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귀정리
EP.13.75 · 재귀정리

alpha

"걘 M4이면서도 M4가 아니야."

-48-4-1

1 / 149
전체 대사 보기 (142줄)

패러데우스의 기지.

그레이

......

그레이는 한숨을 푹 쉬면서, 보고서를 탁상에 내려놓았다.

그레이

스승님이 두 번씩이나 패배하다니.

......

틸은 그레이의 곁에서 조용히 서 있는 것이, 몰리도의 실패가 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레이

...무슨 생각인지 안단다, 귀염둥이 내 동생아.

하지만 이 실패는 패러데우스의 실패지, 나나 스승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야.

...난 그저 네가 더 많은 걸 얻길 바란다.

그레이

그렇다니 고맙구나.

그레이의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레이

참을 줄 알아야 해, 틸.

무엇보다 우선인 건, 바로 아버님의 위업. 패러데우스의 미래를 위한 일을 절대 실패해선 안 된다는 거야.

...응.

틸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조금 낮췄다.

무기를 놈들에게 빼앗겼으니, 더욱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젔다.

그레이는 고민 가득한 눈빛으로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탁상을 두드렸다.

그레이

그래도... 우린 아직 비장의 수가 있잖니.

검사 결과는 어떻지?

소체를 분해해 검사한 결과 이상이 없었기에 다시 조립했다.

다만 마인드맵은 여전히 분석하지 못해, 안전을 위해 계속 독방에 감금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레이

그렇게 샘내지 마렴.

그녀의 진심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증명하라고 시키면 되는 일이야.

......

알았다.

J의 집.

섀도리스

<color=#00CCFF>――음 소식입니다. 갈라테아 그룹과 계약했던 한 납품업자가, 오늘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사인은 총상으로――</color>

J

...칫.

J가 짜증내며 텔레비전을 끄고 머리를 북북 긁었다.

저 빨간 두 눈동자가 똥그랗게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니, 뭘 해도 속이 타들어가기만 했다.

J

야! 너 언제까지 여기 있을 셈이야!?

결국 한계에 다다른 J가, 여태까지 의자에 앉아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 인형에게 버럭 소리질렀다.

모나

국장님께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 명령하셨습니다.

제 마인드맵이 수복된 지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 일종의 재활 운동이라 보면 됩니다. J 요원의 양해를 바랍니다.

J

그렇다고 내 집까지 쳐들어와야 했냐!

너까지 먹일 밥 없어!

모나

제게 식사란 "불쾌한 골짜기 프로토콜"에 포함된 부가 기능에 지나지 않습니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제 기능엔 아무 영향 없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J

......

정신이 나가버릴 듯 오만가지 표정을 다 짓던 J는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 소파를 박차고 일어났다.

모나

J 요원, 어디 갑니까?

J

화장실! 왜, 따라오게?

모나

알겠습니다.

모나가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J

진짜 들어오려고?!

모나

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J

......

인상을 팍팍 구긴 J는 "경호"를 받으며 화장실로 들어가, 모나의 눈앞에서 문을 쾅 닫았다.

모나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주위를 둘러보다 찾은 작은 의자를 가져와 화장실 앞에 앉았다.

......

J

저 녀석 머리가 덜 고쳐진 게 분명해...

계속 툴툴거리며, J는 변기의 뚜껑을 닫고 앉아 옷 속에 숨겨 뒀던 통신기를 꺼냈다.

J

흥, 이대로 끝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그리폰의 지휘관이, 그 무기들이 옮겨지는 것을 막아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J

그 여자... 이걸로 일을 대충 마무리할 생각이겠지?

십중팔구 이 일에 정계의 거물급 인사가 연루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덮으려고 애를 쓰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대로 관둘 거 같아?

무엇을 어찌 할지 결심한 J는 통신기로 자신이 아주 잘 기억하는 번호를 눌렀다.

삑.

통신 연결.

넬레

<color=#00CCFF>J 씨?</color>

그의 수중의 마지막 카드였다.

