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Ⅰ
"비록 우리 이름이 '반역'이지만 너를 배신하진 않아."
......
베를린, 안젤리아의 거처.
깊은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까지도 두세 시간밖에 안 남은 시점.
각자 꼴이 엉망인 안젤리아와 그녀의 부하들이 드디어 아파트로 돌아왔다.
창고를 떠날 때부터 라이트는 계속 안젤리아를 따라왔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상대가 말이 없으니 안젤리아도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둘은 조용히 안식처로 돌아왔다.
......
......
슈타지 요원들은 다들 자기 위치로 복귀했지만, 라이트는 안젤리아의 방 문앞까지 와서도 떠날 기색이 안 보였다.
결국 안젤리아가 보다 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
배웅은 여기까지면 됐어.
오늘은 저도 여기서 묵을 겁니다. 바로 옆방에서요.
라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왜, 내가 또 다른 창고 터뜨릴까 봐?
당신을 의심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제 누나가 잠자리에 들어서, 깨우기 싫어서요.
음? 너 누나가 있어? 걔도 슈타지야?
아뇨, 기자입니다.
기자?
네.
안젤리아는 여전히 문고리를 잡은 채로 라이트를 바라보았다.
라이트도, 아무래도 안젤리아가 방으로 들어가기 전엔 눈을 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번 일 때문에... 안젤리아는 할 말이 없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끝내 문고리를 놓고 팔꿈치를 문에 기대고서 말을 마저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오늘 일은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함부로 행동해서 너한테 폐를 끼쳤다. 미안해.
......
뜻밖의 전개에 라이트는 넋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아는 안젤리아는 사과를 모르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저를 신용하지 못하신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당신께 브레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압니다.
설마 패러데우스가 정계의 고위직까지 침투했고, 그레이 박사마저 포섭했다니...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안젤리아는 문을 퉁퉁 두드리며 할 말을 정리했다. 솔직히, 안젤리아에 대한 라이트의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안젤리아는 사과가 서투르다.
하지만 이 청년은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안젤리아는 생각했다.
그 여자를 처음 봤을 때, 딱 너 같았어.
젊고, 열정적이고, 포부 있고... 너는 더 심해, 내 옛날 생각까지 났어.
그래도 전 당신과 대적하지도, 비행기에서 목숨 걸고 싸우지도 않을 겁니다.
풉.
뭐야, 착한 아이였네?
글쎄요, 착한 아이라 할 수 있을진...
툭하면 누나를 화나게 만들고, 누나한테 대들기만 하는 동생인걸요.
대드는 게 꼭 나쁜 짓이지만은 않아. 상대방 열받게 하려고 대드는 것만 아니면 돼.
안젤리아는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오늘은 네 덕분에 살았어, 고맙다.
그래도 난 다음에도 내 방식대로 할 거야.
얼마든지요. 전 당신의 판단을 믿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착한 아이는 일찍 자기나 해, 내일 또 할 일 있으니까.
안젤리아는 피식 웃으며 문을 열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안젤리아 씨.
라이트는 안젤리아가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것까지 확인하고 난 뒤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한 복도 위에 걸린 샹들리에의 불빛은 평소보다 어두워 보였다.
......
동료 요원들은 모두 건물의 1층과 2층을 지키는 중이었다.
이 건물은 본디 타국의 귀빈이 방문했을 때 사용하는 숙소여서, 높은 층에 사람을 배치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안젤리아 일행을 빼면 아무도 없다.
조용한 것도 당연했다.
라이트는 자신의 방의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이상했다.
오늘의 고요함은... 뭔가 심상찮았다.
안젤리——
라이트는 바로 몸을 돌렸지만, 눈앞에 그림자가 나타나 그를 가로막았다.
——!
퍼억!
......
안젤리아는 이제 창가에 앉은 AK-12가 자신을 맞이하는 게 더는 어색하지도 않았다.
젊은 애랑 그렇게 오래 얘기하다니, 이거 별일이네.
솔직히 나 감동 먹었어.
다른 애들이랑 바깥 경계 안 서고 뭐해.
나도 부상자거든? 휴식할 권리가 있다고.
