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의 실타래 Ⅲ
"곤충 두 마리가 구덩이에 빠져 폭풍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댄들라이의 중계를 통해, 지휘관은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속에서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수의 기억 파편들을 발견했다.
이건... 흥미롭군요...
너 아까부터 계속 혼자 중얼거리는데, 대체 뭘 찾아냈길래 그래?
마흐리안은 그야말로, 모순의 결정체입니다. 그녀의 파노라마의 빌드 구조는 패러데우스의 극초기 기술 같지만, 기억 파편의 형식은 제가 다른 니토들에게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입니다.
신식이면서도 구식이란 건가...
탈린의 버려진 이성질체들의 기억 파편이 그저 화질이 떨어지는 영상 클립의 집합이었다면, 마흐리안의 기억은 완전히 디지털화된 것입니다.
처리하기 힘들단 뜻이야?
파노라마에 침투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나, 이만한 규모는 대체 어디서부터 처리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
구조가 어떻든 간에 시간순으로 확인하면 되잖아.
해봤는데 안 돼서 하는 말이야.
마흐리안의 기억 파편은 시간값이 아예 없어서 정렬이 불가능해.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도 사실인걸.
그게 무슨 뜻이야?
기억 파편은 생성된 순간 자동으로 시간 표식이 붙고, 어지간해선 수정하지도, 삭제하지도 못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러려면...
누가 말도 안 되게 한가해서 프레임마다 시간값을 지워야 하지.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기억 파편들을 일일이, 프레임마다 세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텐데.
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가지... 누군가 그녀의 기억을 박살내고 세척해서, 시간 표식이 사라져 기억이 뒤죽박죽이 된 거야.
그럼 본인도 자기 과거를 기억 못한다고?
......
기억이 주입됐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는 매우 취약해, 기억이 주입될 경우 파노라마가 통째로 무너질 겁니다.
일단 일부 읽을 수 있는 파편만이라도 모았습니다만, 순서를 모르니 조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읽을 수 있는 것부터 다 확인해보자.
네, 가장 가까운 것부터 보겠습니다.
본 마을.
성녀 언니, 언니는 형제자매 있어?
음... 여동생이 한 명 있다고 할 수 있겠네.
우와, 성녀 언니처럼 다정한 사람의 동생이니까 언니를 엄청 좋아하겠다.
...그건 아닌가 봐.
왜? 동생이랑 사이 나빠?
두 마리 벌레가 작은 흙구멍에 빠졌어. 두 벌레는 서로 껴안아 함께 살아남을 수도 있고, 상대를 짓밟아 혼자 빠져나갈 수도 있는데...
아직 폭풍우가 오지 않아서 서로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어.
폭풍이 닥치는 순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대충 이런 관계라고 할까?
으에... 모르겠어...
그래도 괜찮아, 난 성녀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으니까!
후훗, 나도 엘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것도 본 마을에서의 기억이군... 벌써 몇 번째지?
선명하지만, 별로 가치는 없네요.
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 시기의 기억만 선명한 모양입니다.
그럼 저쪽의 난잡한 기억 파편을 보자.
어느 실험실.
몸은 어떤 실험 기구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진 남자가 앉았다.
지금 느낌이 어떻지?
별로 안 좋아요...
네가 누구인지는 기억나?
...마흐리안이요.
내가 누군지는 기억해?
당신은... 당신은...
괴롭고 어지러운 기억이 머릿속에 몰려들었지만, 마흐리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드디어 기억 장애가 발생했군.
좋아, 겨우 좀 진전이 생겼어.
다시 한번 기억 세척 실시해, 오늘 실험으로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르겠군.
네.
그의 조수가 다가와, 계기판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제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다시 세척하기 전에, 네가 좋아할 만한 걸 보여 주지.
남자가 사진 한 장을 마흐리안의 눈앞에 들이댔다. 다정하고 화목한 분위기의 가족 사진이었다.
평범한 부부는 서로 어깨를 맞댔고, 가운데의 여자아이는 활짝 웃어 앞니가 빠진 구멍마저도 행복해 보였다.
엄마... 아빠...
비밀 하나 더 알려 줄까?
네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는 진작에 죽었다.
뭐어, 정확힌 죽었다고 할 순 없겠지, 마을 안을 서성이면서 움직이는 게 보이면 닥치는 대로 덮치고 있으니까.
