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라이를 향한 반격 Ⅰ
"세상에 무의미한 짓은 셀 수도 없이 많긴 하지. 하지만 저항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
쿵!
마흐리안의 방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렸다.
창가에 앉은 벌레를 잡으려던 SOP2도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회색빛의 벌레도 바로 날개를 펴고 도망쳤다.
마흐리안의 방.
지휘관의 표정이 매우 심각했다.
테이블을 힘껏 내려친 주먹을 서서히 폈지만, 손바닥의 가장자리는 이미 붉게 충혈되었다.
......
...미안, 너무 감정적이었어.
지휘관이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으로 이마를 감싸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가 신경을 계속 자극했다.
잠시 기분전환이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댄들라이가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한 침묵을 깼다.
...RO, 마흐리안을 지켜봐 줘.
지휘관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고선 방을 나섰다.
댄들라이도 RO635와 시선을 교환하곤 지휘관의 뒤를 따랐다.
너무 개의치 마세요.
지휘관님이 오늘 좀 기분이 안 좋으셔서...
평소에는 이러지 않으세요.
흥, 뭘 사과하고 그래.
진작에 이렇게 밀어붙였어야지.
어젯밤, 지휘관님께서 전화 한 통을 받으셨습니다.
저희의 아주 소중한 동료 한 분의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연락이어서...
이렇게 이른 아침 갑자기 심문하신 듯합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해요.
......
마흐리안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아뇨, 저는 괜찮아요. 이보다 더 험한 대접도 받아봤는걸요.
그런데, 오늘 로빈은... 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았어요.
그 동료분은 분명 여러분께 무척 가까운 분이겠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이것저것 물어보기나 하면서, 약에 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잖아.
사람을 구하고 싶다고 그렇게 지껄이더니만, 이렇게 보니 그리 열정적이지도 않은 것 같네.
AR-15의 비아냥에도, 마흐리안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알려드려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제 피를 가공하기 위해선 방법만 알아선 안 돼요, 전문 설비도 필요해요.
그리고 그 설비는... "그곳"에만 있어요.
그럼 그게 어딘지 말해 봐.
...거 봐, 또 변명이지.
......
그만해, AR-15.
지휘관님이 다른 방법을 찾고 계시잖아, 괜히 성질 부리지 마.
카리나가 걱정돼... 정말 괜찮겠지?
카리나 씨는 괜찮을 거야.
너희가 나보다 카리나 씨랑 더 오래 알고 지냈으니 더 잘 알잖아?
카리나 씨는 고작 경도 복사감염증에 쓰러질 사람이 아니야.
그랬으면 좋겠지만...
......
죄송하지면 더 여쭐게요, 그 "카리나"란 분이 방금 말한 동료분인가요?
넌 몰라도 돼.
여러분이 그 이름을 말하는 걸 들으니...
그분은 여러분께 아주 소중한 분인 것 같네요.
그래서 뭐? 벌써 다음 아첨 대상을 찾았나 봐?
이걸 어쩌나, 이번엔 그러질 못하겠네.
AR-15!
...카리나 씨는, 지휘관님의 전속 보급관입니다.
아주 든든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에요.
그분이 복사감염증에 걸린 건가요?
네.
로빈이 갑자기 저런 반응을 보인 건, 그 일과 관계가 있겠군요.
...어쩌면요.
분명,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겠죠...
그야 당연하지! 우린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다고!
모두가 소중하다니, 그럼 진정 소중한 사람은 없다는 뜻 아닌가요?
으응...? 어라?
아니야, 다 소중해!
전쟁은 잔혹하죠. 특히나 이런 시대에는 더더욱.
지휘관님은 아직 지도자로선 미숙하세요.
하지만 어떤 것들은, 지휘관님처럼 미숙한 지도자만이 입에 담을 수 있고, 해낼 수 있습니다.
......
마흐리안은 입을 다물고, RO635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냥 피를 좀 뽑는 건 어때?
훈작사한테 분석할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
안 돼.
