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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거울단계

미네르바의 부엉이

"그는 젊고 용감하고 우수하고 포부가 있어... 마치 그녀의 축소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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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의 문을 열고, 안젤리아는 떠들썩한 공간에서 나왔다.

저 소란스런 광경이 전부 연기라 생각하니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주머니 속 금화의 무게감이, 그녀에게 방금까지의 일이 절대 꿈이 아님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었다.

당장, 리벨리온과 합류해 아파트로 돌아가 다음 계획을 논의해야 했다.

??

안젤리아 님.

안젤리아

——!

안젤리아의 머리가 아직 복잡하던 그때, 옆에서 돌연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그녀는 한 발 멀어지면서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팍!

샌드백을 찬 듯 경쾌한 소리가 났다.

물론 정말 샌드백은 아니었거니와, 그 잠깐의 순간에 그녀는 상대방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았다.

라이트

자, 잠깐만요!

안젤리아

쯧.

첫 타격이 먹히지 않았음을 확인한 안젤리아는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두 번째 발차기를 날렸다.

라이트

윽!

하지만 이번엔 공격을 예상했는지 상대는 옆으로 몸을 피해, 두 번째 발차기도 헛방이었다.

물론 이도 안젤리아의 예상 범위 내였다.

쾅!

관성으로 힘이 실린 강철 의수의 주먹이, 벽돌로 된 벽에 꽂혔다. 만약 사람이 맞았다면 아마 몇 개월은 병상 신세였을 것이다.

라이트

......

벽 귀퉁이에 몰린 청년은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안젤리아는 주먹을 내지를 때 그가 피하려는 준비동작도 하지 않았음을 눈치챘다.

벽돌 벽에 구멍을 뚫는 주먹에 놀랐어도, 안젤리아가 자신을 직접 타격하지 않으리라 믿고 피하지 않은 것이었다.

안젤리아

넌 또 누구야.

청년은 돌려차기를 막은 팔을 문지르면서, 아주 조금 미안한 표정인 안젤리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라이트

발로 찰 거라곤 예상했습니다만, 상상보다 대단하시군요. 과연 안젤리아 님입니다.

그의 태도는 의연해졌고, 지금 안젤리아에게 제압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임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안젤리아

질문에나 대답해.

똑바로 안 말하면 이번엔 진짜로 네 면상에다 주먹을 꽂아 줄 테니까.

라이트

안젤리아 님은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진 않으시잖습니까.

안젤리아

오늘은 좀 파격적으로 나갈 수도 있지.

그리고 네가 무고하긴 뭐가 무고해, 이 건방진 꼬맹이가.

라이트

아... 실례했습니다, 확실히 자기소개가 늦었군요.

우선 보시다시피, 저는 슈타지의 요원입니다.

안젤리아의 미간이 좁아졌다.

다시 찬찬히 보니, 이 꼬맹이는 아직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듯했다.

안젤리아

슈타지가 나한테 또 무슨 일인데.

또 1인실 숙박권 주려고 왔냐?

라이트

아, 아뇨! 절대 아닙니다!

그게, 실은...

라이트는 눈을 껌뻑이며 억울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라이트

당신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

AK12

어서 와. 술집에는 잘 다녀왔어?

AN94

안젤리아! 무사했구나!

임시 지휘소로 꾸며진 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그녀를 반긴 것은 익숙한 두 부하였다.

얼굴을 찌푸리며 나머지 두 인형도 확인하고, 안젤리아는 시선을 상황 관제 콘솔 앞에 앉은 남자에게 돌렸다.

안젤리아

내 부하들까지 여기 데려와서는 뭔 꿍꿍이야, J?

J

나 참, 오자마자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그 난폭한 시위대 속에서 늑대 아가씨들 꺼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AK15

아닙니다, 저희가 직접 찾아냈습니다.

J

아 장단 좀 맞춰 주면 어디가 덧납니까!?

라이트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안젤리아를 뒤따라온 청년도 익숙하게 방으로 들어와, 격식 있게 J에게 인사한 뒤 리벨리온에게 몸을 돌렸다.

라이트

여러분, 약속대로 안젤리아 님을 무사히 모셔왔습니다.

RPK16

참 잘했어요~ 30초만 늦었으면 우리 대장님이 지붕을 뚫고 뛰쳐나갈 뻔했답니다.

안젤리아

AK-12, 상황 설명해.

AK12

딱히 설명할 것도 없어.

인파에 휩쓸려 너랑 흩어졌을 때, 우리만이라도 다시 모이기가 무지 힘들겠단 걸 알았지.

그래서 사고를 전환해서, 우릴 감시하는 사람을 찾아냈어.

안젤리아

그리고 여길 찾아냈다?

AK12

어렵지도 않았어. 그런 상황인데도 우리의 위치를 손바닥 보듯 훤히 파악했잖아?

우리 몸에 추적기는 안 달렸으니, 답은 아주 높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단 거밖에 없었고.

그걸 인식했으니 나머진 식은 죽 먹기였어.

RPK16

그런데 막상 찾고 나니, 배후가 J 씨였더라고요.

안젤리아는 안전하고, 마중하러 사람을 보냈으니 여기서 기다려 달랬어요.

우리 선배님은 처음에 좀 많이 불편해했지만요. 막 성질도 부리고.

그래도 금방 진정했어요.

AN94

난 괜찮았다.

