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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5 · 재귀정리

"저희 모두 각오하고 모든 부조리에 맞서 싸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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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147줄)

독일 베를린의 시가지.

가동 정지 처분된 갈라테아 제약 공장 앞.

모나

합계 6명, 인계합니다.

경찰

네... 두 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설마 진짜로 저 난민들 중에 공장 안으로 쳐들어가는 사람이 나올 줄이야... 저희밖에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나

응당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감사의 말은 필요 없습니다.

J

이 작자들, 소란을 틈타서 위험 물품 보관실에 들어갔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우린 안을 다시 살펴볼게요.

경찰

알겠습니다... 정말이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저희가 책임질 판이었네요.

모나

그럼 계속해서 현장 질서 관리를 부탁드립니다.

경찰

아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J가 앞장서 차단선을 넘고 폐쇄되어 전력도 끊긴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J

저 사람들, 진짜 안으로 쳐들어올 줄이야...

모나

자료에 따르면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J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라든가 폭력 사태라든가는 흔한 일이지만, 무단 침입은 차원이 다르지.

오늘은 그나마 폐쇄된 약 공장이었으니 망정이지, 당장 내일 시청에 우르르 쳐들어갈지 누가 알아?

모나

그렇군요.

J

...이보세요 책임자 인형 아가씨, 반응이 왜 그래?

모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도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만... J 요원, 혹시 임무와 무관한 감정을 품고 저와 소통하는 겁니까?

J

말을 말아야지...

아직은 해가 중천에 뜬 대낮이었기에, 햇빛이 전등 하나 안 켜진 공장의 내부를 밝혔다.

모나

......

그때, 모나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J

뭐야?

모나

J 요원 말대로, 누가 있습니다.

J

......!

모나

저쪽입니다.

둘은 기척이 난 방향으로 조용히 접근했다.

J가 눈치를 주자, 모나는 바로 그 뜻을 이해하곤 수신호로 답하면서 벽에 붙어 다른 방향으로 우회했다.

J

지금 거기 있는 불법 침입자! 너흰 이미 포위됐다! 즉시 무장을 버리고 투항해라!

재차 경고한다! 즉시 투항해라!

???

히익!? 자, 잠깐만요! 전 나쁜 사람 아니에요!

쏘지 마세요!

J

......

예상과는 다른,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

꺄악!! 살살! 살살 해요!

모나

목표 제압 완료. 무기 미소지를 확인해 경보를 해제합니다.

그 말에 J도 총을 내렸다. 유리창이 깨져 난장판이 된 실험실 한구석에, 모나에게 제압된 여성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

놔 주세요! 저, 저는 여기의 직원이에요!

J

직원이요?

모나는 꺾었던 팔을 놓았지만,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모나

무기도 없고,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인으로 보입니다.

억울하단 표정으로 꺾였던 팔을 문지르며 바닥에 앉은 그 여성은, 확실히 난민도, 테러리스트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J는 그녀의 사원증에 시선이 향했다.

J

코넬리아 슈펠?

넬레

..."넬레"라 불러 주세요.

J

좋습니다, 넬레 씨.

왜 여기 들어왔는지 설명해 주실까요?

넬레

여긴 제가 일하는 실험실이에요! 제 직장이라고요!

J

아, 그래요? 하지만 정부가 운영 정지 처분을 내렸는데요. 정문 앞의 차단선 못 봤습니까?

여기 직원이더라도 명실상부한 불법 무단 침입입니다. 현행범으로 체포해도 할말 없어요.

넬레

윽...

J

끌고 가.

모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넬레가 당혹해하면서 손사래 쳤다.

넬레

자자자잠깐만요! 저, 저는 그냥 개인 물품을 가지러 온 거예요!

J

그게 뭡니까?

넬레는 눈에 띄게 긴장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뜨린 상자를 열어 보였다.

그 안에 든 것은 두툼한 자료 뭉치와, 크기가 제각각인 약병들이었다.

넬레

이... 이건 제 연구 성과예요!

어떻게든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서...

모나가 확인차 상자 속을 뒤져봤다.

모나

맞습니다, 실험 데이터와 그 샘플들입니다.

모나가 뒤적이던 약병들을 본 순간, J의 동공이 수축했다.

J

이게... 다 뭡니까?

넬레

그... 그러니까, 제 연구 성과...

J

댁 직업이...?

넬레

...약품 연구원이요.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무심한 척 약병 하나를 집어든 J는 위에 그려진 작은 로고를 가리키며 물었다.

J

이건 무슨 표시죠?

넬레

그레이 생물과학 연구 센터의 로고예요, 여긴 부속 실험실이고요.

J

그레이 생물과학 연구 센터...

모나

거기가 어쨌습니까?

J

...아니, 그냥.

J가 고개를 젓더니, 평소의 그 얼굴로 되돌아왔다. 그리곤 한 걸음 물러나, 넬레에게 나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

J

기왕 이렇게 된 거, 넬레 씨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호위해드리죠.

밖엔 아직도 시위대가 난리를 부리고 있는데, 가녀린 숙녀분이 혼자 나갔다가 위험해지면 큰일이잖아요?

넬레

아, 감사합... 네? 호위한다고요?

모나도 "지금 이 사람이 뭔 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J를 홱 돌아봤다.

J

수작 부리려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넬레

아뇨, 필요없어요.

J

싫다고 해도 할 겁니다.

자꾸 그렇게 거절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죠 뭐, 상층부에 보고하는 수밖에.

넬레

......

넬레는 도끼눈으로 J를 쏘아보다, 결국 체념한 듯 그가 내어 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모나

...무슨 생각입니까?