윌리엄의 기술력을 얕보면 안 돼.
훈작사님도 그의 기술력에는 그저 혀를 내두르실 뿐이야.
그리고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라서, 방해해서는 안 돼.
샘플을 그리폰으로 보내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페르시카란 분도 윌리엄과 동급의 연구자 아닙니까?
방향성이 너무 달라서 도움이 안 될걸.
그리고 그 사람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걸 가지고 딴짓을 할 수도 있지.
지휘관님, 현재로선 마흐리안의 혈액에서 해당 성분을 추출 가능한 것은 윌리엄의 기술뿐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마흐리안이 말하는 그 설비를 찾을 수밖에 없겠군.
지금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고집이 세서,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안 돼.
오오, 지휘관 상냥해...
그런 문제가 아니야.
마흐리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가 되어 있어.
그리고 그럴 능력도 있지.
그녀의 정신이 붕괴되려 할 때마다 댄들라이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야.
그래봤자 시간 낭비야... 그리고, 나도 억지로 입을 열게 하고 싶진 않아.
지휘관은 방금 보인 추태에 아직도 낯뜨거운 듯, 깊게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지.
댄들라이, 계속해서 그녀의 기억 파편을 분석해 줘.
물론입니다.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지만요.
그래도 시도는 해야지.
지휘관.
페로사? 무슨 일이지?
훈작사님입니다.
...어서 연결해.
삐.
잠은 잘 잤는가, 지휘관.
시간이 없으니 바로 용건만 말하겠네.
지난번에 자네가 보낸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분석을 부탁했네.
결과는 어떻습니까?
먼저, 이걸 보게나.
훈작사의 얼굴이 사라지고, 어느 뉴스 영상이 재생됐다.
용모 단정한 여성이 뒤에서 일어난 참상을 보도하는 모습을 보며, 난 가슴을 졸였다.
오늘 아침 7시 23분경, 격리벽 건설 이래 처음으로 베를린 병원에서 폭탄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병실에는 의료인원 3명과 환자 4명이 있었으며――
현재 경찰 당국은 폭발물의 출처를 수사 중입니다. 현장의 상황을 특파원 섀도리스 기자가 계속해서 보도드리겠습니다.
베를린 병원에서 폭발이라고요?
그렇네, 자네가 보낸 장면 중 하나와 일치해.
허나, 뉴스엔 자네가 보낸 영상과 같은 장면은 없었어.
그러니 어딘가의 기사를 스크랩한 것은 아니라 단정했네.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다른 곳도 습격당했습니까?
아니.
아직은.
훈작사의 표정이 무척 진지해졌다.
이는 엄청난 발견일세, 지휘관.
마흐리안의 기억은 일종의 "예언"이 아닐까 싶네.
예언이라니...
그런 일이... 정말로 가능한 겁니까?
그리고 그 말씀대로라면, 나머지 장소에서도 테러가 발생한단 뜻이잖습니까.
정말로 예언이라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일세.
만약 마흐리안이 윌리엄의 계획에 듣기만 했다거나, 혹은 계획의 일부에만 참여했다면...
그녀의 기억 속에, 그 계획이 실현된 "상상"이 존재해도 이상할 것 없다고 보네.
사실이 어떻든, 윌리엄이 곧 다음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점만은 확실하네.
...알겠습니다.
남은 장소의 좌표를 보내겠네.
뭘 해야 할지는 알 거라 믿네, 지휘관.
통신 종료.
...페로사.
좌표가 어떻게 되지?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확인 결과, 아직 습격이 발생하지 않은 지점은 총 4곳입니다.
각각 베를린 구지하철역, 격리벽, 베를린 교도소, 그리고... 본 마을입니다.
본 마을이...? 정말이야?
네, 본 마을이 맞습니다.
...서둘러야겠다. AR팀을 부를 테니 너희도 준비하도록.
페로사, 너는 현지 경찰에게 연락을... 아니다, 이렇다 할 증거도 없이 경찰을 설득하긴 무리겠지.
