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 섬의 꿈 Ⅳ
"내가 돌아갈 때 나를 기다리는 이들을 만나길 바란다."
늦은 밤.
지휘실까지 쫓아온 AR-15와 댄들라이를 돌려보낸 지휘관은 통신을 걸었다.
페르시카 씨, 계시죠? 아침에 RO가 전송한 영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네 네 네, 좀 더 왼쪽, 아니 좀 더 위로. 거기요 거기.
으아아 잠깐만요, 그 책장은 그렇게 두면 안――
와르르르——!
하아... 이사 정말 귀찮다.
됐어요 됐어, 됐으니까 이만 가도 돼요.
안녕 지휘관, 기지에 인형도 잔뜩인데 이사 부서라도 만드는 건 어때? 어떻게 지금까지 부른 이사 센터 중에 일을 똑바로 하는 데가 없어...
......
아직도 이사 중이십니까?
응, 지휘관네 기지에서 나한테 할당해 준 공간이 너무 작아서. 그리고 거기 설비도 내가 아주 할아버지라 불러도 될 정도로 낡았더라.
그것들 겨우 2년 전에 구입한 물건입니다만...
그리고, 내 커피 메이커가 고장나서 일을 전혀 할 수가 없어.
거기 바로 아래층에 카페가 있습니다.
인형들은 쉬어서 카페 문은 닫았겠지만, 커피 자판기는 여전히 작동할 겁니다.
오오? 그런 인간친화적인 서비스도 있었어?
그 말에 페르시카의 모습이 통신 화면에서 휙 사라졌다.
잠시 후, 페르시카는 손에 커피를 들고 돌아와 매우 흡족한 얼굴로 화면에 다시 나타났다.
후우, 이제야 살 것 같다.
응, 이제 일할 수 있겠어.
그러고는 설탕통을 꺼내, 커피잔에 들이부었다.
RO가 보내 준 영상도 다 확인했어.
페르시카 씨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자세하게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수 년 간의 베를린 내 신문 기사를 검색하고 대조해봤지만 그런 사건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
그렇다면...?
워낙에 사실적이어서, 처음 봤을 땐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 홍보물인 줄 알았다고.
그래도 어느 부잣집 영화광이 한가해서 이런 짓을 했다고는 생각 안 해.
저희도 최대한 분석해봤지만, 합성된 흔적은 없었습니다.
댄들라이 말로는 마흐리안의 마인드맵... 컨셔스 파노라마는 기억 이식도 못 견딜 수준으로 연약하다 했지?
그렇다면, 그 영상들은 전부 사실이면서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 가정할 수밖에 없어.
이렇게 끔찍한 재난이 사실이라니...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 지휘관에겐 아직 그걸 저지할 기회가 있다고 봐.
......
그리고 AR-15가 말한 마흐리안의 파노라마에 돌연 나타났다 사라진 공백 구역도 흥미로워.
그걸 기록한 데이터가 어째선지 손상돼서 유감이야.
혹시 추측하시는 게 있습니까?
가설이라면 몇 가지 있는데...
나도 듣도보지 못한 거라 과연 얼마나 신빙성 있을지는 모르니까 알아서 걸러 듣도록 해.
그러니까, 그 전에 두 번 침투했을 때와는 달리, 그땐 AR-15와 댄들라이가 마흐리안이 잠들었을 때 침투했잖아?
인간에 비유해 간단히 말하자면, 잠들었을 때가 자의식이 가장 느슨해질 때야.
마흐리안이 패러데우스의 신형 니토고, 그 파노라마의 구조가 인간의 기초의식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녀도 수면 중일 때 방어기제가 느슨해질 거라 생각해.
그 둘은 마침 그때 침투해서 보통 땐 숨겨져 있던 기억을 찾아냈을 수도 있어.
그 말씀대로라면, 그 구역에 있는 몰리도의 기억을 마흐리안이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뜻입니까?
내 추측 중 한 가지지.
다른 추측은 어떻죠?
이성질체들 간의 감응 능력에 대해선 얼마나 알아?
지휘관이 탈린에서 봤던 이성질체들은 어떤 통신기구도 없이 서로 생각을 "공유"한다는 걸 알아냈어.
이러한 감응은 정보를 안정적으로, 또 대량으로 온전하게 전달할 순 없지만, 자신의 기억의 일부를 동료에게 전달하기에는 충분해.
그 추측대로면, 마흐리안은 그저 몰리도의 기억의 일부를 전송받았을 뿐이겠군요.
맞아, 하지만 기억을 전송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마흐리안은 몰리도와 같은 타입의 패러데우스라는 것이 증명되지.
......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이건 더 말이 안 될지도 몰라.
괜찮습니다, 말씀해 주시죠.
받은 스캔 결과로 보건대, 마흐리안의 신체는 개조를 거치긴 했어도 아직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았어.
인체에서 이뤄지는 신호 전달에는 화학반응을 통한 것과 전류를 통한 것이 있다는 건 알지?
