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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 거울단계

제논의 동그라미

"AK-12가 모시겠습니다~"

-44-A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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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164줄)

......

안젤리아의 임시 은신처.

안젤리아

결과 나왔어?

라이트

으음... 역시 안 되겠습니다.

J 선배가 확보한 DNA 정보를 전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봤지만, 맞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같이 전과 기록도, 의료 기록도 찾을 수가 없어요.

아마... 옐로우존의 호적도 없는 난민이겠죠.

안젤리아

니토의 시체는?

라이트

역시 회수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부검을 실시했습니다만...

역시 이렇다할 수확은 없었습니다.

안젤리아

...그레이는 찾았어?

라이트

현재로선 저희에게 그녀를 수사할 권한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증거만으로는 그녀를 흔들기엔 부족해요.

그저께 창고에 출동했다던 보안인원들도, 제가 다시 조사해봤을 땐 모두 행방불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안젤리아

...입막음당했군.

소름 돋을 정도로 냉혹한 년이구만.

안젤리아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었다.

그레이는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대가를 따지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그 여자의 꼬리를 잡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안젤리아

요컨대 아직도 못 찾았다 이거지?

라이트

...예.

요양원에서의 사태는 매스컴도 냄새를 맡고 현장 취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레이는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죠.

납치당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습니다만... 그녀가 제발로 나타난더라도, 저희가 어찌 할 수는 없습니다.

쿵!

안젤리아가 홧김에 테이블을 발로 차, 물건들이 전부 바닥에 쏟아졌다.

라이트

...리오니를 살해한 하얀 니토는, 감시 카메라가 파괴되어 행적이 촬영되지 않았습니다.

현장 통제 후의 수사에도 결국 흔적을 찾지 못했고요.

안젤리아

그러니까... 이제 내 수중에는 패가 하나도 없단 거군.

움켜진 주먹은 손가락이 부러질 듯 떨렸다. 안젤리아는 이를 갈며, 잔뜩 어질러진 바닥을 바라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리오니는 죽었고, 그레이는 행방불명, 습격자들은 신상 정보가 완전히 백지... 아득바득 모은 단서가 모조리 끊기고 말았다.

그레이의 입에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캐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 여자는 생각보다 입이 무거웠다.

몰리도와의 관계를 제외하면, 그녀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몰리도?

안젤리아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라이트

안젤리아 씨?

안젤리아

AK-12! 지휘관한테 연락해!

몰리도를 봐야겠어!

RPK16

네에~ AK-12가 모시겠습니다~

안젤리아

......

아주 잠깐, 안젤리아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굳었다.

지금 AK-12는 여기 없다.

안젤리아

...RPK, 지휘관한테 연락해.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RPK16

벌써 연결됐어요.

RPK16

여보세요, 지휘관님? 지금 시간 되시나요?

우리 보스가 이야기 좀 하자 하시는데요.

지휘관

<color=#00CCFF>RPK-16? 안젤리아 씨가 찾는다고?</color>

<color=#00CCFF>난 지금...</color>

안젤리아

지휘관.

지휘관

<color=#00CCFF>안젤리아 씨?</color>

안젤리아

안녕, 지휘관... 그쪽 상황은 어때?

지휘관

<color=#00CCFF>그럭저럭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침 일에 진전이 생긴 참입니다.</color>

<color=#00CCFF>그쪽은 어떻습니까?</color>

안젤리아

...뭐어, 나도 그럭저럭.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부탁할 게 있어.

지휘관

<color=#00CCFF>제 눈치 보실 필요 없습니다, 말씀하시죠.</color>

안젤리아

몰리도... 그러니까, 그 니토 말이야. 아직 네 쪽에 있지?

지휘관

<color=#00CCFF>마흐리안 말입니까? 네, 아직 있습니다.</color>

안젤리아

뭐라도 좀 알아냈어?

지휘관

<color=#00CCFF>예? 저번에 공유해드리지 않았나요?</color>

안젤리아

...그 후로, 새로 알아낸 건?

지휘관

<color=#00CCFF>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없어서, 급히 알려드리지 않아도 된다 판단했습니다.</color>

안젤리아

진도가 너무 느리잖아.

내가 경고했지, 몰리도는 아주 교활하다고.

딱 봐도 녀석이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고 있단 걸 모르겠어?