그냥 훈작사께 우리가 조사할 수 있도록 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해 줘.
준비되는대로 출발한다.
예!
RO!
지휘관님?
무슨 일이야?
훈작사로부터 연락이다, 테러가 발생할 지점을 몇 군데 알아냈어.
지금 당장 출발한다.
괜히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니고요?
차라리 시간 낭비이길 바라야지.
하지만 밝혀진 지점 중 한 곳에서 이미 폭탄 테러가 발생한 이상, 가만있을 순 없어.
...알겠습니다.
......
지휘관이 방에 오고부터 계속 조용하던 마흐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지휘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지 안절부절못하던 사이, 시선이 마주쳤다.
마흐리안?
저... 당신이 말씀한 그 지점 중에...
혹시, 격리벽도 있나요?
......
지휘관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렇다고 하면, 어쩔 셈이지?
모르겠어요...
저도 제 머릿속의 광경이 기억인지 예언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든 그게 정말 현실에 일어날지 확신할 수가 없어요.
만약 정말이라면... 직접 제 눈으로 보고 싶어요.
같이 가겠다고?
...네.
옷깃을 꼬옥 쥐는 마흐리안의 눈빛은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이라면...
제가 발버둥쳐 봤자, 의미 없겠죠...?
세상에 무의미한 짓은 셀 수도 없이 많긴 하지.
하지만 저항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
자신의 삶을 소위 "운명"에 맡기는 거야말로 가장 무의미한 짓이야.
......
로빈과 함께 가도 될까요?
...그래 좋아, 나도 마침 궁금해진 참이었어.
네가 실제 상황을 보면, 자극받아 기억이 더 선명해질지도 모를 일이니.
마흐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관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 옆의 AR-15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결국 입을 열지는 않았다.
가자, 그리폰 소대가 기다리고 있어.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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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마흐리안의 방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렸다.
창가에 앉은 벌레를 잡으려던 SOP2도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회색빛의 벌레도 바로 날개를 펴고 도망쳤다.
마흐리안의 방.
지휘관의 표정이 매우 심각했다.
테이블을 힘껏 내려친 주먹을 서서히 폈지만, 손바닥의 가장자리는 이미 붉게 충혈되었다.
......
...미안, 너무 감정적이었어.
지휘관이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으로 이마를 감싸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가 신경을 계속 자극했다.
잠시 기분전환이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댄들라이가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한 침묵을 깼다.
...RO, 마흐리안을 지켜봐 줘.
지휘관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고선 방을 나섰다.
댄들라이도 RO635와 시선을 교환하곤 지휘관의 뒤를 따랐다.
너무 개의치 마세요.
지휘관님이 오늘 좀 기분이 안 좋으셔서...
평소에는 이러지 않으세요.
흥, 뭘 사과하고 그래.
진작에 이렇게 밀어붙였어야지.
어젯밤, 지휘관님께서 전화 한 통을 받으셨습니다.
저희의 아주 소중한 동료 한 분의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연락이어서...
이렇게 이른 아침 갑자기 심문하신 듯합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해요.
......
마흐리안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아뇨, 저는 괜찮아요. 이보다 더 험한 대접도 받아봤는걸요.
그런데, 오늘 로빈은... 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았어요.
그 동료분은 분명 여러분께 무척 가까운 분이겠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이것저것 물어보기나 하면서, 약에 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잖아.
사람을 구하고 싶다고 그렇게 지껄이더니만, 이렇게 보니 그리 열정적이지도 않은 것 같네.
AR-15의 비아냥에도, 마흐리안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알려드려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제 피를 가공하기 위해선 방법만 알아선 안 돼요, 전문 설비도 필요해요.
그리고 그 설비는... "그곳"에만 있어요.
그럼 그게 어딘지 말해 봐.
...거 봐, 또 변명이지.
......
그만해, AR-15.
지휘관님이 다른 방법을 찾고 계시잖아, 괜히 성질 부리지 마.
카리나가 걱정돼... 정말 괜찮겠지?
