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프노스의 눈 Ⅲ
"죽은 망령은 노래하고, 살아있는 자는 싸운다."
지하 기지의 제어실.
격전 끝에 404 소대는 제어실을 점령했다.
교란기를 끌 수 있겠어?
끌 수는 있는데...
놈들이 머리를 엄청 굴렸는걸.
교란기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어서, 패스워드 하나 알아내는 거론 일부밖에 못 제어해.
문제는 그뿐이 아니야.
일부만 끄면 잠시 후에 자동으로 다시 켜지게 프로그램되어 있어.
모든 패스워드를 알아내서 한꺼번에 꺼야 해.
게다가 구역별이 아니라 번호로만 구별하고 있고, 그룹마다 알고리즘이 다 달라.
이거 아무래도, 패러데우스에 엄청난 전자전 고수가 있는 모양이네.
그럼 지휘관과는 통신이 불가능한 거네?
최선을 다해봐야지.
사전에 짜 둔 예비 방안에 변수가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쯤 여기 아니면 여기에 있겠다. 이쪽부터 처리하자.
나머지는... 기도하는 수밖에.
......
나 그 말 진짜 싫어.
누군들 좋겠어?
하지만 가끔은 그럴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고.
스크린에 나타난 방대한 양의 데이터스트림을 보며, UMP45는 키보드를 두들기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버텨 줘, 지휘관.
복도를 나누는 격벽을 몇 개나 지나고 나서야, AR팀은 잠시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진짜 끈질기네...
그런데, 어째 공격할 때 조심하는 것처럼 보였어.
응... 확실히 살의가 좀 모자라더라.
승산이 확실하니, 우릴 생포할 셈인 거야.
치잇, 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휘관님과 댄들라이를 노리는 걸까요?
글쎄... 내 생각에 놈들은 댄들라이 말곤 안중에도 없을걸.
놈들이 댄들라이에 대해 얼마나 알아냈는진 몰라도...
이토록 성장한 오가스를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을 거야.
제가 패러데우스의 손에 넘어간다면, 결과는 파멸적이겠죠.
......
댄들라이, 예정 경로보다 얼마나 이탈했지?
저희 현재 위치는 공장의 북서측이며, 전방의 방을 지나면 복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공장의 지형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럴 겁니다.
이 공장, 불 들어오고 나서부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복도와 문까지 다 움직이는데, 이쪽 길이 안 막혔다고 어떻게 확신해?
당연히 못하지.
그럼 무슨 소용인데?!
불평 말고, 우선은 댄들라이의 말대로 서두르자.
지형이 변했다면... 감으로 길을 찾을 수밖에.
네.
잠깐만.
무슨 소리 안 들려?
전진하던 일행이 걸음을 늦췄다. 그러자 앞의 방에서, 신비한 느낌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린데...?
척!
AR팀이 동시에 총을 들었다.
이성질체입니다.
캬오!
어떡하죠, 지휘관?
지금은 후퇴도 못해. 전진하자.
알겠습니다.
RO635가 발소리를 죽이고 방 문앞으로 다가가, 잠시 뜸을 들이곤 문을 걷어찼다.
척!
세 인형이 동시에 방 안을 향해 총을 겨누었고, SOP2는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지만...
......
이게... 무슨...?
아연실색한 AR팀을 지나, 지휘관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또 다른 실험실인 듯했다.
정체불명의 액체로 가득찬 배양 캡슐 안의 발가벗은 소녀들은, 지휘관 일행의 등장에도 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 잔잔한 노래를 불렀다.
아직... 살아있는 건가?
...아니요.
"진열"된 캡슐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댄들라이가 메인 콘솔에 다가가, 로컬 연결 방식으로 서브 시스템에 접속했다.
모두 죽었습니다.
의학적으로, 뇌사입니다.
뭐? 하, 하지만 어떻게...
그러니까,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게 다... 시체라고?
맞아.
이들의 두뇌는 이미 기능을 멈췄어. 노래하는 것은, 일종의... 근육 기억에 불과해.
뇌는 죽었지만, 몸은 아직 살아있어. 심장도 뛰고, 기계가 이들의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어.
하지만, 이들은 틀림없는 시체야.
......
지휘관은 투명한 유리 너머의 깨끗한 소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패러데우스놈들...!
......이 장치, 끌 수 있겠어?
어!? 끈다고?! 그럼 얘네들은...
이 아이들은 이미 죽었어, SOP2.
놈들이 이들의 존엄성을 모욕하도록 두지 마.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쓸 만한 정보가 많군요.
전부 다운받았습니다.
그리고...
배양 캡슐이 어두워졌다.
소녀들의 노랫소리가 멈췄고,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움츠러들었다.
어머니 배 속의 아기처럼, 그들은 편안한 정적에 빠졌다.
...편히 잠들기를.
고마워, 댄들라이.
저와 "그 아이들"의 뜻이기도 합니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안 나오네요...
모두 감성에 젖은 모양인데, 내가 분위기 좀 깰게.
우리 지금 도망치는 중이야.
그래, 문제를 처리했으니 계속 앞으로——
퍼엉!!
갑작스런 폭음이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이 소리...
