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체스
"인간은 등급이 나뉠수록 어떻게든 우월감을 얻으려고 애쓴다니까요."
원활한 스토리 감상을 위해, 먼저 "삼각공세·시작"을 열람하시기 바랍니다.
......
참 재밌지 않아요?
난민 격리 구역 내 거주구, A 구역.
뭐가 말이지?
아까 전의 방송도 그렇고 여기의 난민들도 그렇고, 우릴 별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난민들은 깔끔한 옷차림과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자들을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무척 증오했다.
RPK-16와 AK-15가 거주구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봤고, 심지어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무언의 시비를 거는 자도 있었다.
그들에게 무기는 없다.
단순 혐오에서 비롯된 도발 행위니 위협은 없어.
인간은 등급이 나뉠수록 어떻게든 우월감을 얻으려고 애쓴다니까요.
인형 입장에서, 그런 자기기만은 개그로밖에 안 보이지만요.
만약 그들에게 지금보다도 지위가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건 임무 밖이다.
RPK-16 길가에 널려 있던 난민의 옷가지 몇 벌을 슬쩍해, 코트를 AK-15에게 건넸다.
그럼 대신 프로세스 하나 추가할게요.
인간 최소 두 명이,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싶은가 봐요.
벌써 따라붙었나.
브레멘에 들어오기 전 안젤리아의 뒤를 밟던 사람들과 비슷해요. 솜씨는 꽝이지만, 미행이 붙었단 건 사실이죠.
누구라도 좋으니 훌륭한 솜씨를 보여 주길 바랐는데, 실망이네요.
시시해서 의욕이 떨어지는 기분은 안 들어요, 에르빈?
나도 파악했다. 도청한 통신 내용을 공유하겠다.
흐음... 저 둘 말고도 더 있나 보네요.
그래도 하나하나 정성껏 대접해야겠죠?
안젤리아가 최대한 발포를 자제하라 했다만.
에이, 적을 해치우는 데 꼭 총을 써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해치운다"는 결과일 뿐, 중요한 건 과정이에요.
어쩔 셈이지?
RPK-16가 품에서 검은 블록 몇 개를 꺼냈다.
위장 잘 하세요.
사람 낚는 인형이 되어 보자고요.
......
여기는 A 리더. 목표를 재관측했다. 지금 건물 밖으로 나왔다.
A 팀이 추적을 속행한다.
알았다. B 팀이 목표를 앞질러 포위할 것이다.
하지만 주의하도록. 상대는 평범한 전술인형이 아니다. 이미 추적하던 두 팀이 전부 당했으니 신중하게 대응하라.
난민으로 위장했으니 신체의 윤곽을 관찰해서 놓치지 말도록.
알았다. A 팀은 지금부터 전기충격봉을 사용하겠다. 목표와 조우하는 즉시 공격하겠다.
여기는 B 팀. 정말 비살상 무기로 충분할까?
상대의 위험도는 상정한 것보다 훨씬 높은데.
충격봉의 전압이라면 인간이든 인형이든 바로 기절한다.
그리고, 저 두 인형은 그 기지에서의 작전에 참여했다. 저들 머릿속의 정보는 너희 머리에 든 것보다 훨씬 값어치 있어.
걱정 마라.
놈들의 신호를 특정했으니, 선제권은 우리에게 있다.
그렇다면야. B 팀은 다음 귀퉁이에서 앞질러 A 팀과 함께 포위 공격하겠다.
흥, 여전히 파월을 쫓느라 정신이 없군. 그놈은 그냥 미끼일 뿐인데 말이야.
목표는 계속 이동 중. 우릴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A 팀은 현재 인파 속에서 은신 중. 목표까지 거리 약 15m.
날고 기어봤자 인형이지.
B 팀, 현재 속도를 유지하라. 포위하는 즉시 바로 움직인다.
A 팀, 주의하라. 목표가 갈라졌다.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까와 같은 수작인가?
똑같은 수에 또 당할까 보냐.
잠깐... 뭔가 이상하군. A 팀, 목표 중 하나가 그쪽으로 이동한다!
그거 잘됐군, 쫓을 수고를 덜었어.
난민으로 위장한 잠복 경찰은 코트 밑으로 전기충격봉을 숨긴 채, 건너편에서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지켜봤다.
신호 추적기에도 감지되니, 저 사람은 분명 목표인 인형 중 하나였다.
