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의 뇌 Ⅲ
"그의 몸은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안젤리아의 무너지는 마음과 함께."
......
탕!
쳇!
앞을 가로막는 적 하나를 쓰러뜨리면, 곧바로 두셋이 더 나타났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탕!
탕!
마치 애시당초부터 이 건물에 잠복하고 있었다는 듯, 수많은 패러데우스 병사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안젤리아의 도주로를 가로막았다.
정문은 진작에 포기했고, 창문이라도 보이는 그 순간 바로 몸을 던질 셈이었지만...
그녀를 에워싼 하얀 병사들은 그럴 기회를 좀처럼 내 주지 않았다.
들어오기 전, AK-15도 이상이 없다 했건만.
......
RPK-16...
목표 발견.
저리 꺼져!
쨍그랑!
속까지 먼지로 가득한 수납함의 유리를 의수로 깨고, 소방용 도끼를 꺼내들어 좁은 복도를 가로막은 스트렐치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스트렐치 하나가 맥없이 쓰러지기가 무섭게 똑같은 병사 두 명이 더 나타났다.
타탕!
그들의 총알은 안젤리아의 발치에 박혔고, 안젤리아의 권총탄은 그들의 헬멧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더럽고 걸쭉한 피가 총알 구멍에서 흘러나왔지만, 스트첼치들은 약간 비틀댈 뿐 금세 다시 총을 들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머리를 맞추더라도, 권총탄의 구경으론 저들을 처치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안젤리아는 냉큼 뒤돌아 달렸다.
과연 이를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저들은 안젤리아를 공격하길 꺼리는 눈치였다.
날아드는 총탄은 전부 간지럽지도 않은 곳을 스치거나, 아예 그녀 발치에 떨어졌다. 마치 그녀가 죽을까 봐 겁내는 듯했다.
저들이 어떤 명령을 받았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날 생포하려 한다고?
차라리 저택 내에 매복이 있다 상정하고, AK-15와 함께 행동하는 편이 나았다.
찰나의 판단 실수로, 안젤리아는 위기일발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통신기는 지직거리는 잡음 외엔 아무 응답도 없어, AN-94 쪽의 상황이 어떤지조차 파악이 불가능했다.
그에 비해...
콰앙!!
저택의 서쪽에선 아직도 심심하면 폭발음이 들려왔다.
AK-15의 위치만큼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괜히 무리해서 밖으로 탈출하려 할 바에야 돌아가서 AK-15와 합류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AK-15는 절대 지지 않을 테니까.
목표 발견.
제길.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스트렐치 둘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안젤리아는 반사적으로 총을 들었지만, 이번엔 상대가 더 빨랐다.
타앙!
큭!
상대의 총탄이 그녀의 총을 때렸고, 그 충격에 손목이 얼얼했다.
권총은 당연하게도 손에서 멀리 튕겨나갔고, 아예 총열까지 휘어져 버렸다.
동시에 다른 스트렐치가 총구를 들어 안젤리아를 위협했다.
그대로 뒷걸음질치던 안젤리아는 벽으로 내몰렸다.
이젠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퍼엉!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다그치는 묵직한 총성이 스트렐치 뒤에서 터져 나왔고, 그 소리에 걸맞는 위력으로 안젤리아를 위협하던 스트렐치의 허리가 끊어졌다.
느닷없이 사방으로 튄 살점과 장갑 파편에 다른 스트렐치도 흠칫했고, 그것이 그의 실수였다.
퍼엉!
그 순간 그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안젤리아 씨, 괜찮으십니까?
...너, HK512는 언제 구했어?
이놈들을 권총으로 상대 못한다는 걸 알았을 때죠.
아무튼, 당장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
AN-94는?
그레이가 니토를 포함한 부대를 끌고 왔습니다.
제 동료들은 전원 순직했고, 현재 AN-94 씨가 홀로 시간을 버는 중입니다.
......
한순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이건 놈들의 계획이었다. 보기좋게 놈들의 함정이 빠지고 말았다.