그리고, 지금 너한테 말상대가 필요할 거 같아서.
......
안젤리아는 창문의 커튼을 닫고, 침대 앞 의자에 앉았다.
안젤리아, 너 지금 신경이 너무 곤두서 있어.
와서는 하는 말이 심리상담이야? 그런 짓은 RPK나 하는 줄 알았더니.
나야 인간의 신체 언어를 분석하는 법을 배웠으니까 알지.
넌 항상 창문을 싫어했잖아. 문을 보고 앉으려 하지도 않고.
...내가 지금 베를린에 있는 건지, 패러데우스의 소굴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네.
우린 결국 도움을 받아야 해, 안젤리아.
패러데우스는 우리만으로 엎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니야.
저 꼬맹이를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J랑 K가 추천해서 온 거 아니겠어?
게다가 오늘은 쟤 안 왔으면 우리 모두 거기서 끝장이었어.
알아, 나도 안다고... 라이트가 믿어도 될 녀석이란 건 진작부터 알았어.
하지만 내가 말했지, 저 녀석 하나 믿을 만해선 아무 의미 없다고. 쟤 밑에 스파이가 있을 가능성이 0이 아닌 이상, 계획을 말해줄 수 없어.
녀석이 혼자서 따라오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최악의 상황이라도 우리가 있잖아. 우리가 비록 "반역자 소대"라지만, 널 배신할 일은 없어.
아 그렇지, 그리폰의 지휘관도 여기 왔잖아.
...라이트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 볼게.
후훗, 그래야 우리 안젤리아지.
일단 브레멘에서보단 목표가 확실해.
그레이부터 진압한다면 윌리엄의 속셈을 밝혀낼 수 있을 거야.
그 여자가 최중요 인물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자의 계획을 막아야 한다는 거네.
그래... 반드시 막아야 해.
그놈의 빌어먹을 테러 계획에 찬물을 끼얹어야지.
그러고 보니 물어볼 게 있는데, 안젤리아 너 혹시――
......
AK-12가 돌연 말을 멈췄다.
AK-12?
적습이다.
쨍그랑!
안젤리아, 엎드려!
타타타탕!!
커튼에 가려졌던 창문이, 거대한 형체가 들이받아 박살났다. 안젤리아는 조건반사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몸을 침대 너머로 굴려 엄폐하면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타앙!
그리고 신속하게 AK-12의 칼질에 목이 베인 그 병사를 확인사살했다.
떼구르르...
수류탄!
펑!
콜록... 콜록콜록...
제기랄, 최루탄이잖아...
안젤리아가 손수건을 꺼내든 순간, 누가 방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AK-12는 열린 문을 향해 총구를 돌리고, 하마터면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안젤리아 씨!
윽?! 콜록콜록!!
마찬가지로 잔뜩 경계 태세인 라이트였다.
얼굴엔 피가 묻어있고, 한손엔 단도, 다른 손엔 권총을 쥐고 있었다.
어서 움직이세요!
적습입니다!
알아, 나도 장님이 아니라고.
안젤리아의 눈에 문 앞에 쓰러져 있는 패러데우스 병사의 시체가 들어왔다.
그리고 AK-12가 해치운 병사들도... 다 안젤리아가 본 적 있는 종류였다.
패러데우스의 보병 유닛, 통칭 "스트렐치".
안젤리아는 속으로 욕했다.
왜 생각이 닿지 않았을까?
그 여자가, 그렇게 순순히 포기할 리 없었단 사실에.
안젤리아가 주저하던 도중, 복도 귀퉁이에서 총탄이 날아와 라이트도 방 안으로 숨어야 했다.
다른 애들은?!
지금 통신 중인데...
젠장, 신호가 차단당했어.
저도입니다.
통신이 먹통이라 지원 요청도 불가능합니다. 경보도 마비됐어요.
쯧, 아까 그년 역린을 아주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네.
안젤리아는 혀를 차면서 총을 재장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통신을 차단했어도 금방 들킬 겁니다.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무리겠는걸.
네?
타닥타닥...
소이탄이야.
날 죽이려고 아주 단단히 벼르고 왔어.
