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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5 · 이중난수

망설임 금물 Ⅰ

"난 아직 살아있지만, 곧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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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54줄)

......

안젤리아

......2분.

의식을 잃었던 시간.

......10분.

바닥에서 허우적댄 시간.

겨우 일어나 그 빌어먹을 무전기를 집어 들었지만,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주위에도 더 이상 말이 없는 사람들이 잔뜩이었다.

다리가 송곳에 찔린 듯 아팠지만, 지금으로선 스카프로 하나마나인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1분 동안...

...생각했다.

지금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10초 후, 결론을 내렸다.

아직 살아있지만, 곧 죽는다고.

난민 격리 구역, 거주구의 어느 옥상.

안젤리아

......

몰리도

안젤리아 씨...

저렇게 혼자 내버려둬도 괜찮을까요?

J

잠깐 머리 좀 식히라고 하죠.

홉스

안색이 안 좋더군. 방금 본 것에 놀란 건지...

J

제가 보기엔 다른 생각 중인 것 같은데요. 그래도 신사로서 여성의 비밀을 추궁해선 안 되겠죠.

안 그래요, 아저씨?

홉스

......

몰리도

그만하세요... 겨우 그 광경을 머릿속에서 떨쳐냈더니만...

...몇 분 전.

지상에서 난동을 부리는 난민들을 피해, 안젤리아 일행은 건물의 옥상을 넘나들었다.

그러던 와중, 몰리도가 갑자기 멈춰섰다.

안젤리아

몰리도! 멈추지 말라니까!

몰리도

저... 저기 저거... 뭐예요?

몰리도가 가리킨 방향은 수많은 시체가 쌓인 으슥한 골목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시체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J

환각제 때문에 실성한 걸까요?

홉스

얼마나 강력하든, 환각제만으론 저 정도로 심각한 상처는 견딜 수 없다. 저건...

안젤리아

...저복사 감염증 변이체.

보통 난민처럼 누더기를 걸친 그 "시체"는, 몸 여기저기에 심각한 규소화의 흔적이 보였다. 변이가 상당히 진행되었는지, 관절 부위에 살을 뚫고 나온 결정까지 보였다.

그리고 과연 의식이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러운 괴물의 허리엔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궁지에 몰린 어느 사냥감이, 절망 속에 폭약으로 유일하게 입힌 유효타 같았다.

그외에도, 규소화된 피부엔 수많은 흠집과 탄흔, 파편, 날붙이로 인한 자상, 그리고 손톱자국이 잔뜩이었다.

나머지 시체들은 비록 난민의 옷차림이었지만, 주위에 온갖 제식 무기가 흩어져 있었다.

한 시체의 손에는 여전히 무전기가 응답을 바라며 깜빡이고 있었다. 종전에 안젤리아 일행을 미행하던 자들과 한패였음이 분명했다.

변이체의 시신은 다른 시체들과 한데 뒤엉킨 채 계속해서 움찔거렸고, 이 거리에서 저 변이체가 완전히 죽은 건진 판단할 순 없었다.

그보다 안젤리아의 눈길을 끈 것은, 시체 더미 주위에 퍼진 먼지구름과 바닥의 노란 분말이었다.

안젤리아

감염자가 순식간에 변이체가 되는 일은 거의 없어. 무슨 연유에서든 변이 과정이 촉진됐어.

난민 구역 안에 감염자가 잔뜩인데, 그 사람들이 전부 변이했다간 진압 인형보다 끔찍한 상황이 될 거야.

몰리도

자독당이... 우릴 해치려고 이렇게까지 한 건가요?

안젤리아

꼭 그놈들이라곤 볼 수 없어. 오히려, 누가 놈들을 방해하는 것 같아.

몰리도

자독당을 방해한다고요? 그럼... 우릴 도와주려는 건가요?

안젤리아

하, 그럴 리가.

너라면 저딴 짓을 저지르는 녀석의 도움을 받고 싶어?

J

홉스 씨, 안색이 꽤 창백해지셨습니다?

변이체를 보니 무서우신가요?

홉스

...닥쳐,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생각 중이다.

안젤리아 씨, 사태가 이렇게까지 치달은 이상 난민이 적은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관문 근처의 건물들은 적어도 여기보단 튼튼하니, 그 근방에서 은신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안젤리아

지금 진압 인형한테 쫓기는 거 잊었어?

홉스

호위 인형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안젤리아

전부 당했어. 우리뿐이야.

홉스

그런데도 파월을 잡으러 가겠단 말입니까?

안젤리아

그런데, 왜?

홉스

그럼 적어도 계획만이라도 공유해 주십시오.

이렇게 무작정 옥상을 넘나들기만 해선, 당신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안젤리아

레나테는 신호가 사라지기 전에 파월의 위치를 전송했어.

저 앞의 광장 너머, 낡은 석조 건물이 난민 구호 센터 본부지?

이렇게 큰 규모의 폭동을 선동하려면, 반드시 지휘부와 연락 지점이 필요해.

저기라면 건물도 튼튼하고 구역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으니, 딱 파월에게 필요한 난공불락의 요새야.

홉스

난공불락임을 알면서 어째서 우리만으로――

J

아저씨, 작전 회의도 좋지만 적당히 흥분해요. 코피까지 날 정도로 흥분하면 어떡합니까?

홉스

뭣...?

안젤리아

너도 마찬가지야. 몰리도, 휴지 더 줘.

안젤리아는 자신의 코피를 닦은 휴지를 버리고, 몰리도에게 휴지를 더 받아 J와 홉스에게도 나눠 주었다.

홉스

왜 갑자기 코피가...

안젤리아

바람에 저 가루가 실렸어. 당장 여길 벗어나야 해.

몰리도

가루...?

아, 설마 식물 연구소 때처럼...!

J

젠장, 난민들이 이쪽으로 몰려옵니다!

난민

침략자를 찾았다!

난민

잡아라!!! 으아아아아아!!!

안젤리아

저놈들, 벌써 가루를 잔뜩 퍼마시고 이성을 잃었군. 옥상에서 따돌린다.

도저히 못 따돌리면, 총을 쓸 수밖에.

같은 시각, 혼란에 빠진 거주구의 중심지.

파월

크하하핫! 모두 실컷 날뛰거라! 격리 구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려!

난민?

파월 씨, 지시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파월

잘했다. 이제 우린 조용히 여기 숨어서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만 하면 돼.

난민?

한동안 걱정거리는 없어지겠네요.

파월

아니 아니, 방심은 금물이야.

난민?

또 뭐가 있죠? 저 궁지에 몰린 앞잡이들 말고 또 누가 당신을 건드립니까?

파월

그건 그렇지만, 너무 우쭐대선 안 되지. 우린 여기서 밥이나 빌어먹는 신세란 걸 잊지 마.

우릴 없애버릴 수 있는 놈들은, 저것들 말고도 잔뜩 있어. 내가 여태까지 목숨을 부지한 것도 다 분수에 맞게 행동해서야.

자독당 놈들, 나를 좋을대로 이용해먹고 바로 꼬리를 자를 속셈이었겠지만, 이렇게 된 거 저 조사단 놈들과 함께 없애버려야지!

더 많이, 더 잔뜩 때려부숴야 해!

남은 재고 전부 형제들에게 나눠 줘라!

난민?

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거리는 웅성대는 난민들로 가득 찼다.

파월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뒤쫓던 자들이 꼼짝 못하는 꼴을 보며 웃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