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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엔 커다란 붉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오늘은 축하할 날이었다."
밤 11시, 초연으로 자욱한 신소련의 국경지대.
장군님, 지정하신 번호로부터 새 메시지를 전달받았습니다.
"불꽃을 쏘아올렸다"는 내용입니다.
알았다.
장군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의 거래가, 다음 단계에 들어섰단 뜻이지.
카터는 차에 올라타, 운전수에게 다음 목적지, 그리폰 S09 기지로 향할 것을 지시했다.
특전사 지휘부장은 공손히 차문을 닫았다.
대 그리폰 배치는 완료했나?
네, 전부 준비됐습니다.
너무 수고 들일 필요는 없다. 동지들이 충분히 시간을 벌어 줬으니, 놈들은 이제 그물 안의 토끼나 다름없다.
예!
하지만 절대 방심하지 말고 경계하도록. 그 그리폰이다. 토끼도 궁지에 몰리면 물어서 반격하는 법이니.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카터가 차창을 닫았고, 곧이어 차도 시동이 걸려 떠났다.
그 와중, 카터는 어두운 밤하늘 저편으로 수송기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봤다.
심야, 루뱐카 광장의 신소련 국가안전국 사무실.
덜컥.
젤린스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국장님!
동지, 침착해라.
국방부의 전황 보고는?
전부 여기 기록했습니다!
젤린스키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군사 상황 통보 시스템의 기록을 집어 들었다.
서부 군사 지역 거의 대부분이, 온통 붉은 대공 경보로 뒤덮여 있었다.
상황 브리핑.
금일 오후 2시 15분을 전후로 최초 상황 발생, 국경 경비대 초소에서 소속 불명의 무장인원들에게 습격받았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직후 "쿠빙카-2" 국경 군사기지와의 연락이 두절됐고, 출동한 무인 정찰기가 교전 상황을 관측했습니다.
정찰 결과 다수 군사적 요충지가 중화기 폭격을 받았으며, 일대가 전자 봉쇄로 인해 사상자 수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습니다.
해당 습격 사건 발생 후 각 지점 인근의 군사기지들도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일부 구역은 현재까지도 통신 장애가 발생하는 상태입니다.
더불어, 통신 두절 후 서부 군사 지역의 대공 경보 시스템이 다수의 전투기를 탐지했습니다.
전투기? 언제, 그리고 비행 방향과 기종은?
약 14분 전입니다.
크라쿠프 상공에 미그 전투기 2대가 출현했습니다.
동일 시각, 수호이로 추정되는 비행체 1기가 프라하 상공에 출현하여 현재 북상 중입니다.
그외에도 일류신 2대가 리비우 방향으로 비행 중이며, 약 30분 후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상의 전투기 전부 파일럿과 통신을 시도해도 응답이 없습니다.
제1방공사령부엔 연락했나?
그게... 마침 저희 인원 일부가 있던 보르네슈의 방공사령부에를 제외하면, 각지의 항공 관제 센터와 항공대 모두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보르네슈 기지는 현재 공역 차단을 위해 전투기 출격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공군 기지만이 아닙니다, 상당수 육군 기지와도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국장님, 설마 그들 모두...?
진정하고, 대공 경보를 가장 먼저 발령한 곳은 어딘지 확인해라. 레이더 기지 표시가 아니라 시간 순서대로.
네, 확인하겠습니다... 서부 군사지대 공중 상황 통제 센터...? 어째서...?!
그럼 그렇지. 당장 보르네슈 기지에 통지해라.
전투기 출격 시퀀스 즉시 중지하고, 원위치에서 지시를 대기하라고.
네, 국장님... 통지 확인. 하지만 일류신의 비행 방향에...
나도 안다. 지금까지 대공 부대의 발포 보고는 있었나?
불명입니다, 서부 국경에 배치된 대공 부대는 현재 전자 봉쇄로 인해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서부 군사사령부에서 헬기를 파견해 직접 연락을 시도하려는 중이라고 합니다.
