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의 뇌 Ⅰ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단지 누나가 슬퍼할까 봐 무서워요."
......
조금 전.
......
양옥의 정문 앞에서 몸을 숨긴 AN-94와 라이트는 적막함이 감도는 정원을 주시 중이었다.
유사시가 아닌 이상 은폐를 유지해, 민간인의 시선을 끌지 말 것.
포착되는 공개 채널도 감시하되, 마찬가지로 주의를 끌 만한 행동은 삼가할 것.
그리고 각 인원은 5분마다 상황 보고하도록. 이상.
라이트는 자리에 위치한 동료 요원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통신을 종료했다.
......
AN-94 씨?
무슨 일이지? 적인가?
아뇨, 그저... 당신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무슨 의미지?
AK-12 씨가, 잠시 이탈하게 된 후부터...
AN-94 씨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너희보다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질 일은 없다.
지적이 아니에요, 당신이 걱정되서 여쭤보는 겁니다.
리벨리온 여러분은 모두 사이가 정말 좋은 것 같네요.
인형에게 진정한 죽음이란 없다. 그리고, AK-12도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을 다해 싸웠다.
나도 납득하는 결과이니, 원망 따윈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때 그녀를 돕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군요...
그게 왜 신경쓰이지?
네?
아... 조금 공감이 돼서요.
공감? 나한테?
AN-94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AN-94 씨는 AK-12 씨와 자매처럼 보여요.
마침 저도 누나가 있어서, 그런 두 분을 보니 절로 저희 남매가 생각났습니다.
너라면 네 누나를 실망시킬 일 없겠지.
하하... 저도 그렇길 바라요.
안젤리아도 K도, 요원으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야.
만약 죽음이 두렵다면, 애초부터 이 일에 발을 들여선 안 됐다.
그럴 리가요,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단지... 누나가 슬퍼할까 봐 무서워요.
정말 그것이 고민이라면... 그럼 최선을 다해 살아남도록.
넌 AK-12처럼 되살아날 수 없는 몸이잖은가.
이미 한 번 되살아났는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게다가――
쉿.
AN-94가 돌연 손을 들어 라이트의 말을 끊었다.
그 경고에, 라이트는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않으면서 신속히 무기를 들었다.
......
정원은 여전히, 날벌레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A팀, 보고.
...B팀?
통신기 너머도 고요했다.
그제서야 라이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즉시 정신을 집중해, AN-94와 함께 주위를 경계했다.
...언제 눈치채셨습니까?
이전의 임무에서 기습당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주변의 기척을 살피는 법을 배웠지.
정원의 벌이 사라졌다.
벌이요?
그래, 벌.
라이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넓은 정원을 유심히 살폈다.
과연, 방금까지만 해도 잡초가 무성한 화단의 들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던 벌들이, 지금은 살충제라도 맞은 것처럼 바닥에 떨어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슈욱!
위험해!
AN-94가 라이트를 밀치기가 무섭게, 회색의 잔상이 허공을 가르며 두 사람이 숨어있던 나무를 깔끔하게 동강냈다.
호오.
닥터 그레이...!
타탕!
옆구르기로 다른 엄폐물에 숨은 AN-94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총은 불을 뿜었다.
티잉!
하지만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났다. 그레이의 가녀린 몸을 감싼, 방패처럼 거대한 꼬리에 막힌 것이었다.
멋지군.
그레이는 AN-94의 움직임에 찬사를 보냈다.
습——
라이트?
습격입니다!
패러데우스예요!
안젤리아 씨! 빨리 나오세요! 어서요!
슈욱!
라이트가 허겁지겁 뒤로 몸을 던졌지만, 육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의 칼날 꼬리에 오른손을 베이고 말았다.
으윽...!
앗, 통신기가!
찰나의 섬광에 베인 고통에, 라이트는 그만 통신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주으려 손을 뻗기도 전에, 그레이의 예리한 꼬리에 통신기는 두 동강 났다.
라이트! 도망쳐라!
AN-94가 그레이에게 제압 사격을 가했다.
그와 동시에, 그레이의 뒤에서 니토 몇 명과 패러데우스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동료 요원들은...?
상황은 절망적인가...
자책감이 온전히 들기도 전에, 다른 무시무시한 생각이 먹물처럼 라이트의 마음에 퍼졌다.
어째서 그레이가 안젤리아가 여기 온 것을 알았지?
왜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이지?
...함정?
안젤리아 씨!