하지만 어느 쪽이든, 세포 간에 다양한 화학적 또는 전기학적 단차가 발생해.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사람이 함께 있을 때, 그들은 상대의 것임에도 자신 고유의 정보 전달 방식과 똑같은 신호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게 돼.
네? 그 말은 즉...
비과학적인 용어를 쓰자면, 그 둘 사이엔 일란성 쌍둥이의 텔레파시 같은 게 있다고 볼 수 있어.
그러니까... 마흐리안은 몰리도의 쌍둥이 자매일지도 모른다는 말이군요.
그녀의 파노라마에 몰리도의 기억이 나타난 건 몰리도의 영향을 받아서고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야.
과연 어떨지는, 내가 직접 마흐리안과 몰리도의 DNA를 검사하는 수밖에.
하지만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몰리도도 마흐리안의 눈을 통해 지휘관을 볼 수 있다는 뜻이야. 조심해.
지휘관은 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그 쓴맛에 얼굴을 찡그렸다.
뭐야, 카리나가 없으니까 커피 타 줄 사람도 없어?
크흠... 돌아가면 다시 타 달라고 해야죠.
걔 당분간은 커피 못 타 줄 텐데.
지휘관이 돌아왔을 때 얼굴 보고 대화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일걸.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직 못 들었어?
오늘 카리나의 상태가 악화됐대. 경미하지만 피부조직에 규소 결정이 발견돼서 시립 병원으로 이송됐어.
태블릿이 손에서 떨어졌다.
페르시카가 아직 뭐라 더 말하는 듯했지만, 지휘관에겐 들리지 않았다.
온세상이 정적에 빠져, 귓가엔 오직 헬리안에게 카리나에게 전해 달라 부탁한 말이 맴돌았다.
"금방 돌아갈 테니, 얼른 나아 기다리고 있어 달라."
전체 대사 보기 (48줄)
늦은 밤.
지휘실까지 쫓아온 AR-15와 댄들라이를 돌려보낸 지휘관은 통신을 걸었다.
페르시카 씨, 계시죠? 아침에 RO가 전송한 영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color=#00CCFF>네 네 네, 좀 더 왼쪽, 아니 좀 더 위로. 거기요 거기.</color>
<color=#00CCFF>으아아 잠깐만요, 그 책장은 그렇게 두면 안――</color>
와르르르——!
<color=#00CCFF>하아... 이사 정말 귀찮다.</color>
<color=#00CCFF>됐어요 됐어, 됐으니까 이만 가도 돼요.</color>
<color=#00CCFF>안녕 지휘관, 기지에 인형도 잔뜩인데 이사 부서라도 만드는 건 어때? 어떻게 지금까지 부른 이사 센터 중에 일을 똑바로 하는 데가 없어...</color>
......
아직도 이사 중이십니까?
<color=#00CCFF>응, 지휘관네 기지에서 나한테 할당해 준 공간이 너무 작아서. 그리고 거기 설비도 내가 아주 할아버지라 불러도 될 정도로 낡았더라.</color>
그것들 겨우 2년 전에 구입한 물건입니다만...
<color=#00CCFF>그리고, 내 커피 메이커가 고장나서 일을 전혀 할 수가 없어.</color>
거기 바로 아래층에 카페가 있습니다.
인형들은 쉬어서 카페 문은 닫았겠지만, 커피 자판기는 여전히 작동할 겁니다.
<color=#00CCFF>오오? 그런 인간친화적인 서비스도 있었어?</color>
그 말에 페르시카의 모습이 통신 화면에서 휙 사라졌다.
잠시 후, 페르시카는 손에 커피를 들고 돌아와 매우 흡족한 얼굴로 화면에 다시 나타났다.
<color=#00CCFF>후우, 이제야 살 것 같다.</color>
<color=#00CCFF>응, 이제 일할 수 있겠어.</color>
그러고는 설탕통을 꺼내, 커피잔에 들이부었다.
<color=#00CCFF>RO가 보내 준 영상도 다 확인했어.</color>
페르시카 씨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color=#00CCFF>자세하게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수 년 간의 베를린 내 신문 기사를 검색하고 대조해봤지만 그런 사건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color>
그렇다면...?
<color=#00CCFF>워낙에 사실적이어서, 처음 봤을 땐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 홍보물인 줄 알았다고.</color>
<color=#00CCFF>그래도 어느 부잣집 영화광이 한가해서 이런 짓을 했다고는 생각 안 해.</color>
저희도 최대한 분석해봤지만, 합성된 흔적은 없었습니다.
<color=#00CCFF>댄들라이 말로는 마흐리안의 마인드맵... 컨셔스 파노라마는 기억 이식도 못 견딜 수준으로 연약하다 했지?</color>
<color=#00CCFF>그렇다면, 그 영상들은 전부 사실이면서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 가정할 수밖에 없어.</color>
이렇게 끔찍한 재난이 사실이라니...
<color=#00CCFF>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 지휘관에겐 아직 그걸 저지할 기회가 있다고 봐.</color>
......
