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테의 탄생 Ⅰ
"엘사의 목소리는 난민들의 환호성에 녹아들어, 온 세상이 환희의 바다가 되었다."
베를린 교외, 본 마을.
이번 임무는 생각보다 복잡해, 본 마을에 잠입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창가에 기대, 바깥의 난민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봤다. 오늘은 축제날이라서인지, 다들 드물게 웃는 얼굴이었다.
지휘관님, 역시 나오시고 저희와 교대하는 게 어떨까요?
안 돼. 너희도 알다시피 마을엔 패러데우스의 첨병이 숨어 있어.
인형이 들어왔다간 곧바로 탐지될 텐데, 그래서는 잠입의 의미가 없어지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지휘관님이 마을에 오래 머무르실수록 적에게 발각될 위험도 커집니다.
만약 이렇게 저희와 떨어진 상황에서 패러데우스가 기습이라도 한다면...
잘 숨어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렴.
지금 난 살 곳을 잃고 본 마을로 흘러들어온 난민, 이름은 로빈――
알아 알아 지금 지휘관이 누구인지 벌써 달달 외웠어!
지휘관님, 그 여자애가 옵니다.
나는 서둘러 통신을 끊었다.
로빈, 어딨어?
로빈!
경쾌한 발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뒤돌아 보니, 지난 며칠 내내 나를 도와준 엘사가 있었다.
무슨 일이니?
곧 축제가 시작될 거야! 빨리 안 가면 좋은 자리 다 놓쳐 버려!
그렇구나, 빨리 가자.
손을 쭉쭉 잡아당기며 재촉하는 엘사와 함께, 나는 헐레벌떡 밖으로 나갔다.
마을은 사방에 기념일을 축하하는 축사가 잔뜩 붙었고, 거리와 골목길도 전부 깔끔하게 청소된 상태였다.
거리로 나간 우리는 바글바글대는 인파에게 떠밀려 축제 회장으로 갔다.
오후 3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집합 나팔이 우렁차게 소리를 냈고, 이리야 여사가 연설대에 올랐다.
여러분, 본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을의 책임자, 이리야라고 합니다.
오늘은 본 마을의 명절, 마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본 마을은 기획부터 건설까지 갈라테아 그룹의 끊임없는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시설, 인력, 물자, 기술...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갈라테아 그룹이 베풀어 주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갈라테아 그룹의 헌신에 감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나도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치며, 임무의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임무 목표는 아직도 나타나질 않는군. 오늘 하루가 끝날 때까지 수확이 없다면 그만 철수하고 다른 곳을 조사해야겠어.
콜록, 콜록콜록...
어제 배급소의 그 외다리 난민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꼭 쥔 채로 소리 죽여 기침했다.
천으로 꽁꽁 싸맨 몸이었지만, 그럼에도 복사감염증의 흔적이 역력했다.
로빈, 이리야 언니가 말할 땐 두리번거리면 안 돼.
아... 미안.
――들어오실 때 들으셨을 겁니다. 저희 마을의 이념은, 속세의 욕망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 순수함을 되찾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그리 했습니다.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원시로 회귀하였습니다.
이 자리의 많은 분들은 집과 가족, 친구를 잃고 고통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 모두, 이곳을 더욱 소중히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께서 과학을 버리고 자연과 벗이 된다면, 신의 가호 아래 이렇게 굶주릴 염려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저의 허언이 아닙니다, 신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축복입니다!
저런 말은 질리도록 들었다. 이 혼란한 시대에, 염세적인 시각으로 과거로 회귀하면 삶이 다시 좋아질 거라 믿는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하지만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인류가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콜록콜록콜록...
한편, 그 외다리 난민은 기침을 참으려 노력했지만 점점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어떻게 이리야 언니가 말하는데 기침하지? 나쁜 사람이네...
......
물론, 과학이 세상을 바꾸고 삶을 더 좋게 만들었다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속 시커먼 기업가들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여러분을 속이고 금품을 갈취하기 위한 허구죠.
실상은, 소위 과학이란 것들은 우리의 몸을 해쳐, 자연의 분노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도록 만들 뿐입니다.
여러분의 옷을 들추어 보십시오, 복사감염증으로 인한 흉터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다시 그 흉터를 보십시오, 속세를 버리고 본 마을에 온 여러분들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지 않았습니까?
적지 않은 난민들이 자신의 소매나 바지를 걷어 올리고, 호전되어 가는 상처를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계속 기침하던 외다리 난민은 휘청이더니...
으윽...
이봐요!
결국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이에 그 주변의 사람들은 기겁하며 숙덕이기 시작했다.
열의 가득한 이리야의 연설은 계속되었지만, 사람들의 주의는 이미 다른 곳에 쏠렸다.
대체 왜 아무도 도와주질 않는 거지?
