사람 어쩜 저렇게 선배보다 말을 예쁘게 할 수 있죠?
저 사람 입을 좀 더 크게 벌려 줘도 괜찮을까요?
마음대로 해.
오우, 아름다운 여인이 입술을 만져 주신다니 과분한 포상인데요.
우와아... 저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징그러운 사람이에요.
당신이 이 분들의 상사신가요?
네, 제가 이곳의 관리자입니다.
...그렇죠, 아저씨?
어...
그, 그야 물론입죠!
플로라에서 파견 나온 관리자십니다.
들으셨죠?
그렇대요.
왠지 모르게 얼빵한 사람이네.
아까 전부터 옆에서 지켜봤는데 말이죠...
두 분 뭡니까? 느닷없이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설마, 산업 스파이인가요?
그런 거였어요!?
아까 전부터 훔쳐봤다고요?
정말 변태같네요.
관리자분께서 켕기는 게 없으시다면, 당당하게 말을 걸지 그러셨어요.
슬금슬금, 저희가 뭘 물어보나 궁금하신 것처럼.
산업 스파이는 사실 당신 아니에요?
네에? 제가요?
에이, 그럴 리가요... 하하하...
꽤 많은 걸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잠깐 예쁜 아가씨들이랑 얘기 좀 나누실래요?
조금 신경쓰여서 말이에요.
이 아저씨가 참 재밌는 말을 했거든요.
여성의 부탁을 거절하진 않으시겠죠?
저, 전 아무것도 안 말했습니다!
그,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기괴해진 분위기를 눈치챈 듯, 농부는 부리나케 도망갔다.
버리고 갔네요.
저기 잠깐만요!
저 아저씨 너무하네, 친해진 줄 알았더니만!
거짓말은 그만하시죠, 관리자 씨?
저 아저씨들이랑 안 익숙하죠?
딱 봐도 낯설어하던데, 서로 알게 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겠죠?
...아.
어때요, 관리자 씨?
당신이 아는 걸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야아...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네.
그럼 두 분, 따라오시죠.
여기입니다... 들어가시죠.
...음?
어머나.
두 인형이 방 안으로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뒤에서 문이 쾅 닫혔다.
미리 경고했잖습니까.
여긴 아가씨들 같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니라고요.
어머나, 속았네.
이런, 함정이었군요.
안의 완전무장한 병사들을 보면서, 두 인형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