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단계
EP.13.5 · 거울단계

토리첼리 트럼펫 Ⅱ

"사회 뿌리부터 변하지 않으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아."

-44-A1-2First

1 / 26
전체 대사 보기 (24줄)

......

사실, 안젤리아가 베를린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단지, 그 당시엔 지금은 폐기된 격리벽이 그나마 쓸모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제 도시는 강을 중심으로 도심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안젤리아는 구시가지에 진입했다.

이미 오후였지만 시위는 여전히 격렬했고, 화면으로 본 것보다 훨씬 긴박감이 넘쳤다.

안젤리아

어딜 가나 사람들 고민은 비슷비슷하구만.

AK12

독일인은 다들 엄격, 근엄, 진지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래도 시위한답시고 거리로 나오기도 하는구나.

안젤리아

그런 환상은 J를 봤을 때부터 깨졌어야 하는 거 아니야?

AN94

저들은 지금 무엇 때문에 시위 중이지?

안젤리아

생계나 환경, 일자리... 뻔한 것들이 원인이지.

사회의 뿌리부터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 때문에 열받아서야.

RPK16

오면서 꽤 흥미로운 단어를 들었어요.

"항붕괴제"라고 들어보셨어요?

안젤리아

항붕괴제?

RPK16

그 "갈라테아 그룹"에서 최근 개발한 복사 감염증 특효약이라네요.

안젤리아

몰라 그런 거, 해마다 복사 감염증을 치료했다는 백신이 시장에서 잔뜩 나돌아다니는데. 그리곤 또 금새 자본에 휘둘리기밖에 안 하지.

근본적인 원가... 아니,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붕괴 복사는 언제까지고 인간의 악몽으로 남을 거야.

RPK16

하긴 그렇네요, 누군가가 병에 걸리는 이상 약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할 테니까요.

인류는 정말 쓸모없는 짓을 많이 한다니까요.

안젤리아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우린 지금 당장 코앞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안젤리아는 강가 한쪽에서 경찰들이 진입을 차단한 다리를 응시했다.

그 다리 너머의 강 반대편에선,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시위자들이 깃발 등을 흔들고 고함을 지르며 행진했다. 하지만 무관심한 이들에겐 그저 교통 방해일 뿐이었다.

안젤리아

스토커들은 지금 어때?

AK12

아주 줄줄이 소시지야. 어제 녀석들이랑은 레벨이 다르네.

이번에 지휘를 맡은 사람은 제법인가 봐.

AK15

성가시군.

아파트에서 나왔을 때부터 안젤리아 일행은 미행하는 요원들을 따돌리려 했지만, 여전히 등을 찌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이토록 끈질기고 철저한 것에 역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안젤리아

약속 장소에 거의 다 왔어.

하지만 저 녀석들도 데려갈 순 없으니, 어떻게 할진 알지?

AK12

예약까지 했는데, 지각하면 아깝지.

안젤리아

예약은 상대방에게 가겠단 사전 통보일 뿐이야.

저놈들이랑 실랑이 벌이다 늦어지면 대화의 주도권을 쥐기 힘들어져.

AK-12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AK12

그럼 저기 저 떠들썩한 사람들을 좀 이용해야겠네.

우리 꽁무니를 쫓아오는 녀석들한테, 소련의 요원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