<color=#00CCFF>그리고 AR-15가 말한 마흐리안의 파노라마에 돌연 나타났다 사라진 공백 구역도 흥미로워.</color>
<color=#00CCFF>그걸 기록한 데이터가 어째선지 손상돼서 유감이야.</color>
혹시 추측하시는 게 있습니까?
<color=#00CCFF>가설이라면 몇 가지 있는데...</color>
<color=#00CCFF>나도 듣도보지 못한 거라 과연 얼마나 신빙성 있을지는 모르니까 알아서 걸러 듣도록 해.</color>
<color=#00CCFF>그러니까, 그 전에 두 번 침투했을 때와는 달리, 그땐 AR-15와 댄들라이가 마흐리안이 잠들었을 때 침투했잖아?</color>
<color=#00CCFF>인간에 비유해 간단히 말하자면, 잠들었을 때가 자의식이 가장 느슨해질 때야.</color>
<color=#00CCFF>마흐리안이 패러데우스의 신형 니토고, 그 파노라마의 구조가 인간의 기초의식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녀도 수면 중일 때 방어기제가 느슨해질 거라 생각해.</color>
<color=#00CCFF>그 둘은 마침 그때 침투해서 보통 땐 숨겨져 있던 기억을 찾아냈을 수도 있어.</color>
그 말씀대로라면, 그 구역에 있는 몰리도의 기억을 마흐리안이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뜻입니까?
<color=#00CCFF>내 추측 중 한 가지지.</color>
다른 추측은 어떻죠?
<color=#00CCFF>이성질체들 간의 감응 능력에 대해선 얼마나 알아?</color>
<color=#00CCFF>지휘관이 탈린에서 봤던 이성질체들은 어떤 통신기구도 없이 서로 생각을 "공유"한다는 걸 알아냈어.</color>
<color=#00CCFF>이러한 감응은 정보를 안정적으로, 또 대량으로 온전하게 전달할 순 없지만, 자신의 기억의 일부를 동료에게 전달하기에는 충분해.</color>
그 추측대로면, 마흐리안은 그저 몰리도의 기억의 일부를 전송받았을 뿐이겠군요.
<color=#00CCFF>맞아, 하지만 기억을 전송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마흐리안은 몰리도와 같은 타입의 패러데우스라는 것이 증명되지.</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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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이건 더 말이 안 될지도 몰라.</color>
괜찮습니다, 말씀해 주시죠.
<color=#00CCFF>받은 스캔 결과로 보건대, 마흐리안의 신체는 개조를 거치긴 했어도 아직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았어.</color>
<color=#00CCFF>인체에서 이뤄지는 신호 전달에는 화학반응을 통한 것과 전류를 통한 것이 있다는 건 알지?</color>
<color=#00CCFF>하지만 어느 쪽이든, 세포 간에 다양한 화학적 또는 전기학적 단차가 발생해.</color>
<color=#00CCFF>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사람이 함께 있을 때, 그들은 상대의 것임에도 자신 고유의 정보 전달 방식과 똑같은 신호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게 돼.</color>
네? 그 말은 즉...
<color=#00CCFF>비과학적인 용어를 쓰자면, 그 둘 사이엔 일란성 쌍둥이의 텔레파시 같은 게 있다고 볼 수 있어.</color>
그러니까... 마흐리안은 몰리도의 쌍둥이 자매일지도 모른다는 말이군요.
그녀의 파노라마에 몰리도의 기억이 나타난 건 몰리도의 영향을 받아서고요.
<color=#00CCFF>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야.</color>
<color=#00CCFF>과연 어떨지는, 내가 직접 마흐리안과 몰리도의 DNA를 검사하는 수밖에.</color>
<color=#00CCFF>하지만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몰리도도 마흐리안의 눈을 통해 지휘관을 볼 수 있다는 뜻이야. 조심해.</color>
지휘관은 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그 쓴맛에 얼굴을 찡그렸다.
<color=#00CCFF>뭐야, 카리나가 없으니까 커피 타 줄 사람도 없어?</color>
크흠... 돌아가면 다시 타 달라고 해야죠.
<color=#00CCFF>걔 당분간은 커피 못 타 줄 텐데.</color>
<color=#00CCFF>지휘관이 돌아왔을 때 얼굴 보고 대화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일걸.</color>
...그게 무슨 뜻입니까?
<color=#00CCFF>아직 못 들었어?</color>
<color=#00CCFF>오늘 카리나의 상태가 악화됐대. 경미하지만 피부조직에 규소 결정이 발견돼서 시립 병원으로 이송됐어.</color>
태블릿이 손에서 떨어졌다.
페르시카가 아직 뭐라 더 말하는 듯했지만, 지휘관에겐 들리지 않았다.
온세상이 정적에 빠져, 귓가엔 오직 헬리안에게 카리나에게 전해 달라 부탁한 말이 맴돌았다.
"금방 돌아갈 테니, 얼른 나아 기다리고 있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