카리나 씨는 괜찮을 거야.
너희가 나보다 카리나 씨랑 더 오래 알고 지냈으니 더 잘 알잖아?
카리나 씨는 고작 경도 복사감염증에 쓰러질 사람이 아니야.
그랬으면 좋겠지만...
......
죄송하지면 더 여쭐게요, 그 "카리나"란 분이 방금 말한 동료분인가요?
넌 몰라도 돼.
여러분이 그 이름을 말하는 걸 들으니...
그분은 여러분께 아주 소중한 분인 것 같네요.
그래서 뭐? 벌써 다음 아첨 대상을 찾았나 봐?
이걸 어쩌나, 이번엔 그러질 못하겠네.
AR-15!
...카리나 씨는, 지휘관님의 전속 보급관입니다.
아주 든든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에요.
그분이 복사감염증에 걸린 건가요?
네.
로빈이 갑자기 저런 반응을 보인 건, 그 일과 관계가 있겠군요.
...어쩌면요.
분명,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겠죠...
그야 당연하지! 우린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다고!
모두가 소중하다니, 그럼 진정 소중한 사람은 없다는 뜻 아닌가요?
으응...? 어라?
아니야, 다 소중해!
전쟁은 잔혹하죠. 특히나 이런 시대에는 더더욱.
지휘관님은 아직 지도자로선 미숙하세요.
하지만 어떤 것들은, 지휘관님처럼 미숙한 지도자만이 입에 담을 수 있고, 해낼 수 있습니다.
......
마흐리안은 입을 다물고, RO635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냥 피를 좀 뽑는 건 어때?
훈작사한테 분석할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
안 돼.
윌리엄의 기술력을 얕보면 안 돼.
훈작사님도 그의 기술력에는 그저 혀를 내두르실 뿐이야.
그리고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라서, 방해해서는 안 돼.
샘플을 그리폰으로 보내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페르시카란 분도 윌리엄과 동급의 연구자 아닙니까?
방향성이 너무 달라서 도움이 안 될걸.
그리고 그 사람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걸 가지고 딴짓을 할 수도 있지.
지휘관님, 현재로선 마흐리안의 혈액에서 해당 성분을 추출 가능한 것은 윌리엄의 기술뿐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마흐리안이 말하는 그 설비를 찾을 수밖에 없겠군.
지금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고집이 세서,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안 돼.
오오, 지휘관 상냥해...
그런 문제가 아니야.
마흐리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가 되어 있어.
그리고 그럴 능력도 있지.
그녀의 정신이 붕괴되려 할 때마다 댄들라이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야.
그래봤자 시간 낭비야... 그리고, 나도 억지로 입을 열게 하고 싶진 않아.
지휘관은 방금 보인 추태에 아직도 낯뜨거운 듯, 깊게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지.
댄들라이, 계속해서 그녀의 기억 파편을 분석해 줘.
물론입니다.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지만요.
그래도 시도는 해야지.
지휘관.
페로사? 무슨 일이지?
훈작사님입니다.
...어서 연결해.
삐.
<color=#00CCFF>잠은 잘 잤는가, 지휘관.</color>
<color=#00CCFF>시간이 없으니 바로 용건만 말하겠네.</color>
<color=#00CCFF>지난번에 자네가 보낸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분석을 부탁했네.</color>
결과는 어떻습니까?
<color=#00CCFF>먼저, 이걸 보게나.</color>
훈작사의 얼굴이 사라지고, 어느 뉴스 영상이 재생됐다.
용모 단정한 여성이 뒤에서 일어난 참상을 보도하는 모습을 보며, 난 가슴을 졸였다.
오늘 아침 7시 23분경, 격리벽 건설 이래 처음으로 베를린 병원에서 폭탄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병실에는 의료인원 3명과 환자 4명이 있었으며――
현재 경찰 당국은 폭발물의 출처를 수사 중입니다. 현장의 상황을 특파원 섀도리스 기자가 계속해서 보도드리겠습니다.
베를린 병원에서 폭발이라고요?