맹렬한 열기가 복도 끝에서부터 서서히 밀려왔다.
그리고 AK-12가 커튼을 뜯어내 창문으로부터의 습격에 대비하는 그 와중에도, 건물 밑에서 치열한 총격전의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보초 서던 인원들까지 대치 중인가?
이 정도 고온은 나한텐 별거 아니지만...
나 혼자 살아남아선 의미 없겠지?
불길의 기세로 봐선...
몇 분 안에 불타 죽던지, 질식해 죽던지야.
질식은 걱정 없겠죠, 창문이 있으니... 잠깐.
창문으로 탈출하면 되지 않나요?
열기에 벌써 머리가 익었어? 여긴 8층이야.
그래도 AK-12 씨가 안젤리아 씨를 안고 뛰어내린다면, 인형의 능력상 도구 등을 사용해 7층이나 6층에 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넌 어쩌고?
저들은 안젤리아 씨 당신을 노리고 왔으니, 빠져나가면 당연히 쫓아가겠죠.
그럼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지금 내 상태로는 그런 고난이도 곡예를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는걸.
그리고 저것들이 그 생각을 안 할 거 같아?
AK-12가 테이블의 컵을 덥석 집어 창밖으로 던졌다.
타앙!
밖으로 던져지기가 무섭게, 유리잔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고개라도 내미는 그 즉시 머리가 저 꼴이 될 거야.
복도를 돌파하는 수밖에 없어.
놈들이 불길을 이쪽으로 몰고오기 전에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어야 해.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AK-12 씨가 선봉으로 나가죠!
미쳤어? 넌 2초도 안 돼서 벌집이 될 거다!
그럼 적어도 1초는 벌 수 있단 뜻이네요!
당신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안젤리아 씨!
이 꼬맹이가 무슨 헛소리를――
그만, 입 좀 다물어 봐!
바닥에 뭐가 있어!
있긴 뭐가 있――?!
두 사람이 말다툼하던 사이, 발밑에서 강력한 충격이 느껴졌다.
박살난 벽돌이 중력에 이끌려 무너져내렸고, 안젤리아와 라이트도 무방비하게 추락했다.
크윽... 쿨럭쿨럭...
아야야... 야! 딴 길로 올 순 없었어!?
추락하는 순간, AK-12는 안젤리아를 붙잡아 품에 안고 그녀 대신 충격을 흡수했다.
그 때문에, 이미 아슬아슬한 상태였던 AK-12의 소체에서 불길한 소리가 났다.
그래도 다행히 적은 아니었다. 자욱한 먼지 너머로 AK-12가 고함쳤고,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변명했다.
하늘에 맹세코 달리 방도가 없었는데 어떡해요.
7층에서 8층으로 향하는 길이 죄다 막혀버렸는데, 안젤리아를 적이 철통 수비 중인 비상구로 가게 할 수도 없잖아요?
RPK...? AK-15와 AN-94는?
아래층에 니토를 포함한 패러데우스의 암살 부대가 들이닥쳤어요.
기습엔 도가 튼 녀석들이니, 그 둘이서도 상대하긴 꽤나 까다로울 거예요.
하지만 상대가 양동 작전을 벌이지 않을까 싶어서 와봤더니, 정답이지 뭐예요?
으윽...
라이트는 다리를 부둥켜안고 신음소리를 내었다.
어, 라이트? 괜찮아?!
으... 잘 모르겠네요.
투다다다당!!
사과하고 싶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그럴 상황이 아니네요.
이게 제가 생각해낸 것들 중 여러분을 제일 빨리 구해낼 방법이었어요.
너무 요란했던 게 사소한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네요.
사소하긴 무슨! 자기가 했다고 점수 너무 후하게 매긴다 너?
아윽...!
라이트가 고통을 참으며 일어났지만, 곧바로 다시 잔해 위에 무릎을 꿇었다.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걸.
아뇨, 괜찮... 예, 좀 심각하네요.
발목을 삐었습니다.
이런.
걸을 순 있겠어?
네, 다만... 여러분과 함께 행동하면 안 되겠습니다.