지휘관

<color=#00CCFF>네, 몰리도에 관해서는 저도 대강이나마 짐작하고 있습니다.</color>

<color=#00CCFF>하지만 이 사람은 몰리도가 아닌 마흐리안입니다. 별개의 인물이에요.</color>

안젤리아

...그거, 진심이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지휘관

<color=#00CCFF>네,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확신합니다.</color>

안젤리아

됐어... 녀석 이름이 뭐든 내 알 바 아니야.

묻고 싶은 게 있으니까, 나한테 보내.

지휘관

<color=#00CCFF>물어볼 것이 있으시다고요?</color>

<color=#00CCFF>하지만 그녀가 아는 건 제가 공유해드린 게 전부입니다만.</color>

안젤리아

웃기지 마, 분명 뭔가 더 숨기는 게 있을 거라고!

제기랄, 지금 너한테 잔소리할 시간 없어!

어떡할래? 날 믿을 거야, 그년을 믿을 거야!?

지휘관

<color=#00CCFF>안젤리아 씨, 진정하세요.</color>

<color=#00CCFF>당신의 요청을 거절한단 말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 바로는 어렵습니다.</color>

<color=#00CCFF>그녀에게서 복사감염증 치료제에 관한 정보를 얻어서, 조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color>

안젤리아

복사감염증 치료제라고...?

지휘관

<color=#00CCFF>복사감염증 치료에 관한 연구 자료와, 그 약품의 샘플이 있다고 합니다.</color>

<color=#00CCFF>만약 그걸 찾아낸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color>

안젤리아

그리고 넌 그딴 소릴 믿고?

지휘관

<color=#00CCFF>저도 확신이 들진 않지만, 해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정말 그런 약이 존재한다면――</color>

안젤리아

너네 부관 아가씨도 살 수 있겠네?

지휘관

<color=#00CCFF>......!</color>

<color=#00CCFF>아닙니다! 카리나 때문만이 아니라――</color>

안젤리아

됐어! 나하곤 상관 없는 일이야.

그년을 여기로 보낼 수 있어, 없어?

지휘관

<color=#00CCFF>...지금은 안 됩니다.</color>

안젤리아

......

지휘관

<color=#00CCFF>안젤리아 씨...</color>

안젤리아

<Size=60>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이 멍청아!!</Size>

내가 몇 번을 말해야 돼!? 몰리도가 가장 잘하는 게 변장과 사기라고!!

그런데도 녀석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내가 한 말은 잊었어? 머리에 구멍 났냐!?

지휘관

<color=#00CCFF>아니요, 그녀는 몰리도가 아닙니다!</color>

<color=#00CCFF>...혹시, 상황이 많이 어려우십니까?</color>

<color=#00CCFF>진정하시고 천천히 얘기합시다. 이쪽 일을 처리하는 대로 만나서 이야기하도록 해요.</color>

<color=#00CCFF>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그때 다 물어보면 됩니다!</color>

안젤리아

하! 그래, 마흐리안이랬나?

넌 그년이 하는 말 다 믿는다 이거지!?

카리나의 목숨이 베를린의 수만 명보다 더 중요하고?

귀신한테 홀리기라도 했어!? 어?!

지휘관

<color=#00CCFF>아닙니다!</color>

안젤리아

......

지휘관

<color=#00CCFF>...마흐리안은 훈작사가 제게 맡긴 일입니다. 저도 제 판단이 있습니다, 안젤리아 씨.</color>

안젤리아

이젠 그 양반을 꺼내서 날 누르시겠다?

지휘관

<color=#00CCFF>그런 뜻이 아니라――</color>

안젤리아

그래... 그래, 알았어.

알아서 마음대로 해 봐!

지휘관

<color=#00CCFF>...죄송합니다, 하지만 안젤리아 씨는 지금 침착하셔야 합니다.</color>

<color=#00CCFF>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이쪽 일이 끝나는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color>

통신 종료.

쾅!

안젤리아는 통신기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RPK16

그거 비싼 건데요.

라이트

안젤리아 씨...

라이트는 안절부절못하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꿀꺽 삼켰다.

지금은 자신이 입을 열 상황이 아니란 걸 알았다.

안젤리아

제기랄...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홉스나 몰리도,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뒤통수를 맞는 것과 다른 기분이었다.

안젤리아는 설마 지휘관한테서 퇴짜를 맞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물론, 지휘관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안젤리아의 이성도 이를 잘 알았다.

그래도 역시... 믿기가 어려웠다.

쿠웅!