레이더상으론?
아직까지는 대공 미사일 발사 보고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모두 온라인 상태인가?
네, 서부 군사지대 총지휘관, 제1대공사령부 사령관과 국방부 장관 모두 2번 채널에서 대기 중입니다.
좋아, 우선 칼리닌그라드의 초계 레이더 통신부터 회복시킨다. 그들이 뭘 봤는지 알아야 해.
그리고... 공군사령부에 연락해, 일어났나 보게.
알겠습니다.
무슨 사유로 연락할까요?
...국경의 우리 PMC가 습격받았다고 전해라.
네.
비서가 서둘러 사무실을 나선 뒤, 젤린스키는 암호화 통신 수화기를 집으려다 멈칫했다.
놈들이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터지고 나니 역시 놈들의 끈질김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쪽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곧 그리폰 S09 기지에 도착하는 군용 수송기.
작전명 "마르두크".
이번 참수 작전의 목표는 그리폰의 최고집행관 크루거 및 그의 권한대행 헬리안투스의 사살이다.
그들은 현재 S09 지역 기지에 있으나, 상세 위치는 아직 불명이다.
목표를 사살하면 마무리 작업으로 클라우드 마인드맵 서버를 파괴한 뒤, 기지를 폭파할 거다.
먼저 밤 11시 17분, 미사일 폭격이 완료되면 1차 돌입조가 내부로 진입한다.
이어서 11시 25분, 2차 돌입조가 기지 주위로 전자봉쇄선을 구축하고 추가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기지 안팎으로의 출입을 차단한다.
11시 48분까지 임무 달성 후, 1차 돌입조는 건물에서 나와 2차 돌입조와 함께 현장을 이탈한다.
화력 지원은 무장헬기의 기관포뿐이니 그 이상의 지원은 기대하지 마라. 어차피 민영 PMC 하나 상대로는 그 정도도 충분하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전원, 건투를 빈다.
...약 10분 전.
밤 10시 50분. 그리폰 기지, 크루거의 사무실.
키보드 타자 소리와 함께, 시간은 조용히 흘렀다.
곧 도착합니까?
알겠습니다, 확인에 감사드립니다.
헬리안은 전화를 끊고 시계를 봤다.
철혈이 곧 베를린에 도착하는구나. 지휘관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 텐데.
어, 벌써 11시가 다 됐네? 그만하고 가야지...
후우... 오늘은 그래도 작업 진도 꽤 나갔네...
헬리안이 휴대품을 정리하고 일어날 준비를 했다.
이 속도로 처리하면, 카리나도 돌아와서 한동안은 편하겠지.
창밖의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헬리안은 지금쯤 카리나가 뭘 하고 있을지 상상했다.
크루거의 사무실 맞은편.
일어나 WA, 타겟이 움직인다.
우웅... 뭣, 뭐?!
꾸벅꾸벅 졸던 WA2000이 화들짝 깼다.
리엔필드! 카라비너!
수신 양호.
들린다. 현재 상황은?
목표가 이동한다! 곧 사무실 밖 복도로 나오니까 모두 주의해!
알았다.
알았어요.
오늘밤의 하이라이트가 곧 시작되겠구만. 이만 이동할 테니, 관측 잘해.
아, 알았어.
톰슨이 서둘러 자리를 떴고, WA2000도 막 작성한 메시지를 모두에게 송신했다.
기지 인근의 숲. 오토바이를 탄 인형들이,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기지를 향해 질주했다.
여기는 톰슨. 총알배송팀, 응답해라.
바이크 리더, 수신.
목표가 예상보다 일찍 움직였다, 복귀 시간 앞당길 수 있나?
예정이 앞당겨졌다고... 알았다, 문제 없다.
OK.
그리즐리, Spitfire, 계획이 앞당겨졌으니 가속한다.
OK~ 곧 주방 후문에 도착해. 도착 예정 시각... 7초.
저와 75 언니도 함께예요.
