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케시스의 자 Ⅱ
"광신도가 가장 가엾은 점은 그들은 자신이 정말로 구원을 받았다 믿기 때문이다."
인형들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지휘관은 두 번째로 본 마을의 땅을 밟았다.
지난번에 비해, 거리의 풍경은 확연히 썰렁했다.
텅 빈 좁은 길목에도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아, 지휘관 일행이 오히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았다.
...다 왔다.
관리소의 대문 앞에 도착한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방금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다.
마을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죠?
마흐리안도 이런 광경은 처음인지, 더욱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좀... 소름끼치네요.
오싹오싹해!
...칫.
AR-15는 총을 들어 도어록을 겨눴다.
드물게 의견도 일치하니까, 빨리 끝내고 나가자고.
저... 바로 총을 꺼내진 말아 주시겠어요?
싫으면 네가 눈 감던가.
여기까지 조용히 왔으니, 충돌은 최대한 피하자.
댄들라이, 문 열 수 있겠어?
벌써 열었습니다.
철컥.
문이 스르륵 열렸다.
후우...
그 상대하기 까다로운 여인을 다시 떠올린 지휘관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리야와 마주치면, 소란 일으키기 전에 처리해.
처리요...!?
아, 사살이 아니라 기절시키든지 하란――
지휘관님.
무슨 일이지?
분위기가 심상찮습니다.
열린 문 너머로 드러난 건물 내부는, 밖과 다를 바 없이 전혀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관리소가 이렇게까지 조용해서 마을 전체도 텅 빈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재수없는 여자가 정말 여기 있을까?
폭발물 반응은 있어?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댄들라이가 사뿐사뿐 계단을 올라,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
일행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댄들라이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갑자기 댄들라이가 움찔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안 돼!
?!
모두 쫓아가!
댄들라이의 돌발행동에, 일행의 대부분이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오직 AR-15와 마흐리안만이, 댄들라이가 뛰어들어가는 거의 동시에, 지휘관이 말하기도 전에 쫓아갔다.
세 사람의 그림자를 쫓아, 지휘관은 긴 복도를 달려 응접실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거기서 걸음을 멈춘 댄들라이를 볼 수 있었다.
댄들라이... 대체 무슨 일이야?
당신들, 미쳤습니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댄들라이는 지휘관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앞만 바라봤다.
성녀님... 오오, 성녀님!
성녀님께서 저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
마흐리안도 경악했다.
이게... 대체 뭐하는 거예요, 이리야?!
이리야 앞의 흡사 제단처럼 생긴 탁상에, 폭발물이 분명한 상자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그 상자의 내용물을 본 순간, 그 더없이 익숙한 녹색에 지휘관은 가슴이 철렁했다.
붕괴 입자였다.
이리야는 숫자 버튼을 몇 개 누르고는 살짝 뒤로 물러난 참이었다.
640921...
이리야 씨.
나머지 인형들과 함께, 지휘관이 마흐리안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마흐리안을 다시 보게 되어 감격과 기쁨에 눈물을 흘리던 이리야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네놈...! 우리 성녀님을 속여 데려간 놈!
성녀님을, 우리를 속인 거짓된 양치기놈이!
모자 베일에 반쯤 가려진 그녀의 얼굴이 흉악해져,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다.
이리야 씨!
이리야!
마흐리안이 소리높여 이름을 부르자, 이리야는 다시 그녀를 보며 진정했다.
아아, 성녀님... 우리 성녀님...
맑은 눈물이, 이리야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저희는 당신을 잃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없으면, 저희는...
이리야, 제 말을 들어 주세요.
지금 우리는 여러분을 도와드리러 왔어요.
그러니 제발, 제발 진정하세요...
저건 뭡니까?
누가 당신에게 저걸 줬죠? 저걸로 뭘 할 셈입니까?
......아니, 아니야, 이제 넌 필요 없어!
이리야가 지휘관에게 고개를 돌렸고, 눈빛도 다시 날카로워졌다.
이리야가 손을 폭발물의 작동 버튼 위로 올렸고, 인형들은 잽싸게 총을 들었다.
지휘관, 명령을!