J

갈라테아가 하는 짓이 아무래도 수상하단 생각, 안 들어? 정부가 폐쇄한 시설에 직원을 보내 물건을 빼돌리려 하다니 말이야.

받은 일도 해치웠으니, 다음 임무 받을 때까지 잠깐 딴짓한다고 문제될 거 없잖아.

왜, "국장님"한테 고자질하려고?

모나

그럴 생각 없습니다.

J

그럼 따라오기나 해.

모나

......

......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세 명은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J와 모나 사이에 민간인인 넬레가 서 있으니, 키가 한 뼘은 더 작아 보였다.

넬레

당신들, 어디까지 따라올 셈이에요?

J

당신이 안전한 게 확인될 때까지죠.

넬레

전 지금도 안전한데요!

J

그건 저희가 판단합니다.

모나

......

J

그나저나, 당신 꽤 젊어 보이는데, 실험실 인턴입니까?

넬레

조수거든요? 정직원이에요, 정, 직, 원.

선생님의 "이둔" 연구에 참여하는 걸 꿈에 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J

그럼 설마, 그 병에 든 게 이둔의 시제품인가요?

넬레

......네. 정부가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했다면 진작에 출시돼서 많은 사람들을 살렸을지도 몰라요.

J

호오? 자신만만하십니다, 연구원 아가씨?

넬레

그럼요! 우리의 실험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요!

J

하지만 듣자하니, "닥터 그레이"는 위법성 연구 혐의로 도주했다는데요.

넬레

웃기지도 않는 소리 말아요, 연구 센터는 아직도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각 부서도 업무를 배정해 맡은 바를 다하고 있다고요!

제가 공장에 간 것도 다 저번 실험 데이터를 정리해서 제출하기 위해서예요.

J

아, 그래요? 그래서 지금 그 "그레이 선생님"은 어디 계신답니까?

넬레

그건... 잠깐만요, 선생님한테 무슨 폐를 끼치려고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요?

J

그 사람한테 폐가 될 건 제가 아니라고 봅니다만.

넬레

으... 하긴, 선생님 나오라면서 쳐들어온 폭도들이 한둘이 아니었죠... 사무실도 몇 번이나 리폼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선생님 성격은 제가 잘 알아요, 그딴 놈들한테 겁먹으실 분이 절대 아니에요.

의약품 연구에 몸담은 이상, 저희 모두 각오하고 모든 부조리에 맞서 싸울 거예요!

J

풉!

넬레

지금 저 놀리는 거예요?

J

아뇨, 비웃은 겁니다.

넬레가 발길을 멈춘 곳은 어느 아파트였다.

넬레

설마 침실까지 따라올 생각은 아니죠?

J

......

대답 대신, J는 수첩을 꺼내 자신의 연락처를 적고 종이를 찢어 건네주었다.

J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하지만 넬레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쪽지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넬레

저희는 잘못한 거 없어요. 무슨 음모론을――

J

그냥 커피나 한잔 하자 불러도 되니까요. 커피 잘 하는 집을 하나 알거든요.

넬레

.....

넬레는 눈알을 굴리면서 쪽지를 낚아챘다.

넬레

괜한 기대 말아요.

넬레가 휘휘 손을 젓자, J는 피식하며 모나와 함께 거리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넬레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color=#00CCFF>——넬레!!</color>

<color=#00CCFF>너 지금 어딨어!?</color>

넬레

어우 귀청이야, 소리지르지 마!

지금 그러니까, 어... 아마노 홈 앞에 있어.

빨리 데리러 와 줘!

???

<color=#00CCFF>바로 갈 테니까 꼼짝 말고 거기 있어!</color>

......

부르릉――

그 말대로, 얼마 안 가 차 한 대가 넬레가 있는 곳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려왔다.

???

넬레――!!

끼이익!!

날카로운 급정거 소리를 내며 멈춰 선 차에서 한 사람이 차문을 박차고 나왔다.

넬레

미아!!

미아

무슨 일로 이런 데까지 왔어?!

넬레

어...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

아무튼, 짜증나는 사람 따돌리느라 그랬어.

넬레

그보다, 미아! 나 가지고 나왔어! 이거!

넬레는 차에서 내린 인형에게 손에 든 물건을 흔들어 보이면서 장난스레 혀를 내밀었다.

미아

저, 정말로 거길 들어갔다 왔어?! 거기 정부가 폐쇄했잖아!

넬레

"하면 된다"는 말씀!

미아

하아... 그래 그래, 무사하면 됐지 뭐. 얼른 돌아가자.

넬레

응!

넬레는 냉큼 조수석에 탔다.

넬레

집으로~!

미아

...응.

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

......

J

......

모나

명백한 공무 집행 방해죄인데, 왜 바로 체포하지 않았죠?

J

대장은 넌데 왜 나한테 물어?

모나

당신이 그녀를 추적하자 했잖아요.

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J

하지만 이렇게 따라왔잖아?

모나

당신 정말——

인형인 모나도 결국 J 때문에 인내심이 바닥날 것만 같았다.

모나

됐어요... 돌아가요.

J

......

그렇게 둘이 나란히 걷던 도중, J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모나

또 무슨 일이죠?

J

먼저 가 봐, 잠깐 들러야 할 데가 생각났어.

모나

또 무단으로 행동할 셈인가요?

J

그냥 개인적인 일입니다요, 이 아가씨야.

모나

...그러길 바랍니다.

모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지만, 순순히 J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번엔 J가, 모나가 길을 따라 사라진 것을 확인한 다음 주머니에서 K에게 받은 쪽지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