알았다, 다음 정기 연락 때 보자.
NTW-20은 통신을 종료하고, 백미러를 통해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두컴컴한 창고 안. 모니터의 불빛이 밝히는 얼굴들은 모두 괴로움에 찡그린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네가 말한 "투나잇 스페셜 이벤트"라고?
희한한 돌멩이가 잔뜩 있다길래 왔는데...
리베롤은 피곤해하며 수액의 투여 속도를 늦췄다.
크흠... 다른 인형들은 모두 스케줄이 가득 차서 말이지.
알았으면 시간 낭비 말고 어서 임무를 개시하자.
토카레프, 난 잠시 갔다올 테니 여긴 네게 맡긴다.
네!
웰로드가 창고를 나서자마자, 모여있던 인형들이 수군댔다.
후후후... 그럼 수고 많이 해 토카레프~♪
네?! 잠깐만요, 어딜――
고역에서 탈주하려던 인형들이 창고 문을 열었다.
타타타탕!!
코앞에서 천장을 향해 번쩍이는 기관단총의 불빛이, 인형들의 얼굴을 다시 비췄다.
어허, 임무는 완수하고 나오는 거야?
창고의 문이 다시 스르륵 닫혔다.
분침이 "11"을 가리켰다.
헬리안은 마음 놓고 퇴근할 수 있도록 파일의 백업이 정상인지 재차 확인했다.
음... 됐다, 내일 좀 더 집중해서 작업하면 크루거 님께 보고 올릴 수 있겠어...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헬리안의 시선이, 달력에 커다랗게 그려진 빨간 동그라미에 꽂혔다.
크루거의 사무실 맞은편.
목표가 사무실에서 이탈한다, 다들 홀에 모였어?
상황 전달받았다.
홀에 집합 끝났어요.
좋았어, 나도 금방 갈게.
WA2000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나 먼저 우리 애들 데리고 홀 문 앞에 집합할게.
알았다.
Spitfire, CZ75, 아직 멀었나?
챙길 물건이 있어서 잠깐 딴 데 좀 들렸어요, 곧 도착해요.
조용하던 숲속을 뚫고 나온 오토바이가, 고막을 찢을 듯한 급정거 소리를 내며 NTW-20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도착! 가자!
예상보다 늦었는데 뭘... 응? 등에 덕지덕지 붙은 그거, 설마 벌금 딱지――
시시시시간 없다며! 빨랑 가자니까!?
밤 10시 59분. 드디어 헬리안이 사무실의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게 오늘이었구나... 케이크라도 사서 축하하는 게 좋겠지?
헬리안은 싱글벙글 웃으며 케이크 가게의 메뉴판을 훑었다.
그 와중에도 초침은 무심하게 "12"를 향해 나아갔다.
56초, 57초, 58초...
59초...
콰아앙——!!!
헬리안이 번쩍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정전인가?
......
헬리안이 조작 패널 컴퓨터가 있어야 할 곳을 더듬었지만, 거기선 차갑고 거친 석재가 만져졌다.
뭐야 이거... 느낌이... 콘크리트?
헬리안이 태블릿의 손전등 기능을 켜보았다.
눈부신 불빛을 통해, 무너진 천장과 박살난 벽면의 울퉁불퉁한 단면이 서로 맞물린 것이 보였다.
그리고, 헬리안 자신은 그 두 단면이 맞물려서 생긴 공간 사이에 갇혀 있었다.
바스러지며 얼굴에 떨어지는 콘크리트 부스러기들이, 여기는 아직 위험하다 경고했다.
......
진정하자, 헬리안...
인형 수백 명이 네 지휘를 기다리고 있어...
헬리안이 다시 지휘용 전술 태블릿을 켰다. 하지만 모니터가 깨진 탓에 대다수의 버튼이 반응하지 않아, 헬리안이 아무리 화면을 두드려도 말을 듣지 않았다.
당황하면 안 돼, 심호흡...
기지가 폭격당했을 뿐이야...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데... 하나도 안 무서워...
