Ⅷ
"날 사냥감 취급하는 놈은 네가 처음이야... 으히히힛! 덤벼, 실력을 보여보라구!"
버려진 패러데우스 공장의 심층.
마지막 이성질체가 쓰러졌고, 그 뒤로 완전히 똑같이 생긴 문 세 짝이 나타났다.
어느 거야?
...몰라.
......
총알 한 발이 몰리도의 어깨를 스쳤다.
다음엔 찰과상으로 안 끝나.
여긴 원래 문이 두 짝뿐이었단 말이야. 오른쪽 문이 "이아손의 상자"를 보관하는 창고로 이어지는 문이었어.
그래도 이런 세 짝 짜리 문을 처음 보는 건 아니야... 이런 건 문을 전부 동시에 열어야만 열리더라.
여기서 "이아손의 상자"를 찾아내는 데 얼마나 걸리지?
창고로 가는 구조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대충 십몇 분?
이제 어떡할까, 지휘관?
시간이 촉박하니, M4는 현재 위치서 몰리도를 감시하고, 너희 셋이 문을 하나씩 맡는 게 좋겠어.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유사시 곧장 연락해.
감시 모니터를 보던 그레이의 입꼬리가 드디어 올라갔다.
우린 어느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니, 판도라?
옆의 하얀 니토는 감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레이의 질문도 그녀가 감히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 옛 동료들과 비교하면, 저들의 수준은 어떻지?
리벨리온은 신소련에서 가장 우수한 전술인형 소대예요.
성능만 따지고 본다면, 저들 중 아무도 우리를 이길 수 없죠.
그런데?
그런데, AR팀은 상식을 벗어난 특별한 인형들이에요. 특히 M4A1은 그중에서도 유별나죠.
그 공장에서의 일은... 저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죠... 당신의 감상은 어땠나요?
동화라... 터무니없어.
터무니없는 일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법이랍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니모겐이란 건가? 조금은 기대가 되는걸.
천장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가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을 불쾌하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불쾌한 것은,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마치 면발처럼 늘어지는 시간 감각이, 일분일초를 지겹기 짝이없게 만들었다.
또 단둘이 됐네~
정말 보고 싶었다구... 그런데, "지금의 너"는 뭐라 불러야 해?
그냥 부르던 대로 부르세요.
니모겐? 알았어, 그게 좋다면야.
......
왜 안 따라가?
너 빼면 우릴 이길 수 있는 애가 없는데.
AR팀은 평범한 인형들이 아니에요.
그래그래, 내가 봐도 특별한 인형들이긴 해.
하지만 나르시스 앞에선 도마 위의 생선 꼴이었지.
당신이 자랑하는 그 아이도 제 앞에선 별볼일 없었죠.
우리한텐 걔만 있는 게 아닌데? 뛰어난 "작품"이 잔뜩이라고.
동등할 필요도 없지. 나르시스의 8할 정도의 힘만 있어도 네 동료들은 뼈도 못 추릴 거야.
그럼 제가 당신에게 했던 것처럼 하면 되는 일입니다.
M4A1은 몰리도의 손을 뻗어 몰리도의 어깨를 눌러 꿇어앉혔고, 즉시 통신을 연결했다.
AR-15?
M4? 무슨 일이야?
이상 없나요?
그 맛 간 이성질체들 말곤 별거 없어. 다만 찾아낸 게 있는데, 본 마을에서 봤던 거랑 비슷한데 구조가 더 복잡해.
M4A1과 AR-15의 통신에 RO635가 끼어들었다.
M4 씨, AR-15, SOP2, 모두 이상 없나요?
AR-15, 확인.
여기는 M4A1. 이상 없습니다.
젠장... SOP2와 연락이 안 돼요, 지휘관님과도 연결이...
......
M4, 몰리...를 조심......
통신이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불안감이 M4A1을 엄습했고, 그녀의 손은 이미 몰리도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제 잘 알 테지만, 당신을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에요.
흐흐... 잘 알지... 아주 잘 알지...
너도 그렇잖아? 니모겐.
......
도발하는 몰리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M4A1의 눈에서 불안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군요, 무슨 일인지 알겠어요.