잠복 경찰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 모자를 눌러쓴 사람을 전기충격봉으로 찔렀고, 그자는 바로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그리고 대기하던 두 명이 쓰러진 목표를 끌고,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식은 죽 먹기네. 모자 벗겨.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우리 손에서――
하지만 그들이 붙잡은 건 인형이 아니었다. 전기충격에 게거품을 문 중년 남성이었다.
아닛...?
애꿎은 민간인을 괴롭히면 못 써요, 경찰 아저씨~
!!!
잠복 경찰은 전기충격봉으로 RPK-16을 찌르려 했지만, 순식간에 팔이 꺾이고 가슴을 찔려 역으로 자기가 감전되었다.
이에, 다른 두 경찰들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었다.
......
잠시 후, 잠복 경찰들이 골목 밖으로 튕겨 나왔다. RPK-16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위를 살핀 후, 의식을 잃은 그들을 다시 골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A 팀!? A 팀!
무슨 일이냐 A 팀! 응답해!
여기는 B 팀!
문제가 발생했다! 목표가 4개로 늘어났――
아니, 지금 8개로 분열했다!
제기랄, 미끼다!
신호기를 난민들에게 부착해 교란하는 거다!
신호 추적기는 무시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가?!
차, 찾았다!
잠깐, 바로 뒤에...?! 빨리 총 꺼내――
으아아악!!
B 팀? B 팀!
눈 깜짝할 새에 두 팀이 당하다니... 설마, 처음부터 추적당한 건 우리였나?!
그, 그렇다면 이 통신도...!
추적조를 지휘하던 경찰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전기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부수고 바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발을 막 내디딘 순간, 누가 뒤에서 목덜미를 붙잡았다.
소대의 지휘관이 임무 실패라고 줄행랑치려 하다뇨~ 너무 의리 없지 않나요?
방금 땀을 닦았던 그의 이마에서, 다시 식은땀이 흘렀다.
이판사판으로 총을 뽑아 들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뻗은 팔을 바로 RPK-16에게 붙잡혔고, 몸이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하면서 바닥에 내리쳐졌다.
처리 완료. 놈들의 지휘관을 붙잡았나?
하마터면 도망칠 뻔했지 뭐예요.
이 망할 인형들! 내가 누군지 알아?!
하찮은 기계들이 감히 이런――
어머, 이분은 상당한 차별주의자신가 보네요.
너무 걱정 마세요, 전 인간과는 다르게 아주 관대한 마음씨를 지닌 인형이랍니다.
당신 배후의 주모자와 계획만 털어놓으신다면, 그 차별적인 발언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헛소리 집어치워!
우린 경찰이야! 공무집행자를 공격하고 멀쩡하게 브레멘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나!
이 공무원 아저씨, 아무래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요.
에르빈, 이 바보 한스 좀 설득해 주실래요?
알았다.
AK-15는 그 남자의 옷깃을 붙잡고, 마루포대처럼 버려진 집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서 살덩이에 주먹이 꽂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기어나왔지만, 바로 AK-15에게 발을 붙잡히곤 다시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왜 다들 사서 고생하나 모르겠어요.
대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요.
그렇죠, 한스 아저씨?
RPK-16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사뿐사뿐 방에 들어왔다.
AK-15에게 얻어터진 그 남자는 얼굴은 코피로 범벅이었고, 눈도 거의 못 뜨는 지경이었다.
난... 한스...가...
당신 이름은 안 궁금해요.
자아 그럼, 이제 저희 질문에 대답할 마음이 드시나요?
나... 나는...
어머, 아직도 말할 생각이 없으시군요? 그 의지에 경의를 표할게요, 진심으로요.
에르빈, 한 코스 추가 부탁해요.
마, 말할게! 다 말할게!
제발! 살려 줘어어어!!!
...몇 분 후.
와아... 정말 흥미롭네요. 인간이 이렇게나 재밌는 계획을 생각해내다니.
안젤리아에게 전달할까?
당연하죠. 덤으로 제 아이디어도 전해 주세요.
정말 그렇게 할 셈인가?
그런 대놓고 함정에 들어가는 행위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천국에 도달했다며 행복해하는 순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어차피 최종적으로 목표를 생포하기만 하면, 안젤리아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눈감아 줄걸요?
