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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거울단계

헤메라가 이끄는 빛 Ⅰ

"하얀 악마가 그들의 시종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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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교외, 본 마을 밖.

나는 넋이 나간 채로 계속 마흐리안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 "몰리도"라 불러야 하나?

마흐리안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죠...?

AR팀이 인간이 아닌 것을 눈치챈 그녀는 다시 겁을 먹었다.

마흐리안

당신들, 인간이 아니잖아...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왔어?!

그들이 보낸 거야!?

마흐리안이 품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들었다. 긴장과 공포로 인해, 그녀의 손은 격렬하게 떨렸다.

마흐리안

다가오지 마! 날 건들지 마!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겠어, 절대로!

지휘관

일단 진정하세요,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나는 그녀를 달래는 한편 조심스럽게 마취제를 꺼냈다.

마흐리안

다, 다가오지 마세요! 저――

분노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비난이 뚝 끊기더니, 마흐리안이 풀썩 엎어졌다.

언제 돌아갔는진 몰라도, 그녀 뒤의 SOP2는 손날을 훅 불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

...SOP2, 이게 무슨 짓이야?

M4 SOPMOD II

말이 안 통하는 걸 어떡해. 그래도 이것 봐, 엄청 쉽게 조용해졌지?

RO635

...안심하세요, 지휘관님.

확인했는데 기절했을 뿐입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어요.

지휘관

어휴... SOP2, 다음엔 좀 더 살살해.

M4 SOPMOD II

알았어 알았어!

댄들라이

아직 위험한 상황인데도 벌써 이렇게 여유를 부리다니, 과연 여러분입니다.

비웃는 듯 아닌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댄들라이가 막 도착했다.

지휘관

무슨 일 있었어? 예정 시간보다 2분 늦었는데.

댄들라이

그 징그러운 인간들을 해치지 않으면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들어보시겠습니까?

마흐리안에게 달려들던 부호들의 웃음소리가, 또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지휘관

......

우선 차에 타자.

철수할 때를 위해, 사전에 현지에서 트럭 한 대를 조달해 이곳에 숨겨 두었다.

RO와 댄들라이는 앞좌석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마흐리안을 데리고 화물칸에 올라탔다.

AR15

지휘관, 이 여자는 어떻게 처리할 건가요?

지휘관

아직... 이 여자가 정말 "몰리도 포거트"인지는 몰라.

댄들라이

하지만 외관상 복사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일치합니다.

지휘관

똑같이 생겼다고 꼭 동일인이라 단정할 순 없어...

M4 SOPMOD II

그럼 심문해보면 되겠네? 어차피 놔줄 것도 아니잖아.

지휘관

...물론이지. 우선 임무 지시대로 지정 위치까지 가자.

RO635

네.

RO는 능숙하게 트럭을 운전해 지정 좌표로 향했다.

댄들라이

안 물으시기에 알려드립니다만, 현재 대량의 패러데우스 병력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지휘관

마을에 잠복해 있던 놈들? 사전에 계획한 대로 유격하면서 각개격파해.

댄들라이

아니요, 수가 훨씬 많습니다.

이미 저희가 대응 가능한 숫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본래의 계획대로 한다면, 여기서 최소한 2박 3일은 소모하게 되겠죠.

댄들라이가 탐지한 패러데우스의 신호를 내 지휘 패널에 전송했다.

지휘관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분명 마을과 주변 구역까지 정찰했잖아.

대체 어디서 이런 규모의 병력이 나타난 거야?

댄들라이

현재로선 불명입니다.

RO635

그것도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말이죠. 저희가 여기서 며칠이나 잠복했는데, 여태껏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백미러를 통해, RO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마흐리안을 흘겨보았다.

지휘관

별 수 없지... 전원, 전투 준비. 하지만 교전은 최대한 회피한다. 강행돌파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둬.

RO635

알겠습니다.

15분 후, 베를린 교외.

우리는 산개된 몇 개 분대를 따돌리고, 좁은 길을 따라 시가지로 나아갔다.

댄들라이

지휘관님, 놈들의 저희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모양입니다. 주병력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휘관

<color=#A9A9A9>마흐리안이 대체 무슨 비밀을 갖고 있길래 패러데우스가 이렇게 대규모로 출동한 거지?</color>

놈들이랑 실랑이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어떻게든 따돌려!

M4 SOPMOD II

우린 차 타고 있잖아! 못 쫓아오지 않을까?

댄들라이

현재 우리의 속도와 패러데우스 추격자들의 속도를 비교하면, 따라잡힐 때까지의 예상 시간은――

타타탕!

뒤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댄들라이

...우리만 차를 탄 게 아니었군요.

RO635

지휘관님, 점점 거리가 좁혀져 갑니다! 지금은 저도 놈들의 위치가 탐지돼요!

즉 우리도 놈들의 탐지 범위 내입니다!

지휘관

속도 올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나도 뒤에서 날아드는 진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AR팀만으로 저 정도 수의 패러데우스를 상대하기란 절대 불가능했다.

M4 SOPMOD II

놈들이 보인다!

AR15

젠장, 어떻게 저리 빨리 쫓아오는 거야?!

RO635

댄들라이, 전방 확인해 줘!

나도 고개를 돌려보니, 뒤의 산등성이가 벌써 하얗게 뒤덮여 가는 중이었다. 놈들이 눈사태처럼 이쪽으로 몰려오는 것이었다.

댄들라이

따돌리는 건 무리겠군요.

지휘관

RO, 앞의 저 숲으로 들어가!

AR-15, SOP2! 견제 사격으로 놈들의 속도를 늦춰!

M4 SOPMOD II

아싸~ 몸 좀 풀어 보실까!

AR15

지휘관, 앞좌석으로 이동하세요. 화물칸의 문을 열겠습니다.

댄들라이

저와 자리를 바꾸시죠.

지휘관

알았어.

나는 여전히 기절 상태인 마흐리안을 안아 들고, 좁은 화물칸을 지나 조심조심 앞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RO635

지휘관님, 경로를 변경할까요?

지휘관

경로는 나한테 맡기고, 넌 운전에 집중해 줘.

패러데우스 부대는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댄들라이

현 상태로는 5분 내로 따라잡힙니다.

M4 SOPMOD II

저 녀석들 몽땅 해킹하면 안 돼?

댄들라이

아무리 나라도 저렇게 많은 수를 동시에 침투하긴 힘들어.

댄들라이의 해킹과 AR팀의 화망으로 선두 병력이 줄줄이 쓰러졌지만, 뒤이어 쫓아오는 적들은 끝이 없었다.

M4 SOPMOD II

점점 가까워진다!

AR15

RO! 더 빨리 달려!

RO635

아까부터 최대로 밟고 있거든!?

총탄이 차를 스치기 시작했지만, RO도 이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RO635

숲으로 들어갑니다!

AR15

꽉 잡아!

콰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트럭이 파도 위의 배처럼 요동쳤다.

그리고 산림 속에 들어서, 마침내 적들의 시야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되었다.

우거진 나뭇가지가, 창문을 긁으며 스쳐 지나갔다.

RO635

지휘관님, 타이어가 터졌습니다!

댄들라이

즉시 차량을 포기하는 것을 건의합니다. 더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

AR15

하지만 차가 없으면 금방 따라잡힐 텐데?

M4 SOPMOD II

우와아, 저 패러데우스 놈들 날개라도 달린 거 같아!

RO635

지휘관님, 어떡할까요?

지휘관

......

이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