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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거울단계

은밀한 마음

"기지의 있는 애들한테 뭐라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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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후의 오후.

마흐리안은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인형도,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마흐리안

우으응...

페로사

...아, 깨어났구나.

마흐리안이 기지개를 켜던차에 페로사가 눈을 떴다.

페로사

잘 잤어?

마흐리안

네... 꽤 괜찮게 잤어요...

다른 분들은요...?

페로사

주방에서 인간이 섭취할 요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연구 중이야.

...소리로 봐선 그다지 잘 안 되는 거 같지만.

마흐리안

......

마흐리안이 귀를 기울이니, 과연 방 밖은 떠들썩했다. 다만 무슨 말을 하는 중인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페로사

가보겠어? 이제 막 깼으니 좀 걷는 편이 정신 차리기에도 좋을 거야.

마흐리안

네.

마흐리안은 침대에서 내려와, 페로사를 따라 방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주방에선 가스레인지와 몇 접시의 원형을 알 수 없는 시꺼먼 물체를 사이에 두고 인형 몇 명이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콜리브리

――자꾸 그딴 식으로 요리하면 미각 모듈 꺼도 못 먹는다니까!?

데린저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이건 데린저가 아껴둔 간식이란 말이야!

콜리브리

그렇다고 그걸 왜 튀겨!

데린저

그치만 지휘관이 따끈한 걸 먹고 싶댔는걸!

마흐리안

......

페로사

왜들 그렇게 싸워?

새비지

아, 페로사. 지금 둘이 과자도 튀김으로 만들 수 있는지로 싸우고 있어요.

표도로프

어떻게 좀 해 주세요 페로사, 태워먹은 게 벌써 몇 접시나 돼요...

그 와중 마흐리안이 가스레인지에 다가가, 그 시꺼먼 물체를 집어 살짝 핥아보았다.

마흐리안

......

이건...!

강렬한 비린내와 기괴한 단맛이 동시에 몰아쳐, 백상아리처럼 미각을 넘어 머릿속까지 쳐들어왔다.

마흐리안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페로사

마흐리안!? 괜찮아?!

빨리 물 가져와!

새비지

여기, 물로 입을 헹구세요!

깨끗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야 마흐리안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본 데린저와 콜리브리는 더욱 기운이 없어졌다.

페로사

...너흰 마흐리안을 지켜봐, 내가 할게.

새비지

오, 페로사의 요리는 간만이네요.

표도로프

저도 돕겠습니다.

페로사는 능숙하게 생선을 씻고 손질한 다음, 살을 얇게 썰고 튀김옷을 입혔다.

표도로프는 옆에서 감자를 길게 썰어, 생선살과 함께 뜨거운 기름에 넣었다.

얼마 안 지나, 황금빛 윤기를 뽐내는 피시 앤 칩스가 완성되었다.

콜리브리

와아~!!

데린저

페로사 굉장해!

마흐리안

냄새가... 고소하네요.

페로사가 한 접시를 마흐리안 앞에 놓았다.

페로사

이건 네 몫.

마흐리안

네? 저도 먹어도 되나요...? 감사합니다.

인형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으며, 마흐리안은 조심조심 감자튀김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때, 장을 보고 돌아온 AR팀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

M4 SOPMOD II

오오, 냄새 좋다. 뭐 먹어?

AR15

지휘관이 부탁한 애프터눈 티도 준비됐지? 불러올게.

AR-15는 그대로 지휘실로 향했다.

RO635

생긴 걸 보니, 영국 요리 같네.

M4 SOPMOD II

아아~ 벌써 기지의 식당이 그립다~

RO635

얘가 또, 돌아가서 실컷 먹으면 되지.

마흐리안은 감자튀김을 꼭꼭 씹었다.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속은 수분으로 촉촉했고, 조미료도 거의 안 들어가 감자의 본연의 향이 물씬 풍겼다.

콜리브리

너네 기지의 식당... 그렇게 맛있어?