당신의 동료도, 당신과 같은 결말을 맞게 될 겁니다.
......!
......
어라... 막다른 길이네?
이어지던 길이 끝나자, SOP2는 갸우뚱하며 야시 모드를 기동해 주위를 자세히 살펴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끝자락의 벽 구석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구체들이 나란히 놓인 것을 발견했다.
이번 임무의 목표, "이아손의 상자"들이었다.
아싸~ 목표 발견! 지휘관! 목표물 찾았어!
RO! AR-15! 그쪽 안 찾아도 돼! 내가 찾았어!
SOP2는 폴짝폴짝 이아손의 상자에 다가가 확인하며 통신 연결을 하려 했다.
...하지만, 통신 채널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 지휘관? RO~ AR-15~?
뭐야, 왜 다 안 받아?
SOP2가 툴툴대며 목표물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은은하게 빛나는 "이아손의 상자"에 닿는... 그때였다.
뒤를 본 바나나가 펄쩍 뛰며 다급하게 소리를 냈다.
응? 왜 그래 바나나, 벌써 RO 보고 싶어?
고개를 돌린 SOP2는 그제서야 뒤의 문이 어느샌가 닫힌 것을 깨달았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자마자 SOP2는 그자리를 박차고 뒤로 펄쩍 뛰었지만, 벽에서 발사된 거대한 작살의 사선 밖으로 피할 순 없었다.
SOP2는 날아든 작살을 팔로 막아냈지만, 톱니 같은 날의 작살은 그대로 그녀의 팔을 꿰뚫고 단단히 고정됐다.
크아아악!! 이 꼼수밖에 못 쓰는 비겁한 놈들아아아!!
당장 튀어나와!!!
잔뜩 열받은 SOP2가 씩씩대며 작살을 물어 부러뜨리려 했다.
헛된 발버둥이니 포기해라. 덫에 걸린 사냥감은 사냥꾼에서 도망치지 못해.
뭐어? 푸하하하하핫!!
작살이 몹시 견고한 재질이어서 부러지지 않자, SOP2는 곧장 단념하고 팔을 억지로 뽑아내듯 빼냈다.
날 사냥감 취급하는 놈은 네가 처음이야....
으히히힛! 덤벼, 실력을 보여보라구!
하얀 니토의 손짓에, 어둠 속에 숨어있던 복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빈틈없는 함정에 빠졌음에도, SOP2는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한 마리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많이도 모였네... 뜯어내는 맛 있는 부품도 엄청 많겠어!
참, 시작하기 전에 부탁 좀 하나 하자... 비명은 최대한 크게 지르라고! 아하하하하핫!!!
밀려드는 하얀 물결에, 검붉은 인형은 몸을 던졌다. 벽 안에 더 많은 작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단단히 붙잡혀 죄어지는 목 때문에 숨쉬기도 힘겨웠지만, 몰리도는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너... 초조하지...?
네 동료들이... 네 손에서 벗어나니까... 걱정되지...?
M4A1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줬다.
AR팀은 실전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요.
이런 상황은 이미 상정한 바예요.
자기기만은 그쯤 하지...?
네... 네가 또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넌... 지금 체력 부족인 거 같은데...
해볼테면 어디 해보던가요.
저엉말 자신만만하구나... 마음에 들어...
그 성격... 나랑 많이 비슷해...
너 그냥 나랑 같이 갈래...? 아버님께서 널 보면 분명 엄청 좋아하실 거야...
그렇겠죠, 왜 당신에게 저를 잡아오라 시켰겠어요.
그 말이 몰리도의 정곡을 찔렀다.
몰리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M4A1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지만 남은 힘을 쥐어짜 미약하게나마 발버둥쳤다.
내 기능... 되돌려 놔... 그럼... 통신을 복구해 줄게...
그럴 필요는 없어요. 이곳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종합 서버가 어딘지나 말해요.
제가 직접 할 테니까.
하하... 그것도... 좋지...
예리한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SOP2의 뺨을 스쳤지만, 그것은 빗맞은 것이 아니었다.
소리 없는 멸시, 내지는 조롱이었다.
