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저는 갈라테아 연구원이에요, 제가 약을 가지고 있어요."
끼이익——!
으악!?
아 깜짝이야!
갑자기 웬 급브레이크야?!
미안... 그게, 길이 막혔어.
길이 막히다니?
넬레가 앞을 내다보니, 좁은 길을 난민 몇 명이 가로막고 있었다.
차도 한가운데의 바닥에 한 남자가 신음을 내며 쓰러져 있었고, 일행인 듯한 난민들이 그를 둘러싼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교통사고인가?
...아니야.
단박에 상황을 파악한 넬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잠깐 망설이다,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넬레?! 기다려!
저기요...
......!
죄, 죄송합니다, 일부러 길을 막은 게 아니라...
아뇨, 화내려는 게 아니에요.
이 사람...
넬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의식이 혼미한 그 남자를 보았다.
주위의 난민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손을 대진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복사감염증...
모, 몸에 규소화가 꽤 진행되어서...
우리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염되면 끝장인데,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때, 그들 중 한 명이 넬레의 옷차림을 눈치챘다.
아, 아가씨 혹시 의사인가요?!
저요?
아, 아뇨... 의사는... 그래도 일단 검사는 해볼게요.
뒤쫓아 온 미아는 "의사"라는 말에 흥분한 난민들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진 않을까 넬레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어쩔 수 없었기에, 넬레는 난민들에게 미안한 미소를 짓고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파우치에서 일회용 의료 장갑을 꺼내 끼고, 작은 가위로 환자의 옷을 잘라 열었다.
(피부 표면에 규소 결정이 보이지만, 저들이 생각하는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야.)
(이런 데서 절개할 수도 없지만, 아직 근육 조직까지 침식되진 않았을 거야.)
(제때 치료받기만 한다면 완치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누나! 어때요, 우리 형 살 수 있어요?!
중태는 아니에요!
수술하든지, 적절하게 약물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어요!
......
그 말을 들은 소년의 얼굴에 환희로 밝아졌지만, 곧바로 다시 어두워졌다.
(그렇지 참...)
(치료를 받을 돈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겠지...)
넬레...
미아도 마찬가지로 안색이 어두워지는 넬레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누나... 정말 의사 아니에요?
넬레가 이미 한 번 부정했음에도, 소년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다시 물었다.
죄송해요...
씨X!!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난민이 울분을 터뜨리며 발로 벽을 찼다.
다 정부 놈들 때문이야!
그 이둔인지 뭔지 하는 약이 빨리 나왔으면 페터가 이렇게 되지도 않았어!
무슨 병이든 고쳐 주는 성녀가 사는 마을이 있대서 먼 길을 왔더니만...
성녀고 자시고, 마을 자체가 없더만! 진작에 사기란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아니야, 나 그 성녀 본 적 있어... 정말로 병을 고쳐 주더라.
하지만 최근에 납치당하고, 마을도 박살나서 사라진 거래. 성녀가 어디로 잡혀 갔는진 아무도 몰라...
분명 정부 짓이야!
......
넬레...
입술을 질끈 깨문 넬레가, 손을 가방 속에 넣어 실험실에서 가져온 약병을 붙잡았다.
(...안 돼, 이둔은 아직 3차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어. 승인 나지 않은 약품을 일반인에게 사용하는 건 절대 용납되지 않아...)
물...
지켜보던 난민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물...! 누구 물 남은 거 있어?!
나! 나 있어!
형...
......
조용히 뒤로 물러난 넬레는, 절박함과 간절함 어린 난민들의 얼굴을 보며 고뇌했다.
의사가 아니어도 그녀는 잘 안다. 입원 치료할 돈도, 약을 처방받을 돈도 없는 저 남자는 며칠 버티지도 못할 것임을.
저 남자의 현상태가 복사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일보직전의 단계였다.
넬레, 딱하지만 우린 아무것도 못 해. 그만 가자.
미아는 넬레를 위로하며 차로 돌아가려 했다.
......치잇!
넬레가 이를 악물더니, 그녀 앞의 난민 몇 명을 밀쳐냈다.
넬레!?
억? 이봐요 아가씨, 뭘 하려고요!?
의사는 아니지만, 저는 갈라테아 그룹의 연구원이에요. 제가... 저한테 약이 있어요!
그 한마디에, 그녀를 말리려던 난민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넬레도 잠깐 머뭇했지만, 이내 가방에서 이둔의 샘플이 담긴 주사기를 꺼냈다.
넬레, 안 돼!
미아가 다급하게 넬레를 불러 세웠다.
너 미쳤어!? 그레이 씨한테 들켰다간 해고로 안 끝나!
......
넬레는 샘플을 꼭 쥔 채 잠시 망설였지만, 결심한 듯 남자의 피부를 소독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우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왔다고.
그리고 환자의 팔에 주사를 놓았다.
넬레!
난 "이둔"을 믿어... 복사감염증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어.
그래서 선생님의 연구팀에 들어간 거야. 그러니까...
넬레는 이둔 샘플을 남자의 몸에 주사하고 일어나서 다시 모여드는 난민 일행에서 뒤로 물러났다.
으으...
신음소리밖에 못 내던 그 남자가, 점점 의식을 되찾았다.
형아!!
그들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져, 넬레는 몸을 떨며 손 안의 빈 병을 내려다보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너, 그거 책임져야 해.
시끄러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하다고...
넬레는 이미 머리를 손으로 짚으면서 한순간의 충동으로 저지른 일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후회할지는... 나중 가서 봐야지.
...돌아가자.
응.
