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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거울단계

테세우스의 배Ⅰ

"행복한 사람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이유는 각자 다르지."

-44-B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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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임시 지휘부.

AR-15가 의자를 옮겨 주어, 지휘관은 창가를 등지고 앉았다.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와, 지휘관의 등을 따뜻하게 덥혀 주었다.

AR15

지휘관, 지금 당장 그 망할 니토를 깨워서 심문해야 한다고 봐요.

방금 훈작사도 말했잖아요, 그 여자는 안젤리아 곁에서 잠복했던 몰리도와 생김새가 닮은 정도를 넘어서 똑같아요.

녀석이 바로 몰리도일 가능성도 아주 높고, 이번엔 지휘관을 노리고 있을 수도...

지휘관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그녀는 신체도 정신 상태도 전부 엉망이라, 억지로 깨우더라도 제대로 심문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어.

RO635

너무 성급할 것 없어, AR-15.

나랑 댄들라이가 확인해본 결과로도 마흐리안은 여차하면 SOP2 혼자 제압이 가능할 정도로 전투 능력이 없다시피 해. 게다가, 이렇게나 많은 인형들이 지휘관님을 지키고 있잖아.

AR15

그래도——

지휘관

몰리도에 관해서는 먼저 안젤리아 씨한테 확인을 해보자.

15분 후에 출발할 거니까, 먼저 가서 준비하렴.

M4 SOPMOD II

응? 안젤리아는 3시에 만나자 했잖아.

지휘관

숙녀와 약속을 잡았으면 더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게 기본 예의야.

RO635

지휘관님,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지휘관

안젤리아 씨야?

UMP45

<color=#00CCFF>안녕 지휘관, 오랜만이야.</color>

<color=#00CCFF>거기의 잠자는 공주를 감상하던 중에 방해해서 미안해♪</color>

지휘관

......

지휘관이 입을 열기 전, RO635가 눈치 빠르게 커튼을 닫았다.

UMP45

<color=#00CCFF>와우~ 이거 이거, 또 엄청난 광경을 보고 말았네?</color>

<color=#00CCFF>지휘관이 내 입을 막으려고, 이번에는 얼마나 주려고 할까나~?</color>

지휘관

농담은 됐고, 너희가 여긴 어쩐 일이야?

UMP45

<color=#00CCFF>옛 단골 헬리안 씨가 통 크게 의뢰비를 지불했거든, "독일에서 고립무원의 신세가 된 지휘관을 도와 달라"면서 말이야.</color>

UMP9

<color=#00CCFF>그런데 이렇게 보니 지휘관 형편 되게 좋아보인다?</color>

지휘관

헬리안 씨가...?

UMP45

<color=#00CCFF>그렇다니까? 이번엔 모든 비용을 몽땅 선불로 지불했지 뭐야~</color>

지휘관

......

UMP9

<color=#00CCFF>아 참 언니, 카리나가 우리보고 지휘관한테 대신 전해 달란 말 있지 않았어?</color>

지휘관

카리나? 카리나와 연락했어?!

몸상태는 지금 어때? 호전되는 중이래? 아니면 벌써 퇴원했어?

UMP45

<color=#00CCFF>워 워, 진정해 지휘관. 아직 괜찮은 편이었어. 적어도, 말을 전해 달라 했을 때는 기운이 넘쳤지.</color>

지휘관

그래... 그래서, 전해 달라는 말이 뭔데?

UMP45

<color=#00CCFF>9, 네가 말해.</color>

UMP9

<color=#00CCFF>알았어, 크흠 크흠...</color>

HK416

<color=#00CCFF>야 잠깐, 내 귀마개가 어디 갔지?</color>

UMP9

<color=#00CCFF>카리나가 지휘관한테 뭐라 해 달랬느냐면...</color>

UMP9

<color=#00CCFF><size=50>지——휘——관——님——!</size></color>

<color=#00CCFF><size=50>바——보——멍——청——이——!!!</size></color>

<color=#00CCFF><size=50>계——속——기——다——렸——는——데——!!!</size></color>

<color=#00CCFF><size=50>왜——병——문——안——안——왔——어——요——!!!</size></color>

<color=#CE0000><size=60>퇴원하면 지휘관님 통장 잔고 몽땅 써 버릴 거예요!!!</size></color>

UMP45

<color=#00CCFF>...이상이야.</color>

HK416

<color=#00CCFF>어우 씨... 베를린에서 청각 모듈 교정하려면 어디로 가야 해?</color>

G11

<color=#00CCFF>우으응... 무슨 일이야...?</color>

지휘관

......하하.

