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귀정리
EP.13.75 · 재귀정리

nu

"오늘은 독일에게 있어 무척이나 중요하고 위대한 날입니다."

-48-4-13

1 / 66
전체 대사 보기 (51줄)

베를린, 독일 국회의사당 앞.

해마다 찾아오는 통일절을 맞아, 올해도 국가의 상징인 국회의사당 앞의 거리란 거리는 전부 사람들로 가득했다.

온갖 명품을 두른 고위층 하객들은 거리를 지나 국회의사당의 입구로 들어서면서 서로 덕담을 나눴다.

시위군중

패리크 씨! 패리크 씨!

여기 보고 대답해 주세요!? 갈라테아가 개발 중이던 항붕괴제에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죠!?

정부는 정말 우리가 죽든 말든 내버려두겠단 말입니까?!

명품옷을 입은 남자

......

팻말을 높이 들어올리고, 얼굴엔 요란하게 물감칠하고, 입을 모아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작년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경호원들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배치된 폭동 진압용 인형들의 저지에도 굴하지 않고, 시위자들은 레드 카펫을 밟는 사람들을 부르며 소리질렀다.

저 상류층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시위의 행렬을 깡그리 무시했지만, 이따금씩 저속한 언어 폭력이 날아오거나, 시야에 손가락 욕이 들어오는 것까지 무시할 순 없었다.

한편, 반대쪽에서는...

기자

장관님! 장관님, 잠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근 베를린에서 발생한 각종 테러 사건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

장관님! DRF에서 나왔습니다! 국장님, 답변――

그는 새삼스럽지만 가끔 저들과 시위대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조직이란 거대한 힘에 의탁해, 아무런 값어치도 없는 자격증을 들이밀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나와, 염치도 없이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뜨리면서 화는 피하고 싶은, 젊은 피에 취한 자들.

목표물의 입에서 특종을 하나라도 더 파내려고 하는 것이, 마치 굶주린 구더기 같았다. 그러면서, 일의 진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니.

항의하는 군중들과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기자들이 뒤섞여 한층 더 소란스러워졌다.

서로 밀치고 밀쳐지는 통에, 겨울이 가까워졌음에도 국회의사당 앞의 도로는 찜통이 되었다.

그 광경처럼, 올해의 통일절 기념 행사는 온갖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그걸 극복해내고 순조롭게 개최되어, 다시 한번 당장의 평화와 강성함의 상징이 되었다.

금빛으로 찬란한 연회 홀은 싱그러운 꽃의 향과 샴페인의 향이 한데 얽혀 구석구석까지 향기로웠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베란다에, 두 거물이 모였다.

슈바인슈타이거 장군이, 미소를 지으며 오버슈타인 장관에게 샴페인을 가득 따랐다.

슈바인슈타이거

여기서 열렸던 마지막 연회가 대체 언제였는지도 기억나질 않는군.

난 역시 이 자리가 좋소. 조용하고, 탁 트인 시야에, 맑은 밤하늘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말이오.

슈바인슈타이거가 웃으며 술병을 내려놓고 술 대신 음료수가 든 자신의 잔을 들었다.

조용히 그를 바라보는 오버슈타인의 손에 든 샴페인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거품으로 일렁였다.

슈바인슈타이거

아차차, 미안하오 장관.

내가 최근에 술을 끊어서 말이오. 건강을 위해서.

슈바인슈타이거는 미안해하는 미소와 함께, 오버슈타인에게 잔을 기울이곤 단숨에 잔을 비웠다.

오버슈타인

...우리 장군에게 성가신 일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건강을 걱정하는 게 아니길 바라네.

슈바인슈타이거

하하하, 농담 한번 고약하구려. 성가신 일이라니? 내게 성가신 일이 생겼던 적이 있기나 하오?

슈바인슈타이거가 술잔을 내려놓고 약간 방정맞게 뚱뚱한 배를 퉁퉁 두드렸다.

슈바인슈타이거

나는 "친구"가 많으니까 말이오, 장관. 내 일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

오버슈타인

아무렴, 나도 자네의 친구잖나.

슈바인슈타이거

믿어 의심치 않소.

오버슈타인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아마 자네가 유일하게 나와 같이 있어 줄 수 있는 친구일 걸세.

돌연 위험한 눈빛을 드러낸 오버슈타인을 보고서도, 슈바인슈타이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응수했다.

슈바인슈타이거

아무리 훈작사라도, 이런 자리에까지 얼굴을 비추진 못하지. 허나 나와 그의 친분에 금이 가진 않소.

루돌프, 그가 내게 참 옳은 말을 했다오, "친구를 가려 사귈 줄 알아야 진정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오버슈타인

그 말대로라면, 하인리히 자네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로군.

슈바인슈타이거

다들 그렇다고들 하지.

그때, 홀의 조명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췄다.

오버슈타인

......

슈바인슈타이거는 몸을 살짝 숙이며 정중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스포트라이트서 벗어났다.

자아, 그럼 이어서, 오버슈타인 장관님께서 이번 통일절을 기념해 한마디 하시겠습니다!

슈바인슈타이거

어서 하시게, 루돌프.

슈바인슈타이거는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오버슈타인에게 잔을 들어보였다.

오버슈타인은 그를 흘깃 보기만 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홀 중앙의 연설대에 올랐다.

슈바인슈타이거

아아... 그러고 보니, 기념 불꽃놀이의 카운트다운을 할 때가 되었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곳에서 시선을 떼고, 슈바인슈타이거는 한 발짝 다시 앞으로 내디뎌 창밖의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버슈타인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독일에게 있어 무척이나 중요하고 위대한 날입니다.

행사 스태프

10——

특전사 병사

상황 보고.

행사 스태프

9——

특전사 병사

장전 완료했습니다. 목표 설정 재확인... 준비 완료입니다.

오버슈타인

우리는 오늘 이렇게, 함께 궐기하고 강성해진 독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 이 통일절 기념일은 아주 성대하게 치러질 것이지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행사 스태프

5——

4——

오버슈타인

위대한 조국 독일의 국민들을 대표해――

다시 한번 찾아온 이 영광의 순간을 모두의 기억에 기록합시다!

하나된 독일의 불빛이, 다시 한번 찬란하게 타오르는 그 순간을!

행사 스태프

2——

1——

특전사 병사

발사 준비――!!

슈바인슈타이거는 잔의 샴페인을 한 모금 홀짝이면서, 밝게 빛나는 하늘을 향해 미소지었다.

성대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슈바인슈타이거

정말 멋진 광경이야.

쾅——!

콰앙——!!

콰아앙——!!!

......

섀도리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보도 기자 섀도리스가 긴급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DRF가 조금 전 입수한 최신 소식에 따르면, 현지 시각 밤 11시 정각, 신소련에서 기습적인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다수의 지역이 무차별 포격으로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이 일련의 공격의 주모자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신소련 정부도 아직 구체적인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DRF는 추가 정보를 입수하는대로 계속해서 속보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DRF의 섀도리스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