비좁은 공간에서, 헬리안은 어찌저찌 윗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통각이 마비되었던 몸이 다시 깨어나, 아드레날린이 억제하던 통증까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찰과상 다수, 왼팔 골절... 다른 부위는 모르겠네...
적어도 움직일 순 있어, 최악의 상황은 아니야...
......
꽉 막힌 벽의 잔해를 둘러봤지만, 기어 나갈 만한 구멍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잔해를 밀어낼 수도 없었다.
나지막이 한숨을 쉬던 그때, 태블릿의 빛이 깜빡였다.
아, 안 돼, 안 돼...
태블릿 화면이 꺼져, 주위가 다시 어둠에 잠겼다.
......
그리고, 사라진 시야 대신 청각이 예민해졌다.
그로 인한 착각인지, 헬리안은 벽면의 마찰음이 점점 격해지는 것만 같았다.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더라도...
다 큰 여자가... 흑... 이런 걸로 질질 짜면... 안 돼...!
헬리안!
...크루거 님?
크루거 님! 저 여기 있습니다!! 여기예요!!
들었으니까 이제 괜찮아, 바로 꺼내 주겠네.
아... 네.
헬리안은 문득 자신이 그리폰에 입사하고 울음을 터뜨린 게 이번이 두 번째임을 떠올렸다.
잠시 후 무너진 벽이 조심스레 들어내졌고, 익숙한 인형들의 얼굴이 헬리안의 눈에 들어왔다.
Evening, ma'am.
손 주세요.
고맙다 톰슨, 잉그램.
다친 데 있나?
괜찮습니다, 가벼운 상처뿐입니다.
크루거는 새 지휘 태블릿을 헬리안에게 주었다.
미안하지만 쉴 틈이 없겠어.
기지가 중화기 폭격으로 기습받았네, 통신도 차단됐고.
수법을 보아하니... 카터의 짓일 것 같군.
카터 장군이요?! 하지만 그는 분명...!
지금은 그걸 생각해볼 시간도 없어.
벌써 적 부대가 입구까지 왔네.
난 전선대기조와 함께 놈들을 저지하러 갈 테니, 자네는 여기 남아 긴급 방어 계획을 실행하게. 동시에 퇴각 준비도 하고. 방어에 실패하면 긴급 철수 계획으로 변경해야 해.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톰슨, 소대 몇 개를 차출해 따라와라.
라저. 잉그램, 마담 잘 지켜라.
걱정 마세요, 제가 고철덩이가 되어서라도 그 쓰레기들이 헬리안 씨한테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할게요.
크루거는 헬리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깜깜한 문 밖으로 나섰다.
헬리안은 골절된 왼쪽 팔뚝을 응급 처치한 후, 태블릿으로 인형들의 지휘를 시작했다.
아직 행동 가능한 인형들은 내 지시에 따라라.
GSh-18, 즉시 구조팀을 편성해. 부상당한 인형들을 구조해 가용 인원수를 최대한 복구한다.
NTW-20는 2개 소대를 차출해라. 하나는 전자 봉쇄 해제와 통신 복구, 다른 하나는 적 후방으로 우회해 차단망 밖의 외부에 구조 요청을 시도한다.
웰로드, 가용 소대를 모아 중요 물자 이송과 위험 물품 파기를 맡아라.
임무를 접수한 인형은 즉시 응답하도록. 이후, 15분마다 상황을 보고하라. 이상.
초기 대응을 마친 헬리안이 좀 더 안전한 위치로 이동하려다, 크루거가 문앞에 돌아온 것을 눈치챘다.
크루거 님?
호신용 무기를 주는 걸 깜빡했더군.
아... 감사합니다.
그럼, 뒤를 맡기겠네.
헬리안은 차렷 자세로 미소와 함께 척 경례했다.
얼마든지 믿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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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초연으로 자욱한 신소련의 국경지대.
장군님, 지정하신 번호로부터 새 메시지를 전달받았습니다.