그래, 전해 줘서 고마워.

UMP45

<color=#00CCFF>돈도 진작에 받았으니, 계약을 이행해야지.</color>

<color=#00CCFF>지휘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 채널로 직접 연락해.</color>

<color=#00CCFF>베를린에 있는 동안엔 상시 대기할 테니까.</color>

지휘관

헬리안 씨가 얼마나 줬길래 이렇게 적극적이래...

UMP45

<color=#00CCFF>사업 기밀이랍니다♪</color>

지휘관

......

아무튼, 15분 뒤에 안젤리아를 만나러 갈 거야, 약속 장소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술집이고.

너희가 먼저 주위를 정찰해서, 매복은 없는지 확인해 줘.

UMP45

<color=#00CCFF>알았어, 바로 움직일게.</color>

통신 종료.

RO635

404도 왔으니, 일이 한층 더 쉬워지겠네요.

M4 SOPMOD II

카리나도 상태가 괜찮아졌나 봐!

지휘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 볼 수 있겠어.

잠시 후 AR팀은 출발 준비를 마쳤고, 페로사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페로사

지휘관, 저희는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지휘관

마흐리안의 감시를 부탁할게.

댄들라이도 여기 남아 있을 거니까, 마흐리안이 움직임을 보이면 그녀를 부르도록 해.

페로사

알겠습니다.

페로사에게 마흐리안을 부탁하고, 지휘관은 대충 갈아입은 사복 차림으로 AR팀과 함께 임시 지휘부를 나섰다.

베를린 구시가지.

약속한 술집으로 가는 길.

M4 SOPMOD II

그 술집까지 가려면 구시가지를 아주 가로질러야 하네...

AR15

과연 안젤리아가 고른 장소답네.

RO635

지휘관님...

지휘관

...응?

주변을 관찰하던 RO635가,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면서 다가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휘관

왜 그래?

RO635

별일 아닙니다만, 그게... 저희, 너무 눈에 띄지 않나요...?

지휘관

......

사람들로 북적이는 구시가지의 거리에서, 아무리 무기를 감췄다지만 전술인형이 셋이나 모여 있는 광경은... 역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

걱정 마, 훈작사께서 우리에게 합법 신분증까지 줬잖아. 그리고 시가지니까 패러데우스도 함부로 날뛰진 않겠지.

UMP45

<color=#00CCFF>확실히 패러데우스의 복병은 없지만, 더 독한 놈들이 지휘관네를 보고 있어.</color>

<color=#00CCFF>...아무래도 이쪽 동네의 인형 암시장 사람인 거 같은데?</color>

SOP2가 예민한 청각으로 시끄러운 소음 중에서 그들의 대화를 걸러냈다.

???

저기 저거 보여? 뭔 고급 전술인형들이 저렇게... 장비도 다 최신품 아니야?

??

이야아, 저 장비들만 팔아도 연말까지 돈 걱정 안 하고 살겠다!

???

저것들 잡기만 하면 부품만 따로 팔든 소체 통째로 빼돌리든...

족히 몇 년은 놀고먹을 걱정 없겠구만, 그헤헤...

M4 SOPMOD II

지휘관! 불법 인형매매업자들이야!

RO635

수는 많지 않지만, 이런 데서 소동을 일으켜선 안 됩니다.

지휘관

45, 저놈들을 따돌릴 방법 없을까?

UMP45

<color=#00CCFF>지금 막 추천 경로를 보낸 참이야.</color>

지휘관

좋았어. RO, 이 경로를 따라 전속력으로 이동한다.

404 소대의 안내를 따라, 지휘관 일행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404가 제공한 경로 덕분에 지휘관 일행은 미행하던 불한당들을 잠시 따돌리고, 곧 구시가지의 시장에 들어섰다.

M4 SOPMOD II

여기 엄청 시끌시끌하네... 무슨 축제 같아.

근데 왜 여기 다 항붕괴용품밖에 안 팔아? 저것들 효과는 있는 거야?

AR15

가격만 봐도 답 나오지 뭐.