겨우 이것밖에 안 돼!? 앙?!
작살들에 꿰뚫려 SOP2는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얼굴에 특유의 흉악한 미소는 여전한 채로 눈앞의 하얀 니토를 사납게 노려봤다.
너의 그 맹목적인 모습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하지만 다 헛수고다.
얌전히 잠들어라, 너의 동료들처럼.
이 땅딸보가 계속 헛소리 지껄여 봐, 그 입 확 찢어버릴 거야!
네 목숨의 끝자락이니, 자비를 베풀어 네 동료가 구슬피 우는 소리를 들려주마.
자신의 통신기를 꺼내 SOP2의 귓가에 대는 하얀 니토는, 보기 드물게 씨익 웃었다.
...SOP2?! SOP2!
너 ...금 어디...... 도와...
RO! 너 어딨어! 괜찮아!?
하얀 니토가 무심하게 통신기를 껐다.
동료가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소리보다 가슴 아픈 것이 또 어디 있――
크아앙!!!
SOP2가 하얀 니토의 팔목을 콱 물어뜯어, 통신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미친개가...!
너네 다 죽었어어어!!!
그것이 방아쇠였을까, SOP2가 박힌 작살들에 소체가 뜯겨 나가는 것도 아랑곳않고 난폭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M4가 돌아왔다고... 이제 M16 언니만 돌아오면 되는데!!!
내 가족한테 손대게 둘 거 같아아아!!!
뭐,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어서 죽여!
SOP2가 속박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하얀 물결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
차가운 낫, 창, 검... 몸이 찔릴 때마다, SOP2는 고통스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SOP2는 포효를 내지르며 가까스로 뽑아낸 팔로 가까이 있던 패러데우스의 병사 몇 기를 말 그대로 찢어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아――!!!
죽여! 빨리 죽이라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포효에, 패러데우스의 졸개들은 한 순간 주춤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태까지 SOP2의 뒤에 숨어있던 바나나가 용기를 내 높은 곳까지 올라 신호 수집기를 겸하는 메가폰을 높이 들었다.
SOP2!!!
RO――!!!
이를 악문 SOP2가, 마지막 작살에서 몸을 빼냈다.
그리고 쓰러지듯 바닥에 닿는 순간, 자신의 무기를 다시 집었다.
유탄이나 먹어!
발사한 유탄이 코앞에서 폭발했고, SOP2는 충격파를 한몸에 받아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방아쇠를 놓지 않았고, 그대로 "본능"에 몸을 맡겼다.
...잠시 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사방이 온통 하얀 잔해 천지였다.
다리에 힘이 풀린 SOP2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간단히 자가 진단한 결과, 소체의 운동 능력은 80% 저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방 한구석의 아직 멀쩡한 "이아손의 상자"를 향해 기어갔다.
SOP2!!!
뭐야아... 청각 모듈 망가지겠다...
다행이다, 드디어 연결됐네... 너 괜찮아? 조금 전까지 엄청 시끄러웠는데...
당연히 별거 아니지... 참, 나 목표물 찾았어...
알았어, 당장 네 위치로 갈게.
신호가 차단된 도중에 혹시 패러데우스 병력과 조우하진 않았어?
헤헤헤... 몇 놈 만났지... 다 해치웠어...
느릿느릿 기어간 끝에, 이아손의 상자에 손이 닿은 SOP2는 그 구체를 꼬옥 끌어안았다.
SOP2,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목소리가...
괜찮대두... RO 보고 싶으니까 얼른 와...
SOP2는 이아손의 상자를 안고서, 벽을 지지대 삼아 간신히 일어섰다.
처참하게 망가진 두 다리로는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기에, 그녀는 벽에 몸을 비비다시피하며 한발씩 출구로 몸을 옮겼다.
통로 저 끝에서, 익숙한 RO635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M4A1의 그 흔들림 없는 눈빛에, 몰리도는 주저했다.
아직... 때가 아닌 걸까?
지친 행인아... 장미를 보았느냐...
울타리가 보이는 곳 전부 우리 고향이어라...
몰리도가 대뜸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부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너도 이 노래 들어봤지?