"불꽃을 쏘아올렸다"는 내용입니다.
알았다.
장군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의 거래가, 다음 단계에 들어섰단 뜻이지.
카터는 차에 올라타, 운전수에게 다음 목적지, 그리폰 S09 기지로 향할 것을 지시했다.
특전사 지휘부장은 공손히 차문을 닫았다.
대 그리폰 배치는 완료했나?
네, 전부 준비됐습니다.
너무 수고 들일 필요는 없다. 동지들이 충분히 시간을 벌어 줬으니, 놈들은 이제 그물 안의 토끼나 다름없다.
예!
하지만 절대 방심하지 말고 경계하도록. 그 그리폰이다. 토끼도 궁지에 몰리면 물어서 반격하는 법이니.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카터가 차창을 닫았고, 곧이어 차도 시동이 걸려 떠났다.
그 와중, 카터는 어두운 밤하늘 저편으로 수송기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봤다.
심야, 루뱐카 광장의 신소련 국가안전국 사무실.
덜컥.
젤린스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국장님!
동지, 침착해라.
국방부의 전황 보고는?
전부 여기 기록했습니다!
젤린스키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군사 상황 통보 시스템의 기록을 집어 들었다.
서부 군사 지역 거의 대부분이, 온통 붉은 대공 경보로 뒤덮여 있었다.
상황 브리핑.
금일 오후 2시 15분을 전후로 최초 상황 발생, 국경 경비대 초소에서 소속 불명의 무장인원들에게 습격받았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직후 "쿠빙카-2" 국경 군사기지와의 연락이 두절됐고, 출동한 무인 정찰기가 교전 상황을 관측했습니다.
정찰 결과 다수 군사적 요충지가 중화기 폭격을 받았으며, 일대가 전자 봉쇄로 인해 사상자 수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습니다.
해당 습격 사건 발생 후 각 지점 인근의 군사기지들도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일부 구역은 현재까지도 통신 장애가 발생하는 상태입니다.
더불어, 통신 두절 후 서부 군사 지역의 대공 경보 시스템이 다수의 전투기를 탐지했습니다.
전투기? 언제, 그리고 비행 방향과 기종은?
약 14분 전입니다.
크라쿠프 상공에 미그 전투기 2대가 출현했습니다.
동일 시각, 수호이로 추정되는 비행체 1기가 프라하 상공에 출현하여 현재 북상 중입니다.
그외에도 일류신 2대가 리비우 방향으로 비행 중이며, 약 30분 후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상의 전투기 전부 파일럿과 통신을 시도해도 응답이 없습니다.
제1방공사령부엔 연락했나?
그게... 마침 저희 인원 일부가 있던 보르네슈의 방공사령부에를 제외하면, 각지의 항공 관제 센터와 항공대 모두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보르네슈 기지는 현재 공역 차단을 위해 전투기 출격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공군 기지만이 아닙니다, 상당수 육군 기지와도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국장님, 설마 그들 모두...?
진정하고, 대공 경보를 가장 먼저 발령한 곳은 어딘지 확인해라. 레이더 기지 표시가 아니라 시간 순서대로.
네, 확인하겠습니다... 서부 군사지대 공중 상황 통제 센터...? 어째서...?!
그럼 그렇지. 당장 보르네슈 기지에 통지해라.
전투기 출격 시퀀스 즉시 중지하고, 원위치에서 지시를 대기하라고.
네, 국장님... 통지 확인. 하지만 일류신의 비행 방향에...
나도 안다. 지금까지 대공 부대의 발포 보고는 있었나?
불명입니다, 서부 국경에 배치된 대공 부대는 현재 전자 봉쇄로 인해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서부 군사사령부에서 헬기를 파견해 직접 연락을 시도하려는 중이라고 합니다.
레이더상으론?
아직까지는 대공 미사일 발사 보고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모두 온라인 상태인가?
네, 서부 군사지대 총지휘관, 제1대공사령부 사령관과 국방부 장관 모두 2번 채널에서 대기 중입니다.