넬레는 다시 정신을 차린 남자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의미가 있는 일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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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으악!?
아 깜짝이야!
갑자기 웬 급브레이크야?!
미안... 그게, 길이 막혔어.
길이 막히다니?
넬레가 앞을 내다보니, 좁은 길을 난민 몇 명이 가로막고 있었다.
차도 한가운데의 바닥에 한 남자가 신음을 내며 쓰러져 있었고, 일행인 듯한 난민들이 그를 둘러싼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교통사고인가?
...아니야.
단박에 상황을 파악한 넬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잠깐 망설이다,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넬레?! 기다려!
저기요...
......!
죄, 죄송합니다, 일부러 길을 막은 게 아니라...
아뇨, 화내려는 게 아니에요.
이 사람...
넬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의식이 혼미한 그 남자를 보았다.
주위의 난민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손을 대진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복사감염증...
모, 몸에 규소화가 꽤 진행되어서...
우리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염되면 끝장인데,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때, 그들 중 한 명이 넬레의 옷차림을 눈치챘다.
아, 아가씨 혹시 의사인가요?!
저요?
아, 아뇨... 의사는... 그래도 일단 검사는 해볼게요.
뒤쫓아 온 미아는 "의사"라는 말에 흥분한 난민들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진 않을까 넬레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어쩔 수 없었기에, 넬레는 난민들에게 미안한 미소를 짓고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파우치에서 일회용 의료 장갑을 꺼내 끼고, 작은 가위로 환자의 옷을 잘라 열었다.
(피부 표면에 규소 결정이 보이지만, 저들이 생각하는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야.)
(이런 데서 절개할 수도 없지만, 아직 근육 조직까지 침식되진 않았을 거야.)
(제때 치료받기만 한다면 완치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누나! 어때요, 우리 형 살 수 있어요?!
중태는 아니에요!
수술하든지, 적절하게 약물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어요!
......
그 말을 들은 소년의 얼굴에 환희로 밝아졌지만, 곧바로 다시 어두워졌다.
(그렇지 참...)
(치료를 받을 돈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겠지...)
넬레...
미아도 마찬가지로 안색이 어두워지는 넬레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누나... 정말 의사 아니에요?
넬레가 이미 한 번 부정했음에도, 소년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다시 물었다.
죄송해요...
씨X!!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난민이 울분을 터뜨리며 발로 벽을 찼다.
다 정부 놈들 때문이야!
그 이둔인지 뭔지 하는 약이 빨리 나왔으면 페터가 이렇게 되지도 않았어!
무슨 병이든 고쳐 주는 성녀가 사는 마을이 있대서 먼 길을 왔더니만...
성녀고 자시고, 마을 자체가 없더만! 진작에 사기란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아니야, 나 그 성녀 본 적 있어... 정말로 병을 고쳐 주더라.
하지만 최근에 납치당하고, 마을도 박살나서 사라진 거래. 성녀가 어디로 잡혀 갔는진 아무도 몰라...
분명 정부 짓이야!
......
넬레...
입술을 질끈 깨문 넬레가, 손을 가방 속에 넣어 실험실에서 가져온 약병을 붙잡았다.
(...안 돼, 이둔은 아직 3차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어. 승인 나지 않은 약품을 일반인에게 사용하는 건 절대 용납되지 않아...)
물...
지켜보던 난민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물...! 누구 물 남은 거 있어?!
나! 나 있어!
형...
......
조용히 뒤로 물러난 넬레는, 절박함과 간절함 어린 난민들의 얼굴을 보며 고뇌했다.
의사가 아니어도 그녀는 잘 안다. 입원 치료할 돈도, 약을 처방받을 돈도 없는 저 남자는 며칠 버티지도 못할 것임을.
저 남자의 현상태가 복사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일보직전의 단계였다.
넬레, 딱하지만 우린 아무것도 못 해. 그만 가자.
미아는 넬레를 위로하며 차로 돌아가려 했다.
......치잇!
넬레가 이를 악물더니, 그녀 앞의 난민 몇 명을 밀쳐냈다.
넬레!?
억? 이봐요 아가씨, 뭘 하려고요!?
의사는 아니지만, 저는 갈라테아 그룹의 연구원이에요. 제가... 저한테 약이 있어요!
그 한마디에, 그녀를 말리려던 난민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넬레도 잠깐 머뭇했지만, 이내 가방에서 이둔의 샘플이 담긴 주사기를 꺼냈다.
넬레, 안 돼!
미아가 다급하게 넬레를 불러 세웠다.
너 미쳤어!? 그레이 씨한테 들켰다간 해고로 안 끝나!
......
넬레는 샘플을 꼭 쥔 채 잠시 망설였지만, 결심한 듯 남자의 피부를 소독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우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왔다고.
그리고 환자의 팔에 주사를 놓았다.
넬레!
난 "이둔"을 믿어... 복사감염증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어.
그래서 선생님의 연구팀에 들어간 거야. 그러니까...
넬레는 이둔 샘플을 남자의 몸에 주사하고 일어나서 다시 모여드는 난민 일행에서 뒤로 물러났다.
으으...
신음소리밖에 못 내던 그 남자가, 점점 의식을 되찾았다.
형아!!
그들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져, 넬레는 몸을 떨며 손 안의 빈 병을 내려다보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너, 그거 책임져야 해.
시끄러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하다고...
넬레는 이미 머리를 손으로 짚으면서 한순간의 충동으로 저지른 일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후회할지는... 나중 가서 봐야지.
...돌아가자.
응.
넬레는 다시 정신을 차린 남자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의미가 있는 일을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