EMP 수류탄!
그리폰 소대예요!
좋았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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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기지의 제어실.
격전 끝에 404 소대는 제어실을 점령했다.
교란기를 끌 수 있겠어?
끌 수는 있는데...
놈들이 머리를 엄청 굴렸는걸.
교란기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어서, 패스워드 하나 알아내는 거론 일부밖에 못 제어해.
문제는 그뿐이 아니야.
일부만 끄면 잠시 후에 자동으로 다시 켜지게 프로그램되어 있어.
모든 패스워드를 알아내서 한꺼번에 꺼야 해.
게다가 구역별이 아니라 번호로만 구별하고 있고, 그룹마다 알고리즘이 다 달라.
이거 아무래도, 패러데우스에 엄청난 전자전 고수가 있는 모양이네.
그럼 지휘관과는 통신이 불가능한 거네?
최선을 다해봐야지.
사전에 짜 둔 예비 방안에 변수가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쯤 여기 아니면 여기에 있겠다. 이쪽부터 처리하자.
나머지는... 기도하는 수밖에.
......
나 그 말 진짜 싫어.
누군들 좋겠어?
하지만 가끔은 그럴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고.
스크린에 나타난 방대한 양의 데이터스트림을 보며, UMP45는 키보드를 두들기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버텨 줘, 지휘관.
복도를 나누는 격벽을 몇 개나 지나고 나서야, AR팀은 잠시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진짜 끈질기네...
그런데, 어째 공격할 때 조심하는 것처럼 보였어.
응... 확실히 살의가 좀 모자라더라.
승산이 확실하니, 우릴 생포할 셈인 거야.
치잇, 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휘관님과 댄들라이를 노리는 걸까요?
글쎄... 내 생각에 놈들은 댄들라이 말곤 안중에도 없을걸.
놈들이 댄들라이에 대해 얼마나 알아냈는진 몰라도...
이토록 성장한 오가스를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을 거야.
제가 패러데우스의 손에 넘어간다면, 결과는 파멸적이겠죠.
......
댄들라이, 예정 경로보다 얼마나 이탈했지?
저희 현재 위치는 공장의 북서측이며, 전방의 방을 지나면 복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공장의 지형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럴 겁니다.
이 공장, 불 들어오고 나서부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복도와 문까지 다 움직이는데, 이쪽 길이 안 막혔다고 어떻게 확신해?
당연히 못하지.
그럼 무슨 소용인데?!
불평 말고, 우선은 댄들라이의 말대로 서두르자.
지형이 변했다면... 감으로 길을 찾을 수밖에.
네.
잠깐만.
무슨 소리 안 들려?
전진하던 일행이 걸음을 늦췄다. 그러자 앞의 방에서, 신비한 느낌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린데...?
척!
AR팀이 동시에 총을 들었다.
이성질체입니다.
캬오!
어떡하죠, 지휘관?
지금은 후퇴도 못해. 전진하자.
알겠습니다.
RO635가 발소리를 죽이고 방 문앞으로 다가가, 잠시 뜸을 들이곤 문을 걷어찼다.
척!
세 인형이 동시에 방 안을 향해 총을 겨누었고, SOP2는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지만...
......
이게... 무슨...?
아연실색한 AR팀을 지나, 지휘관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또 다른 실험실인 듯했다.
정체불명의 액체로 가득찬 배양 캡슐 안의 발가벗은 소녀들은, 지휘관 일행의 등장에도 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 잔잔한 노래를 불렀다.
아직... 살아있는 건가?
...아니요.
"진열"된 캡슐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댄들라이가 메인 콘솔에 다가가, 로컬 연결 방식으로 서브 시스템에 접속했다.
모두 죽었습니다.
의학적으로, 뇌사입니다.
뭐? 하, 하지만 어떻게...
그러니까,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게 다... 시체라고?
맞아.
이들의 두뇌는 이미 기능을 멈췄어. 노래하는 것은, 일종의... 근육 기억에 불과해.
뇌는 죽었지만, 몸은 아직 살아있어. 심장도 뛰고, 기계가 이들의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어.
하지만, 이들은 틀림없는 시체야.
......
지휘관은 투명한 유리 너머의 깨끗한 소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패러데우스놈들...!
......이 장치, 끌 수 있겠어?
어!? 끈다고?! 그럼 얘네들은...
이 아이들은 이미 죽었어, SOP2.
놈들이 이들의 존엄성을 모욕하도록 두지 마.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쓸 만한 정보가 많군요.
전부 다운받았습니다.
그리고...
배양 캡슐이 어두워졌다.
소녀들의 노랫소리가 멈췄고,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움츠러들었다.
어머니 배 속의 아기처럼, 그들은 편안한 정적에 빠졌다.
...편히 잠들기를.
고마워, 댄들라이.
저와 "그 아이들"의 뜻이기도 합니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안 나오네요...
모두 감성에 젖은 모양인데, 내가 분위기 좀 깰게.
우리 지금 도망치는 중이야.
그래, 문제를 처리했으니 계속 앞으로——
퍼엉!!
갑작스런 폭음이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이 소리...
EMP 수류탄!
그리폰 소대예요!
좋았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