통신이 복구됐습니다. 문앞에서 합류해요.
그 다음엔?
...여길 폭파할 거예요, 그 약 공장처럼.
아하... 예상했던 그대로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의 전자문이 소리없이 열렸고, 한쪽에서 대기하던 하얀 니토가 문에서 걸어 나오는 여성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어, 어디에...?
작전 취소다. 스승님께서 철수하라 하셨다.
그럼, 저... 저희는 어떡하면 됩니까...?
돌아가서 대기하렴.
어차피 너희가 할 일은 전혀 줄지 않을 테니.
......
양동이에 한가득인 찬물이, 바닥에 쓰러져 온몸이 피투성이인 몰리도에게 철썩하고 들이부어졌다.
때마침 무거운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문을 열고 지휘관이 들어와 피곤한 몸을 의자에 앉혔다.
...SOP2는 좀 어때요?
45가 검사했어. 다행히도 여기에 수복에 쓸 만한 부품이 있지만, 당분간 평소처럼 날뛸 순 없대.
AR-15는 뒤돌아 물을 한 양동이 더 뿌렸다. 피와 물이 뒤섞인 웅덩이 위에 널브러진 몰리도는, 여전히 미약하게나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로빈... 당신은 이런 식으로 남에게 보답하나요...?
이년이 아직도 그렇게 불러!? 어서 말해, 거기서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웃기지 마! 그럼 그때 왜 신호가 차단됐는데!
그리고, 통제실에서 노래는 왜 불렀어? 누구한테 지시를 내린 거야!
하하하... 내가 아직도 패러데우스한테 지시를 내릴 수 있다면... 너희는 거기서 살아 나오지도 못했어...
생각을 좀 해보라구... 버려진 공장이,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게 됐는데... 신호 차단이 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우웁... 케헥... 콜록콜록...
그녀의 토혈이 마치 피어나는 장미처럼 번졌다.
원하는 걸 드렸잖아요...?
로빈, 전 당신을 믿었는데... 당신은 절 안 믿어 주네요...
"언니"가 로빈에게 약을 줬을 때처럼...
그때, 언니를 믿었나요... 안 믿었나요...?
지친 행인아... 장미를 보았느냐...
울타리가 보이는 곳 전부 우리 고향이어라...
고문에 시달린 탓인지 몰리도의 목청이 갈라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공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다.
...이 노래, 뭐라고 생각해요...? 로빈... 이건 그냥... 아직 인간이었을 적, 저와 언니의... 고향의 동요예요... 로빈도... 들어봤을 텐데...
의미 따위 없어요... 그저... 본능일 뿐...
그 공장의 매복은... 로빈만 노린 게 아니에요... 저까지 노렸죠... 콜록콜록...
그 공장에서 확보한 "이아손의 상자"는 규모도, 종류도 전에 봤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었어. 그런데, 대부분이 아직 반쯤 조립되다 만 듯한 형태더군.
완성된 이아손의 상자는 대체 어떤 물건이지?
콜록콜록콜록... 당신이 봤던 그대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 모습 그대로예요...
단순히 소형 생화학 무기를 업그레이드한 대형 생화학 무기라도 된단 뜻이야?
베를린에서의 일련의 소란은 그저 전주에 불과했어.
패러데우스가 노리는 건 대체 뭐지?
쿨럭... 글쎄요... 저는 그저... 수많은 꼭두각시들 중에서도 좀 나은 것일 뿐이라고요...
로빈... 정말 실망이에요...
......
그리고 그녀는 여전한 태도로 그 동요를 다시 부르시 시작했다.
일그러진 얼굴과, 과장된 미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요를.
작작 해!
몰리도는 머리를 바닥에 세게 처박고 그대로 기절했다.
하지만 입술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흐리안과 매우 흡사한 그 얼굴엔, 지금 그녀를 형용하기엔 결코 적절하지 않은 "편안함"이 엿보였다.
전체 대사 보기 (168줄)
버려진 패러데우스 공장의 심층.
마지막 이성질체가 쓰러졌고, 그 뒤로 완전히 똑같이 생긴 문 세 짝이 나타났다.