......!
아니야... 아니야! 안 믿어!
풀어 줘!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갈 거야!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단단히 묶인 구속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몸부림쳐 봐, 힘껏 버둥거려 보라고!
어차피 다시 정신이 들면 이 대화도 기억 못해.
시작해.
네.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고, 온세상이 소용돌이치더니 온갖 화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세상이 겨우 잔잔해졌다.
지금 느낌이 어떻지?
별로 안 좋아요...
일그러진 얼굴의 남자는 꺼림직한 웃음소리를 내었고, 마흐리안의 시야는 점점 흐려졌다.
......
얼굴이 더 잘 보이는 기억은 없어?
지금으로선 권장하지 않습니다. 마흐리안의 파노라마는 매우 허약해, 저 특수처리된 인물의 형상을 억지로 복원하려 했다간 붕괴될 위험이 높습니다.
으에... 얼굴이 엄청 징그럽게 비틀렸어...
마흐리안이 저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해서인지, 패러데우스가 그녀의 기억에 특수처리를 해서인지...
하지만 만약 후자라면, 패러데우스가 "기억"을 조작하는 기술력을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는 뜻입니다.
...계속 찾아봐.
댄들라이가 마흐리안의 전체적인 정신 속 광경을 보여줬다. 크기도, 색깔도 다른 파편들이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어떤 건 주변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어떤 건 완전히 파손된 것처럼 보였다.
이 기억 파편이랑 색이 비슷한 걸 찾아봐, 흐릿해도 상관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어느 지하 기지.
전자 스크린은 베를린의 전체 지도를 선명하게 그렸고, 그 위에는 빼곡한 점들이 찍혀 있었다.
그중, 얼굴이 흐릿한 소녀가 모두의 위치를 지정해 주고 있었다.
다들 맡은 위치 제대로 기억했지?
똑똑히 기억해두었습니다.
즉시 위치로 이동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얼굴이 흐릿한 그 소녀가, 어떤 컨트롤러를 니토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니토들은 공손히 양손을 내밀어 컨트롤러를 받으려 했다.
야, 너. 대충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이게 뭐하는 건지 알고는 있어?
이건...?
뭐어?!
소녀가 갑자기 노발대발하더니, 검은 니토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벽으로 냅다 던졌다.
벽에는 붉은 꽃이 활짝 피어났다.
"고치 계획"을 아버님이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아!? 근데 뭐 이렇게 관심이 없어?!
야, 너! 이게 뭐지?
..."이아손의 상자"의 컨트롤러입니다.
잘했어, 쟨 좀 똑똑하네. 이건 사랑과 희망이 가득 담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폭죽이야!
이 작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멋진 희망이 상자에서 퍼져 나갈 거라고.
시간 잘 맞춰! 다 함께 베를린을 아름다운 희망으로 가득 채우자!
니토들은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양손을 소녀에게 내밀었다.
하얀 니토가 컨트롤러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모두, 준비됐습니까?
준비됐습니다.
좋습니다, 모든 것은 아버님의 영광을 위해.
아버님의 영광을 위해.
니토들은 경건하게 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하얀 니토들이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른 순간...
퍼엉――!!
이어지는 폭발과 함께, 연황색의 꽃가루가 도시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도시의 붕괴복사 오염도가 레드존급으로 급상승했고, 사람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필사적으로 꽃가루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하나둘씩 털썩 쓰러졌다.
어떤 이들은 다신 일어나지 않게 되었지만, 일부는 다르게나마 현세로 귀환했다.
끄어어어——
아버님의 말씀대로, 부분면역체와 완전면역체를 찾아 생포하세요.
네.
이윽고 수많은 니토들이 피어나는 꽃가루의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그 너머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와 절망에 빠진 인간의 절규가 한데 섞였다.
지옥이 세상에 도래했다.
이건... 베를린?
틀림없어요, 방금 격리벽도 보였습니다.
......
이거 전부 녹화해. 자세히 확인해야겠어.
찻잔을 든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세상의 종말 같은 광경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고, 그 고통스러운 아비규환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전체 대사 보기 (97줄)
댄들라이의 중계를 통해, 지휘관은 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 속에서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수의 기억 파편들을 발견했다.
<color=#00CCFF>이건... 흥미롭군요...</color>
너 아까부터 계속 혼자 중얼거리는데, 대체 뭘 찾아냈길래 그래?
