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V
"실패한다면 존재할 가치는 없다. 언니 네가 내게 직접 가르친 말이다."
독일 베를린의 고속 도로변.
......
도로 맞은편에, 적이 나타났다.
우뚝 선 늘씬한 소체의 그녀가 발하는 냉혹한 눈빛은, 여태까지의 봐 왔던 적과 전혀 달랐다. 시야에 포착된 목표물을 그저 시체로 간주하는 눈빛이었다.
단순히 대치하는 것만으로도, 일반적인 하얀 니토와 천지 차이임이 피부로 느껴졌다.
...적의 수와 전투 방식, 파악 가능해?
미확인 니토는 단 한 기. 걸음걸이를 보아하니, 백병전에 특화된 타입 같아.
45, J한테 연락해. 단서와 놈들의 은폐 수단을 찾았다고.
AR팀, 즉시 정차 지점으로 귀환해. 우리는 여기에 정면으로 맞붙으려고 온 게 아니야.
알겠습——
부웅――
칼날이 진동하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를 내더니, 섬광과 함께 그 예리한 칼날이 RO635의 코앞에서 번뜩였다.
큭!?
RO!? 무슨 일이야?!
놈이 순식간에 접근했어요! AR-15! 빨리 SOP2 데리고 가! 이놈은 내가――
꿈도 꾸지 마!
그리고 녀석 벌써 이쪽으로 왔는데?!
뭐?!
부웅――
하얀 그림자는 유령 같았다. 코앞까지 다가와도, 그 누구도 그녀의 얼굴을 포착할 수 없었다.
바람을 가르는 칼날은 소리보다 먼저 도달했다.
제기랄!!
섬광이 또 한 번 번쩍이자, RO635가 서 있던 자리에 바닥이 안 보이는 깊은 틈새가 생겨났다.
저 진동하는 칼 앞에서는, 그 어떤 전술인형의 소체도 종잇장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지휘관을 엄호해!
AR-15!!!
SOP2가 방아쇠를 당겨, 전혀 포착할 수 없는 상대를 향해 소사했다.
SOP2 넌 나서지 마! 그 몸으론 못 버틴다고!
그렇다고 네가 당하게 둘 거 같아!? 이제 M4도 돌아왔는데!
누가 죽는댔어!
AR-15는 이를 악물었다.
속도가 떨어질 때가 분명 올 것이다. 저 하얀 그림자가, 언제까지고 초고속을 유지하지는 못할 터였다.
집중... 집중...
지금이다!
타타타탕!!
찰나의 타이밍을 포착한 AR-15가 총구를 들어 소사했고, 여러 발의 총탄이 하얀 칼날에 정확히 꽂혔다.
......
이렇다 할 피해는 입히지 못했지만, 하얀 그림자는 아주 잠깐 멈칫하며 의아해했다.
바로 그때, 다른 방향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피해!!
RO635가 있는 힘껏 불타는 폭약을 던졌고, AR-15는 SOP2를 데리고 즉시 몸을 굴렸다.
우와악!?
한 치의 지체도 없이, 폭발이 일으킨 분진을 뚫고 칼날이 솟구쳤다.
RO635는 SOP2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틈도 없었다.
젠장, 적어도 M4와 지휘관만이라도――
......!
칼날이 분진을 가르자, 지휘관도 비로소 그 칼날을 직시할 수 있었다.
AR-15가 다시 퍼부은 총탄은 잔상에 닿을 뿐이었고, 부서진 잔상은 허공에 흩어졌다.
그리고, 단 1초.
하얀 그림자는 드디어 스스로 발을 멈춰, 그 냉혹한 얼굴을 드러냈다.
지휘관의 코앞에서.
......
지휘관!!!
하지만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하얀 니토는 장검을 꾹 쥔 채 지휘관을 뛰어넘어, 뒷편의 트럭에 돌진했다.
칼날이 또다시 바람을 가르며 번뜩이자, 차량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케흑! 콜록콜록... 어라, 틸...?
충격에 단면으로 튕겨 나와 바닥에서 몇 바퀴 구른 몰리도가, 다가오는 니토를 간신히 알아봤다.
...몰리도 언니.