어느 거야?
...몰라.
......
총알 한 발이 몰리도의 어깨를 스쳤다.
다음엔 찰과상으로 안 끝나.
여긴 원래 문이 두 짝뿐이었단 말이야. 오른쪽 문이 "이아손의 상자"를 보관하는 창고로 이어지는 문이었어.
그래도 이런 세 짝 짜리 문을 처음 보는 건 아니야... 이런 건 문을 전부 동시에 열어야만 열리더라.
여기서 "이아손의 상자"를 찾아내는 데 얼마나 걸리지?
창고로 가는 구조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대충 십몇 분?
이제 어떡할까, 지휘관?
<color=#00CCFF>시간이 촉박하니, M4는 현재 위치서 몰리도를 감시하고, 너희 셋이 문을 하나씩 맡는 게 좋겠어.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유사시 곧장 연락해.</color>
감시 모니터를 보던 그레이의 입꼬리가 드디어 올라갔다.
우린 어느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니, 판도라?
옆의 하얀 니토는 감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레이의 질문도 그녀가 감히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 옛 동료들과 비교하면, 저들의 수준은 어떻지?
리벨리온은 신소련에서 가장 우수한 전술인형 소대예요.
성능만 따지고 본다면, 저들 중 아무도 우리를 이길 수 없죠.
그런데?
그런데, AR팀은 상식을 벗어난 특별한 인형들이에요. 특히 M4A1은 그중에서도 유별나죠.
그 공장에서의 일은... 저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죠... 당신의 감상은 어땠나요?
동화라... 터무니없어.
터무니없는 일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법이랍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니모겐이란 건가? 조금은 기대가 되는걸.
천장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가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을 불쾌하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불쾌한 것은,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마치 면발처럼 늘어지는 시간 감각이, 일분일초를 지겹기 짝이없게 만들었다.
또 단둘이 됐네~
정말 보고 싶었다구... 그런데, "지금의 너"는 뭐라 불러야 해?
그냥 부르던 대로 부르세요.
니모겐? 알았어, 그게 좋다면야.
......
왜 안 따라가?
너 빼면 우릴 이길 수 있는 애가 없는데.
AR팀은 평범한 인형들이 아니에요.
그래그래, 내가 봐도 특별한 인형들이긴 해.
하지만 나르시스 앞에선 도마 위의 생선 꼴이었지.
당신이 자랑하는 그 아이도 제 앞에선 별볼일 없었죠.
우리한텐 걔만 있는 게 아닌데? 뛰어난 "작품"이 잔뜩이라고.
동등할 필요도 없지. 나르시스의 8할 정도의 힘만 있어도 네 동료들은 뼈도 못 추릴 거야.
그럼 제가 당신에게 했던 것처럼 하면 되는 일입니다.
M4A1은 몰리도의 손을 뻗어 몰리도의 어깨를 눌러 꿇어앉혔고, 즉시 통신을 연결했다.
AR-15?
<color=#00CCFF>M4? 무슨 일이야?</color>
이상 없나요?
<color=#00CCFF>그 맛 간 이성질체들 말곤 별거 없어. 다만 찾아낸 게 있는데, 본 마을에서 봤던 거랑 비슷한데 구조가 더 복잡해.</color>
M4A1과 AR-15의 통신에 RO635가 끼어들었다.
<color=#00CCFF>M4 씨, AR-15, SOP2, 모두 이상 없나요?</color>
<color=#00CCFF>AR-15, 확인.</color>
여기는 M4A1. 이상 없습니다.
<color=#00CCFF>젠장... SOP2와 연락이 안 돼요, 지휘관님과도 연결이...</color>
......
<color=#00CCFF>M4, 몰리...를 조심......</color>
통신이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불안감이 M4A1을 엄습했고, 그녀의 손은 이미 몰리도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제 잘 알 테지만, 당신을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에요.
흐흐... 잘 알지... 아주 잘 알지...
너도 그렇잖아? 니모겐.
......
도발하는 몰리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M4A1의 눈에서 불안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군요, 무슨 일인지 알겠어요.