그럼 지루한 임무에 약간의 재미를 첨가해서 나쁠 것 없겠죠?
못 말리겠군...... 마음대로 해라.
난민 거주구, A 구역.
어느 건물의 방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감시 설비 앞에서 분주하게 작업 중이었다.
기계의 알림음과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쇄되어 나오는 서류를 작업 인원이 계속해서 감시 모니터와 대조하고 계산했다.
그들의 지휘자는 방금 끓인 커피를 들고, 정보의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상황 보고해.
놈들이 추적조를 습격하고 신호를 감췄습니다. 현재 다시 색출 중입니다.
소련제 로봇 주제에 잘도 저질렀군... 감시 카메라는?
확인 중이지만, 해당 구역의 카메라들이 고장으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빨리 복구해. 분명 이 틈에 이동할 테니 놓쳐선 안 돼.
파월이 잡혀가기 전에 그 소련년과 장난감들을 잡지 못하면, 우린 국물도 없어!
아, 알겠습니다...
......아, 찾았습니다! 놈들을 포착했습니다!
복권에라도 당첨된 듯한 환호에, 지휘자는 물론 옆자리의 사람들도 고개를 기울였다.
감시 모니터에는 두 인형이 보였다. 한 명은 단발머리고, 한 명은 장신이었다.
누추한 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이 매우 눈에 띄어, 그들은 수시로 난민의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현재 위치는 파월이 몇 분 전 건물과 건물 사이로 지나간 그곳이었다.
인형들은 난민 구호 협회의 사무실 건물 밖에 도착해, 잠깐 주위를 살피고선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갔다.
특징 일치합니다. 목표가 A 구역에서 이쪽으로 보낸 인형들입니다.
흐흐흐, 지들 딴엔 안 들킨 줄 아나 보지?
인근의 잠복 인원들에게 대기 지시를 내렸습니다.
좋아, 당장 포위해!
......
모니터 너머로 건물을 포위한 특수부대가 돌입을 준비했고,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건물 안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모두가 특수부대원들의 바디캠으로 건물의 내부 상황을 관찰했다.
1층 양호, 이동하는 물체 없음.
......
마지막 방 앞에 도달. 브리칭 준비...
퍼엉!
양호.
양호!
...보고. 건물 내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지시 대기 중. 이상.
뭐라고?!
다시 확인해 봐! 다른 통로로 빠져나가진 않았나!?
주변 감시 카메라에도 그들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
놈들에게 속은 것 같습니다. 그들... 지금 어...면......
통신이 점점 노이즈로 뒤덮였다.
이봐? 이봐!
제기랄, 이건 또 어떻게 된 거야?
통신에 교란이... 아니, 다른 통신 채널이 끼어들었습니다!
다른 채널...?
네에, 잠시 실례할게요~
?!!
조롱하는 투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지휘자는 바로 침묵 지시를 내리고 통신의 음량을 높였다. 그리고 바로 옆의 부하에게 발신지의 위치를 추적하게 했다.
저희가 난민 거주구는 오늘 처음 와보는 거라서요, 아직 많이 낯서네요.
그쪽 분들이 친절하게도 도와주신 덕분에 많이 편했지만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네에? 저희가 왜 여기 왔는지 이미 잘 알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흐음... 이렇게 하죠. 우리, 정보를 교환해요.
정보를 교환하자고?
당신들이 누구 편인지, 누구에게 저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말해 주세요.
보답으로, 저희의 다음 행동 목표를 가르쳐 드릴게요.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싫으세요? 너무 아쉽네요~
(위치 파악까지 얼마나 걸려?)
(20초만 더 주십시오!)
그래... 생각은 해보지. 하지만 먼저 그쪽의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성의요? 그거야 간단하죠.
기왕 이렇게 된 거, 직접 마주보면서 얘기를 나누도록 해요.
뭐라...?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굳게 막혀 있던 창문이 뚫리면서 그 키 큰 인형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순발력이 좋은 일부 인원들이 바로 총을 뽑아 사격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공격받아 쓰러질 뿐이었다.
창문에서 약간 거리가 있던 지휘자도 바로 총을 뽑아 들었지만, 가느다란 손이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그의 손목을 붙잡아 비틀었다.
크윽! 말도 안 돼...!?
안 될 게 어디 있나요, 그냥 감시 영상을 위조하고 덩굴을 따라 더듬어 여길 찾아냈을 뿐인걸요.