괜히 발목만 잡을 뿐이에요.
여기서 따로 움직이죠.
아까부터 헛소리하네, 너 혼자로는 움직이기도 전에 죽어!
안심하십시오, 죽더라도 절대 쉽게 죽진 않을 셈입니다. ...아무렴요, 저는 슈타지의 유망주인걸요.
그리고 저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당신이니, 저를 노리진 않을 겁니다.
라이트는 안젤리아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척 매력적인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감상할 때가 아니었다.
영웅 흉내는 꿈에서나 하셔.
널 버리고는 안 가.
안젤리아 씨야말로 잠꼬대하지 마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라이트의 말을 증명하듯, 패러데우스의 총성이 다시 들려왔다.
목표 발견. 섬멸 개시.
온다.
제기랄, 숨 돌릴 틈도 안 주질 않는구만.
어떻게든 내 목을 가져가겠다 이거지?
놈들의 부대가 길목에 진을 치고 있으니, 강행돌파하더라도 금새 따라붙을 겁니다.
아무래도, 안젤리아를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누가 미끼가 되어야겠네.
어머, 그럼 우리 대장님이 나설 시간이네요?
그렇지.
......엥, 네? 진심이었어요?
그 방법 말곤 없어.
지금 그 꼴로요?
그랬다간 어떻게 될지, 알죠?
그걸 왜 몰라.
내가 너처럼 멍청한 줄 알아?
그렇다면야, 확실히 묘안이긴 해요. 게다가 베를린을 떠날 때까진 선배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예요.
하지만 안젤리아가 섭섭하겠네요.
네가 미끼가 되겠다고?
절대 안 돼, 지금 상황으론 네 예비 소체를 가져올 수도 없어! 다른――
너네 둘이 머리 맞대도 나보다 못하면서 무슨.
내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정말 없는 거야.
안젤리아,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네 목숨을 최우선으로 해.
인형 지키려다 죽지 말고.
네가 목숨을 걸 전장은 여기가 아니잖아?
......
RPK.
네? 어, 지금 뭘 보냈... 지휘 권한?
그럼 이제 제가 대장이에요?
나 복귀할 때까지만.
안젤리아한테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쇼가 뭐라 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네 기반 코드가 안 뜯어지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알았어?
와아... 이거 정말... 황송할 따름이네요.
그럼, 지금부터 저와 AK-12 씨가 적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유인하겠습니다.
안젤리아 씨가 무사히 탈출하기만 한다면, 저희가 받는 압력도 바로 줄어들겠죠.
정말 저희를 살리고 싶으시다면 서둘러 탈출하세요.
하지만...
걱정 마시라니까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여기서 죽을 생각 없다고.
AK-12 씨에게 화력이 더 쏠릴 테니, 잘 사린다면 저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겁니다.
안젤리아, 그만해요.
두 분 모두 자원해서 당신을 도와주려는 거라고요.
그리고, 저도 이번만큼은 달리 더 나은 방법이 안 떠올라요.
......
제가 책임지고 무사히 AK-15랑 AN-94와 합류할게요.
...알았어, 그럼 가자.
안젤리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모퉁이에서 준비 태세를 갖춘 AK-12와 온통 흙투성이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짓는 라이트를 뒤로하고, RPK-16과 함께 출발했다.
AK-12 씨, 제 탄약 전부 드리겠습니다.
라이트가 AK-12에게 자신의 남은 탄창과 폭약까지 전부 건넸다.
응? 넌 어쩌려고?
그렇게 멋지게 말해놓고선, 설마 여기서 나랑 같이 죽을 셈은 아니겠지?
물론 아니죠. 그냥 제 판단상, 당신이 이걸 가져가는 편이 제 생존률이 더 높아서입니다.
저는 이 자리서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안젤리아 씨가 탈출하거나 지원 병력이 도착한다면, 저를 공격할 이유도 사라지니까요.
오호, 너 머리 되게 잘 돌아가는구나?
그럼... 또 보자.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납시다, AK-12 씨.
불길한 소리하긴.
새 탄창으로 교체하고, AK-12는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저 패러데우스 피라미들에게 보여 주지.