<color=#00CCFF>그렇네, 자네가 보낸 장면 중 하나와 일치해.</color>
<color=#00CCFF>허나, 뉴스엔 자네가 보낸 영상과 같은 장면은 없었어.</color>
<color=#00CCFF>그러니 어딘가의 기사를 스크랩한 것은 아니라 단정했네.</color>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다른 곳도 습격당했습니까?
<color=#00CCFF>아니.</color>
<color=#00CCFF>아직은.</color>
훈작사의 표정이 무척 진지해졌다.
<color=#00CCFF>이는 엄청난 발견일세, 지휘관.</color>
<color=#00CCFF>마흐리안의 기억은 일종의 "예언"이 아닐까 싶네.</color>
예언이라니...
그런 일이... 정말로 가능한 겁니까?
그리고 그 말씀대로라면, 나머지 장소에서도 테러가 발생한단 뜻이잖습니까.
<color=#00CCFF>정말로 예언이라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일세.</color>
<color=#00CCFF>만약 마흐리안이 윌리엄의 계획에 듣기만 했다거나, 혹은 계획의 일부에만 참여했다면...</color>
<color=#00CCFF>그녀의 기억 속에, 그 계획이 실현된 "상상"이 존재해도 이상할 것 없다고 보네.</color>
<color=#00CCFF>사실이 어떻든, 윌리엄이 곧 다음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점만은 확실하네.</color>
...알겠습니다.
<color=#00CCFF>남은 장소의 좌표를 보내겠네.</color>
<color=#00CCFF>뭘 해야 할지는 알 거라 믿네, 지휘관.</color>
통신 종료.
...페로사.
좌표가 어떻게 되지?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확인 결과, 아직 습격이 발생하지 않은 지점은 총 4곳입니다.
각각 베를린 구지하철역, 격리벽, 베를린 교도소, 그리고... 본 마을입니다.
본 마을이...? 정말이야?
네, 본 마을이 맞습니다.
...서둘러야겠다. AR팀을 부를 테니 너희도 준비하도록.
페로사, 너는 현지 경찰에게 연락을... 아니다, 이렇다 할 증거도 없이 경찰을 설득하긴 무리겠지.
그냥 훈작사께 우리가 조사할 수 있도록 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해 줘.
준비되는대로 출발한다.
예!
RO!
지휘관님?
무슨 일이야?
훈작사로부터 연락이다, 테러가 발생할 지점을 몇 군데 알아냈어.
지금 당장 출발한다.
괜히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니고요?
차라리 시간 낭비이길 바라야지.
하지만 밝혀진 지점 중 한 곳에서 이미 폭탄 테러가 발생한 이상, 가만있을 순 없어.
...알겠습니다.
......
지휘관이 방에 오고부터 계속 조용하던 마흐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지휘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지 안절부절못하던 사이, 시선이 마주쳤다.
마흐리안?
저... 당신이 말씀한 그 지점 중에...
혹시, 격리벽도 있나요?
......
지휘관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렇다고 하면, 어쩔 셈이지?
모르겠어요...
저도 제 머릿속의 광경이 기억인지 예언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든 그게 정말 현실에 일어날지 확신할 수가 없어요.
만약 정말이라면... 직접 제 눈으로 보고 싶어요.
같이 가겠다고?
...네.
옷깃을 꼬옥 쥐는 마흐리안의 눈빛은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이라면...
제가 발버둥쳐 봤자, 의미 없겠죠...?
세상에 무의미한 짓은 셀 수도 없이 많긴 하지.
하지만 저항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
자신의 삶을 소위 "운명"에 맡기는 거야말로 가장 무의미한 짓이야.
......
로빈과 함께 가도 될까요?
...그래 좋아, 나도 마침 궁금해진 참이었어.
네가 실제 상황을 보면, 자극받아 기억이 더 선명해질지도 모를 일이니.
마흐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관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 옆의 AR-15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결국 입을 열지는 않았다.
가자, 그리폰 소대가 기다리고 있어.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