그레이의 앞잡이는 바로 RPK-16이었고, 안젤리아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이 라이트의 부하, 동료들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안젤리아 씨? 안젤리아 씨!
한시가 급합니다, 빨리 나가야 해요!
이런 긴급 상황에서 멍하니 굳어 있는 안젤리아의 모습에, 라이트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아... 알아, 나도 알아...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렸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타파하려고?
통신이 끊겼습니다... 이번에도 신호가 차단된 모양이에요.
하지만, 차단망엔 범위가 있을 테죠?
이 근방은 사유지가 많으니, 양옥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지원 요청이 가능할 겁니다.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말이지만.
걱정 마세요! 저들을 돌파하는 것쯤, 저희와...
...AK-15 씨와 RPK-16 씨는요?
라이트는 그제서야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어째서 안젤리아 씨가 혼자 궁지에 몰렸지?
AK-15는 지금 RPK-16과 교전 중이다. 당장으로선 우리뿐이야.
네...? 왜 그들이......!
그 말에 라이트는 경악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아무튼, 오면서 가장 가까운 탈출구를 봐뒀습니다.
일단 여기서 나가고 보죠!
그래... 그래, 개죽음당할 순 없지!
안젤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고, 라이트는 안도하며 총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앞장서기 위해, 그가 몸을 돌린 그 순간...
회색의 형체가 나타났다.
――안 돼!
뭣...
서걱.
예리한 칼날이 HK512의 총신을 동강냈다.
라이트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안젤리아의 얼굴에서 몇cm 앞에 멈춘 번뜩이는 그 칼날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았으니까.
찾았습니다.
안젤리아.
안젤... 도망...가세요...
그레이는 칼날 꼬리를 거두고, 목표가 아닌 사냥감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라이트가 목소리를 쥐어짜내 안젤리아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몸은 완전히 베여, 피를 뿜지 않는 곳은 오른 옆구리의 살점 약간뿐이었다.
라이트의 피는 안젤리아의 얼굴에도 튀었고...
라이트의 몸은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안젤리아의 무너지는 마음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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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
쳇!
앞을 가로막는 적 하나를 쓰러뜨리면, 곧바로 두셋이 더 나타났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탕!
탕!
마치 애시당초부터 이 건물에 잠복하고 있었다는 듯, 수많은 패러데우스 병사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안젤리아의 도주로를 가로막았다.
정문은 진작에 포기했고, 창문이라도 보이는 그 순간 바로 몸을 던질 셈이었지만...
그녀를 에워싼 하얀 병사들은 그럴 기회를 좀처럼 내 주지 않았다.
들어오기 전, AK-15도 이상이 없다 했건만.
......
RPK-16...
목표 발견.
저리 꺼져!
쨍그랑!
속까지 먼지로 가득한 수납함의 유리를 의수로 깨고, 소방용 도끼를 꺼내들어 좁은 복도를 가로막은 스트렐치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스트렐치 하나가 맥없이 쓰러지기가 무섭게 똑같은 병사 두 명이 더 나타났다.
타탕!
그들의 총알은 안젤리아의 발치에 박혔고, 안젤리아의 권총탄은 그들의 헬멧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더럽고 걸쭉한 피가 총알 구멍에서 흘러나왔지만, 스트첼치들은 약간 비틀댈 뿐 금세 다시 총을 들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머리를 맞추더라도, 권총탄의 구경으론 저들을 처치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안젤리아는 냉큼 뒤돌아 달렸다.
과연 이를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저들은 안젤리아를 공격하길 꺼리는 눈치였다.
날아드는 총탄은 전부 간지럽지도 않은 곳을 스치거나, 아예 그녀 발치에 떨어졌다. 마치 그녀가 죽을까 봐 겁내는 듯했다.
저들이 어떤 명령을 받았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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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저택 내에 매복이 있다 상정하고, AK-15와 함께 행동하는 편이 나았다.