"진짜 전술인형"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전체 대사 보기 (174줄)
......
베를린, 안젤리아의 거처.
깊은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까지도 두세 시간밖에 안 남은 시점.
각자 꼴이 엉망인 안젤리아와 그녀의 부하들이 드디어 아파트로 돌아왔다.
창고를 떠날 때부터 라이트는 계속 안젤리아를 따라왔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상대가 말이 없으니 안젤리아도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둘은 조용히 안식처로 돌아왔다.
......
......
슈타지 요원들은 다들 자기 위치로 복귀했지만, 라이트는 안젤리아의 방 문앞까지 와서도 떠날 기색이 안 보였다.
결국 안젤리아가 보다 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
배웅은 여기까지면 됐어.
오늘은 저도 여기서 묵을 겁니다. 바로 옆방에서요.
라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왜, 내가 또 다른 창고 터뜨릴까 봐?
당신을 의심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제 누나가 잠자리에 들어서, 깨우기 싫어서요.
음? 너 누나가 있어? 걔도 슈타지야?
아뇨, 기자입니다.
기자?
네.
안젤리아는 여전히 문고리를 잡은 채로 라이트를 바라보았다.
라이트도, 아무래도 안젤리아가 방으로 들어가기 전엔 눈을 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번 일 때문에... 안젤리아는 할 말이 없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끝내 문고리를 놓고 팔꿈치를 문에 기대고서 말을 마저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오늘 일은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함부로 행동해서 너한테 폐를 끼쳤다. 미안해.
......
뜻밖의 전개에 라이트는 넋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아는 안젤리아는 사과를 모르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저를 신용하지 못하신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당신께 브레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압니다.
설마 패러데우스가 정계의 고위직까지 침투했고, 그레이 박사마저 포섭했다니...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안젤리아는 문을 퉁퉁 두드리며 할 말을 정리했다. 솔직히, 안젤리아에 대한 라이트의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안젤리아는 사과가 서투르다.
하지만 이 청년은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안젤리아는 생각했다.
그 여자를 처음 봤을 때, 딱 너 같았어.
젊고, 열정적이고, 포부 있고... 너는 더 심해, 내 옛날 생각까지 났어.
그래도 전 당신과 대적하지도, 비행기에서 목숨 걸고 싸우지도 않을 겁니다.
풉.
뭐야, 착한 아이였네?
글쎄요, 착한 아이라 할 수 있을진...
툭하면 누나를 화나게 만들고, 누나한테 대들기만 하는 동생인걸요.
대드는 게 꼭 나쁜 짓이지만은 않아. 상대방 열받게 하려고 대드는 것만 아니면 돼.
안젤리아는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오늘은 네 덕분에 살았어, 고맙다.
그래도 난 다음에도 내 방식대로 할 거야.
얼마든지요. 전 당신의 판단을 믿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착한 아이는 일찍 자기나 해, 내일 또 할 일 있으니까.
안젤리아는 피식 웃으며 문을 열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안젤리아 씨.
라이트는 안젤리아가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것까지 확인하고 난 뒤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한 복도 위에 걸린 샹들리에의 불빛은 평소보다 어두워 보였다.
......
동료 요원들은 모두 건물의 1층과 2층을 지키는 중이었다.
이 건물은 본디 타국의 귀빈이 방문했을 때 사용하는 숙소여서, 높은 층에 사람을 배치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안젤리아 일행을 빼면 아무도 없다.
조용한 것도 당연했다.
라이트는 자신의 방의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이상했다.
오늘의 고요함은... 뭔가 심상찮았다.
안젤리——
라이트는 바로 몸을 돌렸지만, 눈앞에 그림자가 나타나 그를 가로막았다.
——!
퍼억!
......
안젤리아는 이제 창가에 앉은 AK-12가 자신을 맞이하는 게 더는 어색하지도 않았다.
젊은 애랑 그렇게 오래 얘기하다니, 이거 별일이네.
솔직히 나 감동 먹었어.
다른 애들이랑 바깥 경계 안 서고 뭐해.
나도 부상자거든? 휴식할 권리가 있다고.