어떻게든 넬레를 통해, 갈라테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넬레

<color=#00CCFF>마침 잘됐네요, 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참인데.</color>

J

음? 무슨 일입니까?

넬레

<color=#00CCFF>그 "움루스"란 사람, 당신이 죽였어요?</color>

J

...당연히 아니죠. 다만 그가 죽을 때 현장에는 있었습니다.

넬레

<color=#00CCFF>...J 씨, 당신은 슈타지 요원이고, 당신에 대한 인상은 처음부터 꽝이었으니까 굳이 그런 거 안 숨겨도 돼요.</color>

J

아니 이 여자가 진짜, 제가 한 거 아니라니까요!!

똑똑똑.

모나

J요원, 무슨 일입니까?

J

볼일이지 무슨 일이긴! 볼일 보는데 혼잣말하는 게 그렇게 신경 쓰여?

모나

...알겠습니다.

넬레

<color=#00CCFF>지금 누구랑 데이트 중이에요? 그럼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요.</color>

J

아니, 기달, 기다려요!

J가 목소리를 낮췄다.

J

넬레 씨한테 부탁할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좀 더 자세히 조사를――

넬레

<color=#00CCFF>벌써 했어요.</color>

J

어... 뭘 조사해 달라고 말 안 했는데요?

넬레

<color=#00CCFF>그 "움루스"란 사람에 관해서, 더 많이 알아냈다고요..</color>

J

...네?

넬레

<color=#00CCFF>더 높은 권한을 가진 사람의 카드를 좀 "빌려서" 다시 자료를 찾아봤어요.</color>

<color=#00CCFF>데이터베이스에 운송 목적지는 안 나왔지만, 그래도 무슨 좌표가 있었어요. 무슨 공장 같은데, 중요해 보이니까 한번 조사해보세요.</color>

J

와우... 벌써 요령이 생겼나 봅니다?

J는 흥분에 목소리가 높아질 뻔했다.

넬레

<color=#00CCFF>이둔에 관해서도 어떻게든 더 알아내볼게요.</color>

<color=#00CCFF>그리고... 저기요, 그... 그때, 당신의 충고를 무시해서 미안해요.</color>

넬레의 목소리가 평소와 좀 달랐다.

J

하하,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좀 어색하네요.

넬레

<color=#00CCFF>......</color>

J

...무슨 일 있었습니까?

넬레

<color=#00CCFF>...일이 마무리되면 시간 내서 얘기해 줄게요.</color>

J

우물쭈물하다니 넬레 씨 답지 않은데요.

넬레

<color=#00CCFF>......</color>

말이 없던 통신기 너머의 넬레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J

......오늘은 진짜 여자하고 원수지는 날인가 봐.

아아아 몰라, 정보를 얻었으니 일하고 봐야지.

......

베를린 교외 어딘가의 세이프하우스.

카이바르

그 무기들은 훈작사에게 처리해 달라 하면 되지?

지휘관

응, 부탁할게.

카이바르가 씩씩하게 경례한 뒤 달려나갔다.

다만, 세이프하우스 안은 여전히 거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RO635를 필두로, 모두가 초조한 마음으로 침대 주위에 모여 아직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M4A1를 지켜보았다.

M16A1

다들 뭘 그렇게 긴장하냐?

단 한 명, M16A1만 구석에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AR15

...M4가 깨어나질 않잖아, 너야말로 왜 그래?

M4 SOPMOD II

언니! M4 언제 깨어나?

M16A1

...정말 걔가 M4라 생각해?

AR15

그게 무슨...

M16A1이 탁상 위의 건빵 봉지를 뜯어 으적으적 씹어먹으면서 AR-15의 의문에 답했다.

M16A1

너희가 M4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다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에 판단력을 흐리지 마.

M16A1

갠 M4가 아니야.

M4 SOPMOD II

어? 아, M16 언니는 아직 모르겠구나!