좋아, 우선 칼리닌그라드의 초계 레이더 통신부터 회복시킨다. 그들이 뭘 봤는지 알아야 해.
그리고... 공군사령부에 연락해, 일어났나 보게.
알겠습니다.
무슨 사유로 연락할까요?
...국경의 우리 PMC가 습격받았다고 전해라.
네.
비서가 서둘러 사무실을 나선 뒤, 젤린스키는 암호화 통신 수화기를 집으려다 멈칫했다.
놈들이 이렇게 나올 것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터지고 나니 역시 놈들의 끈질김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쪽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곧 그리폰 S09 기지에 도착하는 군용 수송기.
작전명 "마르두크".
이번 참수 작전의 목표는 그리폰의 최고집행관 크루거 및 그의 권한대행 헬리안투스의 사살이다.
그들은 현재 S09 지역 기지에 있으나, 상세 위치는 아직 불명이다.
목표를 사살하면 마무리 작업으로 클라우드 마인드맵 서버를 파괴한 뒤, 기지를 폭파할 거다.
먼저 밤 11시 17분, 미사일 폭격이 완료되면 1차 돌입조가 내부로 진입한다.
이어서 11시 25분, 2차 돌입조가 기지 주위로 전자봉쇄선을 구축하고 추가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기지 안팎으로의 출입을 차단한다.
11시 48분까지 임무 달성 후, 1차 돌입조는 건물에서 나와 2차 돌입조와 함께 현장을 이탈한다.
화력 지원은 무장헬기의 기관포뿐이니 그 이상의 지원은 기대하지 마라. 어차피 민영 PMC 하나 상대로는 그 정도도 충분하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전원, 건투를 빈다.
...약 10분 전.
밤 10시 50분. 그리폰 기지, 크루거의 사무실.
키보드 타자 소리와 함께, 시간은 조용히 흘렀다.
곧 도착합니까?
알겠습니다, 확인에 감사드립니다.
헬리안은 전화를 끊고 시계를 봤다.
철혈이 곧 베를린에 도착하는구나. 지휘관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 텐데.
어, 벌써 11시가 다 됐네? 그만하고 가야지...
후우... 오늘은 그래도 작업 진도 꽤 나갔네...
헬리안이 휴대품을 정리하고 일어날 준비를 했다.
이 속도로 처리하면, 카리나도 돌아와서 한동안은 편하겠지.
창밖의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헬리안은 지금쯤 카리나가 뭘 하고 있을지 상상했다.
크루거의 사무실 맞은편.
일어나 WA, 타겟이 움직인다.
우웅... 뭣, 뭐?!
꾸벅꾸벅 졸던 WA2000이 화들짝 깼다.
리엔필드! 카라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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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들린다. 현재 상황은? </color>
목표가 이동한다! 곧 사무실 밖 복도로 나오니까 모두 주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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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알았어요.</color>
오늘밤의 하이라이트가 곧 시작되겠구만. 이만 이동할 테니, 관측 잘해.
아, 알았어.
톰슨이 서둘러 자리를 떴고, WA2000도 막 작성한 메시지를 모두에게 송신했다.
기지 인근의 숲. 오토바이를 탄 인형들이,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기지를 향해 질주했다.
<color=#00CCFF>여기는 톰슨. 총알배송팀, 응답해라.</color>
바이크 리더, 수신.
<color=#00CCFF>목표가 예상보다 일찍 움직였다, 복귀 시간 앞당길 수 있나?</color>
예정이 앞당겨졌다고... 알았다, 문제 없다.
<color=#00CCFF>OK.</color>
그리즐리, Spitfire, 계획이 앞당겨졌으니 가속한다.
<color=#00CCFF>OK~ 곧 주방 후문에 도착해. 도착 예정 시각... 7초.</color>
<color=#00CCFF>저와 75 언니도 함께예요.</color>
알았다, 다음 정기 연락 때 보자.