그리고, 지금 너한테 말상대가 필요할 거 같아서.
......
안젤리아는 창문의 커튼을 닫고, 침대 앞 의자에 앉았다.
안젤리아, 너 지금 신경이 너무 곤두서 있어.
와서는 하는 말이 심리상담이야? 그런 짓은 RPK나 하는 줄 알았더니.
나야 인간의 신체 언어를 분석하는 법을 배웠으니까 알지.
넌 항상 창문을 싫어했잖아. 문을 보고 앉으려 하지도 않고.
...내가 지금 베를린에 있는 건지, 패러데우스의 소굴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네.
우린 결국 도움을 받아야 해, 안젤리아.
패러데우스는 우리만으로 엎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니야.
저 꼬맹이를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J랑 K가 추천해서 온 거 아니겠어?
게다가 오늘은 쟤 안 왔으면 우리 모두 거기서 끝장이었어.
알아, 나도 안다고... 라이트가 믿어도 될 녀석이란 건 진작부터 알았어.
하지만 내가 말했지, 저 녀석 하나 믿을 만해선 아무 의미 없다고. 쟤 밑에 스파이가 있을 가능성이 0이 아닌 이상, 계획을 말해줄 수 없어.
녀석이 혼자서 따라오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최악의 상황이라도 우리가 있잖아. 우리가 비록 "반역자 소대"라지만, 널 배신할 일은 없어.
아 그렇지, 그리폰의 지휘관도 여기 왔잖아.
...라이트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 볼게.
후훗, 그래야 우리 안젤리아지.
일단 브레멘에서보단 목표가 확실해.
그레이부터 진압한다면 윌리엄의 속셈을 밝혀낼 수 있을 거야.
그 여자가 최중요 인물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자의 계획을 막아야 한다는 거네.
그래... 반드시 막아야 해.
그놈의 빌어먹을 테러 계획에 찬물을 끼얹어야지.
그러고 보니 물어볼 게 있는데, 안젤리아 너 혹시――
......
AK-12가 돌연 말을 멈췄다.
AK-12?
적습이다.
쨍그랑!
안젤리아, 엎드려!
타타타탕!!
커튼에 가려졌던 창문이, 거대한 형체가 들이받아 박살났다. 안젤리아는 조건반사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몸을 침대 너머로 굴려 엄폐하면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타앙!
그리고 신속하게 AK-12의 칼질에 목이 베인 그 병사를 확인사살했다.
떼구르르...
수류탄!
펑!
콜록... 콜록콜록...
제기랄, 최루탄이잖아...
안젤리아가 손수건을 꺼내든 순간, 누가 방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AK-12는 열린 문을 향해 총구를 돌리고, 하마터면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안젤리아 씨!
윽?! 콜록콜록!!
마찬가지로 잔뜩 경계 태세인 라이트였다.
얼굴엔 피가 묻어있고, 한손엔 단도, 다른 손엔 권총을 쥐고 있었다.
어서 움직이세요!
적습입니다!
알아, 나도 장님이 아니라고.
안젤리아의 눈에 문 앞에 쓰러져 있는 패러데우스 병사의 시체가 들어왔다.
그리고 AK-12가 해치운 병사들도... 다 안젤리아가 본 적 있는 종류였다.
패러데우스의 보병 유닛, 통칭 "스트렐치".
안젤리아는 속으로 욕했다.
왜 생각이 닿지 않았을까?
그 여자가, 그렇게 순순히 포기할 리 없었단 사실에.
안젤리아가 주저하던 도중, 복도 귀퉁이에서 총탄이 날아와 라이트도 방 안으로 숨어야 했다.
다른 애들은?!
지금 통신 중인데...
젠장, 신호가 차단당했어.
저도입니다.
통신이 먹통이라 지원 요청도 불가능합니다. 경보도 마비됐어요.
쯧, 아까 그년 역린을 아주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네.
안젤리아는 혀를 차면서 총을 재장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통신을 차단했어도 금방 들킬 겁니다.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무리겠는걸.
네?
타닥타닥...
소이탄이야.
날 죽이려고 아주 단단히 벼르고 왔어.