아무리 여기서 죄인이라도 기본적인 치료는 받아야 할 거 아니야!
안 돼 로――
가서 일으켜 줘야 하나 망설이던 그때, 청랑한 목소리가 소란을 잠재웠다.
쓰러진 자를 보겠습니다, 길을 열어 주세요!
조용해진 난민들이 자발적으로 길을 열어 주었고, 그 사이로 하얀 로브를 쓴 여성이 나타났다.
성녀 언니다!
저 사람이...?
엘사의 환호에 이리야가 드디어 연설을 멈췄고, 사람들의 웅성임도 잦아들었다.
이윽고 현장의 모든 이들이 환호하며, 성녀와 기절한 난민 주위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성녀 언니! 성녀 언니!!
아 진짜, 하나도 안 보이잖아! 저리 좀 비켜!
......
도와줄게.
우글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나도 성녀의 뒷모습밖에 보이질 않았다.
대신 엘사를 높이 들어올려 목말을 태워 주니, 그녀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녹아들었다. 이곳은 순식간에 기쁨의 바다가 되었다.
......
반면, 그 중심의 성녀는 말없이 난민을 진찰했다.
정황을 확인한 뒤, 그녀는 난민의 상처에 알 수 없는 문양을 그리는 동작을 취하는 것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의식"을 마친 성녀는 천천히 일어섰고, 나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내가 왜 바닥에...
이제 괜찮습니다, 잠시 쉬시면 기운을 차릴 거예요.
기절했던 난민은 졸다 깬 것처럼 어리둥절해하며 몸을 일으켰고, 하얀 옷의 성녀는 그대로 뒤돌아 기적이 행해진 곳을 나왔다.
성녀 언니! 성녀 언니!
성녀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주께서 우리를 헤아려 성녀님을 보내셨도다!
이리야는 활짝 웃으며 연설대에서 내려왔다.
성녀님, 본 마을의 창립 기념일인 오늘 성녀님이 찾아오시다니, 그야말로 주의 은총입니다.
과찬이세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 방에 위독한 환자가 몇 분 더 있습니다, 살피어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안내해 주세요.
여러분은 식당으로 가십시오.
오늘은 소박한 평소의 기부식이 아니라, 푸짐한 축제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마음껏 드세요.
성녀 언니! 성녀 언니, 잠깐만!
전체 대사 보기 (60줄)
베를린 교외, 본 마을.
이번 임무는 생각보다 복잡해, 본 마을에 잠입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창가에 기대, 바깥의 난민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봤다. 오늘은 축제날이라서인지, 다들 드물게 웃는 얼굴이었다.
<color=#00CCFF>지휘관님, 역시 나오시고 저희와 교대하는 게 어떨까요?</color>
안 돼. 너희도 알다시피 마을엔 패러데우스의 첨병이 숨어 있어.
인형이 들어왔다간 곧바로 탐지될 텐데, 그래서는 잠입의 의미가 없어지잖아.
<color=#00CCFF>그건 그렇습니다만...</color>
<color=#00CCFF>지휘관님이 마을에 오래 머무르실수록 적에게 발각될 위험도 커집니다.</color>
<color=#00CCFF>만약 이렇게 저희와 떨어진 상황에서 패러데우스가 기습이라도 한다면...</color>
잘 숨어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렴.
지금 난 살 곳을 잃고 본 마을로 흘러들어온 난민, 이름은 로빈――
<color=#00CCFF>알아 알아 지금 지휘관이 누구인지 벌써 달달 외웠어!</color>
<color=#00CCFF>지휘관님, 그 여자애가 옵니다.</color>
나는 서둘러 통신을 끊었다.
로빈, 어딨어?
로빈!
경쾌한 발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뒤돌아 보니, 지난 며칠 내내 나를 도와준 엘사가 있었다.
무슨 일이니?
곧 축제가 시작될 거야! 빨리 안 가면 좋은 자리 다 놓쳐 버려!
그렇구나, 빨리 가자.
손을 쭉쭉 잡아당기며 재촉하는 엘사와 함께, 나는 헐레벌떡 밖으로 나갔다.
마을은 사방에 기념일을 축하하는 축사가 잔뜩 붙었고, 거리와 골목길도 전부 깔끔하게 청소된 상태였다.
거리로 나간 우리는 바글바글대는 인파에게 떠밀려 축제 회장으로 갔다.
오후 3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집합 나팔이 우렁차게 소리를 냈고, 이리야 여사가 연설대에 올랐다.
여러분, 본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을의 책임자, 이리야라고 합니다.