<color=#00CCFF>마흐리안은 그야말로, 모순의 결정체입니다. 그녀의 파노라마의 빌드 구조는 패러데우스의 극초기 기술 같지만, 기억 파편의 형식은 제가 다른 니토들에게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입니다.</color>
신식이면서도 구식이란 건가...
<color=#00CCFF>탈린의 버려진 이성질체들의 기억 파편이 그저 화질이 떨어지는 영상 클립의 집합이었다면, 마흐리안의 기억은 완전히 디지털화된 것입니다.</color>
처리하기 힘들단 뜻이야?
<color=#00CCFF>파노라마에 침투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나, 이만한 규모는 대체 어디서부터 처리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color>
구조가 어떻든 간에 시간순으로 확인하면 되잖아.
<color=#00CCFF>해봤는데 안 돼서 하는 말이야.</color>
<color=#00CCFF>마흐리안의 기억 파편은 시간값이 아예 없어서 정렬이 불가능해.</color>
말도 안 돼!
<color=#00CCFF>말도 안 돼도 사실인걸.</color>
그게 무슨 뜻이야?
기억 파편은 생성된 순간 자동으로 시간 표식이 붙고, 어지간해선 수정하지도, 삭제하지도 못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러려면...
<color=#00CCFF>누가 말도 안 되게 한가해서 프레임마다 시간값을 지워야 하지.</color>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기억 파편들을 일일이, 프레임마다 세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텐데.
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가지... 누군가 그녀의 기억을 박살내고 세척해서, 시간 표식이 사라져 기억이 뒤죽박죽이 된 거야.
그럼 본인도 자기 과거를 기억 못한다고?
......
기억이 주입됐을 가능성은?
<color=#00CCFF>없습니다.</color>
<color=#00CCFF>마흐리안의 컨셔스 파노라마는 매우 취약해, 기억이 주입될 경우 파노라마가 통째로 무너질 겁니다.</color>
<color=#00CCFF>일단 일부 읽을 수 있는 파편만이라도 모았습니다만, 순서를 모르니 조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color>
우선 읽을 수 있는 것부터 다 확인해보자.
<color=#00CCFF>네, 가장 가까운 것부터 보겠습니다.</color>
본 마을.
성녀 언니, 언니는 형제자매 있어?
음... 여동생이 한 명 있다고 할 수 있겠네.
우와, 성녀 언니처럼 다정한 사람의 동생이니까 언니를 엄청 좋아하겠다.
...그건 아닌가 봐.
왜? 동생이랑 사이 나빠?
두 마리 벌레가 작은 흙구멍에 빠졌어. 두 벌레는 서로 껴안아 함께 살아남을 수도 있고, 상대를 짓밟아 혼자 빠져나갈 수도 있는데...
아직 폭풍우가 오지 않아서 서로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어.
폭풍이 닥치는 순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대충 이런 관계라고 할까?
으에... 모르겠어...
그래도 괜찮아, 난 성녀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으니까!
후훗, 나도 엘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것도 본 마을에서의 기억이군... 벌써 몇 번째지?
선명하지만, 별로 가치는 없네요.
<color=#00CCFF>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 시기의 기억만 선명한 모양입니다.</color>
그럼 저쪽의 난잡한 기억 파편을 보자.
어느 실험실.
몸은 어떤 실험 기구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진 남자가 앉았다.
지금 느낌이 어떻지?
별로 안 좋아요...
네가 누구인지는 기억나?
...마흐리안이요.
내가 누군지는 기억해?
당신은... 당신은...
괴롭고 어지러운 기억이 머릿속에 몰려들었지만, 마흐리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드디어 기억 장애가 발생했군.
좋아, 겨우 좀 진전이 생겼어.
다시 한번 기억 세척 실시해, 오늘 실험으로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르겠군.
네.
그의 조수가 다가와, 계기판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제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다시 세척하기 전에, 네가 좋아할 만한 걸 보여 주지.
남자가 사진 한 장을 마흐리안의 눈앞에 들이댔다. 다정하고 화목한 분위기의 가족 사진이었다.
평범한 부부는 서로 어깨를 맞댔고, 가운데의 여자아이는 활짝 웃어 앞니가 빠진 구멍마저도 행복해 보였다.
엄마... 아빠...
비밀 하나 더 알려 줄까?