안젤리아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

...하지만, 자신의 말이 너무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초조함에 평소의 여유를 잃고 말았다.

어떻게 카리나를 가지고 지휘관을 나무란 걸까?

진정하자. 진정해야 한다.

......

안젤리아

...리폰.

RPK16

네?

안젤리아

그리폰.

안젤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안젤리아

지휘관이 훈작사 얘길 했지?

그래...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그 양반도 그 두꺼운 낯짝을 들이밀어 줘야지.

RPK16

그 사람은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요?

안젤리아

테러를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날 가지고 놀려고 한 소리밖에 더 돼!?

RPK16

안젤리아.

RPK-16이 눈을 껌뻑였다.

RPK16

우선 진정하세요.

우리 하늘 같은 선배님이라면 지금 분명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안젤리아

AK-12였으면 벌써 훈작사한테 전화 걸고 있었어.

RPK16

유감스럽게도, 전 그 사람의 연락처를 모르는걸요.

아니, 우리 모두 몰라요. 항상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연락했으니까요.

우리가 저쪽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어요.

안젤리아

라이트?

라이트

RPK-16 씨 말대로입니다.

저희도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받을 뿐, J 선배조차 하달자가 누군지 모릅니다.

저희 상관이 가르쳐 줄 리도 없고요... 규정인지라.

안젤리아

그렇겠지... 내가 왜 너한테 물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궁지에 몰릴대로 몰렸나 보네...

안젤리아가 가볍게 테이블을 퉁퉁 두드렸다. 분노도 점차 식어, 냉정한 사고가 돌아왔다.

안젤리아

..."미네르바의 부엉이".

라이트

예?

안젤리아

너랑 처음 만난 데.

지휘관도 거기서 만났어.

라이트

구시가지의 그 술집 말입니까? 확실히, 외딴 곳에 인적도 드문 곳이죠.

밀회에 안성맞춤이긴 합니다만...

안젤리아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거긴 훈작사의 땅이야.

술집이 통째로 그 작자의 영역이지. 그렇다면, 그를 찾으려면 거기로 가면 된다는 거야.

안젤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서성였다.

안젤리아

그래... 가자, 지금 당장.

훈작사한테 직접 따지지 않고는 못 배겨.

대체 뭘 어쩔 셈인지 물어봐야겠어.

RPK16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봐요.

당신도 알다시피, 그 사람 눈에 우리는 그저 보드게임 위의 말들 중 하나에 불과해요.

말의 실수를 나무라는 사람이 있나요? 다 판을 두는 사람의 실책을 비웃을 뿐이죠.

여기까지 한 것만으로도 이미 최선을 다한 거예요, 안젤리아. 이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안젤리아

최선을 다한 것만으론 아무런 의미 없어.

내가 원하는 건 결과야... 나한테 싸울 힘이 남아있는 한, 어느 때든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어.

그저 장기말로서, 높으신 놈들한테 놀아나기만 한다면...

나랑 예고르의 차이가 뭔데?

RPK16

예고르 대위도 마지막까지 몸부림쳤지만, 장기말이란 운명은 바꾸지 못했잖아요.

안젤리아

결과적으로 패배한 것이지, 놈은 적어도 시도했어.

내가 그 자식을 이겼는데, 그 자식도 한 짓을 내가 못 할까 봐?

RPK16

역시 그렇죠? 거역하지 않고서는 우리 소대의 이름이 아깝죠~

RPK-16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안젤리아를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

안젤리아

불만 없으면 AN-94랑 AK-15도 불러.

라이트, 너도 따라와.

라이트

네.

안젤리아는 옷걸이의 코트를 집어 어깨에 걸치고, 단호한 눈빛으로 방을 나섰다.

안젤리아

......

"미네르바의 부엉이".

쿵!

안젤리아가 의수로 카운터를 내려치자, 두꺼운 나무판자에 금이 갔다.

안젤리아

훈작사 어딨어?

바텐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안젤리아

시치미 떼지 말고 당장 말해.

그리폰 라이언. 지금. 어디 있냐고.

술집은 안젤리아가 방문했던 때와 사뭇 달랐다.

직원은 달랑 한 명이었고, 손님도 안젤리아 일행뿐이었다.

애초에 무관계한 사람을 쫓아낼 예정이었지만, 덕분에 수고는 덜었다.

그때, 바텐더에게 눈을 부라리던 안젤리아가 참지 못하고 코웃음쳤다.

안젤리아

하, 카운터 밑에서 총 꺼내려고?