RO635

이익만 바라보는 상인들이 절박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악성 재고 물품에다 "항붕괴"란 딱지를 붙였을 뿐이야.

M4 SOPMOD II

뭐어? 그렇게 사기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갈 텐데!

RO635

이른바 요행 심리라는 거지.

이런 항붕괴용품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직접 쓰고 오염지대로 가는 수밖에 없어.

그중 살아 돌아온 사람만이 증언할 수 있겠지만, 오염지대를 누가 가고 싶어하겠어.

지휘관

45, 미행하는 것들은 다 따돌렸어?

UMP45

<color=#00CCFF>지휘... 뒤에 ......</color>

RO635

45? 응답해, UMP45?

UMP45

<color=#00CCFF>R...... ...호가 끊어......</color>

돌연 404와의 통신이 두절됐다.

AR15

아니 쟤넨 왜 항상 중요한 순간에 저러냐고...

지휘관

경계 늦추지 말고, 계속 술집으로 향한다.

정말 오늘이 무슨 날이기라도 한지, 북적대는 시장가는 항붕괴용품을 판매하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소녀의 목소리

갈라테아 사원들도 애용하는 항붕괴제입니다! 공장에서 갓 나온 항붕괴 부적도 있어요!

싸게 싸게 팝니다! 5개 사면 1개가 공짜!

남성의 목소리

거기 형씨, 이것 좀 보고 가세요! 새로 출시된 항붕괴 축구화입니다!

붕괴복사 차단은 물론 소장 가치도 있어요!

혼잡한 시장바닥에서, RO635가 자신을 미행하는 불한당들을 식별해냈다.

RO635

지휘관님, 놈들이 따라왔습니다.

지휘관

인파 속에 섞여서 더 빠르게 이동하자, 목적지로 가기 전에 어떻게든 놈들을 따돌려야 해.

RO635

네.

지휘관 일행은 사람들 사이를 뜀걸음으로 헤쳐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속도를 내자,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달리기 시작했다.

시민들

뭐야, 벌써 축제 시작됐어?

저 사람들은 뭐 저리 급하게 달린대?

으아아, 서두르지 않으면 사은품 다 놓치겠다!

우리도 빨리 가자!

달리는 사람들이 지휘관 일행을 따라오자, 그 불청객들도 자연스레 그 속에 숨어 쫓아왔다.

???

저깄다! 놈들이 저기 있다!

??

쪽수는 지금 저쪽이 더 많으니까 일단은 놓치지만 마!

???

얘들아 달려라, 저것들 다 고급 인형들이다! 저거 팔아치우면 3년은 먹고산다!

??

가즈아아아!!

M4 SOPMOD II

지휘관! 저쪽도 뛰어와!

AR15

해치울까요?

지휘관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돼, 애먼 일반인까지 말려들 수 있어.

그때, 통신기가 다시 소리를 냈다.

UMP9

<color=#00CCFF>416, 좀만 더 높이 들어봐!</color>

HK416

<color=#00CCFF>진짜 이쪽 맞아!? 왜 아직도 지휘관이랑 연락이 안 되는데!</color>

<color=#00CCFF>정 안 되면 그냥 다 해치우면서 가자니까!</color>

RO635

지휘관님, 404입니다!

UMP45

<color=#00CCFF>휴우, 겨우 다시 연결됐네.</color>

지휘관

방금 무슨 일이었어?

UMP45

<color=#00CCFF>우리 통신이 모조리 차단당했었어. 자리 몇 번 옮겨서 겨우 다시 연결한 거야.</color>

RO635

차단당했다고?

UMP45

<color=#00CCFF>수법이 꽤 특이한 게, 전에 탈린에서――</color>

<color=#00CCFF>...아니, 이건 나중에 찬찬히 설명해 줄게. 지휘관, 전방 10m 앞의 골목길 보여? 그쪽으로 꺾어서 주욱 들어가.</color>

지휘관

알았어!

AR15

잠깐, 거긴 막다른 길이잖아!

UMP45

<color=#00CCFF>거기서라면 남들 눈치 안 보고 싸울 수 있겠지?</color>

<color=#00CCFF>AR팀의 제군들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말이야♪</color>

M4 SOPMOD II

아싸!

지휘관

어휴...

전원 전투 준비, 고무탄으로 교체해. 그래도 급소는 되도록 피해서 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