안 돼! 쏘지 말아요!
지저분한 쓰레기의 말은 믿지 않아!
너의 도움도, 이제 필요 없어!
우리의 인도자는 패러데우스일지니, 우리의 미래가 있는 곳에 그분께서 손짓하시노라!
완전히 실성한 목소리로, 이리야는 작동 버튼을 눌렀다.
배신자! 넌 우리를, 패러데우스를 배신했어!
너는 없어도 돼! 우리가... 우리가, 우리 손으로 새로운 성녀를 창조하겠다!
이리야...!
마흐리안이 눈을 크게 떴다.
퐁.
폭발물이 맥 빠지는 우스꽝스런 소리를 냈다.
한 순간, 그 자리의 모두가 폭발물이 고장난 게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댄들라이만은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즉시 철수해야 합니다!
붕괴 입자가 확산됩니다, 저건 폭발물이 아니라 더티밤입니다!
저들이 스스로를 감염시키려 합니다!
제기랄!
지휘관님! 마을에서 연쇄 폭발 반응이라는 그리폰 소대의 보고입니다!
모든 마을 주민들이 소형 폭탄으로 자폭하고 있어요!
그리폰 소대만으로는 다 해체할 수 없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네...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서서히 퍼지는 연황색 안개를 맞으며, 이리야는 양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광소했다.
신의 기적이... 이것이 신의 기적이로다!!!
이리야! 안 돼요!!
이리야의 피부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부식되어 가는 것을 보며, 마흐리안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일어나, 마흐리안!
지휘관이 마흐리안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아직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어!
......!
위험하니까 얼른 움직여요!
......
......
표도로프, 여기에 아직 사람 있어?
확인 중이야.
표도로프가 한 수감실에 들어갔다.
히이이익!!
앗, 뭐야?
콜리브리! 저 사람 붙잡아!
어딜 도망가려고!
싫어, 싫어어어! 저리 떨어지지 못해!?
머리 하얀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죄수인가?
그런 거 같네.
어디 보자, 이름이... 파... 우...얼?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하네... 무슨 자극이라도 받았나?
일단 데리고 가자, 여기 내버려뒀다간 죽을 거야.
응.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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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들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지휘관은 두 번째로 본 마을의 땅을 밟았다.
지난번에 비해, 거리의 풍경은 확연히 썰렁했다.
텅 빈 좁은 길목에도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아, 지휘관 일행이 오히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았다.
...다 왔다.
관리소의 대문 앞에 도착한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방금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다.
마을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죠?
마흐리안도 이런 광경은 처음인지, 더욱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좀... 소름끼치네요.
오싹오싹해!
...칫.
AR-15는 총을 들어 도어록을 겨눴다.
드물게 의견도 일치하니까, 빨리 끝내고 나가자고.
저... 바로 총을 꺼내진 말아 주시겠어요?
싫으면 네가 눈 감던가.
여기까지 조용히 왔으니, 충돌은 최대한 피하자.
댄들라이, 문 열 수 있겠어?
벌써 열었습니다.
철컥.
문이 스르륵 열렸다.
후우...
그 상대하기 까다로운 여인을 다시 떠올린 지휘관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리야와 마주치면, 소란 일으키기 전에 처리해.
처리요...!?
아, 사살이 아니라 기절시키든지 하란――
지휘관님.
무슨 일이지?
분위기가 심상찮습니다.
열린 문 너머로 드러난 건물 내부는, 밖과 다를 바 없이 전혀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관리소가 이렇게까지 조용해서 마을 전체도 텅 빈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재수없는 여자가 정말 여기 있을까?
폭발물 반응은 있어?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댄들라이가 사뿐사뿐 계단을 올라,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
일행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댄들라이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갑자기 댄들라이가 움찔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안 돼!
?!
모두 쫓아가!
댄들라이의 돌발행동에, 일행의 대부분이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오직 AR-15와 마흐리안만이, 댄들라이가 뛰어들어가는 거의 동시에, 지휘관이 말하기도 전에 쫓아갔다.
세 사람의 그림자를 쫓아, 지휘관은 긴 복도를 달려 응접실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거기서 걸음을 멈춘 댄들라이를 볼 수 있었다.