맹렬한 열기가 복도 끝에서부터 서서히 밀려왔다.
그리고 AK-12가 커튼을 뜯어내 창문으로부터의 습격에 대비하는 그 와중에도, 건물 밑에서 치열한 총격전의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보초 서던 인원들까지 대치 중인가?
이 정도 고온은 나한텐 별거 아니지만...
나 혼자 살아남아선 의미 없겠지?
불길의 기세로 봐선...
몇 분 안에 불타 죽던지, 질식해 죽던지야.
질식은 걱정 없겠죠, 창문이 있으니... 잠깐.
창문으로 탈출하면 되지 않나요?
열기에 벌써 머리가 익었어? 여긴 8층이야.
그래도 AK-12 씨가 안젤리아 씨를 안고 뛰어내린다면, 인형의 능력상 도구 등을 사용해 7층이나 6층에 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넌 어쩌고?
저들은 안젤리아 씨 당신을 노리고 왔으니, 빠져나가면 당연히 쫓아가겠죠.
그럼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지금 내 상태로는 그런 고난이도 곡예를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는걸.
그리고 저것들이 그 생각을 안 할 거 같아?
AK-12가 테이블의 컵을 덥석 집어 창밖으로 던졌다.
타앙!
밖으로 던져지기가 무섭게, 유리잔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고개라도 내미는 그 즉시 머리가 저 꼴이 될 거야.
복도를 돌파하는 수밖에 없어.
놈들이 불길을 이쪽으로 몰고오기 전에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어야 해.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AK-12 씨가 선봉으로 나가죠!
미쳤어? 넌 2초도 안 돼서 벌집이 될 거다!
그럼 적어도 1초는 벌 수 있단 뜻이네요!
당신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안젤리아 씨!
이 꼬맹이가 무슨 헛소리를――
그만, 입 좀 다물어 봐!
바닥에 뭐가 있어!
있긴 뭐가 있――?!
두 사람이 말다툼하던 사이, 발밑에서 강력한 충격이 느껴졌다.
박살난 벽돌이 중력에 이끌려 무너져내렸고, 안젤리아와 라이트도 무방비하게 추락했다.
크윽... 쿨럭쿨럭...
아야야... 야! 딴 길로 올 순 없었어!?
추락하는 순간, AK-12는 안젤리아를 붙잡아 품에 안고 그녀 대신 충격을 흡수했다.
그 때문에, 이미 아슬아슬한 상태였던 AK-12의 소체에서 불길한 소리가 났다.
그래도 다행히 적은 아니었다. 자욱한 먼지 너머로 AK-12가 고함쳤고,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변명했다.
하늘에 맹세코 달리 방도가 없었는데 어떡해요.
7층에서 8층으로 향하는 길이 죄다 막혀버렸는데, 안젤리아를 적이 철통 수비 중인 비상구로 가게 할 수도 없잖아요?
RPK...? AK-15와 AN-94는?
아래층에 니토를 포함한 패러데우스의 암살 부대가 들이닥쳤어요.
기습엔 도가 튼 녀석들이니, 그 둘이서도 상대하긴 꽤나 까다로울 거예요.
하지만 상대가 양동 작전을 벌이지 않을까 싶어서 와봤더니, 정답이지 뭐예요?
으윽...
라이트는 다리를 부둥켜안고 신음소리를 내었다.
어, 라이트? 괜찮아?!
으... 잘 모르겠네요.
투다다다당!!
사과하고 싶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그럴 상황이 아니네요.
이게 제가 생각해낸 것들 중 여러분을 제일 빨리 구해낼 방법이었어요.
너무 요란했던 게 사소한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네요.
사소하긴 무슨! 자기가 했다고 점수 너무 후하게 매긴다 너?
아윽...!
라이트가 고통을 참으며 일어났지만, 곧바로 다시 잔해 위에 무릎을 꿇었다.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걸.
아뇨, 괜찮... 예, 좀 심각하네요.
발목을 삐었습니다.
이런.
걸을 순 있겠어?
네, 다만... 여러분과 함께 행동하면 안 되겠습니다.
괜히 발목만 잡을 뿐이에요.
여기서 따로 움직이죠.