라이트는 적의 공격으로 꼼짝 못하는 AN-94를 흘깃 보곤, 이를 악물며 양옥으로 달음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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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
......
양옥의 정문 앞에서 몸을 숨긴 AN-94와 라이트는 적막함이 감도는 정원을 주시 중이었다.
유사시가 아닌 이상 은폐를 유지해, 민간인의 시선을 끌지 말 것.
포착되는 공개 채널도 감시하되, 마찬가지로 주의를 끌 만한 행동은 삼가할 것.
그리고 각 인원은 5분마다 상황 보고하도록. 이상.
라이트는 자리에 위치한 동료 요원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통신을 종료했다.
......
AN-94 씨?
무슨 일이지? 적인가?
아뇨, 그저... 당신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무슨 의미지?
AK-12 씨가, 잠시 이탈하게 된 후부터...
AN-94 씨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너희보다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질 일은 없다.
지적이 아니에요, 당신이 걱정되서 여쭤보는 겁니다.
리벨리온 여러분은 모두 사이가 정말 좋은 것 같네요.
인형에게 진정한 죽음이란 없다. 그리고, AK-12도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을 다해 싸웠다.
나도 납득하는 결과이니, 원망 따윈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때 그녀를 돕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군요...
그게 왜 신경쓰이지?
네?
아... 조금 공감이 돼서요.
공감? 나한테?
AN-94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AN-94 씨는 AK-12 씨와 자매처럼 보여요.
마침 저도 누나가 있어서, 그런 두 분을 보니 절로 저희 남매가 생각났습니다.
너라면 네 누나를 실망시킬 일 없겠지.
하하... 저도 그렇길 바라요.
안젤리아도 K도, 요원으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야.
만약 죽음이 두렵다면, 애초부터 이 일에 발을 들여선 안 됐다.
그럴 리가요,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단지... 누나가 슬퍼할까 봐 무서워요.
정말 그것이 고민이라면... 그럼 최선을 다해 살아남도록.
넌 AK-12처럼 되살아날 수 없는 몸이잖은가.
이미 한 번 되살아났는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게다가――
쉿.
AN-94가 돌연 손을 들어 라이트의 말을 끊었다.
그 경고에, 라이트는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않으면서 신속히 무기를 들었다.
......
정원은 여전히, 날벌레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A팀, 보고.
...B팀?
통신기 너머도 고요했다.
그제서야 라이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즉시 정신을 집중해, AN-94와 함께 주위를 경계했다.
...언제 눈치채셨습니까?
이전의 임무에서 기습당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주변의 기척을 살피는 법을 배웠지.
정원의 벌이 사라졌다.
벌이요?
그래, 벌.
라이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넓은 정원을 유심히 살폈다.
과연, 방금까지만 해도 잡초가 무성한 화단의 들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던 벌들이, 지금은 살충제라도 맞은 것처럼 바닥에 떨어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슈욱!
위험해!
AN-94가 라이트를 밀치기가 무섭게, 회색의 잔상이 허공을 가르며 두 사람이 숨어있던 나무를 깔끔하게 동강냈다.
호오.
닥터 그레이...!
타탕!
옆구르기로 다른 엄폐물에 숨은 AN-94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총은 불을 뿜었다.
티잉!
하지만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났다. 그레이의 가녀린 몸을 감싼, 방패처럼 거대한 꼬리에 막힌 것이었다.
멋지군.
그레이는 AN-94의 움직임에 찬사를 보냈다.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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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입니다!
패러데우스예요!
안젤리아 씨! 빨리 나오세요! 어서요!
슈욱!
라이트가 허겁지겁 뒤로 몸을 던졌지만, 육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의 칼날 꼬리에 오른손을 베이고 말았다.
으윽...!
앗, 통신기가!
찰나의 섬광에 베인 고통에, 라이트는 그만 통신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주으려 손을 뻗기도 전에, 그레이의 예리한 꼬리에 통신기는 두 동강 났다.
라이트! 도망쳐라!
AN-94가 그레이에게 제압 사격을 가했다.
그와 동시에, 그레이의 뒤에서 니토 몇 명과 패러데우스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동료 요원들은...?
상황은 절망적인가...
자책감이 온전히 들기도 전에, 다른 무시무시한 생각이 먹물처럼 라이트의 마음에 퍼졌다.
어째서 그레이가 안젤리아가 여기 온 것을 알았지?
왜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이지?
...함정?
안젤리아 씨!
라이트는 적의 공격으로 꼼짝 못하는 AN-94를 흘깃 보곤, 이를 악물며 양옥으로 달음박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