장검이 몰리도의 목을 노렸다. 새하얀 니토는 뒤쫓아오는 인형들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오직 몰리도를 내려다봤다.
실패한다면, 존재할 가치는 없다.
언니 네가 내게 직접 가르친 말이다.
폭발에 일어난 흙먼지 구름이 이제서야 동강 난 차량 쪽으로 몰려왔다.
날... 죽이려고...?
몰리도는 놀란 눈으로 "틸"을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최우선 목표를 무시하고 자신을 노리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틸, 기다려... 너,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알아...?
...잘 가라, 몰리도.
장검이 높이 들어올려졌고, 예리한 칼날이 몰리도를 가르려는... 그 순간이었다.
멈춰!!
——!?
위기일발의 순간, 강력한 충격파가 정확히 틸을 향해 밀려들었다.
그 불가사의한, 그녀가 추호도 이해 못할 힘에, 찰나의 순간임에도 그녀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슉!
뭣......
한 순간 차이로 사신의 칼날은 몰리도에게 닿지 않았고, 그 섬광 같은 그림자는 쏜살처럼 단숨에 10m 넘게 물러났다.
하아... 하아...
몰리도는 더더욱 놀란 눈으로, 멍하니 M4A1을 바라봤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M4A1은 눈에 띄게 힘들어 보였다.
틈을 주지 마!
기회를 놓치지 않고, AR-15와 RO635가 동시에 수류탄을 던졌다.
...칫.
펑!
펑!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든 연막탄 2개가 먼저 지면과 공중에서 터져, 그자리의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콰앙!!
연막탄에 뒤이어 둘이 던진 수류탄이 폭발했다.
이쪽으로!
누구야!?
낯선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틸 주위에 더 많은 연막탄이 떨어졌다.
족히 10개는 넘는 연막탄들이 동시에 폭발하자, 온몸이 마비될 것 같은 역한 냄새까지 퍼졌다.
이어서 곱절의 연막탄이 연달아 폭발하는 통에, 어디서 기습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선 틸도 경계 태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자욱했던 연기가 흩어지고 났을 땐,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운전해 간 끝에, 지휘관 일행은 문을 열고 여전히 후들거리는 다리로 차에서 내렸다.
우웨에... 콜록콜록...
후우... 고맙다.
네 연막탄과 차가 없었다면 거기서 모두 당했을 거야.
에이 천만에 천만에!
반가워 지휘관! 내 이름은 카이바르! 훈작사의 명으로 지원하러 왔는데, 너무 늦진 않았지?
아주 기막힌 타이밍이었어.
그랬다니 다행이다~
콜록... 콜록.
M4A1도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리죽여 기침했다.
......
놀라움, 의아함, 증오... 허약해진 M4A1을 보는 몰리도의 시선은 복잡했다.
...왜 나를 구했어?
그녀는 일행이 듣지 못하도록 소리 낮춰 물었다.
......
심호흡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M4A1은 몰리도를 흘깃 보고선 고개를 저었다.
당신에겐 남을 돕는 것이 그렇게 희한한가요?
......
틸이 사뿐사뿐 돌아와, 칼날을 수납했다.
그레이는 그녀를 반기며 와인 한 잔을 따라 주었다.
처리했니?
목표물은 처리했지만, 인물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수고했어.
틸이 먼가 말하려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우리 사이에 숨길 일 없잖니.
......사실, 망설이지 않았다면 그녀를 죽일 수 있었다.
...뭐?
그레이의 눈이 아주 약간 커져,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에 금이 갔다.
누가 너더러 스승님에게 손을 대랬지?
그레이... 나는 네가 우리를 이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그녀가 돌아올 필요는 없어.
그녀와 함께던 때보다, 난 지금의 네 모습이 좋다.
닥쳐!
그레이가 처음으로 틸에게 분노했다.
몰리도는... 스승님은 우리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개체야. 설마 그걸 잊지는 않았겠지?
난...
그만.
두 번 다시 그런 짓 마렴. 또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내 손으로 직접 널 처분하겠어.
......
틸은 시선을 살짝 떨구고 조용히 읊조렸다.
...알았다.
전체 대사 보기 (109줄)
독일 베를린의 고속 도로변.