댄들라이... 대체 무슨 일이야?
당신들, 미쳤습니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댄들라이는 지휘관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앞만 바라봤다.
성녀님... 오오, 성녀님!
성녀님께서 저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
마흐리안도 경악했다.
이게... 대체 뭐하는 거예요, 이리야?!
이리야 앞의 흡사 제단처럼 생긴 탁상에, 폭발물이 분명한 상자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그 상자의 내용물을 본 순간, 그 더없이 익숙한 녹색에 지휘관은 가슴이 철렁했다.
붕괴 입자였다.
이리야는 숫자 버튼을 몇 개 누르고는 살짝 뒤로 물러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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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야 씨.
나머지 인형들과 함께, 지휘관이 마흐리안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마흐리안을 다시 보게 되어 감격과 기쁨에 눈물을 흘리던 이리야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네놈...! 우리 성녀님을 속여 데려간 놈!
성녀님을, 우리를 속인 거짓된 양치기놈이!
모자 베일에 반쯤 가려진 그녀의 얼굴이 흉악해져,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다.
이리야 씨!
이리야!
마흐리안이 소리높여 이름을 부르자, 이리야는 다시 그녀를 보며 진정했다.
아아, 성녀님... 우리 성녀님...
맑은 눈물이, 이리야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저희는 당신을 잃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없으면, 저희는...
이리야, 제 말을 들어 주세요.
지금 우리는 여러분을 도와드리러 왔어요.
그러니 제발, 제발 진정하세요...
저건 뭡니까?
누가 당신에게 저걸 줬죠? 저걸로 뭘 할 셈입니까?
......아니, 아니야, 이제 넌 필요 없어!
이리야가 지휘관에게 고개를 돌렸고, 눈빛도 다시 날카로워졌다.
이리야가 손을 폭발물의 작동 버튼 위로 올렸고, 인형들은 잽싸게 총을 들었다.
지휘관, 명령을!
안 돼! 쏘지 말아요!
지저분한 쓰레기의 말은 믿지 않아!
너의 도움도, 이제 필요 없어!
우리의 인도자는 패러데우스일지니, 우리의 미래가 있는 곳에 그분께서 손짓하시노라!
완전히 실성한 목소리로, 이리야는 작동 버튼을 눌렀다.
배신자! 넌 우리를, 패러데우스를 배신했어!
너는 없어도 돼! 우리가... 우리가, 우리 손으로 새로운 성녀를 창조하겠다!
이리야...!
마흐리안이 눈을 크게 떴다.
퐁.
폭발물이 맥 빠지는 우스꽝스런 소리를 냈다.
한 순간, 그 자리의 모두가 폭발물이 고장난 게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댄들라이만은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즉시 철수해야 합니다!
붕괴 입자가 확산됩니다, 저건 폭발물이 아니라 더티밤입니다!
저들이 스스로를 감염시키려 합니다!
제기랄!
지휘관님! 마을에서 연쇄 폭발 반응이라는 그리폰 소대의 보고입니다!
모든 마을 주민들이 소형 폭탄으로 자폭하고 있어요!
그리폰 소대만으로는 다 해체할 수 없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네...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서서히 퍼지는 연황색 안개를 맞으며, 이리야는 양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광소했다.
신의 기적이... 이것이 신의 기적이로다!!!
이리야! 안 돼요!!
이리야의 피부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부식되어 가는 것을 보며, 마흐리안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일어나, 마흐리안!
지휘관이 마흐리안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아직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어!
......!
위험하니까 얼른 움직여요!
......
......
표도로프, 여기에 아직 사람 있어?
확인 중이야.
표도로프가 한 수감실에 들어갔다.
히이이익!!
앗, 뭐야?
콜리브리! 저 사람 붙잡아!
어딜 도망가려고!
싫어, 싫어어어! 저리 떨어지지 못해!?
머리 하얀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죄수인가?
그런 거 같네.
어디 보자, 이름이... 파... 우...얼?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하네... 무슨 자극이라도 받았나?
일단 데리고 가자, 여기 내버려뒀다간 죽을 거야.
응.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