그저 당신들이 "기계"를 과신한 탓이에요, 그렇죠?
그는 저항하려 했지만, 바로 뒤통수를 얻어맞아 맥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어머나, 힘도 별로 안 줬는데 바로 기절했네요.
심문할 필요 없나?
지금은 좀 바쁘잖아요.
궁금한 건 이 설비들한테 물어보면 충분해요.
자, 이분들의 목숨도 소중하니 다 밖에 갖다 버리세요.
AK-15는 제압한 인원들을 휙휙 밖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RPK-16는 통신 설비 옆에 앉아, 케이블을 연결해 스캔했다.
...몇 분 후.
......
그렇구나.
뭘 알아냈지?
통신 기록과 내용 모두 레벨 2 플랫폼에 있는데, 보안 조치가 아주 종잇장 수준이네요.
이 바보 한스들은 아무래도 너무 오래 평화롭게 지내서 테러하는 법도 잊었나 봐요.
학원비만 낸다면, 제가 직접 강의해 주고 싶을 정도예요.
중요 정보는 없나?
데이터베이스를 통째로 다운로드했는데, 다 시시한 것들뿐이에요.
나중에 안젤리아 씨한테 정리하라 하죠.
자아 그럼... 슬슬 때가 됐을 텐데요.
상대의 반응 속도가 예측보다 훨씬 느리군.
진짜 아마추어들이라니까요.
저쪽도, 학원비만 낸다면 한 과목 더 가르쳐 줄 수 있는데.
다음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폭음이 난민 거주구를 덮쳤다.
RPK-16과 AK-15가 있던 건물이 불길에 삼켜졌고, 어떤 그림자가 망원경으로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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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FFFF00>원활한 스토리 감상을 위해, 먼저 "삼각공세·시작"을 열람하시기 바랍니다.</color>
......
참 재밌지 않아요?
난민 격리 구역 내 거주구, A 구역.
뭐가 말이지?
아까 전의 방송도 그렇고 여기의 난민들도 그렇고, 우릴 별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난민들은 깔끔한 옷차림과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자들을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무척 증오했다.
RPK-16와 AK-15가 거주구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봤고, 심지어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무언의 시비를 거는 자도 있었다.
그들에게 무기는 없다.
단순 혐오에서 비롯된 도발 행위니 위협은 없어.
인간은 등급이 나뉠수록 어떻게든 우월감을 얻으려고 애쓴다니까요.
인형 입장에서, 그런 자기기만은 개그로밖에 안 보이지만요.
만약 그들에게 지금보다도 지위가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건 임무 밖이다.
RPK-16 길가에 널려 있던 난민의 옷가지 몇 벌을 슬쩍해, 코트를 AK-15에게 건넸다.
그럼 대신 프로세스 하나 추가할게요.
인간 최소 두 명이,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싶은가 봐요.
벌써 따라붙었나.
브레멘에 들어오기 전 안젤리아의 뒤를 밟던 사람들과 비슷해요. 솜씨는 꽝이지만, 미행이 붙었단 건 사실이죠.
누구라도 좋으니 훌륭한 솜씨를 보여 주길 바랐는데, 실망이네요.
시시해서 의욕이 떨어지는 기분은 안 들어요, 에르빈?
나도 파악했다. 도청한 통신 내용을 공유하겠다.
흐음... 저 둘 말고도 더 있나 보네요.
그래도 하나하나 정성껏 대접해야겠죠?
안젤리아가 최대한 발포를 자제하라 했다만.
에이, 적을 해치우는 데 꼭 총을 써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해치운다"는 결과일 뿐, 중요한 건 과정이에요.
어쩔 셈이지?
RPK-16가 품에서 검은 블록 몇 개를 꺼냈다.
위장 잘 하세요.
사람 낚는 인형이 되어 보자고요.
......
여기는 A 리더. 목표를 재관측했다. 지금 건물 밖으로 나왔다.
A 팀이 추적을 속행한다.
<color=#00CCFF>알았다. B 팀이 목표를 앞질러 포위할 것이다.</color>
<color=#00CCFF>하지만 주의하도록. 상대는 평범한 전술인형이 아니다. 이미 추적하던 두 팀이 전부 당했으니 신중하게 대응하라.</color>
<color=#00CCFF>난민으로 위장했으니 신체의 윤곽을 관찰해서 놓치지 말도록.</color>
알았다. A 팀은 지금부터 전기충격봉을 사용하겠다. 목표와 조우하는 즉시 공격하겠다.