......
도로 맞은편에, 적이 나타났다.
우뚝 선 늘씬한 소체의 그녀가 발하는 냉혹한 눈빛은, 여태까지의 봐 왔던 적과 전혀 달랐다. 시야에 포착된 목표물을 그저 시체로 간주하는 눈빛이었다.
단순히 대치하는 것만으로도, 일반적인 하얀 니토와 천지 차이임이 피부로 느껴졌다.
...적의 수와 전투 방식, 파악 가능해?
<color=#00CCFF>미확인 니토는 단 한 기. 걸음걸이를 보아하니, 백병전에 특화된 타입 같아.</color>
45, J한테 연락해. 단서와 놈들의 은폐 수단을 찾았다고.
<color=#00CCFF>AR팀, 즉시 정차 지점으로 귀환해. 우리는 여기에 정면으로 맞붙으려고 온 게 아니야.</color>
알겠습——
부웅――
칼날이 진동하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를 내더니, 섬광과 함께 그 예리한 칼날이 RO635의 코앞에서 번뜩였다.
큭!?
<color=#00CCFF>RO!? 무슨 일이야?!</color>
놈이 순식간에 접근했어요! AR-15! 빨리 SOP2 데리고 가! 이놈은 내가――
<color=#00CCFF>꿈도 꾸지 마!</color>
<color=#00CCFF>그리고 녀석 벌써 이쪽으로 왔는데?!</color>
뭐?!
부웅――
하얀 그림자는 유령 같았다. 코앞까지 다가와도, 그 누구도 그녀의 얼굴을 포착할 수 없었다.
바람을 가르는 칼날은 소리보다 먼저 도달했다.
<color=#00CCFF>제기랄!!</color>
섬광이 또 한 번 번쩍이자, RO635가 서 있던 자리에 바닥이 안 보이는 깊은 틈새가 생겨났다.
저 진동하는 칼 앞에서는, 그 어떤 전술인형의 소체도 종잇장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지휘관을 엄호해!
<size=50>AR-15!!!</size>
SOP2가 방아쇠를 당겨, 전혀 포착할 수 없는 상대를 향해 소사했다.
SOP2 넌 나서지 마! 그 몸으론 못 버틴다고!
그렇다고 네가 당하게 둘 거 같아!? 이제 M4도 돌아왔는데!
누가 죽는댔어!
AR-15는 이를 악물었다.
속도가 떨어질 때가 분명 올 것이다. 저 하얀 그림자가, 언제까지고 초고속을 유지하지는 못할 터였다.
집중... 집중...
지금이다!
타타타탕!!
찰나의 타이밍을 포착한 AR-15가 총구를 들어 소사했고, 여러 발의 총탄이 하얀 칼날에 정확히 꽂혔다.
......
이렇다 할 피해는 입히지 못했지만, 하얀 그림자는 아주 잠깐 멈칫하며 의아해했다.
바로 그때, 다른 방향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피해!!
RO635가 있는 힘껏 불타는 폭약을 던졌고, AR-15는 SOP2를 데리고 즉시 몸을 굴렸다.
<size=50>우와악!?</size>
한 치의 지체도 없이, 폭발이 일으킨 분진을 뚫고 칼날이 솟구쳤다.
RO635는 SOP2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틈도 없었다.
젠장, 적어도 M4와 지휘관만이라도――
......!
칼날이 분진을 가르자, 지휘관도 비로소 그 칼날을 직시할 수 있었다.
AR-15가 다시 퍼부은 총탄은 잔상에 닿을 뿐이었고, 부서진 잔상은 허공에 흩어졌다.
그리고, 단 1초.
하얀 그림자는 드디어 스스로 발을 멈춰, 그 냉혹한 얼굴을 드러냈다.
지휘관의 코앞에서.
......
지휘관!!!
하지만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하얀 니토는 장검을 꾹 쥔 채 지휘관을 뛰어넘어, 뒷편의 트럭에 돌진했다.
칼날이 또다시 바람을 가르며 번뜩이자, 차량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케흑! 콜록콜록... 어라, 틸...?
충격에 단면으로 튕겨 나와 바닥에서 몇 바퀴 구른 몰리도가, 다가오는 니토를 간신히 알아봤다.