오늘은 본 마을의 명절, 마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본 마을은 기획부터 건설까지 갈라테아 그룹의 끊임없는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시설, 인력, 물자, 기술...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갈라테아 그룹이 베풀어 주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갈라테아 그룹의 헌신에 감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나도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치며, 임무의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color=#A9A9A9>임무 목표는 아직도 나타나질 않는군. 오늘 하루가 끝날 때까지 수확이 없다면 그만 철수하고 다른 곳을 조사해야겠어.</color>
콜록, 콜록콜록...
어제 배급소의 그 외다리 난민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꼭 쥔 채로 소리 죽여 기침했다.
천으로 꽁꽁 싸맨 몸이었지만, 그럼에도 복사감염증의 흔적이 역력했다.
로빈, 이리야 언니가 말할 땐 두리번거리면 안 돼.
아... 미안.
――들어오실 때 들으셨을 겁니다. 저희 마을의 이념은, 속세의 욕망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 순수함을 되찾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그리 했습니다.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원시로 회귀하였습니다.
이 자리의 많은 분들은 집과 가족, 친구를 잃고 고통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 모두, 이곳을 더욱 소중히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께서 과학을 버리고 자연과 벗이 된다면, 신의 가호 아래 이렇게 굶주릴 염려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저의 허언이 아닙니다, 신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축복입니다!
저런 말은 질리도록 들었다. 이 혼란한 시대에, 염세적인 시각으로 과거로 회귀하면 삶이 다시 좋아질 거라 믿는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하지만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인류가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콜록콜록콜록...
한편, 그 외다리 난민은 기침을 참으려 노력했지만 점점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어떻게 이리야 언니가 말하는데 기침하지? 나쁜 사람이네...
......
물론, 과학이 세상을 바꾸고 삶을 더 좋게 만들었다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속 시커먼 기업가들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여러분을 속이고 금품을 갈취하기 위한 허구죠.
실상은, 소위 과학이란 것들은 우리의 몸을 해쳐, 자연의 분노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도록 만들 뿐입니다.
여러분의 옷을 들추어 보십시오, 복사감염증으로 인한 흉터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다시 그 흉터를 보십시오, 속세를 버리고 본 마을에 온 여러분들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지 않았습니까?
적지 않은 난민들이 자신의 소매나 바지를 걷어 올리고, 호전되어 가는 상처를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계속 기침하던 외다리 난민은 휘청이더니...
으윽...
이봐요!
결국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이에 그 주변의 사람들은 기겁하며 숙덕이기 시작했다.
열의 가득한 이리야의 연설은 계속되었지만, 사람들의 주의는 이미 다른 곳에 쏠렸다.
대체 왜 아무도 도와주질 않는 거지?
아무리 여기서 죄인이라도 기본적인 치료는 받아야 할 거 아니야!
안 돼 로――
가서 일으켜 줘야 하나 망설이던 그때, 청랑한 목소리가 소란을 잠재웠다.
쓰러진 자를 보겠습니다, 길을 열어 주세요!
조용해진 난민들이 자발적으로 길을 열어 주었고, 그 사이로 하얀 로브를 쓴 여성이 나타났다.
성녀 언니다!
저 사람이...?
엘사의 환호에 이리야가 드디어 연설을 멈췄고, 사람들의 웅성임도 잦아들었다.
이윽고 현장의 모든 이들이 환호하며, 성녀와 기절한 난민 주위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성녀 언니! 성녀 언니!!
아 진짜, 하나도 안 보이잖아! 저리 좀 비켜!
......
도와줄게.
우글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나도 성녀의 뒷모습밖에 보이질 않았다.
대신 엘사를 높이 들어올려 목말을 태워 주니, 그녀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녹아들었다. 이곳은 순식간에 기쁨의 바다가 되었다.
......
반면, 그 중심의 성녀는 말없이 난민을 진찰했다.
정황을 확인한 뒤, 그녀는 난민의 상처에 알 수 없는 문양을 그리는 동작을 취하는 것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의식"을 마친 성녀는 천천히 일어섰고, 나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내가 왜 바닥에...
이제 괜찮습니다, 잠시 쉬시면 기운을 차릴 거예요.
기절했던 난민은 졸다 깬 것처럼 어리둥절해하며 몸을 일으켰고, 하얀 옷의 성녀는 그대로 뒤돌아 기적이 행해진 곳을 나왔다.
성녀 언니! 성녀 언니!
성녀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주께서 우리를 헤아려 성녀님을 보내셨도다!
이리야는 활짝 웃으며 연설대에서 내려왔다.
성녀님, 본 마을의 창립 기념일인 오늘 성녀님이 찾아오시다니, 그야말로 주의 은총입니다.
과찬이세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 방에 위독한 환자가 몇 분 더 있습니다, 살피어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안내해 주세요.
여러분은 식당으로 가십시오.
오늘은 소박한 평소의 기부식이 아니라, 푸짐한 축제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마음껏 드세요.
성녀 언니! 성녀 언니, 잠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