NTW-20은 통신을 종료하고, 백미러를 통해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두컴컴한 창고 안. 모니터의 불빛이 밝히는 얼굴들은 모두 괴로움에 찡그린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네가 말한 "투나잇 스페셜 이벤트"라고?
희한한 돌멩이가 잔뜩 있다길래 왔는데...
리베롤은 피곤해하며 수액의 투여 속도를 늦췄다.
크흠... 다른 인형들은 모두 스케줄이 가득 차서 말이지.
알았으면 시간 낭비 말고 어서 임무를 개시하자.
토카레프, 난 잠시 갔다올 테니 여긴 네게 맡긴다.
네!
웰로드가 창고를 나서자마자, 모여있던 인형들이 수군댔다.
후후후... 그럼 수고 많이 해 토카레프~♪
네?! 잠깐만요, 어딜――
고역에서 탈주하려던 인형들이 창고 문을 열었다.
타타타탕!!
코앞에서 천장을 향해 번쩍이는 기관단총의 불빛이, 인형들의 얼굴을 다시 비췄다.
어허, 임무는 완수하고 나오는 거야?
창고의 문이 다시 스르륵 닫혔다.
분침이 "11"을 가리켰다.
헬리안은 마음 놓고 퇴근할 수 있도록 파일의 백업이 정상인지 재차 확인했다.
음... 됐다, 내일 좀 더 집중해서 작업하면 크루거 님께 보고 올릴 수 있겠어...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헬리안의 시선이, 달력에 커다랗게 그려진 빨간 동그라미에 꽂혔다.
크루거의 사무실 맞은편.
목표가 사무실에서 이탈한다, 다들 홀에 모였어?
<color=#00CCFF>상황 전달받았다.</color>
<color=#00CCFF>홀에 집합 끝났어요.</color>
좋았어, 나도 금방 갈게.
WA2000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color=#00CCFF>나 먼저 우리 애들 데리고 홀 문 앞에 집합할게.</color>
알았다.
Spitfire, CZ75, 아직 멀었나?
<color=#00CCFF>챙길 물건이 있어서 잠깐 딴 데 좀 들렸어요, 곧 도착해요.</color>
조용하던 숲속을 뚫고 나온 오토바이가, 고막을 찢을 듯한 급정거 소리를 내며 NTW-20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도착! 가자!
예상보다 늦었는데 뭘... 응? 등에 덕지덕지 붙은 그거, 설마 벌금 딱지――
시시시시간 없다며! 빨랑 가자니까!?
밤 10시 59분. 드디어 헬리안이 사무실의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게 오늘이었구나... 케이크라도 사서 축하하는 게 좋겠지?
헬리안은 싱글벙글 웃으며 케이크 가게의 메뉴판을 훑었다.
그 와중에도 초침은 무심하게 "12"를 향해 나아갔다.
56초, 57초, 58초...
59초...
콰아앙——!!!
헬리안이 번쩍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정전인가?
......
헬리안이 조작 패널 컴퓨터가 있어야 할 곳을 더듬었지만, 거기선 차갑고 거친 석재가 만져졌다.
뭐야 이거... 느낌이... 콘크리트?
헬리안이 태블릿의 손전등 기능을 켜보았다.
눈부신 불빛을 통해, 무너진 천장과 박살난 벽면의 울퉁불퉁한 단면이 서로 맞물린 것이 보였다.
그리고, 헬리안 자신은 그 두 단면이 맞물려서 생긴 공간 사이에 갇혀 있었다.
바스러지며 얼굴에 떨어지는 콘크리트 부스러기들이, 여기는 아직 위험하다 경고했다.
......
진정하자, 헬리안...
인형 수백 명이 네 지휘를 기다리고 있어...
헬리안이 다시 지휘용 전술 태블릿을 켰다. 하지만 모니터가 깨진 탓에 대다수의 버튼이 반응하지 않아, 헬리안이 아무리 화면을 두드려도 말을 듣지 않았다.