데린저

훈작사는 독살당할 수도 있다면서 식당 싫어하더라...

M4 SOPMOD II

응? 응! 우리 기지 식당 요리 엄청 맛있어! 여러 나라의 요리가 전부 있다구!

감자만 해도 미국식 감자 튀김, 영국식 감자 튀김, 이탈리아식 으깬 감자, 동양식 감자채...

데린저

우으으... 데린저 죽어... 그만, 그마아안...

그 말을 들은 마흐리안도 고개를 숙인 채 접시의 피시 앤 칩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정말 맛있었는데, 갑자기 싱겁게 느껴졌다.

페로사

너무 속상할 것 없어, 어쩌면 우리도 그 기지를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콜리브리

어, 정말?

새비지

훈작사님 말씀으론, 아무래도 우리를 장기간 지휘관과 함께 행동하게 하실 셈이신 것 같아.

표도로프

우린 패러데우스에 대한 지식이 아직 부족하니, 지휘관과 함께라면 분명 많은 걸 배울 수 있겠죠.

데린저

오오, 기대된다.

홍차가 담긴 찻잔을 든 마흐리안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M4 SOPMOD II

그럼 모두 미리 기지의 애들한테 인사하는 건 어때?

새비지

무슨 인사?

M4 SOPMOD II

뭐긴, 반갑다고 자기소개하는 영상 보내는 거지! 기지의 모두가 미리 얼굴을 알 수 있게 말이야!

RO635

그거라면 지휘관님도 개의치 않으실 거야, 이따가 여쭤볼게.

그리폰 소대의 시선이 동시에 페로사를 향했다.

페로사

다들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어떻게 거절해.

콜리브리

아싸~! 나 얼굴 정리 좀 하고 올게!

데린저

걔네한테 뭐라 하면 좋을까...

M4 SOPMOD II

얼른 얼른! 녹화 시작하니까 "바나나" 보고 말해!

그리폰 소대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차례대로 "바나나" 앞에 서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런 와중, 페로사가 마흐리안에게 다가왔다.

페로사

너도 어때?

마흐리안

저는... 찍을 필요 없지 않을까요.

페로사

내가 지휘관을 본 바로는, 임무가 끝나면 너도 그 기지로 가게 될 수 있어.

마흐리안

음......

마흐리안은 불안한 눈빛으로 찻잔을 꼭 쥐었지만, 잔 속의 차는 잔잔했다.

그때, AR-15와 함께 지휘관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지휘관

으음, 벌써 좋은 냄새가 나네.

RO635

페로사가 직접 요리한 피시 앤 칩스입니다.

지휘관

척 봐도 맛있어 보이는걸, 잘 먹을게.

M4 SOPMOD II

지휘관 지휘관! 나 기지의 애들한테 얘네를 소개하는 영상 찍고 있었어!

모두가 귀여운 신참이 온다는 걸 알면 분명 엄청 기뻐할 거야, 그치!

지휘관

하하, 그거 좋은 생각인데?

페로사

지휘관, 아직 마흐리안이 찍지 않았습니다.

페로사가 미소를 지으며 마흐리안을 데리고 왔다.

마흐리안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했다.

AR15

...지휘관, 어차피 저 여자는——

M4 SOPMOD II

뭐 어때 AR-15, 철혈 녀석들도 거기서 잘 지내고 있잖아.

지휘관은 괜찮다는 눈빛으로 AR-15에게 감자튀김을 내밀었다.

AR15

......

AR-15는 그 감자튀김을 받지 않았지만, 더는 반대하지도 않았다.

지휘관

이리 와, 마흐리안.

M4 SOPMOD II

자자자, 이쪽 보고 자기소개 시이~작!

결국 "바나나" 앞에 서게 된 마흐리안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렌즈를 바라봤다.

한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과거의 단편이 스쳐 지나갔고, 희노애락이 교차했다.

마흐리안

......반가워요, 저는 마흐리안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