AK12

안젤리아를 안전하게 지키는 게 내 최우선 임무거든?

그래도 뭐... 댁은 브레멘에서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였으니까. 여전히 신뢰는 안 하지만, 안젤리아는 믿으니까 잠깐 기다려 준 거야.

하여튼, 그 사람이랑 만났지?

뭐라도 알아냈어?

안젤리아

약간의 정보를 얻고, 어느 정도 방향도 잡았지.

...적어도 당장 뭘 해야 할지는 알았어.

그래서, 너희가 그 양반이 말한 "공권력"의 도움이냐?

안젤리아는 라이트와 J를 번갈아 쳐다보다, J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안젤리아

그나저나 넌 그 꼴로 어떻게 날 도우려고? 뛸 수는 있어?

J

왜요, 환자들끼리 재활 운동이라도 같이 하시렵니까?

그 양반이란 사람이 누굴 말하는 건진 몰라도, 당신을 도우러 온 건 맞습니다. 그것도 정식 명령으로요.

시간이 좀 소요됐지만 어떻게든 당신을 감시하는 임무를 따냈습니다, 지금 당신의 담당은 저와 라이트예요.

한마디로, 이제부터 당신은 베를린을 거의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단 뜻이죠.

AK12

그래서, "그 양반"은 누구야?

안젤리아

......통칭 "훈작사".

나지막이 읊조리며, 안젤리아는 주머니에서 그 금화를 꺼내 엄지로 앞면을 문질렀다.

앞면의 도안은 독수리의 상반신과 사자의 하반신을 한 짐승의 그림이었다.

안젤리아

이름은...

...그리폰 라이언.

AN94

......!!!

그, 그리폰 라이언?!

"그리폰&크루거"의 그 그리폰 말인가!?

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안젤리아

내가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본인이 맞아.

내가 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젤린스키와 미샤와는 친분이 있으니...

믿어도 될지는 장담 못하지만, 일단은 아군인 건 확실해.

J

어... 그러니까...... 그냥 아무것도 못 들은 걸로 합죠.

당신네 일은 어차피 저랑 상관없으니.

라이트, 이 일은 이제부터 전적으로 네가 담당이다.

라이트

네? 제가요?

J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K 녀석은 브레멘에서 놀고 자빠졌구만.

내가 현장에서 뛰는 건 아마 기대도 안 했을 거다. 그러니까 너밖에 없어.

아니 근데 왜 환자인 나를...

안젤리아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는군.

J

어이쿠, 불만 있으십니까?

안젤리아

이 꼬맹이, 술 마실 수 있는 나이긴 하냐?

J

얘가 나이는 어려도 우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유망주라고요. 그리고 실력은 이미 보셨을 거 아닙니까.

당신 꽁무니에 사람 붙인 것도 다 얘가 지휘한 거예요. 전 하나도 안 거들었죠.

안젤리아

아, 그러셔? 그래서 이렇게 뛰어난 인재를 나 감시하는 데에다 쓴다 이거지?

내가 너희였으면 당장 윌리엄이 베를린에서 뭘 하는 중인가 조사하라 시켰을 거다.

여태까지 너희가 낭비한 시간만 따져도 리오니가 어디 있는지 벌써 알아냈을 거라고.

라이트

아, 그건 이미 파악했습니다.

안젤리아

...뭐?

라이트

안젤리아 님의 현재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 오기 전, 당신이 브레멘에서 조사하던 것을 인계받아 후속 단서를 추적했습니다.

브레멘에서 체포된 리오니와 홉스, 파월,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에 관해서도 알아봤고요.

전부 상세 정보와 프로파일링 자료를 기록해 뒀습니다.

AK12

허풍 치는 게 아니야, 내가 다 읽어봤어.

안젤리아

읽어봤다고?

AK12

가만히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는걸.

폭동 사건 후에 세 명 다 베를린 교도소로 이감됐어.

그런데, 믿기 어렵지만...

리오니는 심신미약으로 보석됐고, 지금은 어느 요양원에서 꽤 잘 지내고 있다는 듯해.

물론, 베를린에서.

라이트

제 조사 결과상으로도 리오니의 보석은 의문투성이입니다.

상층부의 누군가가 일부러 그녀를 보호하는 것으로 의심되지만, 아직 단서가 부족합니다.

안젤리아

그거, 자세히 좀 설명해 봐.

라이트

네.

J

잠깐잠깐.

여기서 얘기할 생각은 아니죠?

솔직히 여긴 수다 떨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이젠 어차피 방해도 딱히 없으니 아파트로 돌아가는 걸 권할게요.

AK12

나도 찬성이야, 안젤리아.

너와 그... "훈작사"가 나눈 얘기도 있잖아?

우리랑 토론할 거리도 많을 거 아니야.

안젤리아

......

그래, 우선 돌아가자.

라이트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J

전 빠지도록 하죠.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잖습니까.

그리고 젊은 신인한테 기회도 줄 겸 말이죠. 그치, 라이트?

간만에 고향에 왔는데, 시간 나면 집에 가서 너네――

라이트

어서 가죠 안젤리아 님!

안젤리아

어, 어.

안젤리아는 이 말끔한 청년의 얼굴을 보았다.

젊고, 용감하고, 우수한 데다, 포부 있는... 어릴 적의 그녀 자신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주 잠깐...

그의 얼굴이 몰리도와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