네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는 진작에 죽었다.
뭐어, 정확힌 죽었다고 할 순 없겠지, 마을 안을 서성이면서 움직이는 게 보이면 닥치는 대로 덮치고 있으니까.
......!
아니야... 아니야! 안 믿어!
풀어 줘!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갈 거야!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단단히 묶인 구속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몸부림쳐 봐, 힘껏 버둥거려 보라고!
어차피 다시 정신이 들면 이 대화도 기억 못해.
시작해.
네.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고, 온세상이 소용돌이치더니 온갖 화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세상이 겨우 잔잔해졌다.
지금 느낌이 어떻지?
별로 안 좋아요...
일그러진 얼굴의 남자는 꺼림직한 웃음소리를 내었고, 마흐리안의 시야는 점점 흐려졌다.
......
얼굴이 더 잘 보이는 기억은 없어?
<color=#00CCFF>지금으로선 권장하지 않습니다. 마흐리안의 파노라마는 매우 허약해, 저 특수처리된 인물의 형상을 억지로 복원하려 했다간 붕괴될 위험이 높습니다.</color>
으에... 얼굴이 엄청 징그럽게 비틀렸어...
마흐리안이 저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해서인지, 패러데우스가 그녀의 기억에 특수처리를 해서인지...
하지만 만약 후자라면, 패러데우스가 "기억"을 조작하는 기술력을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는 뜻입니다.
...계속 찾아봐.
댄들라이가 마흐리안의 전체적인 정신 속 광경을 보여줬다. 크기도, 색깔도 다른 파편들이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어떤 건 주변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어떤 건 완전히 파손된 것처럼 보였다.
이 기억 파편이랑 색이 비슷한 걸 찾아봐, 흐릿해도 상관없으니까.
<color=#00CCFF>알겠습니다.</color>
어느 지하 기지.
전자 스크린은 베를린의 전체 지도를 선명하게 그렸고, 그 위에는 빼곡한 점들이 찍혀 있었다.
그중, 얼굴이 흐릿한 소녀가 모두의 위치를 지정해 주고 있었다.
다들 맡은 위치 제대로 기억했지?
똑똑히 기억해두었습니다.
즉시 위치로 이동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얼굴이 흐릿한 그 소녀가, 어떤 컨트롤러를 니토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니토들은 공손히 양손을 내밀어 컨트롤러를 받으려 했다.
야, 너. 대충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이게 뭐하는 건지 알고는 있어?
이건...?
뭐어?!
소녀가 갑자기 노발대발하더니, 검은 니토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벽으로 냅다 던졌다.
벽에는 붉은 꽃이 활짝 피어났다.
"고치 계획"을 아버님이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아!? 근데 뭐 이렇게 관심이 없어?!
야, 너! 이게 뭐지?
..."이아손의 상자"의 컨트롤러입니다.
잘했어, 쟨 좀 똑똑하네. 이건 사랑과 희망이 가득 담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폭죽이야!
이 작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멋진 희망이 상자에서 퍼져 나갈 거라고.
시간 잘 맞춰! 다 함께 베를린을 아름다운 희망으로 가득 채우자!
니토들은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양손을 소녀에게 내밀었다.
하얀 니토가 컨트롤러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모두, 준비됐습니까?
준비됐습니다.
좋습니다, 모든 것은 아버님의 영광을 위해.
아버님의 영광을 위해.
니토들은 경건하게 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하얀 니토들이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른 순간...
퍼엉――!!
이어지는 폭발과 함께, 연황색의 꽃가루가 도시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도시의 붕괴복사 오염도가 레드존급으로 급상승했고, 사람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필사적으로 꽃가루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하나둘씩 털썩 쓰러졌다.
어떤 이들은 다신 일어나지 않게 되었지만, 일부는 다르게나마 현세로 귀환했다.
끄어어어——
아버님의 말씀대로, 부분면역체와 완전면역체를 찾아 생포하세요.
네.
이윽고 수많은 니토들이 피어나는 꽃가루의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그 너머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와 절망에 빠진 인간의 절규가 한데 섞였다.
지옥이 세상에 도래했다.
이건... 베를린?
틀림없어요, 방금 격리벽도 보였습니다.
......
이거 전부 녹화해. 자세히 확인해야겠어.
찻잔을 든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세상의 종말 같은 광경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고, 그 고통스러운 아비규환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