당황하면 안 돼, 심호흡...
기지가 폭격당했을 뿐이야...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데... 하나도 안 무서워...
비좁은 공간에서, 헬리안은 어찌저찌 윗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통각이 마비되었던 몸이 다시 깨어나, 아드레날린이 억제하던 통증까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찰과상 다수, 왼팔 골절... 다른 부위는 모르겠네...
적어도 움직일 순 있어, 최악의 상황은 아니야...
......
꽉 막힌 벽의 잔해를 둘러봤지만, 기어 나갈 만한 구멍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잔해를 밀어낼 수도 없었다.
나지막이 한숨을 쉬던 그때, 태블릿의 빛이 깜빡였다.
아, 안 돼, 안 돼...
태블릿 화면이 꺼져, 주위가 다시 어둠에 잠겼다.
......
그리고, 사라진 시야 대신 청각이 예민해졌다.
그로 인한 착각인지, 헬리안은 벽면의 마찰음이 점점 격해지는 것만 같았다.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더라도...
다 큰 여자가... 흑... 이런 걸로 질질 짜면... 안 돼...!
헬리안!
...크루거 님?
크루거 님! 저 여기 있습니다!! 여기예요!!
들었으니까 이제 괜찮아, 바로 꺼내 주겠네.
아... 네.
헬리안은 문득 자신이 그리폰에 입사하고 울음을 터뜨린 게 이번이 두 번째임을 떠올렸다.
잠시 후 무너진 벽이 조심스레 들어내졌고, 익숙한 인형들의 얼굴이 헬리안의 눈에 들어왔다.
Evening, ma'am.
손 주세요.
고맙다 톰슨, 잉그램.
다친 데 있나?
괜찮습니다, 가벼운 상처뿐입니다.
크루거는 새 지휘 태블릿을 헬리안에게 주었다.
미안하지만 쉴 틈이 없겠어.
기지가 중화기 폭격으로 기습받았네, 통신도 차단됐고.
수법을 보아하니... 카터의 짓일 것 같군.
카터 장군이요?! 하지만 그는 분명...!
지금은 그걸 생각해볼 시간도 없어.
벌써 적 부대가 입구까지 왔네.
난 전선대기조와 함께 놈들을 저지하러 갈 테니, 자네는 여기 남아 긴급 방어 계획을 실행하게. 동시에 퇴각 준비도 하고. 방어에 실패하면 긴급 철수 계획으로 변경해야 해.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톰슨, 소대 몇 개를 차출해 따라와라.
라저. 잉그램, 마담 잘 지켜라.
걱정 마세요, 제가 고철덩이가 되어서라도 그 쓰레기들이 헬리안 씨한테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할게요.
크루거는 헬리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깜깜한 문 밖으로 나섰다.
헬리안은 골절된 왼쪽 팔뚝을 응급 처치한 후, 태블릿으로 인형들의 지휘를 시작했다.
아직 행동 가능한 인형들은 내 지시에 따라라.
GSh-18, 즉시 구조팀을 편성해. 부상당한 인형들을 구조해 가용 인원수를 최대한 복구한다.
NTW-20는 2개 소대를 차출해라. 하나는 전자 봉쇄 해제와 통신 복구, 다른 하나는 적 후방으로 우회해 차단망 밖의 외부에 구조 요청을 시도한다.
웰로드, 가용 소대를 모아 중요 물자 이송과 위험 물품 파기를 맡아라.
임무를 접수한 인형은 즉시 응답하도록. 이후, 15분마다 상황을 보고하라. 이상.
초기 대응을 마친 헬리안이 좀 더 안전한 위치로 이동하려다, 크루거가 문앞에 돌아온 것을 눈치챘다.
크루거 님?
호신용 무기를 주는 걸 깜빡했더군.
아... 감사합니다.
그럼, 뒤를 맡기겠네.
헬리안은 차렷 자세로 미소와 함께 척 경례했다.
얼마든지 믿어 주십시오.