찰나의 판단 실수로, 안젤리아는 위기일발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통신기는 지직거리는 잡음 외엔 아무 응답도 없어, AN-94 쪽의 상황이 어떤지조차 파악이 불가능했다.
그에 비해...
콰앙!!
저택의 서쪽에선 아직도 심심하면 폭발음이 들려왔다.
AK-15의 위치만큼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괜히 무리해서 밖으로 탈출하려 할 바에야 돌아가서 AK-15와 합류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AK-15는 절대 지지 않을 테니까.
목표 발견.
제길.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스트렐치 둘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안젤리아는 반사적으로 총을 들었지만, 이번엔 상대가 더 빨랐다.
타앙!
큭!
상대의 총탄이 그녀의 총을 때렸고, 그 충격에 손목이 얼얼했다.
권총은 당연하게도 손에서 멀리 튕겨나갔고, 아예 총열까지 휘어져 버렸다.
동시에 다른 스트렐치가 총구를 들어 안젤리아를 위협했다.
그대로 뒷걸음질치던 안젤리아는 벽으로 내몰렸다.
이젠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퍼엉!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다그치는 묵직한 총성이 스트렐치 뒤에서 터져 나왔고, 그 소리에 걸맞는 위력으로 안젤리아를 위협하던 스트렐치의 허리가 끊어졌다.
느닷없이 사방으로 튄 살점과 장갑 파편에 다른 스트렐치도 흠칫했고, 그것이 그의 실수였다.
퍼엉!
그 순간 그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안젤리아 씨, 괜찮으십니까?
...너, HK512는 언제 구했어?
이놈들을 권총으로 상대 못한다는 걸 알았을 때죠.
아무튼, 당장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
AN-94는?
그레이가 니토를 포함한 부대를 끌고 왔습니다.
제 동료들은 전원 순직했고, 현재 AN-94 씨가 홀로 시간을 버는 중입니다.
......
한순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이건 놈들의 계획이었다. 보기좋게 놈들의 함정이 빠지고 말았다.
그레이의 앞잡이는 바로 RPK-16이었고, 안젤리아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이 라이트의 부하, 동료들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안젤리아 씨? 안젤리아 씨!
한시가 급합니다, 빨리 나가야 해요!
이런 긴급 상황에서 멍하니 굳어 있는 안젤리아의 모습에, 라이트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아... 알아, 나도 알아...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렸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타파하려고?
통신이 끊겼습니다... 이번에도 신호가 차단된 모양이에요.
하지만, 차단망엔 범위가 있을 테죠?
이 근방은 사유지가 많으니, 양옥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지원 요청이 가능할 겁니다.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말이지만.
걱정 마세요! 저들을 돌파하는 것쯤, 저희와...
...AK-15 씨와 RPK-16 씨는요?
라이트는 그제서야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어째서 안젤리아 씨가 혼자 궁지에 몰렸지?
AK-15는 지금 RPK-16과 교전 중이다. 당장으로선 우리뿐이야.
네...? 왜 그들이......!
그 말에 라이트는 경악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아무튼, 오면서 가장 가까운 탈출구를 봐뒀습니다.
일단 여기서 나가고 보죠!
그래... 그래, 개죽음당할 순 없지!
안젤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고, 라이트는 안도하며 총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앞장서기 위해, 그가 몸을 돌린 그 순간...
회색의 형체가 나타났다.
――안 돼!
뭣...
서걱.
예리한 칼날이 HK512의 총신을 동강냈다.
라이트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안젤리아의 얼굴에서 몇cm 앞에 멈춘 번뜩이는 그 칼날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았으니까.
찾았습니다.
안젤리아.
안젤... 도망...가세요...
그레이는 칼날 꼬리를 거두고, 목표가 아닌 사냥감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라이트가 목소리를 쥐어짜내 안젤리아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몸은 완전히 베여, 피를 뿜지 않는 곳은 오른 옆구리의 살점 약간뿐이었다.
라이트의 피는 안젤리아의 얼굴에도 튀었고...
라이트의 몸은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안젤리아의 무너지는 마음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