겉보기엔 니토긴 한데 내용물은 M4 맞아!

M16A1

아니, 아니야... 최소한 우리가 찾는 "M4A1"은 아니지.

걘 M4이면서도 M4가 아니야.

지휘관

그게 무슨 뜻이지?

M16A1

문자 그대로의 뜻이야.

AR15

그건 또 어떻게 아는데?

M16A1

나도 M4를 찾아다녔거든. 너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그래서 이 정도쯤은 가볍게 분간할 수 있어. 지금 설명하긴 좀 번거롭지만.

그것보다, 지금 신경써야 할 건 저 여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닌가?

지휘관

중요도는 둘 다 동등해.

몰리도는 내가 처리하겠어. 이젠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야 할 필요성도 없고, 더는 기대도 안 하니.

M4는... 네 생각이 어떻든, 그녀는 우리의 일원, AR팀의 멤버야.

M16A1

하하하... 지휘관은 진짜 하나도 안 변했구나.

지휘관

그런데 M16, 정말 다시 합류하지 않을 거니?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널 기다렸어.

네가 돌아오면 기지의 모두도 환영해 줄 거야.

M16A1

미안하지만 아직 안 내켜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서.

지휘관

누구?

M16A1

나.

지휘관

......

기지개를 켜듯 다리를 쭉 펴며 일어난 M16A1이 손에 묻은 건빵 부스러기를 툭툭 털어냈다.

M16A1

또 바로 시무룩해지긴. 말했잖아, 당장 돌아갈 순 없지만, 당분간은 네 지시에 따르면서 행동하겠다.

지휘관

당분간은 무슨 뜻이야?

M16A1

...나도 결국엔 다시 떠나야 하거든.

지휘관

......

M16A1

이번에 이렇게 베를린에 온 건, 따로 "임무"가 있어서야.

그러니까, 추가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진 지휘관과 함께할게.

반대로 내 임무 쪽에 진전이 생긴다든지 하면 바로 떠나야 하지만.

지휘관

...그렇구나.

삐삐삐.

UMP45

눈물 나는 대화 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긴급 상황이야.

지휘관

무슨 일이지?

UMP45

J 요원이 정보를 보냈어.

지휘관

J가? 무슨 정보인데?

UMP45

보니까 좌표더라.

지휘관

위치는 파악했어?

UMP45

베를린 교외의 공장이었어. 기밀이라서 정보에 검열 쫙쫙 그이고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 타입.

지휘관

...또 패러데우스의 소굴인가 보군.

UMP45

J 요원도 거기가 엄청 중요한 곳 같다고 했어.

그런데 이번에 아예 정직 처분받아서 움직이기 더 어려워졌다는데, 뭘 어떡했는진 몰라도 거기서 만나자고 하더라.

지휘관

그렇군...

지휘관

좋았어, 그럼 당장 움직이자. 우리가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어느 기지의 총지휘실. 카터는 사무 의자에 앉아 통신 채널을 테스트했다.

부관

장군님...

현재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극도로 차분한 카터를 보며, 옆에 있던 부관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부관

정말 하실 겁니까?

카터

두렵나, 부관?

부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왜 이래야만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정말 그들과 손을 잡으실 겁니까?

카터

......

통신 채널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 카터는 이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깍지손을 꼈다.

카터

협력이란, 서로를 신뢰하고 돕고 도우는 것을 전제로 하지.

필요하다면, 누구나 아군이 될 수 있지.

조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 이것도 필수불가결한 희생이다.

부관

...예.

카터

"애국자"들은 준비됐나?

부하

준비 완료되었다고 보고받았습니다.

카터

좋아.

눈을 가늘게 뜨며, 그는 사무 탁상 위의 명단을 내려다봤다.

카터

우리의 친구는... 아주 위험한 정치가야. 합당한 가격만 제시한다면 어떤 물건이든 구해다 주지.

...하지만, 그런 그도 우리와 공통점이 있다네.

카터

자신의 조국을 사랑한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