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틸루스의 강 Ⅲ
"소용돌이는 휘말린 모든 것들을 갈갈이 찢는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같은 날 아침, 갈라테아 요양원.
리오니는 방에서 어제 교외 어딘가의 갈라테아 그룹 소유의 약품 창고가 습격받아 소실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창고는 잿더미가 되어, 보관 중이던 연구 성과가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고 보도되었다.
......
정말 저렇게까지 했구나...
내가 분명 경고했는데.
리오니는 안젤리아가 두고 간 시험관을 바라보며, 불안한 듯 아직 멀쩡한 손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너한테 확실하게 알려 주려고.
난 그레이한테 맞설 자격이 있어.
실제로도 그랬고, 지금 이렇게 멀쩡하지.
나한테는 네 안전을 보장할 능력이 있어.
......
말했잖아... 난 더는 이 일에 휘말리기 싫어.
그 말 그대로 네 연구소에서 죽은 사람들한테 해 봐.
이제 와서 "싫어, 그만 이 일에서 빠질래, 제발 날 내버려둬"같은 낯간지러운 말이 먹힐 거 같아?
세상이 그렇게 쉬운 줄 아냐고.
......
포기해, 넌 진작부터 이 일에 말려들었어.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스스로 뛰어들었는데.
그리고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지. 입장을 확고히 해서 어느 편에 서거나, 소용돌이에 산산조각 나거나, 그보다 더 심한 일을 당하거나야.
잘 생각해 봐.
...그럼, 왜 내가 네 편에 서야 돼?
내가 지금 요 모양 요 꼴이 된 것도 다 너 때문이잖아.
안젤리아에게 아직도 깁스를 풀지 않은 팔을 들이밀며, 리오니는 조롱인지 자조인지 모를 코웃음을 쳤다.
내 말을 여태까지 어디로 들었어? 넌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정말 그레이가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
안젤리아가 시험관을 톡톡 치며, 거기에 그려진 갈라테아 그룹의 로고를 가리켰다.
이제 널 지켜줄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어. 설명 다 했으니,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브레멘에서 널 누가 버리는 패로 삼아, 아무래도 상관없는 곳으로 내동댕이쳤지?
뭐, 네 오른손을 망가뜨린 게 내 부하인 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벌써 잊었어?
......
그 로고를 바라보는 리오니는... 악마처럼 속삭이던 RPK-16의 목소리가, 또다시 귓가를 맴도는 것만 같았다.
그년은 일부러 널 이 지경으로 몰아넣어서, 연구 결과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거야.
넌 처음부터 끝까지 그년한테 이용만 당했어! 그런데도 그년이 널 살려 줄 거 같아?
아무리 멍청해도 이쯤 되면 눈치 좀 채라!
안젤리아가 손을 들어 텔레비전을 가리켰고, 화면엔 아직도 창고 습격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
그럼, 날 어떻게 지켜줄 건데?
지금 문밖에 슈타지 요원들이 있어. 너만 동의하면 되는 일이야.
네가 동의하면, 내가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무장 단체를 동원해서 널 보호해 주겠어.
브레멘에서도 널 살려줬잖아, 난 약속은 반드시 지켜.
......
리오니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심각한 내적 갈등이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드디어 결심한 듯 리오니는 고개를 들었다.
뭘 알고 싶어?
네 연구. 거기서 뭘 연구했어?
그레이가 원하는 건 뭐야? 대체 무슨 꿍꿍이 속이지?
내 연구 주제는 아주 단순해. 붕괴 입자는 아주 특별한 물질인데, 식물과도 독특한 연계성을 보여.
"우담화"는 일종의 매개체야. 주위의 붕괴 입자를 흡수하고, 개화 주기마다 흡수한 입자를 폭발적으로 배출하지.
놀라운 건, "폭발" 전에 가공을 거친 우담화에선 붕괴 반응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적어도 현존 기술로는 절대 검출할 수 없어.