당신의 동료도, 당신과 같은 결말을 맞게 될 겁니다.
......!
......
어라... 막다른 길이네?
이어지던 길이 끝나자, SOP2는 갸우뚱하며 야시 모드를 기동해 주위를 자세히 살펴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끝자락의 벽 구석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구체들이 나란히 놓인 것을 발견했다.
이번 임무의 목표, "이아손의 상자"들이었다.
아싸~ 목표 발견! 지휘관! 목표물 찾았어!
RO! AR-15! 그쪽 안 찾아도 돼! 내가 찾았어!
SOP2는 폴짝폴짝 이아손의 상자에 다가가 확인하며 통신 연결을 하려 했다.
...하지만, 통신 채널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 지휘관? RO~ AR-15~?
뭐야, 왜 다 안 받아?
SOP2가 툴툴대며 목표물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은은하게 빛나는 "이아손의 상자"에 닿는... 그때였다.
뒤를 본 바나나가 펄쩍 뛰며 다급하게 소리를 냈다.
응? 왜 그래 바나나, 벌써 RO 보고 싶어?
고개를 돌린 SOP2는 그제서야 뒤의 문이 어느샌가 닫힌 것을 깨달았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자마자 SOP2는 그자리를 박차고 뒤로 펄쩍 뛰었지만, 벽에서 발사된 거대한 작살의 사선 밖으로 피할 순 없었다.
SOP2는 날아든 작살을 팔로 막아냈지만, 톱니 같은 날의 작살은 그대로 그녀의 팔을 꿰뚫고 단단히 고정됐다.
크아아악!! 이 꼼수밖에 못 쓰는 비겁한 놈들아아아!!
당장 튀어나와!!!
잔뜩 열받은 SOP2가 씩씩대며 작살을 물어 부러뜨리려 했다.
헛된 발버둥이니 포기해라. 덫에 걸린 사냥감은 사냥꾼에서 도망치지 못해.
뭐어? 푸하하하하핫!!
작살이 몹시 견고한 재질이어서 부러지지 않자, SOP2는 곧장 단념하고 팔을 억지로 뽑아내듯 빼냈다.
날 사냥감 취급하는 놈은 네가 처음이야....
으히히힛! 덤벼, 실력을 보여보라구!
하얀 니토의 손짓에, 어둠 속에 숨어있던 복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빈틈없는 함정에 빠졌음에도, SOP2는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한 마리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많이도 모였네... 뜯어내는 맛 있는 부품도 엄청 많겠어!
참, 시작하기 전에 부탁 좀 하나 하자... 비명은 최대한 크게 지르라고! 아하하하하핫!!!
밀려드는 하얀 물결에, 검붉은 인형은 몸을 던졌다. 벽 안에 더 많은 작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단단히 붙잡혀 죄어지는 목 때문에 숨쉬기도 힘겨웠지만, 몰리도는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너... 초조하지...?
네 동료들이... 네 손에서 벗어나니까... 걱정되지...?
M4A1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줬다.
AR팀은 실전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요.
이런 상황은 이미 상정한 바예요.
자기기만은 그쯤 하지...?
네... 네가 또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넌... 지금 체력 부족인 거 같은데...
해볼테면 어디 해보던가요.
저엉말 자신만만하구나... 마음에 들어...
그 성격... 나랑 많이 비슷해...
너 그냥 나랑 같이 갈래...? 아버님께서 널 보면 분명 엄청 좋아하실 거야...
그렇겠죠, 왜 당신에게 저를 잡아오라 시켰겠어요.
그 말이 몰리도의 정곡을 찔렀다.
몰리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M4A1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지만 남은 힘을 쥐어짜 미약하게나마 발버둥쳤다.
내 기능... 되돌려 놔... 그럼... 통신을 복구해 줄게...
그럴 필요는 없어요. 이곳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종합 서버가 어딘지나 말해요.
제가 직접 할 테니까.
하하... 그것도... 좋지...
예리한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SOP2의 뺨을 스쳤지만, 그것은 빗맞은 것이 아니었다.
소리 없는 멸시, 내지는 조롱이었다.
겨우 이것밖에 안 돼!? 앙?!