여기는 B 팀. 정말 비살상 무기로 충분할까?
상대의 위험도는 상정한 것보다 훨씬 높은데.
<color=#00CCFF>충격봉의 전압이라면 인간이든 인형이든 바로 기절한다.</color>
<color=#00CCFF>그리고, 저 두 인형은 그 기지에서의 작전에 참여했다. 저들 머릿속의 정보는 너희 머리에 든 것보다 훨씬 값어치 있어.</color>
걱정 마라.
놈들의 신호를 특정했으니, 선제권은 우리에게 있다.
그렇다면야. B 팀은 다음 귀퉁이에서 앞질러 A 팀과 함께 포위 공격하겠다.
흥, 여전히 파월을 쫓느라 정신이 없군. 그놈은 그냥 미끼일 뿐인데 말이야.
목표는 계속 이동 중. 우릴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A 팀은 현재 인파 속에서 은신 중. 목표까지 거리 약 15m.
날고 기어봤자 인형이지.
B 팀, 현재 속도를 유지하라. 포위하는 즉시 바로 움직인다.
<color=#00CCFF>A 팀, 주의하라. 목표가 갈라졌다.</color>
<color=#00CCFF>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color>
아까와 같은 수작인가?
똑같은 수에 또 당할까 보냐.
<color=#00CCFF>잠깐... 뭔가 이상하군. A 팀, 목표 중 하나가 그쪽으로 이동한다!</color>
그거 잘됐군, 쫓을 수고를 덜었어.
난민으로 위장한 잠복 경찰은 코트 밑으로 전기충격봉을 숨긴 채, 건너편에서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지켜봤다.
신호 추적기에도 감지되니, 저 사람은 분명 목표인 인형 중 하나였다.
잠복 경찰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 모자를 눌러쓴 사람을 전기충격봉으로 찔렀고, 그자는 바로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그리고 대기하던 두 명이 쓰러진 목표를 끌고,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식은 죽 먹기네. 모자 벗겨.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우리 손에서――
하지만 그들이 붙잡은 건 인형이 아니었다. 전기충격에 게거품을 문 중년 남성이었다.
아닛...?
애꿎은 민간인을 괴롭히면 못 써요, 경찰 아저씨~
!!!
잠복 경찰은 전기충격봉으로 RPK-16을 찌르려 했지만, 순식간에 팔이 꺾이고 가슴을 찔려 역으로 자기가 감전되었다.
이에, 다른 두 경찰들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었다.
......
잠시 후, 잠복 경찰들이 골목 밖으로 튕겨 나왔다. RPK-16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위를 살핀 후, 의식을 잃은 그들을 다시 골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color=#00CCFF>A 팀!? A 팀!</color>
<color=#00CCFF>무슨 일이냐 A 팀! 응답해!</color>
여기는 B 팀!
문제가 발생했다! 목표가 4개로 늘어났――
아니, 지금 8개로 분열했다!
<color=#00CCFF>제기랄, 미끼다!</color>
<color=#00CCFF>신호기를 난민들에게 부착해 교란하는 거다!</color>
<color=#00CCFF>신호 추적기는 무시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가?!</color>
차, 찾았다!
잠깐, 바로 뒤에...?! 빨리 총 꺼내――
으아아악!!
B 팀? B 팀!
눈 깜짝할 새에 두 팀이 당하다니... 설마, 처음부터 추적당한 건 우리였나?!
그, 그렇다면 이 통신도...!
추적조를 지휘하던 경찰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전기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부수고 바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발을 막 내디딘 순간, 누가 뒤에서 목덜미를 붙잡았다.
소대의 지휘관이 임무 실패라고 줄행랑치려 하다뇨~ 너무 의리 없지 않나요?
방금 땀을 닦았던 그의 이마에서, 다시 식은땀이 흘렀다.
이판사판으로 총을 뽑아 들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뻗은 팔을 바로 RPK-16에게 붙잡혔고, 몸이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하면서 바닥에 내리쳐졌다.
처리 완료. 놈들의 지휘관을 붙잡았나?
하마터면 도망칠 뻔했지 뭐예요.