내가 맡은 작업은, 외부적 요인으로 우담화의 개화 주기에 영향을 주는 연구야. 그러니까, 우담화의 개화를 제어하는 방법이지.
그렇게... 그렇게 해서, 붕괴 입자를 가득 머금은 우담화를 어디로든 보낸다고?
안젤리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게 그레이의 계획이야? 어디서 우담화를 터뜨릴 작정인데?
테러로 도시를 파괴해서 놈이 얻는 이득이 뭐가 있다고?
당연히 그냥 다 부숴 버리려는 게 아니지!
동시다발적으로 소규모 범위에 붕괴 입자를 퍼뜨려서, 감염증 환자를 늘리려는 속셈이야.
그리고 그룹이 추진하는 항붕괴제와 연계해, 민심을 사로잡아서... 그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만들려는 거지.
최종적으로 뭘 꾸미는 건진 몰라도, 일은 엄청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그렇군...
그런 분위기에서 아주 크게 한 건 터뜨리면 바로 폭동으로 번질 테고, 루크사트파가 독일에서 진행하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겠지...
제법인걸, 윌리엄.
자세한 계획은 나도 몰라, 깊게 참여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위치를 몇 군데 알아. 완성품을 거기에 보내라 했거든.
전부 베를린 안에 있어.
...그밖에는 정말 나도 몰라. 목록을 적어 줄 테니까, 그레이가 거기서 뭘 꾸미는지는 네가 조사해서 알아봐.
......
안돼, 그래선 너무 늦어.
그레이가 이렇게 서둘러서 날 해치우려 한다는 건, 분명 계획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어서일 거야.
계획은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어.
하지만 나도 더 이상은 모른다고!
이렇게 된 이상... 담판을 지을 수밖에.
뭣...?!
너 제정신이야!?
해볼 만은 하지.
안젤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 모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뭔가 생각난 듯, 주머니 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게다가, 그년이 날 직접 초대했으니까.
......
날 보호해 주는 거 맞지?
안젤리아를 바라보는 리오니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걱정 마.
안젤리아는 그레이의 명함을 다시 품속에 넣으며 답했다.
내가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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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같은 날 아침, 갈라테아 요양원.
리오니는 방에서 어제 교외 어딘가의 갈라테아 그룹 소유의 약품 창고가 습격받아 소실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창고는 잿더미가 되어, 보관 중이던 연구 성과가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고 보도되었다.
......
정말 저렇게까지 했구나...
내가 분명 경고했는데.
리오니는 안젤리아가 두고 간 시험관을 바라보며, 불안한 듯 아직 멀쩡한 손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너한테 확실하게 알려 주려고.
난 그레이한테 맞설 자격이 있어.
실제로도 그랬고, 지금 이렇게 멀쩡하지.
나한테는 네 안전을 보장할 능력이 있어.
......
말했잖아... 난 더는 이 일에 휘말리기 싫어.
그 말 그대로 네 연구소에서 죽은 사람들한테 해 봐.
이제 와서 "싫어, 그만 이 일에서 빠질래, 제발 날 내버려둬"같은 낯간지러운 말이 먹힐 거 같아?
세상이 그렇게 쉬운 줄 아냐고.
......
포기해, 넌 진작부터 이 일에 말려들었어.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스스로 뛰어들었는데.
그리고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지. 입장을 확고히 해서 어느 편에 서거나, 소용돌이에 산산조각 나거나, 그보다 더 심한 일을 당하거나야.
잘 생각해 봐.
...그럼, 왜 내가 네 편에 서야 돼?
내가 지금 요 모양 요 꼴이 된 것도 다 너 때문이잖아.
안젤리아에게 아직도 깁스를 풀지 않은 팔을 들이밀며, 리오니는 조롱인지 자조인지 모를 코웃음을 쳤다.
내 말을 여태까지 어디로 들었어? 넌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정말 그레이가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
안젤리아가 시험관을 톡톡 치며, 거기에 그려진 갈라테아 그룹의 로고를 가리켰다.