작살들에 꿰뚫려 SOP2는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얼굴에 특유의 흉악한 미소는 여전한 채로 눈앞의 하얀 니토를 사납게 노려봤다.
너의 그 맹목적인 모습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하지만 다 헛수고다.
얌전히 잠들어라, 너의 동료들처럼.
이 땅딸보가 계속 헛소리 지껄여 봐, 그 입 확 찢어버릴 거야!
네 목숨의 끝자락이니, 자비를 베풀어 네 동료가 구슬피 우는 소리를 들려주마.
자신의 통신기를 꺼내 SOP2의 귓가에 대는 하얀 니토는, 보기 드물게 씨익 웃었다.
<color=#00CCFF>...SOP2?! SOP2!</color>
<color=#00CCFF>너 ...금 어디...... 도와...</color>
RO! 너 어딨어! 괜찮아!?
하얀 니토가 무심하게 통신기를 껐다.
동료가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소리보다 가슴 아픈 것이 또 어디 있――
크아앙!!!
SOP2가 하얀 니토의 팔목을 콱 물어뜯어, 통신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미친개가...!
너네 다 죽었어어어!!!
그것이 방아쇠였을까, SOP2가 박힌 작살들에 소체가 뜯겨 나가는 것도 아랑곳않고 난폭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M4가 돌아왔다고... 이제 M16 언니만 돌아오면 되는데!!!
내 가족한테 손대게 둘 거 같아아아!!!
뭐,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어서 죽여!
SOP2가 속박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하얀 물결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
차가운 낫, 창, 검... 몸이 찔릴 때마다, SOP2는 고통스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SOP2는 포효를 내지르며 가까스로 뽑아낸 팔로 가까이 있던 패러데우스의 병사 몇 기를 말 그대로 찢어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아――!!!
죽여! 빨리 죽이라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포효에, 패러데우스의 졸개들은 한 순간 주춤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태까지 SOP2의 뒤에 숨어있던 바나나가 용기를 내 높은 곳까지 올라 신호 수집기를 겸하는 메가폰을 높이 들었다.
<color=#00CCFF>SOP2!!!</color>
RO――!!!
이를 악문 SOP2가, 마지막 작살에서 몸을 빼냈다.
그리고 쓰러지듯 바닥에 닿는 순간, 자신의 무기를 다시 집었다.
유탄이나 먹어!
발사한 유탄이 코앞에서 폭발했고, SOP2는 충격파를 한몸에 받아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방아쇠를 놓지 않았고, 그대로 "본능"에 몸을 맡겼다.
...잠시 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사방이 온통 하얀 잔해 천지였다.
다리에 힘이 풀린 SOP2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간단히 자가 진단한 결과, 소체의 운동 능력은 80% 저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방 한구석의 아직 멀쩡한 "이아손의 상자"를 향해 기어갔다.
<color=#00CCFF>SOP2!!!</color>
뭐야아... 청각 모듈 망가지겠다...
<color=#00CCFF>다행이다, 드디어 연결됐네... 너 괜찮아? 조금 전까지 엄청 시끄러웠는데...</color>
당연히 별거 아니지... 참, 나 목표물 찾았어...
<color=#00CCFF>알았어, 당장 네 위치로 갈게.</color>
<color=#00CCFF>신호가 차단된 도중에 혹시 패러데우스 병력과 조우하진 않았어?</color>
헤헤헤... 몇 놈 만났지... 다 해치웠어...
느릿느릿 기어간 끝에, 이아손의 상자에 손이 닿은 SOP2는 그 구체를 꼬옥 끌어안았다.
<color=#00CCFF>SOP2,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목소리가...</color>
괜찮대두... RO 보고 싶으니까 얼른 와...
SOP2는 이아손의 상자를 안고서, 벽을 지지대 삼아 간신히 일어섰다.
처참하게 망가진 두 다리로는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기에, 그녀는 벽에 몸을 비비다시피하며 한발씩 출구로 몸을 옮겼다.
통로 저 끝에서, 익숙한 RO635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M4A1의 그 흔들림 없는 눈빛에, 몰리도는 주저했다.