이 망할 인형들! 내가 누군지 알아?!
하찮은 기계들이 감히 이런――
어머, 이분은 상당한 차별주의자신가 보네요.
너무 걱정 마세요, 전 인간과는 다르게 아주 관대한 마음씨를 지닌 인형이랍니다.
당신 배후의 주모자와 계획만 털어놓으신다면, 그 차별적인 발언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헛소리 집어치워!
우린 경찰이야! 공무집행자를 공격하고 멀쩡하게 브레멘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나!
이 공무원 아저씨, 아무래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요.
에르빈, 이 바보 한스 좀 설득해 주실래요?
알았다.
AK-15는 그 남자의 옷깃을 붙잡고, 마루포대처럼 버려진 집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서 살덩이에 주먹이 꽂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기어나왔지만, 바로 AK-15에게 발을 붙잡히곤 다시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왜 다들 사서 고생하나 모르겠어요.
대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요.
그렇죠, 한스 아저씨?
RPK-16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사뿐사뿐 방에 들어왔다.
AK-15에게 얻어터진 그 남자는 얼굴은 코피로 범벅이었고, 눈도 거의 못 뜨는 지경이었다.
난... 한스...가...
당신 이름은 안 궁금해요.
자아 그럼, 이제 저희 질문에 대답할 마음이 드시나요?
나... 나는...
어머, 아직도 말할 생각이 없으시군요? 그 의지에 경의를 표할게요, 진심으로요.
에르빈, 한 코스 추가 부탁해요.
마, 말할게! 다 말할게!
제발! 살려 줘어어어!!!
...몇 분 후.
와아... 정말 흥미롭네요. 인간이 이렇게나 재밌는 계획을 생각해내다니.
안젤리아에게 전달할까?
당연하죠. 덤으로 제 아이디어도 전해 주세요.
정말 그렇게 할 셈인가?
그런 대놓고 함정에 들어가는 행위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천국에 도달했다며 행복해하는 순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어차피 최종적으로 목표를 생포하기만 하면, 안젤리아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눈감아 줄걸요?
그럼 지루한 임무에 약간의 재미를 첨가해서 나쁠 것 없겠죠?
못 말리겠군...... 마음대로 해라.
난민 거주구, A 구역.
어느 건물의 방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감시 설비 앞에서 분주하게 작업 중이었다.
기계의 알림음과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쇄되어 나오는 서류를 작업 인원이 계속해서 감시 모니터와 대조하고 계산했다.
그들의 지휘자는 방금 끓인 커피를 들고, 정보의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상황 보고해.
놈들이 추적조를 습격하고 신호를 감췄습니다. 현재 다시 색출 중입니다.
소련제 로봇 주제에 잘도 저질렀군... 감시 카메라는?
확인 중이지만, 해당 구역의 카메라들이 고장으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빨리 복구해. 분명 이 틈에 이동할 테니 놓쳐선 안 돼.
파월이 잡혀가기 전에 그 소련년과 장난감들을 잡지 못하면, 우린 국물도 없어!
아, 알겠습니다...
......아, 찾았습니다! 놈들을 포착했습니다!
복권에라도 당첨된 듯한 환호에, 지휘자는 물론 옆자리의 사람들도 고개를 기울였다.
감시 모니터에는 두 인형이 보였다. 한 명은 단발머리고, 한 명은 장신이었다.
누추한 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이 매우 눈에 띄어, 그들은 수시로 난민의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현재 위치는 파월이 몇 분 전 건물과 건물 사이로 지나간 그곳이었다.
인형들은 난민 구호 협회의 사무실 건물 밖에 도착해, 잠깐 주위를 살피고선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갔다.
특징 일치합니다. 목표가 A 구역에서 이쪽으로 보낸 인형들입니다.
흐흐흐, 지들 딴엔 안 들킨 줄 아나 보지?
인근의 잠복 인원들에게 대기 지시를 내렸습니다.
좋아, 당장 포위해!
......
모니터 너머로 건물을 포위한 특수부대가 돌입을 준비했고,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건물 안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모두가 특수부대원들의 바디캠으로 건물의 내부 상황을 관찰했다.
<color=#00CCFF>1층 양호, 이동하는 물체 없음.</color>
......