이제 널 지켜줄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어. 설명 다 했으니,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브레멘에서 널 누가 버리는 패로 삼아, 아무래도 상관없는 곳으로 내동댕이쳤지?
뭐, 네 오른손을 망가뜨린 게 내 부하인 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벌써 잊었어?
......
그 로고를 바라보는 리오니는... 악마처럼 속삭이던 RPK-16의 목소리가, 또다시 귓가를 맴도는 것만 같았다.
그년은 일부러 널 이 지경으로 몰아넣어서, 연구 결과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거야.
넌 처음부터 끝까지 그년한테 이용만 당했어! 그런데도 그년이 널 살려 줄 거 같아?
아무리 멍청해도 이쯤 되면 눈치 좀 채라!
안젤리아가 손을 들어 텔레비전을 가리켰고, 화면엔 아직도 창고 습격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
그럼, 날 어떻게 지켜줄 건데?
지금 문밖에 슈타지 요원들이 있어. 너만 동의하면 되는 일이야.
네가 동의하면, 내가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무장 단체를 동원해서 널 보호해 주겠어.
브레멘에서도 널 살려줬잖아, 난 약속은 반드시 지켜.
......
리오니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심각한 내적 갈등이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드디어 결심한 듯 리오니는 고개를 들었다.
뭘 알고 싶어?
네 연구. 거기서 뭘 연구했어?
그레이가 원하는 건 뭐야? 대체 무슨 꿍꿍이 속이지?
내 연구 주제는 아주 단순해. 붕괴 입자는 아주 특별한 물질인데, 식물과도 독특한 연계성을 보여.
"우담화"는 일종의 매개체야. 주위의 붕괴 입자를 흡수하고, 개화 주기마다 흡수한 입자를 폭발적으로 배출하지.
놀라운 건, "폭발" 전에 가공을 거친 우담화에선 붕괴 반응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적어도 현존 기술로는 절대 검출할 수 없어.
내가 맡은 작업은, 외부적 요인으로 우담화의 개화 주기에 영향을 주는 연구야. 그러니까, 우담화의 개화를 제어하는 방법이지.
그렇게... 그렇게 해서, 붕괴 입자를 가득 머금은 우담화를 어디로든 보낸다고?
안젤리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게 그레이의 계획이야? 어디서 우담화를 터뜨릴 작정인데?
테러로 도시를 파괴해서 놈이 얻는 이득이 뭐가 있다고?
당연히 그냥 다 부숴 버리려는 게 아니지!
동시다발적으로 소규모 범위에 붕괴 입자를 퍼뜨려서, 감염증 환자를 늘리려는 속셈이야.
그리고 그룹이 추진하는 항붕괴제와 연계해, 민심을 사로잡아서... 그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만들려는 거지.
최종적으로 뭘 꾸미는 건진 몰라도, 일은 엄청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그렇군...
그런 분위기에서 아주 크게 한 건 터뜨리면 바로 폭동으로 번질 테고, 루크사트파가 독일에서 진행하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겠지...
제법인걸, 윌리엄.
자세한 계획은 나도 몰라, 깊게 참여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위치를 몇 군데 알아. 완성품을 거기에 보내라 했거든.
전부 베를린 안에 있어.
...그밖에는 정말 나도 몰라. 목록을 적어 줄 테니까, 그레이가 거기서 뭘 꾸미는지는 네가 조사해서 알아봐.
......
안돼, 그래선 너무 늦어.
그레이가 이렇게 서둘러서 날 해치우려 한다는 건, 분명 계획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어서일 거야.
계획은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어.
하지만 나도 더 이상은 모른다고!
이렇게 된 이상... 담판을 지을 수밖에.
뭣...?!
너 제정신이야!?
해볼 만은 하지.
안젤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 모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뭔가 생각난 듯, 주머니 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게다가, 그년이 날 직접 초대했으니까.
......
날 보호해 주는 거 맞지?
안젤리아를 바라보는 리오니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걱정 마.
안젤리아는 그레이의 명함을 다시 품속에 넣으며 답했다.
내가 약속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