누가 더 빠른가 내기할까?

바텐더

......!

안젤리아

잘 들어.

안젤리아가 카운터에 손을 짚고 살짝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안젤리아

개인 사정도 아니고, 진상 피우러 온 것도 아니야.

넌 날 본 적 있어. 내가 훈작사와 얘기하는 모습을.

내가 지금 그 양반이랑 말이 좀 하고 싶거든? 아주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꾸물댔다간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어. 그럼 너도 나도 책임 못 진다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바텐더

......

바텐더는 안젤리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바텐더

도무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안젤리아

소 귀에 경 읽기였군... AK-15?

AK15

암실을 발견. 왼쪽에서 두 번째 선반 뒤로 빈 공간이 있습니다.

바텐더

어떻게...!

스윽――

바텐더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술잔을 쥔 손이 재빠르게 카운터 밑으로 향했다.

우지끈!

하지만 안젤리아가 더 빨랐다. 그녀의 의수가 아예 카운터를 뚫어, 밑바닥에 붙어 있던 권총을 잡아 꺼냈다.

안젤리아

내가 뭐랬어?

바텐더

이...!

라이트도 카운터를 한 손으로 받치고 몸을 기울여, AK-15가 가리킨 선반을 손으로 더듬어보며 자세히 살펴봤다.

라이트

...아, 찾았습니다.

라이트가 고정된 술병을 잡아 옆으로 돌리니, 술이 진열된 선반이 밀려나 숨겨진 통로를 드러냈다.

안젤리아

아주 고전적이네...

AK-15가 없었으면 죽었다 깨도 몰랐겠어.

바텐더

후회할 겁니다.

안젤리아

벌써 몇 년이나 후회하면서 살아왔어.

내가 주저해서 하지 못했던 일들 때문에.

쿵!

권총의 손잡이로 내리쳐 바텐더를 기절시킨 다음, 안젤리아도 라이트를 뒤따라 비밀 통로로 들어갔다.

라이트

......

앞장서던 라이트가, 갑자기 멈춰 섰다.

안젤리아

뭐야, 통신 설비 찾았어?

라이트

아뇨... 통신 설비는, 아닙니다만...

라이트가 또 말꼬리를 흐렸다.

안젤리아

뭔데 그래?

문득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안젤리아는 급히 라이트를 옆으로 비켜 세우고, 암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젤리아

......

암실의 벽에는, 베를린 전체를 나타내는 지도가 붙어 있었다.

안젤리아는 어째서 오늘따라 술집의 경계가 이리도 허술했는지 이해했다.

암실 내부는 텅 비었고, 저 벽면 빼고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때를 잘못 골랐나? 훈작사가 자신이 올 것도 예상한 걸까?

안젤리아

......

그렇지 않았다.

훈작사는 그녀가 올 거라 예상해지 못했다.

만약 그랬다면, 절대 저걸 남기고 갔을 리가 없었다.

안젤리아는 더 안으로 들어가, 그 벽 앞에 서서 손으로 남은 흔적을 더듬었다.

수많은 정보원들이 여기 모여, 실과 압정으로 고전적인 "정보망"을 짰을 것이다.

지도 위에는 그들이 남긴 흔적으로 가득했다.

지도를 살펴보던 안젤리아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빨간색으로 동그라미가 쳐진 부분에, "안젤리아"라 적힌 주석이 붙어 있었다.

AN94

고급 주택가...?

왜 여기에 안젤리아의 이름이...?

안젤리아

...양옥.

AK15

......

라이트

네?

안젤리아

그 양옥이다.

바로 여기 있어.

그렇구나... 그랬던 거였구나.

안젤리아

처음부터... 처음부터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어.

훈작사 자식... 알고 있었으면서 왜 안 알려 준 거야?

빌어먹을 영감탱이...

안젤리아가 주먹을 꽉 쥐었지만, 금방 다시 풀었다.

안젤리아

...뭐, 됐어.

이걸로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네.

RPK16

지금보다 훨씬, 엄청 현명치 못한 생각이라고 봐요, 안젤리아. 불길로 날아드는 나방이나 다름없어요.

안젤리아

그만... AK-12처럼 딴지 걸지 마. 이미 결정했어.

RPK16

그래요...? 알았어요.

뭐라 해도 말릴 순 없겠군요.

RPK-16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안젤리아와 벽면의 지도를 번갈아 보았다.

위험한 웃음기와, 반짝이는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