<color=#00CCFF>마지막 방 앞에 도달. 브리칭 준비...</color>
<color=#00CCFF>퍼엉!</color>
<color=#00CCFF>양호.</color>
<color=#00CCFF>양호!</color>
<color=#00CCFF>...보고. 건물 내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지시 대기 중. 이상.</color>
뭐라고?!
다시 확인해 봐! 다른 통로로 빠져나가진 않았나!?
주변 감시 카메라에도 그들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
<color=#00CCFF>놈들에게 속은 것 같습니다. 그들... 지금 어...면......</color>
통신이 점점 노이즈로 뒤덮였다.
이봐? 이봐!
제기랄, 이건 또 어떻게 된 거야?
통신에 교란이... 아니, 다른 통신 채널이 끼어들었습니다!
다른 채널...?
<color=#00CCFF>네에, 잠시 실례할게요~</color>
?!!
조롱하는 투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지휘자는 바로 침묵 지시를 내리고 통신의 음량을 높였다. 그리고 바로 옆의 부하에게 발신지의 위치를 추적하게 했다.
<color=#00CCFF>저희가 난민 거주구는 오늘 처음 와보는 거라서요, 아직 많이 낯서네요.</color>
<color=#00CCFF>그쪽 분들이 친절하게도 도와주신 덕분에 많이 편했지만요~</color>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color=#00CCFF>네에? 저희가 왜 여기 왔는지 이미 잘 알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color>
<color=#00CCFF>흐음... 이렇게 하죠. 우리, 정보를 교환해요.</color>
정보를 교환하자고?
<color=#00CCFF>당신들이 누구 편인지, 누구에게 저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말해 주세요.</color>
<color=#00CCFF>보답으로, 저희의 다음 행동 목표를 가르쳐 드릴게요.</color>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color=#00CCFF>싫으세요? 너무 아쉽네요~</color>
(위치 파악까지 얼마나 걸려?)
(20초만 더 주십시오!)
그래... 생각은 해보지. 하지만 먼저 그쪽의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color=#00CCFF>성의요? 그거야 간단하죠.</color>
<color=#00CCFF>기왕 이렇게 된 거, 직접 마주보면서 얘기를 나누도록 해요.</color>
뭐라...?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굳게 막혀 있던 창문이 뚫리면서 그 키 큰 인형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순발력이 좋은 일부 인원들이 바로 총을 뽑아 사격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공격받아 쓰러질 뿐이었다.
창문에서 약간 거리가 있던 지휘자도 바로 총을 뽑아 들었지만, 가느다란 손이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그의 손목을 붙잡아 비틀었다.
크윽! 말도 안 돼...!?
안 될 게 어디 있나요, 그냥 감시 영상을 위조하고 덩굴을 따라 더듬어 여길 찾아냈을 뿐인걸요.
그저 당신들이 "기계"를 과신한 탓이에요, 그렇죠?
그는 저항하려 했지만, 바로 뒤통수를 얻어맞아 맥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어머나, 힘도 별로 안 줬는데 바로 기절했네요.
심문할 필요 없나?
지금은 좀 바쁘잖아요.
궁금한 건 이 설비들한테 물어보면 충분해요.
자, 이분들의 목숨도 소중하니 다 밖에 갖다 버리세요.
AK-15는 제압한 인원들을 휙휙 밖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RPK-16는 통신 설비 옆에 앉아, 케이블을 연결해 스캔했다.
...몇 분 후.
......
그렇구나.
뭘 알아냈지?
통신 기록과 내용 모두 레벨 2 플랫폼에 있는데, 보안 조치가 아주 종잇장 수준이네요.
이 바보 한스들은 아무래도 너무 오래 평화롭게 지내서 테러하는 법도 잊었나 봐요.
학원비만 낸다면, 제가 직접 강의해 주고 싶을 정도예요.
중요 정보는 없나?
데이터베이스를 통째로 다운로드했는데, 다 시시한 것들뿐이에요.
나중에 안젤리아 씨한테 정리하라 하죠.
자아 그럼... 슬슬 때가 됐을 텐데요.
상대의 반응 속도가 예측보다 훨씬 느리군.
진짜 아마추어들이라니까요.
저쪽도, 학원비만 낸다면 한 과목 더 가르쳐 줄 수 있는데.
다음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폭음이 난민 거주구를 덮쳤다.
RPK-16과 AK-15가 있던 건물이 불길에 삼켜졌고, 어떤 그림자가 망원경으로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