...몰리도 언니.
장검이 몰리도의 목을 노렸다. 새하얀 니토는 뒤쫓아오는 인형들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오직 몰리도를 내려다봤다.
실패한다면, 존재할 가치는 없다.
언니 네가 내게 직접 가르친 말이다.
폭발에 일어난 흙먼지 구름이 이제서야 동강 난 차량 쪽으로 몰려왔다.
날... 죽이려고...?
몰리도는 놀란 눈으로 "틸"을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최우선 목표를 무시하고 자신을 노리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틸, 기다려... 너,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알아...?
...잘 가라, 몰리도.
장검이 높이 들어올려졌고, 예리한 칼날이 몰리도를 가르려는... 그 순간이었다.
멈춰!!
——!?
위기일발의 순간, 강력한 충격파가 정확히 틸을 향해 밀려들었다.
그 불가사의한, 그녀가 추호도 이해 못할 힘에, 찰나의 순간임에도 그녀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슉!
뭣......
한 순간 차이로 사신의 칼날은 몰리도에게 닿지 않았고, 그 섬광 같은 그림자는 쏜살처럼 단숨에 10m 넘게 물러났다.
하아... 하아...
몰리도는 더더욱 놀란 눈으로, 멍하니 M4A1을 바라봤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M4A1은 눈에 띄게 힘들어 보였다.
틈을 주지 마!
기회를 놓치지 않고, AR-15와 RO635가 동시에 수류탄을 던졌다.
...칫.
펑!
펑!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든 연막탄 2개가 먼저 지면과 공중에서 터져, 그자리의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콰앙!!
연막탄에 뒤이어 둘이 던진 수류탄이 폭발했다.
이쪽으로!
누구야!?
낯선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틸 주위에 더 많은 연막탄이 떨어졌다.
족히 10개는 넘는 연막탄들이 동시에 폭발하자, 온몸이 마비될 것 같은 역한 냄새까지 퍼졌다.
이어서 곱절의 연막탄이 연달아 폭발하는 통에, 어디서 기습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선 틸도 경계 태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자욱했던 연기가 흩어지고 났을 땐,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운전해 간 끝에, 지휘관 일행은 문을 열고 여전히 후들거리는 다리로 차에서 내렸다.
우웨에... 콜록콜록...
후우... 고맙다.
네 연막탄과 차가 없었다면 거기서 모두 당했을 거야.
에이 천만에 천만에!
반가워 지휘관! 내 이름은 카이바르! 훈작사의 명으로 지원하러 왔는데, 너무 늦진 않았지?
아주 기막힌 타이밍이었어.
그랬다니 다행이다~
콜록... 콜록.
M4A1도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리죽여 기침했다.
......
놀라움, 의아함, 증오... 허약해진 M4A1을 보는 몰리도의 시선은 복잡했다.
...왜 나를 구했어?
그녀는 일행이 듣지 못하도록 소리 낮춰 물었다.
......
심호흡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M4A1은 몰리도를 흘깃 보고선 고개를 저었다.
당신에겐 남을 돕는 것이 그렇게 희한한가요?
......
틸이 사뿐사뿐 돌아와, 칼날을 수납했다.
그레이는 그녀를 반기며 와인 한 잔을 따라 주었다.
처리했니?
목표물은 처리했지만, 인물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수고했어.
틸이 먼가 말하려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우리 사이에 숨길 일 없잖니.
......사실, 망설이지 않았다면 그녀를 죽일 수 있었다.
...뭐?
그레이의 눈이 아주 약간 커져,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에 금이 갔다.
누가 너더러 스승님에게 손을 대랬지?
그레이... 나는 네가 우리를 이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그녀가 돌아올 필요는 없어.
그녀와 함께던 때보다, 난 지금의 네 모습이 좋다.
닥쳐!
그레이가 처음으로 틸에게 분노했다.
몰리도는... 스승님은 우리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개체야. 설마 그걸 잊지는 않았겠지?
난...
그만.
두 번 다시 그런 짓 마렴. 또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내 손으로 직접 널 처분하겠어.
......
틸은 시선을 살짝 떨구고 조용히 읊조렸다.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