아직... 때가 아닌 걸까?
지친 행인아... 장미를 보았느냐...
울타리가 보이는 곳 전부 우리 고향이어라...
몰리도가 대뜸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부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너도 이 노래 들어봤지?
통신이 복구됐습니다. 문앞에서 합류해요.
그 다음엔?
...여길 폭파할 거예요, 그 약 공장처럼.
아하... 예상했던 그대로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의 전자문이 소리없이 열렸고, 한쪽에서 대기하던 하얀 니토가 문에서 걸어 나오는 여성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어, 어디에...?
작전 취소다. 스승님께서 철수하라 하셨다.
그럼, 저... 저희는 어떡하면 됩니까...?
돌아가서 대기하렴.
어차피 너희가 할 일은 전혀 줄지 않을 테니.
......
양동이에 한가득인 찬물이, 바닥에 쓰러져 온몸이 피투성이인 몰리도에게 철썩하고 들이부어졌다.
때마침 무거운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문을 열고 지휘관이 들어와 피곤한 몸을 의자에 앉혔다.
...SOP2는 좀 어때요?
45가 검사했어. 다행히도 여기에 수복에 쓸 만한 부품이 있지만, 당분간 평소처럼 날뛸 순 없대.
AR-15는 뒤돌아 물을 한 양동이 더 뿌렸다. 피와 물이 뒤섞인 웅덩이 위에 널브러진 몰리도는, 여전히 미약하게나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로빈... 당신은 이런 식으로 남에게 보답하나요...?
이년이 아직도 그렇게 불러!? 어서 말해, 거기서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웃기지 마! 그럼 그때 왜 신호가 차단됐는데!
그리고, 통제실에서 노래는 왜 불렀어? 누구한테 지시를 내린 거야!
하하하... 내가 아직도 패러데우스한테 지시를 내릴 수 있다면... 너희는 거기서 살아 나오지도 못했어...
생각을 좀 해보라구... 버려진 공장이,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게 됐는데... 신호 차단이 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우웁... 케헥... 콜록콜록...
그녀의 토혈이 마치 피어나는 장미처럼 번졌다.
원하는 걸 드렸잖아요...?
로빈, 전 당신을 믿었는데... 당신은 절 안 믿어 주네요...
"언니"가 로빈에게 약을 줬을 때처럼...
그때, 언니를 믿었나요... 안 믿었나요...?
지친 행인아... 장미를 보았느냐...
울타리가 보이는 곳 전부 우리 고향이어라...
고문에 시달린 탓인지 몰리도의 목청이 갈라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공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다.
...이 노래, 뭐라고 생각해요...? 로빈... 이건 그냥... 아직 인간이었을 적, 저와 언니의... 고향의 동요예요... 로빈도... 들어봤을 텐데...
의미 따위 없어요... 그저... 본능일 뿐...
그 공장의 매복은... 로빈만 노린 게 아니에요... 저까지 노렸죠... 콜록콜록...
그 공장에서 확보한 "이아손의 상자"는 규모도, 종류도 전에 봤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었어. 그런데, 대부분이 아직 반쯤 조립되다 만 듯한 형태더군.
완성된 이아손의 상자는 대체 어떤 물건이지?
콜록콜록콜록... 당신이 봤던 그대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 모습 그대로예요...
단순히 소형 생화학 무기를 업그레이드한 대형 생화학 무기라도 된단 뜻이야?
베를린에서의 일련의 소란은 그저 전주에 불과했어.
패러데우스가 노리는 건 대체 뭐지?
쿨럭... 글쎄요... 저는 그저... 수많은 꼭두각시들 중에서도 좀 나은 것일 뿐이라고요...
로빈... 정말 실망이에요...
......
그리고 그녀는 여전한 태도로 그 동요를 다시 부르시 시작했다.
일그러진 얼굴과, 과장된 미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요를.
작작 해!
몰리도는 머리를 바닥에 세게 처박고 그대로 기절했다.
하지만 입술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흐리안과 매우 흡사한 그 얼굴엔, 지금 그녀를 형용하기엔 결코 적절하지 않은 "편안함"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