아까부터 헛소리하네, 너 혼자로는 움직이기도 전에 죽어!
안심하십시오, 죽더라도 절대 쉽게 죽진 않을 셈입니다. ...아무렴요, 저는 슈타지의 유망주인걸요.
그리고 저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당신이니, 저를 노리진 않을 겁니다.
라이트는 안젤리아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척 매력적인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감상할 때가 아니었다.
영웅 흉내는 꿈에서나 하셔.
널 버리고는 안 가.
안젤리아 씨야말로 잠꼬대하지 마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라이트의 말을 증명하듯, 패러데우스의 총성이 다시 들려왔다.
목표 발견. 섬멸 개시.
온다.
제기랄, 숨 돌릴 틈도 안 주질 않는구만.
어떻게든 내 목을 가져가겠다 이거지?
놈들의 부대가 길목에 진을 치고 있으니, 강행돌파하더라도 금새 따라붙을 겁니다.
아무래도, 안젤리아를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누가 미끼가 되어야겠네.
어머, 그럼 우리 대장님이 나설 시간이네요?
그렇지.
......엥, 네? 진심이었어요?
그 방법 말곤 없어.
지금 그 꼴로요?
그랬다간 어떻게 될지, 알죠?
그걸 왜 몰라.
내가 너처럼 멍청한 줄 알아?
그렇다면야, 확실히 묘안이긴 해요. 게다가 베를린을 떠날 때까진 선배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예요.
하지만 안젤리아가 섭섭하겠네요.
네가 미끼가 되겠다고?
절대 안 돼, 지금 상황으론 네 예비 소체를 가져올 수도 없어! 다른――
너네 둘이 머리 맞대도 나보다 못하면서 무슨.
내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정말 없는 거야.
안젤리아,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네 목숨을 최우선으로 해.
인형 지키려다 죽지 말고.
네가 목숨을 걸 전장은 여기가 아니잖아?
......
RPK.
네? 어, 지금 뭘 보냈... 지휘 권한?
그럼 이제 제가 대장이에요?
나 복귀할 때까지만.
안젤리아한테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쇼가 뭐라 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네 기반 코드가 안 뜯어지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알았어?
와아... 이거 정말... 황송할 따름이네요.
그럼, 지금부터 저와 AK-12 씨가 적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유인하겠습니다.
안젤리아 씨가 무사히 탈출하기만 한다면, 저희가 받는 압력도 바로 줄어들겠죠.
정말 저희를 살리고 싶으시다면 서둘러 탈출하세요.
하지만...
걱정 마시라니까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여기서 죽을 생각 없다고.
AK-12 씨에게 화력이 더 쏠릴 테니, 잘 사린다면 저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겁니다.
안젤리아, 그만해요.
두 분 모두 자원해서 당신을 도와주려는 거라고요.
그리고, 저도 이번만큼은 달리 더 나은 방법이 안 떠올라요.
......
제가 책임지고 무사히 AK-15랑 AN-94와 합류할게요.
...알았어, 그럼 가자.
안젤리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모퉁이에서 준비 태세를 갖춘 AK-12와 온통 흙투성이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짓는 라이트를 뒤로하고, RPK-16과 함께 출발했다.
AK-12 씨, 제 탄약 전부 드리겠습니다.
라이트가 AK-12에게 자신의 남은 탄창과 폭약까지 전부 건넸다.
응? 넌 어쩌려고?
그렇게 멋지게 말해놓고선, 설마 여기서 나랑 같이 죽을 셈은 아니겠지?
물론 아니죠. 그냥 제 판단상, 당신이 이걸 가져가는 편이 제 생존률이 더 높아서입니다.
저는 이 자리서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안젤리아 씨가 탈출하거나 지원 병력이 도착한다면, 저를 공격할 이유도 사라지니까요.
오호, 너 머리 되게 잘 돌아가는구나?
그럼... 또 보자.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납시다, AK-12 씨.
불길한 소리하긴.
새 탄창으로 교체하고, AK-12는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저 패러데우스 피라미들에게 보여 주지.
"진짜 전술인형"이... 얼마나 뛰어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